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승 표(정형외과, 의학박사)
코리아 정형외과/코리아 스포츠메디슨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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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은 전방십자인대 손상 환자가 부상 후 겪게 되는 일들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검증된 지식과 치료 현장에서의 경험을 동원한 수술/조기 재활 과정이 순서대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치료 과정에는 수 많은 변수들이 관여하여 예상치 않은 일 들이 벌어지므로, 정해진 공식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여기에는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거쳐야 하는 교과서적인 내용만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실제 수술과 이어지는 조기 재활 운동은, 수술 전문 병원과 재활 전문 체육관이 갖추어진 시설에서, 집도의와 트레이너의 도움 하에 진행되어야만 가능합니다.
= 부상 기전
전방십자인대 손상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벌어지는데, 크게 ‘접촉 기전(contact injury)’과 ‘비접촉 기전(non-contact injury)’으로 나눕니다. 접촉 기전은 그야말로 부딪쳐서 끊어지는 경우입니다. 몸 싸움이 많은 축구, 레스링, 유도 등의 종목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내측측부인대, 반월상 연골판 등이 같이 손상 받아 증상이 심하기 때문에, 환자는 서둘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문제는 ‘비접촉 기전’에 의한 손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착지(landing)’,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pivoting or cutting)’, ‘감속(deceleration)’ 동작에서 벌어지는데, 생각보다 별거 아닌 상황에서 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통증을 참고 운동을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좋아지고 일상 생활 및 어느 정도의 운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고 ‘괜찮겠지…’ 하면서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이 때 ‘증상의 호전’이 ‘치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증상의 호전이 환자와 의료진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십자인대가 끊어진 무릎은, ‘전방 불안정성’ 현상이 발생하고, 그 결과 환자는 ‘무릎이 흔들리는 증상’, ‘무릎이 빠지는 듯한 증상’, ‘자주 무릎이 붓는 증상’ 등을 호소하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다시 운동을 시작했을 때, 무릎의 아탈구 현상으로 인해 반복되는 재부상이 일어나고, 그럴 때 마다 반월상 연골판, 관절 연골 등에 추가로 손상이 발생하여, 수 개월, 수 년 후 악화된 상태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전형적인 만성 경과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기전에 의해서 무릎을 다쳤을 때에는, 비교적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반드시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가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 응급 처치
인대 손상은 관절이 완전히 빠져서(탈구) 혈관 손상을 일으킨 경우만 아니라면 위급한 응급 상황은 아닙니다. 일단 간단한 스플린트나 보조기 등으로 상식적인 응급 처치를 한 다음, 정형외과 의사와 약속을 하여 병원을 방문하면 됩니다.
전방십자인대 손상 후의 응급 처치는 일반 응급 처치 원칙을 따르는데, 이를 'RICE' 혹은 'PRICED'라고 부릅니다. Protection(보호), Rest(휴식), Ice(냉 찜질), Compression(압박), Elevation(거상, 올리고 있기), Drug(투약) 등의 앞 글자만 따서 만든 용어입니다. 즉,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쉬고, 얼음 찜질 하고, 압박 붕대 감고, 다리를 올리고 있는 등의 처치를 통해, 손상 부위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행위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냉 찜질은 20~30분 정도 지속합니다. 1-2일 경과하여 붓기가 안정되고 나면 따뜻한 찜질로 바꾸는 것이 낫습니다.
- 압박 붕대를 너무 세게 감는 것은 순환을 방해하므로 좋지 않습니다.
- 약은 일반적인 소염진통제를 드시면 됩니다.
= 누구를 찾아가야 하느냐?
스포츠 부상이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초기 진단입니다. 특히 전방십자인대 손상과 같이 수술의 가능성이 높은 부상의 경우에는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입니다. 이 판단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첫 단추를 잘 못 잠근 옷과 같이 연쇄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부상은 대부분 주요 관절의 인대, 연골 부상과 골절 등이며, 따라서 스포츠 부상 환자의 일차 진료는 반드시 주요 관절에 대한 관절경 수술 및 골절 치료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집도의의 손을 거쳐야 합니다. 외국의 유명 스포츠 의학 전문 병원은 모두 수술 전문의 정형외과를 주축으로 돌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 한의사, 약사 등으로 대변되는 국내의 다원화 의료 시스템에서는 동일한 스포츠 부상 환자에 대해서 각기 다른 처방이 내려지기 일쑤입니다. 평생 스포츠 부상 환자를 치료해 온 집도의의 수술 결정을 간단히 무시해 버리고, 눈 앞의 편안함을 위해서 원시적인 증상 처방을 따라가는 것이 국내의 현실입니다.
= 병원에서 겪는 일
스포츠 부상의 진단은 환자가 호소하는 병력과 의사가 손으로 만져 보는 진찰 소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무릎 인대 손상의 경우는 이 과정에서 수술 여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결정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환자는 의사에게 다친 경위, 부상 후 겪은 증상, 현재 문제점 등을 자세히 이야기 해야 합니다. X-ray, MRI 등의 진단 기기는 뼈, 연골 손상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한 보조 도구입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환자의 병력을 잘 듣지 않거나, 부상 부위를 만져보지도 않은 채 MRI 만 보고 진단 내리는 의사는 좀 경솔한 분으로 판단하셔도 틀리지 않습니다.
진찰 후 여러 가지 처방이 내려지게 됩니다.
부상 후의 관절 안에는 피가 고이게 되므로 이 피를 주사기로 뽑는 조작을 합니다. 그리고 진찰 할 때 관절을 흔들어 보느라 의사가 좀 아프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후 인대 손상 부위와 정도, 동반 구조물 들의 손상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하여 X-ray, MRI 등의 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MRI는 예약이 필요한 검사이므로 당일 즉시 시행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하자는 대로 따르고 같이 보시면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보조기(brace)나 요즘은 잘 안 쓰지만 부목(splint), 석고(cast) 등으로 고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의사들 마다 차이가 많습니다만, 장기간의 고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전방십자인대 단독 손상일 경우에는 관절을 고정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보조기 뿐 아니라 가능하면 목발도 단 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소염 진통제를 처방 받게 됩니다. 주는 대로 드시면 됩니다. 이때 평소에 위장 장애가 심하거나 약(피린계 등)에 알러지가 있는 분, 임신 가능성이 있는 분들은 의사에게 꼭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진단 절차와 처방을 받은 다음 앞으로 겪어야 할 일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 수술 여부의 결정
부상 후 환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역시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의 결정입니다.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졌다고 해서 모두 수술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 들이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병력
: 만성 환자의 경우 자주 ‘무릎이 빠지는 느낌’이 들거나, 반복되는 재 부상에 의해 물이 차는 현상이 생기면 수술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무릎의 전방 전위 정도
: 진찰 상 반대편에 비해 무릎이 앞으로 많이 빠지고, 돌아가는 현상이 있으면 수술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동반 손상 여부
: 내/외측 측부 인대, 반월상 연골판 등이 같이 다쳤으면 수술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손상 부위
: 견열 골절(인대가 뼈를 물고 떨어지는 경우)의 경우는 골절 부위를 고정하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 나이와 활동력
: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젊고 활동적인 사람일 수록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쉬시는 할머니께서 인대가 끊어졌다고 무조건 수술하지 않는 반면, 도약/착지, 방향 전환, 가속/감속 행위가 반복되는 성향의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때 무릎에 대한 위험도를 고려하여 운동 행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Level I (high risk activity)
- 도약/착지, 방향 전환, 가속/감속이 많고, 고르지 않은 바닥에서 하고, 예측 불가한 동작이 많이 일어나는 운동
: 스키(고 난이도 동작), 농구, 축구, 배구, 미식 축구 등
Level II (medium risk activity)
- 방향 전환 동작이 들어가지만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주로 일어나는 경우.
: 스키(중간 난이도 동작), 테니스, 라켓볼, 골프 등
Level III (low risk activity)
: 자전거, 수영, 기구 웨이트 트레이닝, 계단 오르기, 노 젓기 등
결국 도약/착지(jumping/landing), 방향 전환(pivoting/cutting), 가속/감속, 고르지 않은 바닥 등이 전방십자인대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며, 이런 위험을 내포한 level I, II 수준의 운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람은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해야 할 일 (수술 전 재활)
의사들 마다 경향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방십자인대 수술이라는 것은 끊어진 인대를 이어주는 ‘봉합술(repair)’이 아니라, 대체 인대로 재건하는 '재건술(reconstruction)'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인대의 재건수술은 일부러 좀 늦추어 수술을 합니다. 부상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염증이 줄어들어, 관절이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것이 경과가 더 좋기 때문입니다. 너무 급하게 수술을 서두르는 경우, 수술 후 관절 유착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데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그냥 누워서 쉬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인 재활 훈련을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은 수술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재활 운동은 다친 순간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경과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 부분에서 의사들의 처방에 차이가 많고 설명을 소홀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기 재활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장기간 기브스 고정을 시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각자가 좀 공부를 하셔서 독하다 싶을 정도로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내용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환자의 상황에 따라 변화시켜야 합니다.
코리아 정형외과/코리아 스포츠메디슨 센터에서는 인대 손상 후 재활 프로그램을 5 단계로 나눕니다. 시기적 차이는 있지만 수술을 하던 안 하던 간에 모두 겪어야 하는 과정입니다.
Phase 0 : Preoperative phase(수술 준비 시기)
phase I : Anti-inflammatory phase(염증 회복 시기)
phase II : Protective strengthening phase(소극적 근력 강화 시기)
phase III : Advanced strengthening phase(적극적 근력 강화 시기)
phase IV : Functional strengthening phase(기능 강화 시기)
Phase 0 : Preoperative phase(수술 준비 시기)
: 수상 후 약 2~3 주
부상 초기에 통증, 부종 등의 염증 반응을 겪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치료 목표는 염증 반응을 자연스럽게 가라 앉히고, 그 과정에서 굳을 수 있는 관절 운동 범위를 회복하고, 근력 소실을 막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다친 직후부터 관절 운동 범위 및 근력 강화 운동을 시작합니다. 무릎 관절 안에 혈액 및 삼출액 등이 고여있어서 불편하지만, 적극적인 근력 운동은 혈액 순환을 유도하여 부종도 더 빨리 없어집니다.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운동을 시키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수술 후 벌어지는 복잡한 재활 운동을 미리 예행 연습하는 것입니다.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해당되는 재활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정확한 운동 자세입니다. 하지만 평소 이런 종류의 운동에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이 수술 후 어려운 상황에서 갑자기 정확한 자세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수술 전부터 동작에 익숙해진 사람은 훨씬 자연스럽게 수술 후 재활 운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수술 전 까지 해결 해야 할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완전 운동 범위 회복
- 부종의 소실
- 근력 유지
- 수술 후 재활 운동 동작 습득
(일반 지침)
- 일반적인 "RICE : Rest(휴식), Ice(냉찜질), Compression(압박), Elevation(거상)" 치료가 시행됩니다.
- 얼음 찜질은 약 20분 정도 틈나는 대로 하면 되겠습니다. 붓기가 가라앉기 시작할 때(1~2일 정도) 그만 두면 되겠습니다.
- 앉아서 쉬거나 잘 때, 무릎을 편 상태로 발목 밑에 베게 등을 받쳐서 약간 올린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전방십자 단독 손상의 경우 보조기는 필요 없습니다. 측부인대 동반손상이 있으면 측부인대의 치료 방침에 따릅니다.
- 두 개의 크러치를 사용하여 무릎을 편 상태에서 체중을 최대한 딛고 걷습니다. 크러치는 가능한 빨리 제거하고 정상 보행을 연습합니다. 일반적으로 1주일 전후에 가능해집니다.
- 소염 진통제가 처방 됩니다. 필요에 따라 의사와 상의 하에 중단하면 됩니다.
(운동 지침)
(1) 운동 범위 증진 운동 및 스트레칭
부상 직후부터 다친 무릎에 대해서 자신의 힘으로 관절 운동을 시작합니다(active ROM exercise). 측부 인대의 동반 손상이 있을 때에는 측부인대의 재활 스케줄에 따릅니다. 방법은 일반적인 스트레칭의 원리와 동일합니다. 천천히 반동 없이 자신의 근력을 이용하여 무릎을 구부렸다가 펴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무릎 뿐 아니라 전신 스트레칭을 같이 시행합니다.
(2) 등척성 운동(Isometric Exercise)
QSE(quadriceps setting exercise)라는 운동입니다. 하루에 2-3 차례 시행합니다(식사 후 한 차례씩 하면 잊지 않고 하기 쉽습니다). 조기 재활 시스템이 안 되어있는 병원도 이 정도는 중요하다고 가르쳐 줍니다. 누워서 무릎을 펴고 다리를 바닥에서 15cm 정도 들어올립니다. 발목을 머리쪽으로 젖혀 근육에 힘을 주어 짜내듯이 10초간 유지한 후 내립니다. 반대쪽도 번갈아 50회 정도 시행합니다. 너무 가볍게 느껴지면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감아서 저항을 증가 시킵니다.
(3) 등장성 운동(Isotonic Exercise)
모든 종류의 등장성 웨이트 트레이닝을 부상 직후부터 시작합니다. 전신을 목표로 하되 날짜에 따라 하체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으로 구성합니다. 상체 및 몸통에 대한 운동 프로그램을 동시에 시행하여 전반적인 운동 능력을 유지합니다.
처음에는 무릎의 운동 범위가 제한 되어있고 통증이 있으므로, 누워서 맨 다리로, 혹은 모래 주머니, 고무줄 등의 가벼운 저항으로 가능한 운동을 시행합니다. 이어 점차 체중을 딛고 자연스러운 보행이 가능해지면서 스쿼트, 레그 프레스 등의 '폐쇄사슬형 운동(Closed Kinetic Chain Exercise: CKC)' 및 ‘폐쇄사슬 운동’ 및 레그 익스텐션, 레그 컬 등의 ‘개방사슬형 운동(Open Kinetic Chain Exercise: OKC)’을 추가합니다.
다음과 같은 운동이 포함됩니다.
- squat
- leg press
- leg extension/curl
- calf raise
- ankle pump (dorsiflexion/plantarflexion)
- multi-hip exercise
- trunk stabilization exercise
- 모든 상체 운동
(4) 유산소운동(Aerobic Exercise)
부상 직후부터 UBE(Upper Body Ergometer) 등의 기계를 이용하여 유산소 운동을 시행합니다. 붓기가 빠지고 관절 운동 범위가 회복되면, 걷기, 자전거, 스테퍼 등의 운동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과정은 진행 속도에 있어 사람 마다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적극적으로 수술 전 재활 운동을 시행하는 경우, 부상 후 2~3주 정도면 수술이 가능한 무릎 상태가 만들어집니다. 가벼운 달리기 및 점프가 가능해지고, 웨이트 트레이닝 동작을 포함한 대부분의 운동 동작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상 후 발생하는 신체 대사의 '이화 상태'(catabolic state)를 '동화 상태'(anabolic state)로 전환시켜 자신의 치유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수술 전 재활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의미입니다. 이때 환자는 ‘꼭 수술을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상태가 됩니다. 최종적으로 의사의 진찰을 통해 무릎 상태를 확인한 다음, 수술 전 검사를 시행하고 수술 날짜를 잡습니다.
=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의사들 마다 경향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방십자인대 수술이라는 것은 끊어진 인대를 대체 인대로 재건하는 '인대 재건술(reconstruction)'을 이야기합니다. 과거에는 인대를 봉합하는 수술도 했지만 장기적인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요즘은 대부분 재건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많이 하고는 있지만 역시 고 난이도의 수술에 속하는 기술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은 수술 시 사용하는 이식건의 재료와 고정 방법에 관련된 문제들입니다. 현재 주로 사용하는 이식건의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가건(autogenous graft)
: 자신의 힘줄을 떼어서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어떤 종류의 이식건을 사용하던 간에 비슷한 성공률을 보이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방법이던 상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식건의 선택은 집도의의 경향과 환자의 선호도 등을 절충하여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평가하는 수술 결과라는 것이, 증상, 무릎이 흔들리는 정도, 환자의 일상 생활 및 운동으로의 적응도 등을 기준으로 삼는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운동 능력의 차이라는 것은 사실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원래 즐기던 운동으로 복귀했느냐 정도를 보는 것이죠. 하지만 운동 선수들이나 운동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극한 상황에서 부상을 입지 않고 견뎌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운동 선수들에게는 더 강력하고, 더 자기 조직화 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코리아 정형외과/코리아 스포츠 메디슨 센터에서는 젊고, 활동적인 경향의 환자와 운동 선수들에게는 ‘자가 슬개골건’을 금속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정통적인 수술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수술 후 재활
수술 후 재활은 4 단계로 구성됩니다.
Phase I : Anti-inflammatory phase(염증 회복 시기)
Phase II : Protective strengthening phase(소극적 근력 강화 시기)
Phase III : Advanced strengthening phase(적극적 근력 강화 시기)
Phase IV : Functional conditioning phase(기능 강화 시기)
Phase I : Anti-inflammatory phase(염증 회복 시기)
: 수술 후 약 1~2주
수술 후 통증, 부종 등의 염증 반응을 겪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치료 목표는 염증 반응을 자연스럽게 가라 앉히고, 그 과정에서 굳을 수 있는 관절 운동 범위를 회복하고, 근력 소실을 막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수술 직후부터 관절 운동 범위 및 근력 강화 운동을 시작합니다. 무릎 관절 안에 혈액 및 삼출액 등이 고여있어서 불편하지만, 적극적인 근력 운동은 혈액 순환을 유도하여 부종도 더 빨리 없어집니다.
(일반 지침)
- 일반적인 "RICE : Rest(휴식), Ice(냉찜질), Compression(압박), Elevation(거상)" 치료가 시행됩니다.
- 얼음 찜질은 약 20분 정도 틈나는 대로 하면 되겠습니다. 붓기가 가라앉기 시작할 때(1~2일 정도) 그만 두면 되겠습니다.
- 앉아서 쉬거나 잘 때, 무릎을 편 상태로 발목 밑에 베게 등을 받쳐서 약간 올린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두 개의 크러치를 사용한 상태에서 무릎을 편 상태에서 체중을 가능한 싣고 걷습니다. 크러치는 가능한 빨리 제거하고 정상 보행을 연습합니다. 일반적으로 2주일 이내에 가능해집니다.
- 보조기 착용 여부는 의사들 마다 의견 차이가 많습니다만, 과거 일률적으로 처방하던 ‘운동제한 보조기(LMB)’의 의미가 점점 축소되어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코리아 정형외과/스포츠메디슨 센터의 조기재활 프로그램에서는 전방십자 단독 손상의 경우, 처음부터 아예 보조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 항생제 및 소염 진통제가 처방 됩니다. 필요에 따라 의사와 상의 하에 중단 여부를 결정하면 됩니다.
- 수액 및 주사제 투여가 중단되면(일반적으로 1주일 이내), 상처 부위를 보호한 상태에서 샤워가 가능합니다.
(운동 지침)
(1) 운동 범위 증진 운동 및 스트레칭
수술 직후부터 다친 무릎에 대해서 관절 운동을 시작합니다. 방법은 일반적인 스트레칭의 원리와 동일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근력을 이용하여 천천히 반동 없이 무릎을 구부렸다가 펴는 동작을 반복합니다(active ROM exercise). 좀 더 적극적으로 중력을 이용하여 무릎을 구부리는 방법(hanging knee flexion)도 사용합니다. 벽에 발을 붙이고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신전 동작으로는 발목에 베게를 받치고 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무릎 뿐 아니라 전신 스트레칭을 같이 시행합니다.
(2) 등척성 운동(Isometric Exercise)
QSE를 하루에 2-3 차례 시행합니다.
(3) 등장성 운동(Isotonic Exercise)
모든 종류의 등장성 웨이트 트레이닝을 부상 직후부터 시작합니다. 전신을 목표로 하되 날짜에 따라 하체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으로 구성합니다. 상체 및 몸통에 대한 운동 프로그램을 동시에 시행하여 전반적인 운동 능력을 유지합니다.
처음에는 무릎의 운동 범위가 제한 되어있고 통증이 있으므로, 누워서 맨 다리로, 혹은 모래 주머니, 고무줄 등의 가벼운 저항으로 가능한 운동을 시행합니다.
다음과 같은 운동이 포함됩니다.
- ankle pump(dorsiflexion/plantarflexion)
- multi-hip exercise
- trunk stabilization exercise
- 모든 상체 운동
(4) 유산소운동(Aerobic Exercise)
수술 직후부터 UBE(Upper Body Ergometer)를 이용하여 유산소 운동을 시행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술 후 염증 반응이 소실되면서 붓기가 천천히 줄고 무릎 안의 삼출액이 없어집니다. 완전 운동 범위가 돌아오고 보행이 자연스러워지면서 크러치가 필요 없게 됩니다. 가능한 빨리 크러치 사용을 중단하고 정상 보행을 시작합니다. 통상 2주 정도에 가능해집니다. 2주가 되는 날 봉합사를 제거합니다.
Phase II : Protective strengthening phase(소극적 근력 강화 시기)
: 수술 후 약 2~4주
재활 운동을 적극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에는 근육이 약해지는 ‘불용성 위축 현상’을 겪습니다. 하물며 기브스 고정을 하거나 아무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 불과 1~2주 사이에도 허벅지 굵기가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수술 초기에 급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수술 전 후 1달의 기간이 조기 재활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복귀 시기, 최종 결과, 합병증 발생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 시기는 완전 운동 범위가 돌아오고 정상 보행이 가능해진 상태에서, 근력을 회복해 나가는 기간입니다. 절제된 동작으로 시행하는 ‘저항 훈련(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됩니다. 어느 정도 근력이 확보된 다음, 일상 생활 및 운동 상황과 비슷한 ‘기능형 운동(functional exercise)’들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운동 자세를 유지하는 일입니다. 실험 결과 및 운동 전문가들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어떤 운동이든지 엄격한 자세에서만 시행된다면 시기와 상관 없이 이식한 인대의 재생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는 건강한 상태에서도 익히기가 쉽지 않은 재활 운동을, 수술을 받은 환자가 혼자서 안전한 자세로 시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하체 운동의 핵심인 ‘스쿼트(squat)’ 동작만 하더라도 제대로 자세를 배우려면 수 주일이 걸립니다. 더구나 재활 운동 중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여 예측 못한 일들이 다양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공식화된 프로그램이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운동 자세와 강도에 대한 세심한 지도 없이, 글로 쓰인 운동 처방전만 제공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매일 환자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프로그램을 변경시켜야 하는 작업이므로, 집도의와 트레이너가 옆에서 계속 지켜보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수술 전문 정형외과와 재활 전문 체육관이 동일한 장소에 있는 시스템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반 지침)
- 크러치, 보조기 없이 정상 보행 및 일상 생활이 모두 가능합니다.
- 계단, 언덕 오르내리기가 가능합니다.
- 힘든 노동 이외에는 업무 수행이 가능하므로 직장으로의 복귀가 가능합니다.
- 단기간의 소염제 이외에는 투약이 중단됩니다.
- 고강도 근력 훈련을 위한 영양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운동 지침)
(1) 운동 범위 증진 운동과 스트레칭
완전 운동 범위를 얻기 위한 무릎의 스트레칭을 지속적으로 시행합니다. 전신 스트레칭을 같이 시행합니다.
(2) 유산소 운동
무릎의 굴곡 범위가 90도를 넘어서고, 기본적인 근력이 회복되어 다리의 컨트롤이 가능해지면 고정자전거를 타기 시작합니다. 10분부터 시작하여 시간을 늘여갑니다. UBE와 번갈아 가며 유산소 운동을 시행합니다. 상황을 보아가면서 스테퍼, 엘립티칼 머신, 트레드밀을 이용한 빠르게 걷기 등을 추가합니다.
(3) 등척성 운동
등척성 운동은 초기 재활과정에 적응하고 나면 효과가 줄어듭니다. 대부분의 운동을 등장성 운동으로 전환합니다.
(4) 등장성 운동
스쿼트, 레그 프레스 등의 '폐쇄사슬형 운동(Closed Kinetic Chain Exercise: CKC)' 위주의 하체 운동 프로그램이 시작 됩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저항으로 기본 자세를 익히는데 치중한 다음 천천히 저항을 증가시켜 나갑니다. 이어 레그 익스텐션, 레그 컬 등의 '개방사슬형 운동(Open Kinetic Chain Exercise: OKC)'을 섞은 다양한 등장성 운동이 추가 됩니다. 상체 및 몸통에 대한 운동 프로그램을 동시에 시행하여 전반적인 운동 능력을 증진 시킵니다.
‘개방사슬형 운동’의 시작 시기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개방사슬형 운동을 ‘나쁜 운동’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폐쇄사슬형 운동과는 다른 면에서 근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운동이며, 시행하는 테크닉에 따라 영향이 달라집니다. 코리아 정형외과/코리아 스포츠메디슨 센터의 조기 재활 프로그램에서는 개방사슬형 운동을 변형시켜 조기에 시작합니다.
등장성 운동 프로그램:
- squat
- leg press
- leg extension/curl
- calf raise
- ankle pump (dorsiflexion/plantarflexion)
- multi-hip exercise
- trunk stabilization exercise
- 모든 상체 운동
(5) 기능형 운동
가벼운 직선 달리기, 트램폴린, 에어백을 이용한 밸런스 운동 등을 시작합니다.
Phase III : Advanced strengthening phase(적극적 근력 강화 시기)
: 수술 후 약 4주~8주
기본적인 근력이 회복 된 상태에서, 근 지구력, 심폐 지구력, 파워, 민첩성, 균형력, 협응력 등의 기능을 고루 향상시켜 나가는 시기입니다. 기능 향상 수준에 따라, 원하는 종목에 대비한 '종목별 운동(sports specific exercise)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손상을 받은 인대를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분은 부상 전 보다 향상된 기능을 얻게 됩니다.
(일반 지침)
- 팀에 재활 프로그램을 위한 체육관과 트레이너가 확보되어 있는 상황이면, 팀으로 복귀하여 재활을 진행합니다.
(운동 지침)
(1) 스트레칭
전신 스트레칭을 지속합니다.
(2) 유산소 운동
각종 유산소 운동의 지속 시간을 증가시켜 나갑니다.
(3) 저항 운동
등장성 훈련 강도를 높여 최대 근력 발휘를 유도함으로써 본격적인 근 매스 및 근력의 발달을 이루는 시기입니다. Biodex 등의 등속성 운동 기구를 이용하여 등속성 근력 운동을 시행하고 측정합니다. 부위별 스플릿, 서킷 트레이닝 등으로 훈련을 다양화 시켜 지속적인 근육 발달을 유도합니다. 각종 고강도 프로그램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4)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
지구력 증진을 위한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행합니다.
(5) 기능형 운동(functional training)
종목별 특성에 맞춘 각종 기능형 운동들이 다양하게 시행됩니다.
- 플라이오메트릭(plyometrics): 박스, 메디슨 볼 등을 이용
- 균형력/협응력 운동(balance/coordination exercise): 트렘폴린, 에어백 등 이용
- 스피드/순발력/민첩성 운동(speed/agility/quickness exercise): 사다리, 콘 등 이용
(5) 종목별 운동(sports specific exercise)
목표하는 종목의 기본 동작부터 시작합니다.
Phase IV : Functional conditioning phase(기능 강화 시기)
: 수술 후 약 8주~12주
운동으로 완전 복귀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기존에 해 오던 고강도 근육 트레이닝을 지속하면서, 해당 운동 동작을 연습합니다. 구기 종목 선수는 드리블, 슈팅 연습을, 야구 선수는 던지기 연습을, 스키 선수는 스킹 동작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구를 이용하여 연습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부상 부위는 부상 전 상태로, 나머지 부위는 부상 전 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나갑니다.
최종적으로는 재 부상 방지를 위한 교육을 시행합니다. 각 종목별로 부상 예방에 대한 검증된 자료를 몸과 머리로 익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재부상에 대비합니다.
이런 마무리 과정을 거친 후에 완전히 운동으로 복귀합니다. 개인 차가 있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술 후 4개월~6개월 정도의 시기가 됩니다.
= 최종 결과
수술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원래 하던 운동을 다시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밝은 면을 보자면, 지금까지 수 많은 운동 선수들이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고, 그 중 대부분이 위와 같은 과정을 겪은 후에는 운동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는 것입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도 여러 명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아무리 치료가 잘되었다고 하더라도, 원래 끊어지기 전 자신의 인대와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수술 전과 다름 없는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들에게 물어 보아도, 역시 ‘다치기 전 만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모든 운동 행위는 ‘원초적 위험성(inherent risk)’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치는 것이 두려우면 운동을 안 하는 도리밖에는 없습니다. 부상 예방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부상이 일어났다면 최선의 치료를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전방십자인대 손상을 당한 환자 분들은 위의 모범적인 경우를 생각하며 '수술한 다음 금메달도 따는 운동 선수들도 있는데, 즐기는 운동 정도 못 할 리가 있나.'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시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얻어지리라 믿습니다.
Copywright (c) KOREA ORTHOPAEDIC CLINIC/KOREA SPORTS MEDICINE CENTER,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