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안내 사랑하는 김창완밴드가 부르는 유쾌한 봄바람을 느낌(#3/3)

[윤사운드]

오늘 아침(9/10토)에도 이슬비가 내렸다.

오늘은 점심 무렵 잠시 몰에 갔다가.. 종일토록 여유롭게 호텔 침대에서 뒹굴었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고즈넉한 독일식 마을길을 산책 하다가 이 글을 어떡해 마무리 할지 생각나서 노트북을 켰다.

호텔방 한쪽 켠에는 아이폰과 연결된 스피커에서 산울림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다.

3. 산울림매니아와 함께 하는 공연

산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산울림이 일시와 장소를 정하면 그곳으로 모여들었는데

언젠가부터 산울림이 모이자고 안 해도 모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산울림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나도 산울림뿐만 아니라, 산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반기며 좋아지기 시작했다.

1) 모두 일어나

공연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앞쪽에서 한 두 명이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관객들 모두들 고고한 척 근엄하게 앉아 있을 때,

산울림매니아들이 앞장서서 일어난 것이다.

내가 흥에 겨워하고 있을 때, 옆에 앉아있던 아내가 귓가에 대고

“일어나지마!” “왜?” “일어나지마!!”

나도 일어나고 싶었지만, 뒤쪽에 앉아 혼자 일어나기도 뻘쭘 할 것 같기도 했고,

아내의 말을 잘 들어야 하기에 잠자코 박수만 쳤다.

드디어 앵콜송이 흘러나올 때, 기어이 나는 일어나고 말았다.

앞쪽에는 많이 일어났어도

중간 이후 좌석은 삼삼오오 드문 드문 일어나서 손을 흔들 뿐이다.

사실 이때쯤이면, 관객들 모두다 일어나 더욱 뜨거운 피날레를 장식하여야 멋진데..

클래식 공연만 관람했던 사람들인지?

가요무대만 봐 온 사람들인지?

함께 즐기지 못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 보였다.

어린 아이처럼 뜀뛰며, 사춘기 소녀처럼 소리지르고, 젊음으로 돌아가 열광할 수 있는 음악이 튀어 나오는

산울림 공연장임을 모르는 가 보다.

마지막 박수를 칠 때,

객석의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중년의 부인들은 조용히 공연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 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쪽 분장실에서 창완아저씨와 매니아들간에 이야기를 듣고

나는 놀라웠고 고마웠다. 창완님도 일어나기를 원하였는데…

매니아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지 못하고 흩어져서 앉다 보니, 일어서는 관객몰이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 그랬었구나

나는 마음속으로 안타까워하고만 있었는데,

산울림매니아들은 몸으로 그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 역할을 하고 있었구나,

산울림의 김창완님이 무대 위에서 굳어져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새로운 음악으로 이끌고 있을 때

산울림매니아들은 객석에서 함께 호응하며 뒤에서 밀어주고 있었구나

그래~~ 모두 일어나 춤을 추어라

2) 회상

그리고

또

뒤에 알게 된 따뜻한 배려가 있었다

나는 공연 시작 전에 회상님과 운영자들과 로비에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먼저 객석으로 들어가서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즐겁게 산울림노래를 라이브로 즐겼다. 기쁜 마음으로^^

공연이 끝나서 로비로 나왔을 때,

역쉬 운영자들은 미리 나와있었고,

매니저와 얘기하며 이리저리 분주하게 무언가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데…

듣고 보니

공연장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있었다는 것이다.

회상님등 운영자 몇몇은 티켓을 다른 매니아분들에게 양보하고

공연 내내 공연장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대기실로 이끌고 가서

오랜만에 나온 회원들과 창완님과의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새로온 회원들이 먼저 찍을 수 있도록…

공연 끝나고 지친 창완님이 힘들어 하지 않도록…

그들은 또 사진 찍는 것 마저 양보하고 있다

똑 같이 산울림팬인데

그런데도 양보하고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누구보다 더 일찍 출발하여, 창완님의 어머님 댁에 가서 모시고 온 배려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한자리에서 노래하고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어머니가 객석으로부터 일어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공연 시작하기 전에

덕분에 나와 아내와 셋이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준 산울림매니아의

그 모든 배려가 고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아내가

회상님에 대해 “너그럽고 마음씨 좋은 인상이야”라고 칭찬하기에

글쎄…아마 실상 속은 새카말 정도로 타 들어갈 때도 있을 꺼야

벼래 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제 생각대로 마음대로 떠들다 가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할 꺼야..

그래도 산울림이 좋아서

산울림 노래가 좋아서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앞에 서있는 것일 꺼야

산울림 공연하는 모습이 좋아서...

산울림의 모든 것이 좋아서…

13살의 어린 소녀를 회상해 본다

산울림 그 노래 안에 13살의 어여쁜 소녀(정말 그런것 같애) 영애가 웃고 울고 있을 ……

3) 내일 또 내일 내 꿈이 자라나네

결혼 후 아내와 두 번의 산울림 공연과 두 번의 김창완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94년 6월16일(일)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김창완의 “LIVE CONCERT”

97년 3월15일(토) 연강홀에서의 산울림 전집 발매기념 콘서트 “무지개를 찾아서”

97년12월31일(수) 힐튼호텔에서의 산울림 마라톤 공연 “Yester Morrow”

그리고

김창완밴드의 공연…

이번 평일 낮에 아내와 둘이서 함께 한 공연은

참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발걸음 이었다.

이전 세 번의 공연 때에는 아내가 산울림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는 했어도

책을 제본할 정도로 좋아하는 지 모른 채 따라 나섰었는데,

400페이지가 넘는 산울림 이야기를 하는 남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나온 공연이었고……

이전 세 번의 공연 때에는 공연이 끝나고 돌아갈 때까지 아는 사람 하나 없었으나

이젠 공연장을 도착할 때부터 인사하기 바빴고, 끝날 때까지 아내와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전 세 번의 공연 때에는 사진 한 장 남은 것이 없었으나

산울림어머님과도 창완님과도 아내와 셋이서 찍은 사진이 남아 있다…

산울림매니아와 함께한 공연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유쾌한 봄날이다.

이들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30여 년 전부터 자라난 내 꿈이 여러분들의 꿈이

이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 같다.

30여 년 후에 내가 산울림 어머니처럼 나이가 들었을 때…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산울림 예찬을 하며

길이 남을 명곡들을 듣고 말하고 있을까?

상상하며

날자 두 팔을 벌리고

마치 내 꿈이 자라나는 듯하다

 

 <어머님. 30여 년 전에 드럼세트를 사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나무.]

아... 감동입니다.. 사진에 글 쓰신 이의 마음이 다 보입니다.

[윤사운드]

올리자 마자 댓글을 달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잠 자려합니다.이곳은 9/11(일) 0시13분입니다....

[돌고래2]

ㅎㅎ 윤사운드님 오랜만입니다 잘 계시죠?

[윤사운드]

네.... 잘 있기는 잘 있습니다...
아직 독일에 출장 중입니다. (추석 명절을 휴가도 없이 혼자 지냈습니다. ㅠㅠ)

[돌고래2]

저런 외로운 추석을 보내셨네요...한국엔 언제쯤 오실지요?

[자몽꽃님이]

정말 감사합니다.. ^^*

[윤사운드]

감사합니다. 꾸벅 ^^

[덩어리]

감동있는 글이네요..만드신 책 잘 보았습니다.^^

[윤사운드]

책도 보셨다니.... 더욱 기쁩니다....
그책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은... 저 말고 는 딱 한사람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ㅠㅠ

[회상]

유쾌한 봄날의 공연엔 남은것이 아주 많았군요ㅎㅎ~ 다음 공연에도 함께 해요 ^^

[윤사운드]

회상님께 늘 감사합니다... ㅋㅋ

[모래시계]

모든것을 운영자배려라는 아름다움으로 헤아려 주신 마음이 봄바람만큼이나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윤사운드]

어느 덧 이제 가을이네요... 아직 더운 늦은 여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