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회 부산미술대전 서예대전 심사평
해마다 심사가 끝나면 상위 상을 겨냥하고 출품한 작가나 지도한 서예학원에서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상의 향배에 대하여 말썽이 따르기 마련인 것이 공모전이다.
그 배경에는 공모전 관계의 운영위원, 심사위원의 편견과 편파적인 채점, 선입감, 답습적인 상례 등으로 의심을 자아내기도 했다고 본다. 그런 모순과 오해를 해소 시키고자 채택한 금년도 심사 방안은 전혀 예상치 못한 획기적인 변화다.
심사방법은 심사위원을 1, 2차로 나누어 서로 소통할 수 없도록 보완 조치를 철저히 하였고, 편견과 편파적인 채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합의제를 채택했다.
1차 심사에서는 입선작만 선정하고 2차 심사에서 배수의 특선 후보자를 올렸다. 다시 휘호일자를 지정하여 화선지 1/2지에는 본인이 출품한 작품을 쓰게 하여 본인의 작품인지 진위를 가렸으며, 화선지 전지에는 현장에서 출제한 문장을 휘호하도록 하여 필의와 필력, 필세등 휘호능력을 검정하였다.
또한 운영위원과 심사위원과 관계되는 작가의 작품은 대상과 우수상에서 제외시켜 공정한 심사를 기했다.
서예 공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법을 익혀 기초를 견실히 하는데 바탕을 두어야하며, 체본을 받아 그대로 模寫(모사)하거나 임서하여 출품하는 자세는 지향되어야 한다고 본다. 겸허한 자세로 고법첩을 깊이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며 한 가지 서체에 매달리기보다 여러 체를 두루 섭렵하여 그 특징을 살려 자기 필의를 갖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생각 한다.
한글은 정자와 흘림체의 특징을 알고 표현해야 하며, 특히 판본체는 한자 전,예의 운필법을 이해하고 선을 운용해야 무게감과 깊이 있는 작품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대상을 받은 신종주씨의 작품은 李齊賢 詩 ‘多景樓雪後’를 한문예서체 대련으로 하여 소박하고 중후감을 주며 엄정하고 단정하다. 작가는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우로 현완법으로만 운필을 해야 하는 어려운 여건을 딛고 오랫동안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낸 장한 승리자임에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문 우수작은 도미숙씨 행서작품으로 행간을 잘 이용하여 무난히 잘 표현하였으며, 한글 우수작은 정진희씨 작품으로 판본체를 온유하게 잘 구사하였다. 이번 심사에는 기교에 치우친 작품보다는 조금은 우둔하더라도 소박한 작품을 우선하여 선정하였다.
특히 한문의 특선 작품 중에는 우수한 작품이 눈에 띄는데, 운영위원이나 심사위원과 관계되는 작품이라고 수상에서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주어 흐뭇함을 주었다.
금년도 심사 방향은 새롭게 시도하는 것으로 조금씩 보완해서 정착시켜 간다면 앞으로 부산서예대전은 모범적인 공모전으로 각광받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2010년 6월 12일
제36회 부산미술협회 서예공모 심사위원장 김 종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