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왼쪽부터 지난영, 김혜영, 허지현, 손효경, 윤의정 교우. (아래 왼쪽) 지난달 록밴드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무대. (아래 오른쪽) 지난 5월 페스티벌에 참가한 아뮤밴드의 공연 모습.
<아뮤밴드>
지난달 17일 한 교우밴드가 록밴드페스티벌(관련기사 1-2면)에서 바이올린과 첼로에 사용하는 활로 기타를 연주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중년 여성 교우들로 구성된 ‘아뮤밴드’였다. 보컬은 지난영(영교84) 교우, 건반은 윤의정(식공84)·김혜영(영문97) 교우, 드럼은 손효경(국문83) 교우, 기타는 허지현(간호86) 교우가 맡고 있다. 양재역 지하 연습실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려대라는 이름으로 5명이 뭉치다
전공도 직업도 학번도 다른 5명이 어떻게 하나의 밴드를 결성할 수 있었을까. 그 당찬 시작은 직장인 사회 밴드에서 꾸준히 활동해오던 지난영 교우가 이끌었다. ‘과연 고려대 내에서 여자로만 구성된 밴드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반, 기대 반으로 멤버를 하나 둘 섭외하기 시작했다. 특히 입학30주년 모교 방문 축제가 밴드 결성의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입학 30주년을 계기로 막상 학교를 다닐 적에는 몰랐던 다른 과 학생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모임의 장이 넓어지면서 지금의 밴드 멤버들도 알게 됐죠.”
특히 여성 일렉트릭 기타 연주자를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았다. 피아노나 보컬에 비해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여성을 찾기 어려운 세대이기 때문이다. 아뮤밴드의 일렉트릭 기타는 불혹의 나이에 문화센터에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허지현 교우가 맡았다. “엄마로서 자녀들이 악기를 다루는 건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어요. 그런데 마흔이 넘어서 생각해보니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악기는 없더라고요. 이 점이 너무 후회되어서 배우기 시작했죠.”
엄마에서 뮤지션이 되기까지
‘아줌마 뮤지션’이자 ‘아름다운 뮤지션’이라는 이중적인 의미의 현재 이름이 정해지기 전, 멤버들의 총 자녀 수가 아들 6명, 딸 4명이라는 의미를 담아 ‘6남4녀’가 밴드 이름의 후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직장인이자 밴드 멤버이기도 하지만, 헌신적으로 가정을 일궈낸 엄마이기도 한 것이다.
멤버들은 그동안 가족과 아이를 돌보는 엄마로서의 역할에서 오는 자부심과 행복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순 없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이제서야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던 것을 하고자 하는 5명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그 동안의 경험을 노래로 풀어내고자 한다.
데뷔라는 꿈을 향해
이런 목적의식이 분명한 만큼, 아뮤밴드는 기존의 노래를 커버하거나 편곡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연주하며 내년 봄 프로 밴드 데뷔를 목표하고 있다. 엄마가 자녀에게 하는 말, 오래된 친구와 헤어진 이야기, 치매 부모를 모셔야 하는 심정 등 중년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서사를 노래에 담고자 멤버 구성원 모두가 직접 작사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대중이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소프트록, 포크록, 아트록 등 장르를 막론하고 최대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안전한 모교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그동안 모교 안에서만 밴드 활동을 했어요. 아뮤 밴드에 합류해 외부 대회를 준비하며 마음가짐도 달라졌고, 아마추어였던 우리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걸 느꼈죠.” 지 교우가 말했다. 이처럼 아뮤밴드는 모교 내 무대에만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선다. 인천 부둣가에서 약 10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버스킹 공연을 했고, 꾸준히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런 우리를 보면 본인도 악기를 연주하고 싶어지지 않나요?” 건반을 연주하는 윤의정 교우가 인터뷰 도중 물었다. “젊을 적 헤매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 정작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적었다”며 후배들이 본인들처럼 악기를 배우면서 음악을 즐기고, 또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데뷔가 과연 가능할지, 대중의 평가는 어떨지 걱정된다고 멤버들은 고백했다. 그러나 동시에, 50대를 넘기고 은퇴를 바라보는 지금 두려운 건 없으며 이 모든 과정을 멤버 5명이 함께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갈 것이기에 행복하기만 하다고 한다.
미래를 고민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헤매고 힘들었던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음악으로 승화하는 아뮤밴드가 되기를.
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