2004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몽땅 취소될 뻔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프로야구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1일 병역비리사건으로 긴급 소집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간담회에서 포스트시즌을 취소하자는 측과 예정대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찬반투표까지 실시해 포스트시즌 개최여부를 결정했다.
이날 이사간담회에 참석했던 모 구단 사장은 "8개구단마다 병역비리를 보는 시각이 달라 격론이 벌어졌다"며 "결국 투표로 포스트시즌을 하느냐 마느냐를 정했다"고 밝혔다.
A구단 사장은 8개구단 가운데 포스트시즌 취소를 반대하는 쪽이 5구단, 찬성하는 쪽이 3구단이었다고 덧붙였다.
A사장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병역비리사건 파장을 우려한 몇몇구단 사장이 '올 포스트시즌을 포기하는 게 팬들에 대한 도리'라며 강력하게 포스트시즌 포기론를 제기, 설전이 벌어졌다.
포스트시즌 취소를 반대하는 쪽은 "단 1명의 관중이 입장하더라도 포스트시즌은 열어야 한다"며 투표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시즌 포기를 주장한 구단은 서울의 명문구단 한 팀과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지방의 명문구단 2곳으로 전해졌다.
애초 이사간담회에서는 포스트시즌을 포기하자는 쪽이 많았으나 박용오 KBO총재가 강력하게 포스트시즌 포기 불가론을 밝히면서 일부 구단이 포스트시즌 강행 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까스로 파국을 막았다는 후문이다.
A사장은 또 병역비리로 인해 전력손실 큰 구단이 앞장서서 포스트시즌 포기를 강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자칫하면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사상 초유의 포스트시즌 포기라는 자충수를 둘뻔 했다고 전했다.
결국 포스트시즌 취소라는 극약처방을 택하는 대신 병역비리에 연루된 선수의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잔여경기 출장정지와 병역 비리자를 영구제명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는 게 A사장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