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엄원태
조락의 계절 돌아오니 다람쥐들 가을농사가 한껏 바빠진다. 꿀밤전쟁이 시작되었다. 숲 그늘에 발밑만 묵묵히 내려다보며 어슬렁거리는 사색가들 자주 출몰하는 한 시절이다. 덩치 큰 아줌마가 머리통만한 돌로 옆구리를 내지르는 바람에, 상수리나무는 진저리치며 자식 같은 도토리를 우수수 내어준다.
갈걷이 끝난 자드락밭에 고춧대가 아직 이파리를 달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가을배추와 무청의 무성한 잎들과는 생기부터 다르다. 초로의 사내가 휘적휘적 밭고랑을 지나가며 무를 솎아내고 있다. 오십대를 지나노라면 생을 다 산 느낌 문득 든다더니, 가을산도 힘겹게 중년을 넘기는 중이었다.
산길 입구 휴게식당엔 공작과 금계 한쌍이 철망 우리에 산다. 새들의 불우(不遇)란 시멘트바닥 탓에 흙목욕을 못하는 것만은 아닐 테다. 수공작이 한번씩 목관악기 소리로 크게 울며 제 처지를 한탄하는데, 금계는 그마저 기죽은 듯 구석으로 맴돌며 서성댄다. 기슭까지 단풍 들고나면, 밤 추위 혹독한 겨울이 멀지 않았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고 추위가 느껴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기조심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