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실
leess1016@gmail.com
지난달 중순, 아침에 아들 방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냉방병이라도 온 거 아니야?" 하고 에어컨 가동 시간을 조절하라며 가볍게 넘겼다. 열도 좀 있다던 아들은 저녁이 되자 간편 죽으로 식사를 대신하겠다고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두통을 호소했다. 급한 대로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먹었으나 열은 38.5° 쯤에 머물렀다. 새벽 한 시에 약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 해열제를 먹으며 일단 좀 자보기로 했다. 아들은 늘 걸어 잠갔던 방문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활짝 열어놓고 침대에 누웠다.
거실에서 잠깐 잠이 들었던 나는 새벽 세 시쯤 일어나 이끌리듯 아들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잠에서 깰까봐 이마에 손도 못 올리고 팔을 스치듯 만져보니 불안한 뜨거움이 전해졌다. 아들도 열 때문에 잠들지 못했고 급히 체온을 재보니 39°가 넘었다.
놀라서 안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에게 알렸는데 요즘 바쁜 일정으로 피로가 누적된 남편이 운전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결국 119를 불렀다. 구급대원들은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답변을 듣고는 격리 응급실이 확보된 대형병원을 수소문하여 그곳으로 보내주었다. 거기서 코로나19 검사를 했으나 낮에 집에서의 키트검사에서 음성을 확인했기에 걱정은 하지 않았고 열이 빨리 떨어지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힘든 시간이 흐르고 체온이 37.5° 정도로 내려가며 좀 진정이 되자 의사는 편도선염으로 보인다며 그에 따른 약을 처방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조금 쉬라고 권했다. 새벽 세 시부터 오전 10시까지 긴장 속에 있다가 집에 오니 이제야 살 것 같았다. 급히 신고 나갔던 세줄 슬리퍼는 줄이 모두 끊어져 임시방편으로 방역복의 팔을 뜯어 질끈 묶은 상태였다. 그 후 몇 시간이 지나자 아들은 가족 단체방에 병원에서 받은 알림톡을 공유하였다.
코로나19 확진이라니!
상황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 시작이었다. 그리고 짧지않은 시간 같이 격리되었던 난 밀접 접촉자가 되었다.
보건소 방침에 따라 세 식구는 긴장 속에 고열과 목의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아들이 보내는 문자로 상태를 확인하며 서로 조심하면서 살얼음 위를 걷듯 격리 기간을 견뎠다. 좀처럼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체온과 허락도 없이 집 나간 입맛, 기운 없고 힘들다는 내용이 계속되던 아들의 호소 글과 그림들이 계속되어 걱정 속에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기간이 끝나갈 무렵 열이 내리고 목의 통증도 많이 가라앉았다며 웃음과 여유가 섞인 글과 그림도 보내기 시작했다. 격리가 끝난 뒤엔 가까운 이비인후과에서 막바지 진료와 처방도 받았다. 달이 바뀐 지금도 큰 목소리를 내긴 어렵단다. 격리에 들어가는 아들에게 목에 좋다는 것들을 챙겨주었지만 열이 내리며 입맛과 웃음은 돌아와도 목소리가 완전히 돌아오기에는 더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몇 년에 한 번씩 감기와 함께 편도선염이 왔었는데 이번은 단순한 감기나 편도선염이 아니어서인지 완전한 회복이 되진 않았다.
아들의 격리 기간 중에 잠깐 마스크 쓰고 외출했다가 돌어와 마스크를 벗으며 "아니, 집에 확진자가 있잖아" 하며 혼란을 느끼던 상황도 끝났다. 다시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게되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평범한 일상도 기쁘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위생에 민감하며 방역에 철저하고 소독에 늘 진심인 30대 초반의 아들이 코로나19를 겪는 것을 보며 별생각없이 맞았던 4차 접종이 우리 부부를 지켜준 것 같아 그것도 새삼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살아있는 지금, 얼마나 소중한가.
이성실
leess1016@gmail.com
구글북: 나를 찾는 여행(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