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ㆍ재개발단지들의 발길이 바빠지게 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의 윤곽이 잡혔는데 상한제를 피하려면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건교부와 협의를 거쳐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9월 이전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고 12월 이전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해야만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인 상당수 재건축 단지와 재개발구역이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개월 내 관리처분인가 신청 불가능
정부는 당초 9월 이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더라도 12월 이전에 분양승인 신청을 해야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재건축ㆍ재개발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부터 분양승인 신청까지 사업절차가 복잡하고 일반 아파트 인허가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려 3개월 내에 분양승인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재건축의 경우 후분양제 적용으로 공정 80% 이상에서 분양해야 해 12월 이전 분양승인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는 분양승인 신청에서 관리처분 인가 신청으로 기준을 완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별 완화효과가 없다. 정부는 12월부터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지키기 위해 12월이란 시점은 손을 대지 않고 재건축ㆍ재개발의 예외규정을 찾다보니 관리처분인가신청을 찾게 됐다.
관리처분인가 신청 때 분양가 등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재건축부담금제를 시행할 때도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적용기준으로 삼았다.
업계는 사업시행인가 신청부터 3개월 내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뒤 일주일 정도 지나 한 달간 인가신청 내용을 공람한다.
이의신청이 없으면 공람이 끝난 뒤 한 달 이내에 사업시행인가가 나온다. 대개 반대파 등에서 이의신청을 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되면 사업계획을 변경해 다시 공람 등의 절차를 거쳐야한다.
사업시행인가가 난 뒤 21일 이내에 조합은 조합원분양신청을 통지하고 60일간 분양신청을 받는다.
이와 함께 사업승인 후 조합원 권리가액 등을 따지기 위해 감정평가를 하는데 2∼3개월 걸린다. 이 기간 재건축은 시공사 선정을 하고 이미 선정된 경우는 시공사 측과 계약도 맺는다.
조합원 분양신청과 감정평가가 끝나면 관리처분총회를 연다. 총회는 보름 전에 공고된다. 총회가 끝나야 관리처분 인가 신청이 가능하다.
사업승인 신청부터 조합원들이 한마음이 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더라도 인가신청까지 6개월이 걸리는 것이다. 반대파 등에서 이의신청이라도 하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재개발의 사업시행인가 신청에서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기간이 비슷한 사업승인일로부터 관리처분인가일을 보면 대개 1년 정도다. 빨라야 10개월이다. 지난해 6월 19일 관리처분인가가 난 동대문구 전농3-2구역의 경우 사업승인일이 2005년 8월 16일로 10개월 정도였다.
사업시행인가신청에서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6개월이 안 걸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동구 고덕주공1단지는 지난해 5월 19일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해 지난해 9월 20일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 4개월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이 단지는 지난해 7월 시행된 기반시설부담금제와 9월 25일 도입된 재건축부담금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일정을 최대한 앞당겼다. 주민들도 최대한 협조해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렇게 ‘초고속’으로 사업을 진행한 고덕1단지도 4개월이 걸렸는데 3개월 내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업계는 이번 완화된 기준에 반발한다. 강북지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조합 내 아무런 반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돼도 6개월은 걸려 3개월로는 불가능하다”며 “사업시행인가 신청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까지 6개월 이상의 기간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재개발ㆍ재건축컨설팅업체인 J&K 백준 사장은 “9월 이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더라도 대부분 상한제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조합원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사업절차가 복잡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조합설립인가는 나있어야 상한제 제외 기대
재건축 단지나 재개발 사업장은 상한제를 피하려면 9월 이전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아닌 12월 이전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목표로 해야한다.
그러려면 지금은 적어도 조합설립 인가는 나 있어야 한다. 사업시행인가 신청부터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는 사업시행인가 신청 3개월 전 단계에 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업시행인가 전에 교통영향평가ㆍ환경영향평가ㆍ건축심의 등을 거치는데 이런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2∼3개월이다. 이들 절차 이전 단계가 조합설립 인가다. 조합설립 인가는 받아놓은 상태여야 상한제 적용을 피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조합설립인가 역시 사업이 최대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업계는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들어간 상태라면 그렇게 다급하지는 않게 상한제를 피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거나 사업시행인가 신청 단계라 하더라도 조합원 갈등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단지는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어렵다.
분양가상한제의 타격은 재건축보단 재개발이 크다. 재개발이 용적률 증가가 많아 일반분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일반분양분에 적용돼 분양가가 20% 정도 내려가게 돼 그만큼 조합 수입이 줄어든다.
강북지역 재개발 단지들이 상한제 적용을 받아 줄어들 수입은 조합원당 많게는 5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단지는 일반분양분이 많은 저밀도지구의 사업이 대부분 끝났고 저층 단지인 개포지구나 고덕지구, 둔촌주공, 가락시영 등에선 일반분양분이 없거나 얼마 되지 않는다. 중층단지들은 일반분양분이 이들 단지보다 더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