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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하이닉스 인수와 그 역사, 배경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에서 쓴' 글입니다.
간혹 이런 입장에서 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DRAM 대형 제조사가 존재하는 나라는 3개 밖에 없습니다.
한국, 일본, 미국입니다. 대형 DRAM 제조사는 지금 경영 재건중인 엘피다 메모리를 포함해서
4개밖에 없기 때문에 이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3개 국 중 유일하게 2곳의 대형 DRAM 제조사가 살아 남은 곳이 한국입니다.
그것도 1위와 2위가 모두 한국 기업입니다.
1위인 삼성전자는 반도쳬 업계에서 매출 세계 제 2위인 거대 반도체 기업이며
TV나 스마트폰, 타블렛 등에서도 명성이 높습니다.
반면 2위인 SK 하이닉스는 일본에서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 글의 원문이 일본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SK 하이닉스라는 이름은 작년까지 하이닉스 반도체였습니다.
반도체 전문 기업이기 때문에 그 고향인 한국에서도 '일반인들에게' 지명도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IT보다는 주식 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았겠지요).
그것이 작년 가을에 한국의 대형 이동 통신 회사인 SK 텔레콤이 하이닉스 반도체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한국 4대 재벌 중 하나인 SK 그룹에 편입되기로 결정, 하이닉스의 지명도는 단숨에 높아졌고
올해 2월에는 회사명을 SK 하이닉스로 바꿨습니다.
SK 하이닉스가 되면서 국내 지명도는 높아졌지만 일본에서 SK 하이닉스의 지명도는 그리 크게 변하진 않았습니다.
SK 텔레콤은 일본으로 치면 NTT 도코모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한국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NTT 도코모의 지명도가 해외에선 매우 낮은 것처럼,
SK 텔레콤은 한국 이외의 국가에선 지명도가 그리 높진 않을 것입니다.
일본-미국 반도체 마찰을 계기로 사업 확대
반도체 메모리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SK 하이닉스를 '왕년의 강자'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 변화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 남아 온 DRAM 제조사이기 때문입니다.
SK 하이닉스의 역사는 짧지 않습니다. 그 전신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약 40년에 달합니다.
1982년 3월에 설립된 현대 전자가 SK 하이닉스의 시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시 삼성과 버금가는 한국 재벌인 현대 그룹이 전자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선택한 것이 반도체,
특히 DRAM이며 그 때문에 현대 전자를 설립했습니다.
1980년 대 후반에서 1990년 대 전반에, 현대 전자는 DRAM 사업을 순조롭게 확대했습니다.
일본과 미국의 반도체 무역 마찰 때문에 일본제 DRAM은 최저 가격을 매기는 협정을 체결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제 DRAM은 최저 가격의 제한 없이 싼 가격을 무기로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판매량을 급속히 늘릴 수 있었습니다.
현대 전자는 1995년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1996년에는 한국 증권 거래 시장에 상장합니다.
아시아 통화 위기와 반도체 불황으로 닥친 위기
그러나 1990년 후반에 아시아 통화 위기와 반도체 불항이 현대 전자를 포함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심각한 위기에 빠트리게 합니다. 당시 한국에는 DRAM 사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이 3개 있었습니다.
삼성 재벌 그룹의 삼성 전자, LG 재벌 그룹의 LG 세미콘, 그리고 현대 전자입니다.
모두 반도체 사업 때문에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LG 반도체는 1969년에 LG 재벌 그룹의 금성 자회사로 설립한 금성 전자를 발단으로 봐야 합니다.
금성 전자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인 네셔널 세미컨덕터의 합작 기업으로,
이 곳의 기술 제휴로 트랜지스터 제품을 조립해 해외에 수출했습니다.
그러나 1973년의 오일 쇼크 때문에 경영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합작 관계가 끝났습니다.
그 후 1985년에 금성은 미국 AT&T와 합작해서 금성 반도체를 설립합니다.
금성 반도체는 통신, 가전, 메모리의 3개 제품 부문으로 구성했는데,
이 중 통신과 가전은 금성사와 히타치 제작사가 제휴한 1989년에 분사되고
금성 반도체는 메모리 전문 제조사가 됐습니다. 이것이 LG 세미콘입니다.
아시아 통화 위기 때 한국의 재벌 그룹은 중복된 사업을 정리-통합하라는 정부의 요구로,
현대 전자와 LG 반도체를 통합한 하이닉스 반도체를 만들게 됩니다.
험난한 하이닉스 반도체의 여정
하이닉스 반도체가 탄생해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 부터 2001년 사이입니다.
일본 엘피다 메모리가 탄생한 시기와 일치하며 회사가 만들어진 이유도 비슷합니다.
두 곳 모두 큰 적자를 본 DRAM 사업을 통합하는 형태로 탄생했습니다.
NEC와 히타치 제작소의 DRAM 통합 회사(NEC 히타치 메모리)가 회사명을 엘피다 메모리로
바꾼 것은 2001년 9월입니다.
현대 전자와 LG 반도체의 통합 기업이 이름을 하이닉스 반도체로
바꾼 것도 역시 2001년 3월이니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현대 그룹에서 분리해 독립하는 것과 동시에,
사업을 구제한 은행 채권단을 최대 주주로 하는 반도체 메모리 전문 기업으로 재출발했습니다.
은행 채권단의 관리를 받으며 사업 재건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됐습니다.
당시 현대 전자는 반도체 외의 전자 부분 사업도 취급했지만,
비 메모리 사업은 전부 정리하고 메모리 전문 회사가 됩니다.
하지만 하이닉스 반도체의 여정은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우선 은행 채권단은 DRAM 사업을 계속하려는 의사가 그리 강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DRAM 전문 회사인 마이크론이 사업 매각을 타진했으나 교섭은 실패했습니다.
(마이크론은 그 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DRAM 사업을 인수합니다.)
계속해서 미국과 유럽에서 DRAM의 저가 판매가 문제가 되면서 미국 정부와 EU의 보복 관세를 받게 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 정부의 공적 자금이 하이닉스에 투입되면서, 불공정 수출 행위로 간주)
보복 관세 조치는 2003년 부터 2008년까지 계속됩니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미국의 제조 공장을 활용해 보복 관세의 영향을 줄이려 했지만
이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SK 재벌의 SK 텔레컴이 대주주로
그 후 극심한 DRAM 사업 환경의 변화를 거치면서도 하이닉스 반도체는 사업을 확대해 나갑니다.
2000년 후반대는 전반대보다도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복 관세 조치가 끝나고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에 진출하며 매출을 상승세를 유지합니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최대 주주인 은행 채권단은 사업 재구축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판단하고
공모에 의한 매각을 시도합니다. 여기에 응모해 우선권을 얻은 것이 SK 텔레콤입니다.
SK 텔레콤은 은행 채권단의 지분 대부분을 양도받는 동시에 하이닉스 신주를 대량으로 인수해
주식의 21%를 소유한 최대 주주가 됩니다.
SK 텔레콤은 올해 2월에 주식 구입을 끝내고, 하이닉스를 SK 재벌 그룹 휘하에 넣음과 동시에
회사명을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SK 하이닉스로 바꿉니다.
그리고 SK 그룹의 지주회사인 SK 홀딩스의 CEO인 최태원씨가 하이닉스의 회장 겸 CEO로,
SK 텔레콤의 CEO인 하성민씨가 하이닉스의 사장 겸 CEO로 취임했습니다.
또 전부터 하이닉스의 사장 겸 CEO였던 권오철씨는 SK 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직함을 유지합니다.
에너지, 화학, 정보 통신의 SK 재벌 그룹
SK 재벌 그룹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봅시다. '
왜 한국 기업은 세계에서 이길 수 있는가'라는 책을 인용하면,
SK 재벌은 한국에서 3위 규모의 재벌 그룹입니다.
덧붙이면 1위는 삼성 재벌, 2위는 현대자동차 재벌, 4위는 LG 재벌이 됩니다.
SK 재벌의 사업분야는 에너지, 화학, 정보 통신, 물류, 서비스, 금융으로 에너지와 화학의 SK,
정보 통신의 SK 텔레콤이 2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2010년의 총 매출은 110조 7000억 원, 영업 이익이 8조 2463억 원, 해외 매출 비율은 60%입니다.
사업 분야별로는 매출에 차지하는 에너지, 화학 부분의 비율이 54%로 제일 큽니다.
정보 통신의 매출 비율은 16.1%로 그렇게 큰 건 아닙니다.
SK는 기존 회사명인 선경의 줄임말입니다.
SK 텔레콤의 연간 매출은 2010년에 12조 4600억 원입니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연간 매출이 12조 1060억 원이니까 사업 규모로 따지면 비슷합니다.
자본 관계에서는 SK 텔레콤이 모회사지만 SK 재벌 그룹 안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두 회사 모두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하이닉스는 SK 텔레콤의 자회사라기보다는 SK 재벌 그룹의 일원이 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풍부한 현금을 살리는 방법에 주목
SK 하이닉스라는 이름이 일본에서 알려진 것은 올해 3월 이후입니다.
엘피다 메모리의 지원 기업에 SK 하이닉스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략적인 의미가 없다'면서 SK 하이닉스는 입후보를 철회했습니다.
SK 하이닉스의 실적은 최근 2012년 1분기(2012년 1~3월)까지 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냈습니다.
최근 실적만 보면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2천억 엔~3천억 엔이 필요한 엘피다 메모리 투자에 입찰하려 한 것은 풍부한 현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SK 하이닉스는 SK 텔레콤을 통해 SK 재벌 그룹에서 2조 3000억 원의 현금이 들어왔습니다.
하이닉스 주식 인수에 투자한 현금의 일부입니다.
이 거대한 현금은 SK 하이닉스와 SK 그룹의 장래를 위해 씁니다.
SK 하이닉스의 장기적인 목표는 명확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삼성을 넘는 것입니다.
현재 SK 하이닉스는 반도체 메모리 전문 기업이며 사업의 균형을 생각하면 DRAM 전문 기업인
엘피다 메모리를 인수하는 것이 그리 좋은 수단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물론 반도체 메모리의 사업 규모 확대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문제는 선택입니다.
비 메모리 사업을 확대할지 메모리 사업에서 삼성과 간격을 줄이는 것 중 어느 쪽을 우선시할지 골라야 합니다.
방대한 현금을 어디에 쓰는지가 SK 하이닉스의 미래를 크게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5053494FC71C582C)
첫댓글 치킨게임 끝났으니 경기만 살아나면 대박난다.
왤케 못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