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격려해 주려고 그러는 건 알아....
그치만 지금은 별로 반갑지 않다.
오히려 동정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내키지가 않아.
" 역시...제로스님의 말이 신경쓰이는 거군요 "
" 응..... "
아무래도...
아니...난 지금 틀림없이 그런 것 같았다.
신경을 안쓸레야 안쓸 수가 없었다.
가우리가 저렇게 누워있는것만 보면...자꾸만 흔들리고 또 흔들리니...
혼란 스러울 수 밖에....
" 신경쓰지 마세요...마족이 하는 말 따윈 들을 필요조차 없다구요 "
나도...
그러고 싶어...
할수만 있다면...듣고싶지 않아.
" 부정할 수가 없는걸....전부 맞는 얘기니까...부정할 수가 없어...사실이니까... "
난 옆에 있던 작은 돌멩이를 주워 호숫가에 던졌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나약해 진걸까....
동료라는걸 만나고 나서 부터일까?
내가 너무 남에게만 의존하려고 해서 그런걸까?
" 전...리나언니가 늘 부러웠어요 "
" 응? "
" 강한 리나언니가 부러웠죠...리나언니도...가우리 오빠도, 제르가디스 오빠도 모두 날이 갈 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저만 강해지지 않은 것 같아서 무섭기도 했어요... "
그렇게 말하는 아멜리아의 눈빛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
당장에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눈빛.
슬픔에 젖은 그런 눈빛이였다.
" 그랬구나...난 전혀 몰랐어 "
늘 웃고 있는 아이기에....
언제나 씩씩하고 활달한 아이기에
전혀 몰랐는지도 모른다.
그 마음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두려운 마음을...
"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우리 언니가 그랬대요...동료라는 건 서로 싸우고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믿음이 단단
해 지는 거라구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우리 오빠나 제르가디스 오빠나 늘 리나언니와 자주 충돌하지만 리나
언니는 벌써 그들을 믿는 마음이 강해졌잖아요 "
" 그걸...어떻게 알아? "
" 전 승려라구요...그런 것 쯤은 한눈에 알 수 있다구요 "
자신감에 차 보이는 아멜리아의 표정.
저런 건 늘 보는 거지만 오늘은 왠지 저러고 있는 아멜리아가 대견하고 멋져 보였다.
" 옛말에도 있잖아요...이 땅에 태어난 모든 것들은 살기위해 존재하는 거라구요....리나언니도 살기 위해서 그랬던
것 뿐이예요...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모든 일은 마족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서 생긴 일이잖아요...지금도 생각하면
분해서 잠이 안온다구요 "
정말로 분했는지 그녀는 두 손을 불끈 쥐고 권투시늉을 해 보였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것들은 살기 위해 존재한다...라....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라고....
그 때 언니가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이젠 어느정도 그 때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고맙다 아멜리아...이제 좀 나아졌어 "
" 우릴 얕본 제로스님한테 따끔한 맛을 보여주는 거예요!!! "
" ....그래....다음에 나타나면 정말 혼찌검을 내줄거야!! "
" 아? 리나언니 웃었다!! "
" 내...내가 뭘!! "
그렇게 아멜리아와 내가 대화가 오가는 사이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붉은 노을로 호숫빛이 붉게 물들었다.
이런 풍경....
다시 볼 수 있을까?
" 리나언니는 노을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
" 하핫....그래? "
나와 아멜리아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간 것 같은데
우리가 얘기한 것은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진다.
노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 동안 성숙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와 처음 만났을 때의 아멜리아는
철부지 공주님에 어린 아이였는데.....
어느 새 여행하는 사이 이렇게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렸다.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 이런 리나언니 모습을 본건 처음이네요....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는데... "
" 나도...아멜리아가 이런 진지한 면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는데? "
" 네엣? 너무해요 언니!!! "
" 그러니까~~~~평소에 행실을 제대로 하라구.... "
웃는 사이
제로스에 대한 생각도
그가 말했던 그 한 마디 한 마디도 어느 새 사라지고 없었다.
동료라는건 이런 것인가?
동료가 이렇게 고마웠던 적은 없었다.
그치만...
나보다 어린 아이한테 위로를 받는 격이라니....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내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 전 리나 언니와 동행하는데 전혀 후회하지 않다고 생각해요...그건 가우리 오빠나 제르가디스 오빠도 마찬가지구
요....왜그런 줄 아세요? "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
어째서 그들은 자기들이 위험해 질거라는거 뻔히 알면서도 나와 같이 가는 걸까....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난 웃고있는 아멜리아를 향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쿡...바보... "
" 뭐어? 아멜리아!!! "
" 믿고 있기 때문이예요...동료로서...친구로서.... "
확신에 가득 찬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한 표정.
날....믿고 있기에 동행하고 있다고?
" 우린 리나언니를 믿고 있어요...옛날에도 그렇고...앞으로두요....언니는요? "
나...난...
너희를 믿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제일 가까이 있으면서.....
항상 곁에 있는데
난 너희들을 믿지 못했는지도 몰라.....
" ....... "
모르겠어.
겉 다르고 속 다른 나로선....지금은....
너희들을 속이고 있는지도 몰라.
훗...비겁하지?
" 중요한건 믿음이예요....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거예요...저도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거구요 "
" 풋...뭐야....꼬맹이가 날 설교하려 드는거야? "
" 이건 설교가 아니라 충고라구요 충고!!! "
" 그래 알았어....잘 받아 새겨들으면 되는거지? "
옳은 일엔 신념을 가지고.....
듣고 보니 그 것도 맞는 말이야.
지금까지 내가 그래왔던 것 처럼 옳은 일엔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거야.
후회하지 않도록....
고맙다.
아멜리아....
2. 또 다른 자아
- 이리 와....
칠흑같은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속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넌 누구지?
누군데 날 부르고 있는거지?
[ 터벅 터벅 ]
저절로 발길이 이끌려져.
난 가고싶지 않은데........
왠지 가면 안된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서 가기 싫은데
발은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 너라면 꺼내줄 수 있어....난 바깥으로 다시 나가고 싶다구
붉은 머리카락
나보다는 조금 진하지만 붉은 눈동자.
모습까지도 나와 똑같았다.
그치만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차가운 시선.
오싹할 정도의 기분나쁜 느낌.
그러나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 넌....누구지....? "
- 그건...곧 알게 될 거야....이제 멀지 않았어....널 차지하게 되는 날이....
누구지.....?
내 모습을 하고 있는 형상은 점점 흐릿하게 변하더니 뭔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초면이 아닌 사이.
- 이제...곧...때는 온다....리나 인버스
" 안돼!!!!! "
기분나쁜 꿈.
난 악몽에서 깨어나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이마에 맺혔던 땀이 내 볼을 타고 떨어졌다.
뭐지....?
그 꿈은.......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거지?
" 리나!!! 무슨 일이야!!! "
내 비명소리에 놀란 가우리가 옆방에서 내 방으로 뛰쳐들어왔다.
" 왜그래...가위에라도 눌린거야? 얼굴이 창백해 "
" 아니야...기분 나쁜 꿈을 꿔서 그래... "
그래...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기분나쁜 꿈이야.
다시는 꾸고싶지 않을 악몽.
그치만 진짜 그 목소리를 들은 듯 내 귓가엔 그 목소리가 아직도 맴돌고 있었다.
" 붕대 갈아야 하잖아...이리 와, 내가 갈아줄게 "
" 매번 미안해... "
난 옆에 있던 구급약 상자에서 붕대 두개를 꺼내 들었다.
병원에서 퇴원을 하긴 했지만 아직은 붕대처리를 해야 한다면서 아침이 되면 새 붕대를 꼭 갈아주라고 하던 의사선생
님의 당부가 있었다.
그래서 완치 될 때 까지 내가 가우리의 붕대를 매번 갈아주고 있는 것이다.
제로스에게서 받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정도 진전된 곳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 무슨 걱정거리 있어? "
" 뭐? "
" 아니....그냥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서... "
" 갑자기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가우리 네 몸에나 신경 쓰라구 "
[ 짜악 ]
내가 손바닥으로 그의 맨살의 등을 내리치자 고통스러운 듯 내 방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사내녀석이 그정도로 엄살은.....
" 너!!! 환자한테 이래도 되는거야? "
" 그렇게 화낼 정도라면 이제 다 나았나 보네 뭘... "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그래
그렇게 화낼 정도라면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지금 남아있는 상처도 어느정도 완치가 되어 있다는 소리니까......
[ 오싹 ]
갑자기 등 뒤에서 밀려오는 살기.
오싹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하아....
악몽을 꾸고 나니까 신경까지 날카로워 진건가....
도리도리.
그런 기분나쁜 꿈 생각은 접고 난 로브와 망토, 내 검을 챙겨들고 식당으로 나갔다.
" 좋은 아침~~~~ "
라르테그 왕국까지 앞으로 일주일 넘짓 남았다.
가우리의 예상외의 부상에 늦춰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상당히 빨리 도착하는 편이였다.
실피르가 일러준 길 대로 가지 않았으면 지금 쯤 어떻게 됬을지 안봐도 눈에 선하다.
라르테그 왕국을 지나 가는 길이 한달이 걸린다면 빙 돌아가는 방법은 4달이 걸려도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 제르는? "
" 아~~~~이 근처 도서관에 갔다온다고 했어요...우리 먼저 아침 먹으라는데요? "
저 녀석은 일어나자 마자 또 도서관으로 직행한 것이다.
악착같은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제르.
제르는 매번 저렇게 우리보다 일찍 일어나 부근의 도서관에 다녀오곤 한다.
아마 자신의 몸을 고치기 위한 방법이 적혀있는 책을 찾기 위해서겠지......
지금이 9시 정도 되니까 제르는 30분 후에나 도착할 것 같다.
이 것도 오랫동안 함께 있기에 어림짐작 할 수 있지
안그러면 다른 사람들 한테는 인내심 테스트로 제격일 것이다.
" 이젠 포기할 때도 됬을텐데.... "
나하고 만나기 이 전 부터도 제르는 레조의 수하에 있긴 했지만 몸을 고칠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예전에 말해 준 기억이 있었다.
나랑 동행한 후로도 그렇게 악착같이 몸을 원래대로 만들 방법을 찾더니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도 찾고있는 중이 아닌가.
이제 포기하고 삶을 즐길 때가 됬는데 말이다.
하핫...물론 그 골렘의 몸으로 삶을 즐긴다는건 무리겠지?
[ 투둑 투둑 ]
" 어? "
창 밖의 요상한 소리에 가우리가 밖을 내다 보았다.
[ 쏴아아아아아 ]
" 으아아앗!!! 비잖아!!! "
창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던 가우리는 머리만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되어 있었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지금 가우리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죽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 처럼 보이기도 하고 환자 같아 보이기도 하고
" 가우리 오빠 너무 웃겨요~~~~~ "
그 모습에 아멜리아도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 우쒸...아침부터 왠 비람....가서 머리 좀 말리고 올게 "
[ 쿠르르릉 ]
" 갑자기 천둥까지...오늘 날씨가 정말 왜이러죠? "
좀 후에 번개까지 치기 시작했다.
안좋은 날씨.
뭔가 불길한 일이 있을 징조라는 듯 하늘은 심하게 울리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있는 중에도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하마터면 가우리에게 내 음식 모두 빼앗길 뻔했다.
문득 떠오른 오늘 아침 꿈.
그러나 곧 그 일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꿈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니까...신경쓸 필요가 없다.
" 날씨가 요란하군.... "
그 때 마침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온 제르가디스가 비에 젖은 옷을 보며 투덜거렸다.
그의 말 대로.
날씨가 오늘은 정말 요란하다.
여름이라 그러는 탓도 있겠지만....
이렇게 요란스럽게 내렸던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는데...
- 이제 곧 때가 올거야...
환청인가?
아니...이건 분명히 내 귓가에 또렷히 들려온 꿈 속의 그 목소리였다.
" 리나언니!! 어디가요? "
" 잠깐 방에 "
" 그럼 이거 나 다 먹어도 되는거야? "
뭐....
가우리에게 내 소중한 아침을 빼앗긴다는 것이 뭐하지만
지금은 이 꺼림직한 기분을 풀지 않으면 아마 밤잠을 설칠 것만 같다.
" 그래...너 다 먹어 "
포크질과 나이프질이 요란한걸 보니 가우리가 벌써 행동을 개시한 모양이다.
대신 밥값은 갚으라고 하면 되니까 내겐 아무런 상관이 없다.
- 후훗.....이제 곧 나갈 수 있어...
" 네 정체는 뭐야....원하는게 뭐지? "
아무도 없는 방.
난 비가 내리고 있는 창가에 몸을 기댄 채 그 의문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중이다.
누가 보면 바보같다고 하겠지.
방 안엔 아무도 없는데 자기 혼자 궁시렁 거리고 있으니...
- 그건 곧 알게 될거야.....내가 원하는건....바로 너니까.....
순간적으로 느낀 살기.
오싹한 기분이 방 전체를 가득 메운 듯 했다.
" 날...원한다고? 무슨 목적을 위해서지? "
- 그것도 이제 곧 알게 될거야....나와 하나가 된 뒤에....
" 그게 무슨 소리야!!! 이봐!!! "
그러나 더이상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직 내 어깨는 작게나마 떨고 있었다.
방 안을 메운 오싹한 느낌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시들어 버린 꽃.
확실히 그 목소리는 내가 잘못들은 것이 아니다.
물론 꿈을 꾸고 있는것도 아니다.
그럼 어째서...아무도 듣지 못하는데 나만 들을 수 있는거지?
" 이런~~~~누구랑 얘기하고 계셨나요? "
방 한쪽구석에 모습을 나타낸 별로 달갑지 않은 녀석.
난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 너무 그렇게 경계하시지 않으셔도 된다구요....싸우러 온건 아니니까요 "
다른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믿냐!!!
라며 덤벼오겠지만
난 검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저 녀석은 안하겠다 라면 절대 안하는 그래도 약속 하나는 철저히 지키는 녀석이니까....
싸우러 온게 아니니 안심해도 될 것이다.
" 애들눈에 띄지 않게 용건만 조용히 말해 "
" 특별히 어려운건 아닙니다...잠깐만 눈을 감고 계셔볼래요? "
" 눈을 감으라고? "
난 가재눈을 하고 그를 쳐다 보았다.
싸우러 온게 아니니까 죽이러 온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녀석은 마족.
한순간에 태도가 바뀌어 그대로 허를 찔릴지도 모르는 가정을 세울 수 없었다.
" 하지만...허튼 짓 했다간 그 자리에서 라그나 블레이드를 발동시키겠어...주문도 다 외워뒀으니까 "
" 오~~~~~무서워라... "
그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뭔가를 궁시렁 거리더니 따끔한 느낌.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신도 혼미해 지는 것 같다.
제로스...이 녀석...또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 털썩 ]
" 흠~~~~역시나 힘들군요...그치만 이제 한결 일이 수월해 지겠는데요? "
" ....나....리...나.....리나!!! "
" 으...음...가우리? "
잠시 후.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눈을 떴을 땐 아멜리아와 제르, 가우리 까지 모두 내 방에 집합해 있었다.
" 휴우...다행이다....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
" 아!!! 제로스...제로스 이 녀석 어디로 갔지? "
방안 여기저기를 뒤졌는데도 없다.
생쥐같은 녀석.
벌써 도망쳤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한테 찾아 왔던 거지?
갑자기 왜 정신을 잃었던 걸까.......
수 없이 많은 의문점들이 내 머릿속을 헤짚고 다녔다.
" 제로스가...왔다 간 거야? "
" 응...왔었어...근데 그 뒤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
[ 투욱 ]
" 어? "
" 괜찮아...그런 녀석 생각은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되....걸을 수 있겠어? "
가우리는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손을 내밀었다.
잡고 일어서라는 뜻이다.
그치만 또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은건
아직도 날 어린애 꼬마취급 하고 있다는 소리다.
칫...이제 22살 정도면 어른 아니야?
뭐...아직 외형상으로는 꼬마니 뭐니 할 정도로 작긴 하지만......
들을 때 마다 정말 기분 나쁘다.
" 아멜리아~~~뭐하는거야, 빨리 나가자!! "
" 아...네!!! "
아~~~~
아침을 조금밖에 먹지 않았더니 배가 고파 죽겠다.
그런 기분 나쁜 생각들 따윈 잊어버리고
지금은 그냥 먹는 일에 신경 써야 겠다.
" 이 기운...어디선가.... "
3. 변화의 시작
" 도착했다~~~~~~~~ "
드디어 도착했다.
첫번 째 목적지, 라르테그 왕국에.....
나도 이 라르테그 왕국엔 처음 오는 것이라 왠지 설레기도 한다.
미지의 땅에 발을 들여놓는 일행들이라...
왠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근사하고 멋진 일 아니겠는가?
" 흠...이 라르테그 왕국은 지금으로부터 약 380년 전에 생겨났다고 하군... "
제르가디스도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저렇게 가이드 북 까지 챙겨들고 뒤적이고 있는 걸 보면....
그도 여기에 오고 싶었던 것이다.
그나저나....건국된지 380년이라는건
아직 역사가 오래 되지 않은 국가다.
역사가 천년 가까이도 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역사가 100년으로 짧은 국가도 있다.
" 자...그럼 라르테그 왕국을 지나서 빨리 배일 산맥을 지나서 제피리아로 가자구...이렇게 여유부릴 시간 없단 말
야 "
" 가끔은 쉬는것도 나쁘지 않잖아....우리들도 많이 지쳐있고... "
" 그래요 리나언니!!! 오늘은 여기서 놀다 가는거예요!!! "
" 제르는? "
그는 팔짱낀 채 손가락을 가이드 북을 가리켰다.
한마디로 의견 일치라는 것이겠지....
으으...
저희들 정말!!!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기나 해?
마왕의 부활이 코앞에 닥쳤는데 이렇게 한가롭게 놀자는 소리가 나오냐구!!!
" 빨리 가봐요~~~~~ "
아무튼 말야.
나처럼 심각하게 고민 좀 해 보라구....
응?
[ 휘이잉 ]
어느틈엔가 사라져 버린 세 사람.
벌써 신나고 난리 났다.
난 이제 모르겠다.
언니한테 혼나면 이건 다 너희 세사람 탓이야....
풀썩.
난 푸른 풀 밭에 몸을 맡겼다.
얼마전 그렇게 무섭게 퍼붓던 폭우가 가시고 하늘은 말 그대로 깨끗.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 이 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였다.
정말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크크...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또 그 목소리....
날씨가 너무 좋은 탓에 깜빡 잠들어 여긴 꿈 속인 것 같다.
- 이제 조금 있으면....가질 수 있어....육체를......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하지마....
아프다구...아프단 말야!!!!!
- 이제 조금만 더 모이면.....
" 그만!!!!!! 그만 하란 말야!!!! "
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갔다.
너무 괴로워.
마치 뭔가 무거운 물체가 내 머리를 마구 때리고 있는 것 같이 괴로워 견딜수가 없었다.
누구든지 도와줘.
너무 괴로워.
답답해서 숨을 못쉴 것 같아.
- 저항해도 소용 없다...때는 늦었어.....
넌...도대체 누구야....
왜 나한테 이러는거지?
지끈 거리는 것도 잠시 강한 빛이 일렁이면서 잠시 후 어떤 영상이 내 눈에 비춰졌다.
황무지로 변한 대지.
붉게 물든 하늘에 나로 보이는 사람이...
아니...내가 떠 있었다.
" 이건...뭐지? "
이 곳은....
와 본 기억이 있어...
아니...뚜렷하다...이 곳은...
" 제피...리아? "
집들이 무너져 내리고 거리 곳곳에 사람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코를 찌르는 듯한 피비린내가 내 인상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 라 틸트!!! "
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시체로 덮힌 곳에 세 명의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누군가와 싸우고 있었다.
황무지로 변한 모래 때문에 그것이 뭔지 확실치 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만 듣고도 금방 알 수 있었다.
" 얘들아!!! "
거친 숨소리.
그 숨소리가 지금 전투가 얼마나 치열한지 대변해서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상대는.....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을 때
난 내 눈을 의심해야 만 했다.
저건.....
' 나? '
" 리나!!!!! "
금발의 남자가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한 손엔 부러진 검을
다른 한 손엔 뭔가를 소중히 꼭 쥐고 있었다.
" 시끄러워...사라져라!! "
이어지는 비명성.
붉은 선혈이 황무지를 적셨다.
너무나도 참혹한 광경에 난 보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꿈이라고 하지만 너무나도 생생한 장면
미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아 껄끄러운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 이제 곧...때는 온다
" 안돼!!!!!!!!!! "
섬뜩한 목소리.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누군가가 날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곧 때는 온다면서...날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황혼....
내가 잠든 지 꽤 오래된 것 같았다.
" 이제 일어나셨나요? "
석장.
난 그 것만 보고도 그 목소리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맞췄다.
"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
" 전 방금전에 왔는데요? "
제로스.
그는 어깨를 한번 들썩이며 말했다.
" 용건만 간단히 말해...난 빙 돌려 말하는거 제일 싫어하니까 "
난 그에게 차갑게 쏘아 붙였다.
평소 같으면 아마 레슬링 기술을 걸어서라도 이유를 물었겠지만
지금은 적으로 돌변해 버린 이상.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 절대 금물.
그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용건 같은건 없습니다. 그냥 상태를 살펴보러 온 것 뿐이니까요 "
" 그건 무슨 뜻이지? "
" 아~~~그것은 비밀입니다, 아무튼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군요...별 걱정 없겠어요...그럼 다음에 뵙죠 "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제로스는 공간을 넘어 아스트랄 사이드로 사라졌다.
쳇...
마족들이란 정말 하나같이 다 건방진 녀석들 뿐인가?
그만 애들 찾으러 가봐야 겠다는 생각에 난 땅을 짚고 일어나려 했다.
밀려오는 통증.
머리가 지끈 거리듯이 아파왔다.
온 몸이 불에 붙은 듯 활활 타는 느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 뭐...뭐야 갑자기.... "
그 통증은 한동안 지속되다가 갑자기 사그라 들었다.
온 몸이 타는 듯한 고통도 어느정도 진정된 것 같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갑자기 왜그러지?
확실히 내가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씩 압박해 오고 있는 것 같다.
제로스...
녀석은...뭣 때문에 내 주변을 계속 맴도는거지?
그리고 그 꿈은 뭐냔 말야.....
한꺼번에 닥친 일에 내 머릿속은 지금 복잡한 생각들로 뒤숭숭해져 있을 뿐이였다.
첫댓글 아- 최고에요~ 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