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데이지, G.Klimt 명작에서 다시 보다.
데이지, 일명: 잔디데이지, 잉글리쉬데이지 (국화과) 학명 Bellis perennis
지구상 어디든 식물이 있어야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식물의 초록빛은 생명의 상징입니다.
식물은 스스로 주어진 환경에 최적의 상태로 적응하여 살아가기 때문에
그 지역의 기후와 지형적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과 성질을 갖기 마련입니다.
살던 곳을 멀리 떠나 다른 지역에 갔을 때 그 지역 특성에 따라 자라고 있는 식물을 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만나보며 이 식물이 왜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지, 이 식물과 지역 사람의 생활과 문화적, 사회적 관계는 어떤지, 유추해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같은 부류의 식물이라 할지라도 지역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다른 것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계절적으로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지난달 초순부터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여러 도시를 다녀왔습니다.
그 지역에서 우리나라 주변인 만주, 몽골, 사할린, 일본에서 보지 못했던
많은 식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식물은 같은 부류의 종(種)일지라도 지역에 따라 그 크기와 형태가 각기 다릅니다.
마치 민족에 따라 사람 얼굴 모습이 같은 듯하면서도 뭔가 다른 미묘한 차이를
보는 듯해서 흥미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난 식물 중 가장 관심을 끌어 흥미롭게 보았던 식물이 바로
데이지(daisy, 학명: Bellis perennis)입니다.
데이지(daisy, Bellis perennis)는 유럽 및 지중해 연안 서부지역이 원산으로
수염뿌리가 사방으로 퍼지며 뿌리에서 잎을 냅니다.
높이가 10cm 정도로 잔디 바닥에 붙어 자라고 꽃은 봄부터 가을까지 흰색, 연한 홍색,
홍자색으로 피며, 민들레처럼 꽃줄기가 없이 꽃자루가 뿌리에서 나와
그 끝에 꽃이 달립니다.
밤에는 꽃이 오므라들며 태양이 뜨면 다시 개화(開花)합니다.
우리가 흔히 데이지라 부르는 꽃과는 사뭇 다릅니다.
우리 주변의 데이지꽃은 대부분 개량 원예종으로 현재 시판되고 있는 데이지는
수십 종이 넘습니다.
이름에 데이지가 들어간 식물로는 마거릿데이지. 샤스타데이지, 블루데이지,
아프리칸데이지, 리빙스턴데이지 등 수없이 많지만 '데이지'라고 하면
민들레와 비슷하게 생긴 원종(原種, Bellis perennis)을 말합니다.
데이지로 불리는 다른 식물과 구별하기 위해 원종을 데이지(daisy),
잔디데이지(lawn daisy) 또는 잉글리시데이지(English daisy)라고 합니다.
데이지의 꽃말은 희망, 평화, 사랑스러움, 숨겨진 사랑, 겸손한 아름다움입니다.
잔디밭이면 어김없이 만나볼 수 있었던 잔디데이지(lawn daisy)
원종(原種) 데이지(daisy, Bellis perennis)는 자생으로 주로 잔디밭에 서식하며,
번식력이 강해 근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흔히 '잔디데이지'라 부른다고 합니다.
수년 전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도 ‘반지의 제왕’, ‘호빗’ 영화 촬영지의 잔디밭에서
자라는 이 데이지를 반갑게 맞이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뉴질랜드 곳곳의 도로변과 잔디밭에서 흔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잔디데이지를 꽃으로 여기지도 않고 클로버나 개망초처럼 잡초로 여긴 듯, 눈길도 주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 꽃을 촬영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매사가 관심이 없이 지나치면 보이지도 않고 관심을 가지고 찾아야만 안중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데이지(daisy)의 어원은 고대 영어의 ‘daegers eage’라고 합니다.
오늘날에는 낮의 눈(day’s eye), '태양의 눈(Sun's Eye)'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데이지(daisy)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태양 광선이 비추면 꽃이 피고 흐린 날이나 밤에는 오므리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속명 Bellis는 라틴어의 아름답다는 Bellus에서 유래된 것이라 합니다.
데이지(daisy, Bellis perennis)는 유럽의 중, 서부 및 북부가 원산지이지만
아메리카 대륙 및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온대 지역에 널리
귀화 되어 자라고 있는 식물입니다.
이번 여행지인 독일의 함부르크, 브레멘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베르펜엥의 알프스, 빈(Wien)에서 느낀 점은 한결같이 공원이나 도로변,
주변 공한지에는 잘 가꾸어진 잔디밭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어김없이 시원하게 깔린 초록의 잔디 벌판에는 클로버와 잔디 속에
잔디데이지가 앙증맞게도 곱고 조그마한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숲길로 조성된 주택가 골목길에도, 도심 관광지인 독일의 함부르크, 브레멘,
오스트리아의 미라벨궁, 쇤부른궁, 베레데레궁의 뜰에도, 잘츠하, 엘베,
도나우강변에도 잔디밭이 잘 가꾸어져 있고 그곳에 잔디데이지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잔디데이지는 관상용 꽃이 아니라 클로버나 잔디처럼 주로 잔디밭에 자연스레
자라는 야생초였습니다.
따라서 데이지나 잉글리쉬데이지라 부르기보다는 잔디데이지라 하는 것이
보다 더 자연스럽다고 여겨, 이 글에서는 데이지(daisy, Bellis perennis)를
잔디데이지(lawn daisy)라 부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심지역에 잔디밭은 없고 기껏해야 인위적으로 가꾼 소공원에
계절 따라 매번 갈아치우는 화훼종이 있을 뿐입니다.
자연스러운 멋도, 여유로운 공간도 없는 화단에 외래종만 가득한 우리의 도심
미화 사업과는 매우 대조적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푸른 잔디 벌판에 밝게 빛나는 태양을 향하여 해말간 웃음을
아낌없이 터뜨리는 잔디데이지의 하얀 꽃 무리를 보니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움과 기쁨, 삶의 활력으로 기(氣)가 가득 채워진 듯했습니다.
Belvedere 궁 전시관 G. Klimt 명작에서 다시 보는 잔디데이지.
여행 끝 무렵에 빈(Wien)에 있는 Belvedere 궁에 들렀습니다.
벨베데르 궁은 1697년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되면서 미술관으로 변신한 곳입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슈퍼스타들의 그림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이곳 전시관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작품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위의 좌측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키스 장면'으로도 불리는 G. Klimt의 작품,
‘The Kiss’입니다. 국내에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곳에 들른 한국 여행객은 ‘The Kiss’ 작품을 보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정도라 합니다.
우측의 그림은 ‘Attersee의 농가’라는 작품입니다.
G. Klimt의 ‘The Kiss’를 두고 평하기를 ‘꿈속에 온 듯 착각할 정도의 금빛 세상,
모든 것이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하듯 반짝이는 모습에 성스러운 느낌까지 든다.’고
합니다.
또한 ‘두 연인의 발밑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이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꿈처럼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표현했으며 동시에 ‘나락의 절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사랑의 본질적 위험을 묘사한 작품’이라고들 극찬을 한 그림입니다.
하지만 그림에 문외한인 제 눈에는 흔히 알려진 세평의 느낌과 달리 전혀
다른 사실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The Kiss’ 작품의 하단부에 그려져 있는 꽃이 바로 데이지꽃이라는 것입니다.
남들의 훌륭한 평(評)과는 달리 전혀 엉뚱하게, 작품의 구성 요소에 불과한,
점묘화의 점과 같은 꽃에 필(feel)이 꽂힌 것을 보니 역시 나는 ‘풀떼기’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또한 함께 전시된 ‘Attersee의 농가’ 등 G. Klimt의 다수 작품에 잔디데이지가
점점으로 화폭을 장식하고 있는 것만이 눈에 크게 들어왔습니다.
역시 ‘개 눈에는 ‘ㄸ’만 보인다.’는 우리 속담을 다시 되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기쁨도 있었습니다.
하도 흔한 꽃이라서 꽃으로 여기지조차 않는 잔디데이지를 세기의 거장 G. Klimt가
작품 소재로 사용했으며 이 사실을 확인하고 기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세상사 모든 기쁨이 본인 나름의 생각에 달려 있고 절대적 기준은 없나 봅니다.
기쁨은 스스로 찾아내고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유명 화가의 작품 속에서 심오한 뜻과 의미는 모른 체 그저 구성 요소의 하나만을
보고서 기뻐하는 우둔함이여! 하지만 다시 한번 잔디데이지의 아름다움을
세기의 명작 속에서 볼 수 있었고, 생활 속에 가까이 있는 야생초가 친근과
평안함을 주고 기쁨의 원천이 됨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잔디 데이지 꽃
스쳐 지나면 숨는다.
찾아야만 반긴다.
쪼만한 작은 꽃.
새 희망과 평화의 잔디 데이지 꽃.
알프스 기슭, 도나우강변,
궁전 뜰, 도로변과 집 뜰,
세기의 명작 작품 속 등
어디에든
잔디와 클로버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반기며 웃어주는 꽃.
맑고, 밝고, 새하얀
아기 손톱만 한 작은 꽃.
일상의 기쁨, 감사, 행운
지나가면 숨는다.
없는 줄 안다.
찾아봐야 보인다.
내 삶에 숨겨진
귀하고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
바로 잔디데이지꽃과 같다.
(2024. 6월 잔디데이지꽃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