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났음에도 2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6시 40분 나주행 KTX를 놓치고 말았다. 가끔씩 시간이 넉넉치 않음에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행동이 느슨해지는 경우가 있다. 5분만 일찍 집을 나섰어도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오늘 대회는 스텝이 꼬일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환불하고 그 다음 기차인 7시 16분 KTX에 몸을 실었다.
행사장이 나주역에서 가까웠지만 이미 기차가 나주역에 들어오기도 전에 풀코스 선수들은 출발한 후였다. 환복하고 10km 주자들과 출발선에 함께 섰다. 풀코스 출발과는 20분의 갭이 있었다. 5분 30초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했다. 워밍업 없이 달려나가려니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쁘다. 다리는 무겁고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4km까지는 도로를 따라가게 되어 만개한 벗꽃 그늘에 가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웬걸 풀코스 주자들에게 그늘이 전혀 없는 영산강으로 안내했다. 계속 이어지게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1km도 채 가지 않고 10km 주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코스 설정이다.
10km 주자들과 이별하고 이어서 하프 후미 주자들을 추월해 나갔지만 돌아나오는 숱한 하프주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괜히 창피스런 느낌이 들었다. 20분 늦게 출발해서 그렇다고 얘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시 하프 반환점에서 하프 주자들과 이별하자 주로는 적막강산이다. 풀코스에 70여명밖에 참가하지 않아 선수가 드믄드믄 보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날, 대구마라톤, 소백산 영주마라톤 등 3개의 풀코스 대회가 있으니 인기가 없는 나주영산강 마라톤은 그야말로 동네대회로 전락했다. 평촌마라톤 유니폼을 입은 나를 신기하게 바라볼 정도였다.
12.5km CP를 지나자 거친 시멘트 포장길로 올라서야 했고 뾰족뾰족한 돌 때문에 이 구간은 조심해야 했다. 작년에 밑에 자전거도로로 바꾸자고 건의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여성주자 한명이 넘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두번째로 이해할 수 없는 코스다.
하프반환점에 이를 무렵 4시간 30분 페메 무리를 추월했지만 몸이 무척 무겁다. 터닝하자마자 5분 40초를 넘기고 말았다. 날씨가 무척 덥다. 4시간 대 페메 한분이 자기도 지쳤는지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프를 1시간 53분 22초로 통과했으니 6분주만 유지해도 4시간 완주는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0km 정도 남겼을 때 작년처럼 신발에 돌맹이가 들어갔다. 워낙이 돌맹이가 커서 신발을 벗어 꺼낼 수밖에 없었다. 꽉 묶여 있는 신발을 벗기도 어려웠지만 신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작년과 동일한 상황이 되었다. 어쩌면 이렇게 나주 대회와는 인연이 없는지 모르겠다. 4시간 완주를 포기하고 걷뛰 모드로 바꿨다. CP마다 물과 음료를 두어잔씩 마셨다.
4시간 9분 52초로 227번째 풀코스 대회를 마감했다. 탈의실에 샤워부스가 설치되어 있어 샤워를 한 후 바로 13시 40분 목포행 기차를 탔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시체처럼 들어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