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목적‥기억과 회개
구간거리‥영전성당~신전성당(22km)
보나뚜벤뚜라 성인의 삼중도.
정화, 조명, 일치와 뒤엉켜 오늘도 순례의 길을 걷는다. 순례 6일째이지만 아직도 정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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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누룽지와 김장김치다. 김치 솜씨가 너무 좋은 지혜엄마에게 신부님께서 고맙다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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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전공소는 어찌나 가난한 지 어딘지 모르게 그 옛날 포르치운쿨라 성당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물도 안 나오고, 신자들은 도회지도 다 떠나고, 선교사도 없이 공소회장님께서 13년째 교우들을 돌보고 계신단다. (총 신자수: 어른 4명, 어린이 6명, 어린이 예비신자 2명)
미사주례 신부님: 심규재 실베스텔ofm
(강론)
오늘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입니다. 사랑하는 주님을 돌무덤에 모셔두고 마리아는 밤새 뜬눈으로 지냈을 거예요. 주님의 시신을 씻겨드리고자 기름을 싸들고 새벽같이 일어나 무덤으로 달려간 마리아! 누가 그 큰 돌을 굴려줄까 걱정하며. 우리 마음의 큰 돌은 누가 굴려줄까요? 봉쇄수도원에서 기도하는 수도자들, 깊은 산 속에서 수도하는 선승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시골 곳곳에서 선교하시는 선교사님들, 그런 분들이야말로 우리 마음의 돌을 굴려주시는 천사들이구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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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순례자(원주에서 온 제천 보나벤뚜라 형제회)어머니와 아드님, 순례대장 신부님과 기념사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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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모두들 물집 상처가 장난이 아닌데 이 일을 우짜노? 그래도 포도는 싱싱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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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내리고, 습도는 높고, 순례일행은 힘든 구간을 걷고 있다. 남창 신기마을 정자나무 아래서 점심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노인정에 무작정 들어갔다. 마침 86세 되신다는 꼬부랑할머님이 계셨다... 할머니, 나 너무 다리 아파요. 다리 좀 주물러 주셔요하고 할머니 무릎에 두 발을 얹으니 할머니께서는 당신 딸이나 손녀인 듯 ‘우따우따’하시며 다리를 주물러주신다. ‘할머니 손은 약손! 할머니 손은 약손!’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요. 일행 중 자매님 한분은 할머니 손에 용돈을 꼭 쥐어주고 오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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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길을 지나고 논길을 지나고, 오동나무를 보면 최헌의 오동닢 노래를 부르고, 달맞이꽃을 보면 이용복의 달맞이꽃 노래를 부르고, 뜸북이 소리가 들리면 뜸북새 노래를 부른다. 다리는 죽어라 아픈데 영혼은 기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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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을 지나고 강진군 신전성당이다. 예수님께서 양팔을 벌리시고 어서오라 기다리고 계신다.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예수님께 인사를 드린 후 탁발에 나섰다. 하하. 방앗간에서 쌀을 얻고 그 뒷집 할머니네서 김장김치를 얻고 호남식당에 들어가 장아찌 된장을 얻어 언제 다리가 아팠냐는 듯 휘파람을 불며 숙소도 돌아오고 있다. 그 옛날 사부님과 초기 동료들을 생각하며...
+나눔
1. 김정순 안젤라
이곳으로, 꼭 필요한 곳으로 초대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아들 수철에게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프란치스칸으로서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그동안 지은 죄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따라 걸었다. 먼저 출발하여 걷는 형제 자매들 모습을 보고 역시 다르구나,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생각했다.
2. 김순연 데레사
6일이 지났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힘이 솟는다. 미사, 성무일도로 행복하지만 귀가 잘 안들려 실수를 하기도 한다.
3. 이우영 비오
도보행진 하면서 가족 간 소통이 더 원활해졌다. 여기 와서 가족들에게 근황을 보내면 즉각 답이 온다. 손자 녀석은 ‘할아버지 안 쓰러지셨어요?’하고 안부를 묻는다.
4. 이영옥 데레사
며칠 걷다보니 몸이 안 좋아 걷기가 불편하다. 몸이 아프니까 아픈 사람들 마음을 알게 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5. 김영희 모니카
발이 이렇게까지 헤어질 줄 몰랐다. 걸을 때마다 쓰라렸지만, 그러나 그것이 내 안에서는 기름지게 느껴진다. 쓰라림이 걷는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주님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다.
+탁발
공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쌀과 된장, 김치를 탁발하러 모니카 언니와 동네 반바퀴를 돌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한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면서 기쁘고 즐겁게 얻어왔다. 그 중 한 사람은 103살 되시는 분을 모시고 살았단다. 숙모란다. 그분이 가톨릭신자여서 신부님도 아신다고 했다. 참 보기 드문 덕을 가지신 분을 만났다.
+ 포르치운쿨라 행진 일정 +
1일차 : 진도팽목항-진도 성당
2일차 : 진도 성당-사교 마을
3일차 : 사교 마을(전남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화산초교
4일차 : 화산 초등학교(해남군 화산면 방축리)-땅끝 성당
5일차 : 땅끝 성당(전남 해남군 송지면 통호리)-영전 성당
6일차 : 영전 성당(땅끝 해안로 3233번지)-신전 성당
7일차 : 신전 성당(강진군 신전면 백도로 1517)-강진 성당
8일차 : 강진 성당-장흥성당
9일차 : 장흥 성당 출발-보성 성당
10일차 : 보성 성당-보성 회천면 충의로
11일차 : 승주 하나로 마트(순천시 승주읍 서평리 426-1)-구례 성당
12일차 : 구례 성당-화계 장터
13일차 : 화계 장터-라베르나 수도원
14일차 : 라베르나 수도원(경남 하동군 악양면)-위태 진료소
15일차 : 위태 진료소(하동군 옥종면 회신리 10-1)-덕산 공소
16일차 : 덕산 공소(산청군 시천면 마근담길 23)-성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