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그림을 그린 후, 난 친구녀석의 상담요청에 응해 한 카페에 갔다. 이 녀석과 나랑 관계된 이야기면 실장석 이야기일텐데…나한테 상담할 부분이 있나?
"야, 여기야!"
카페에 들어온 나를 발견한 친구가 나를 불렀다. 난 친구가 있는 테이블로 갔고, 그 테이블엔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왔냐? 인사해, 여긴 우리 연구소 개발부서의 요시다씨. 요시다씨, 이쪽은 제 친구인 토시아키입니다."
"반갑습니다, 토가시 히로아키입니다. 이 녀석 말대로 편하게 토시아키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반갑습니다. 요시다입니다. 토시아키씨의 데이터는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데이터요?"
"아, 너가 받은 로봇뱀이 요시다씨가 개발에 참여한 제품이거든."
"아! 그러시군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요시다씨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테이블에 앉은 나는, 의외의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실장석에게 고통을 주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안도씨(친구녀석)가 어찌나 극찬을 하던지, 저에게 꼭 필요하신 분이라 뵙고싶어 무리하게 부탁을 했습니다."
"자세한 사정을 들어봐도 될까요? 실장석 학대는 워낙에 방법이 많아서 굳이 제가 아니어도 될텐데."
"아, 그렇지요. 제가 너무 앞서나갔군요. 죄송합니다. 흠흠, 이걸 좀 봐주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요시다씨는 한 상자를 꺼냈다. 상자의 뚜껑을 열자 난 매우 놀랐다.
"이건…!"
"네. 토시아키씨도 아실겁니다. 바로 흑발실장입니다."
상자 속에는 제대로 밀봉되어 있어 가사상태가 된 흑발실장이 들어있었다. 흑발실장. 인간과 실장석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실장석과의 행위를 한다는 극히 일부의 미친놈들(그걸 흔히 직스충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인간남성의 정액으로 실장석이 자기 멋대로 임신해서 태어난 결과물이라는 정보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많이 놀라셨나보군요. 이해합니다. 흔히 볼수있는건 아니니까요."
"요시다씨, 어떤 피해를 입으신겁니까?"
내 질문에 오히려 요시다씨가 놀라했다. 흑발실장이라는건 결국 인간과의 잡종. 때문에 대중에게 좋은 시선을 받기 힘들다. 특히 실장석의 행동 패턴으로 인해 인간남성이 자신을 임신시켜 낳았다는 적반하장격 태도와 자신을 파파라고 부르는 흑발실장들 때문에 피해남성은 여러 방면에서 크나큰 피해를 입는다. 이런 피해자들을 위한 인권위원회도 있을 정도니, 실장석이란 존재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알 수 있으리라.
"제 지인들 외에 제3자가 그런 질문을 먼저 하신건 처음입니다. 부탁드리기에 앞서 감사합니다."
"아뇨. 천만에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셨겠습니까.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가요?"
"저희 연구소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실장석들에게 실험을 합니다. 때문에 실장석들의 수가 많죠. 그리고 여러 이종교배종을 만들기 위해서 동물이나 사람의 정액이 어느정도 양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출산담당으로 새로 왔던 녀석이 실험실서 탈출에 성공했고, 그 녀석을 잡기 위한 담당으로 제가 배정되었지만, 공원에서 포획한 직후 이 녀석을 낳아버리고 제가 남편이니 뭐니 소리를 꽥꽥 질러버린거죠. 게다가 어미를 따라서 이 녀석은 저를 파파라고 지껄이더라고요. 때문에 공원에 있던 애호파들한테 곤욕을 치뤘습니다."
말을 하면서도 요시다씨는 이 흑발실장을 찢어죽일려는것을 참으려는듯, 찻잔을 부숴버릴 정도로 꽉 잡고 있었다.
"그때의 그 벌레를 보는듯한 시선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 애호파들은 공원에서 모여 들실장들에게 먹이를 나눠줍니다. 그러면서도 저희 연구소에 민원을 계속 넣고 있어요. 바로 저 때문에요. 지금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은데도 그걸로는 해결이 안되기 때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안도씨가 토시아키씨 이야기를 해줬죠. 전 지금 매우 절박합니다, 토시아키씨.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 요시다씨의 절박한 마음이 정말로 와닿았다. 듣기만 했는데도 온갖 고통을 주고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당사자의 기분은 어떨까. 그 절박함에 난 요시다씨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제 기술이 필요하다 말씀하셨지만, 전 실장석들한테 고통을 주는건 잘하지만 이번일은 친실장의 문제인것 같은데, 그 친실장녀석은 어딨죠?"
"애호파측에서 보호센터에 맡겨둔 상태인데, 저희 연구소 사람들은 데려가지 못하게 막아뒀더라고요. 이 녀석은 흑발실장이라 보호센터에서도 함부로 처리하기 곤란해서 저희 연구소측에서 연구 목적으로 데려오는걸로 해결할 수 있던겁니다. 그래서 토시아키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녀석을 데리고 와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녀석이 자백을 하게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꽤나 어려운 일이다. 데려오는건 문제가 없지만 자백을 받는건 그 사기꾼녀석이 한 짓을 생각하면 꾹 다물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나저나 이런 경우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역시 더러운 생물이다. 자기 이득을 위해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 씌울줄은…잠깐?
"성을 사용해서 죄를 뒤집어 씌운다면…성범죄로 볼 수도 있겠는데? 그럼…좋아!"
"...토시아키씨?"
혼자 중얼거리다 갑자기 큰 소리를 낸 나 때문에 놀란 요시다씨는 약간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난 얼굴이 화끈해졌고, 날 보는 친구녀석의 놀리는듯한 표정이 내 기분을 썩어들게 했다.
"아, 죄송합니다.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그만…"
"아뇨…괜찮습니다. 그런데 그 '좋아' 라는건…?"
"잘만 풀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계획이 떠올랐습니다. 애호파한테 큰 타격을 주면서 녀석의 자백까지 받아낼 방법을요."
"그, 그게 어떤겁니까?"
"지금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요시다씨의 힘도 필요합니다. 물론 너도 마찬가지고."
난 두사람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긴 이야기에도 두 사람은 내 말에 집중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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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법이라면 확실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군요!"
"이 새끼 진짜 머리 좋네? 역시 부르길 잘했다니까?"
두 사람은 내 계획에 꽤나 감탄한 것 같았다. 특히 요시다씨는 꽉 막힌 속이 뚫린 표정이었다.
"이 계획은 하나라도 어긋나면 안됩니다. 반드시 성공시켜서 애호파 녀석들을 엿먹이고 실장석들에게 고통을 줍시다."
"알겠습니다.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이거 꽤 재밌어질것같은데? 두근두근하네!"
-이렇게 세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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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웅~여긴 너무 행복한곳인데스~똥닝겐이 푸드도 매일주는데스~따뜻한물로 목욕도 가능한데스~와타시는 세레브한 존재라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데스우~"
케이지 안에서 한 독라의 성체실장이 행복한듯이 노래를 부른다. 이 곳은 사설재단으로 운영되는 동물보호센터로, 일정 기간 안에 입양되지 않는다면 폐기시키는 다른 보호센터와 다르게 맡기고 간 사육주 측에서 매월 보호비를 지불하는 것으로,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때문에 사육주가 자신의 애완동물을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키우지 못하게 되었거나 할 경우가 아니면 올 수 없는 곳이다. 여기 있는 이 독라는 단 한달의 보호비만 지불되었기 때문에 수 일 이내로 새로운 주인이 오지 않으면 폐기되는것을 모르고 이렇게 행복해 하는것이다.
(딸랑딸랑)
"뎃?"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두명의 남자가 들어온다. 한명은 매일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인간. 한명은 처음 보는 인간이다.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 여기는 보호비를 지급받기 때문에 추가적인 관리로 건강상태는 좋습니다만,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실장석은 사람들과 말이 통하는데다가, 이 곳에 오는 실장석들은 대부분 좋은 대접을 받고 지냈던 사육실장들이라 인간을 깔보는 예의없는 녀석들이 많은데…"
"괜찮습니다. 건강하기만 하면 문제 없습니다."
"그러시면…현재 저희 보호센터에 있는 실장석은 이 녀석 한마리 뿐입니다. 이 녀석은 독라인데다가 특히 예의가 없어서 똥닝겐 소리를 달고 사는 녀석인데…다시 한번 생각해보심이 어떤지…"
"정말로 괜찮습니다. 입양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제출하신 서류는 승인되셨으니 데려가시면 됩니다."
알 수 없는 남자들의 대화가 끝나자 케이지에서 꺼내져 처음보는 남자가 들고온 케이지에 넣어진 독라. 급격히 변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데…뎃? 닝겐상은 누구인데스? 와타시를 어디로 데려가는데스?"
"난 오늘부터 네 새 주인이다. 넌 내 사육실장이 되는거고. 네 이름은 오늘부터 미도리야. "
"데뎃? 와타시 사육실장이 된데스? 와타시 미도리인데스? 역시 와타시인데스! 세레브한 와타시의 매력에 빠진데스! 이제 스테이크와 스시를 마음껏 먹으면서 행복해지는데스~"
자신이 사육실장이 되었다는 행복함에 시끄럽게 노래 부르는 독라. 남자는 이 역겨운 노래를 자주 들었던듯이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뿐이다.
"그래그래. 이따 집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주마. 그래도 가기전에 한번 공원에 들렀다 가는건 어떠니? 그동안 좁은 곳에 있어서 너무 갑갑했잖아? 맑은 공기 한번 쐬고 집에 가자. 즐거울거야."
"알겠는데스! 와타시를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주는데스 데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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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도착한 독라. 맑은 공기와 푸른 초목들이 눈을 즐겁게한다. 독라는 오랜만에 보는 바깥풍경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겁게 바깥을 구경했다. 그때였다.
"뎃…? 저건…?"
독라가 본것은 한 남자와 그의 사육실장이었다. 어디서나 흔히 보이는 평범한 사육실장이었지만, 독라가 본건 그 사육실장이 아니라 사육실장이 데리고 다니는 자실장이었다. 자실장들의 머리카락이 검정색이었다. 그렇다. 자신이 예전에 낳은 흑발의 자인 것이다. 독라는 그 순간 눈이 뒤집어졌다.
"데갸아아아아아! 거기 똥닝겐! 똥분충! 당장 멈추는데스! 와타시의 자를 어디로 데려가는데스!"
독라는 목청껏 소리를 지르면서 실장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속도로 뛰어갔다. 태어나자마자 헤어진 자신의 사랑스러운 자. 반드시 되찾으리란 마음으로 뛴다.
"뭐야, 이 독라는?"
"데…주인사마. 이 독라는 누구인데스?"
"이 자들은 와타시의 사랑스러운 자인데스! 와타시의 자을 돌려주는데스! 와타시의 자한테 손 하나 대지 마는데스!"
"다짜고짜 달려와서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거냐? 얘는 내 사육실장의 새끼다. 닥치고 어서 꺼져라."
남자의 태도에 독라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다. 돌려주지 않는다면 빼앗으면 그 뿐. 독라는 사육실장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뭐야 이 쓰레기같은 녀석은! 어디서 그 더러운 몸으로 내 사육실장한테 몸을 날려!"
"데벳!"
남자는 잔뜩 화가난듯이 독라를 걷어차 날렸다. 독라는 짧은 비명과 함께 튕겨나가 땅바닥에 부딪혔다. 그나마 높게 차날린게 아니라 뼈가 부러지거나 하진 않은게 다행일것이다.
"미도리!"
독라가 다친것을 보고 달려오는 주인. 남자는 독라의 주인을 보고 물었다.
"아니 거 사육실장 관리좀 똑바로하쇼! 뭔 독라새끼가 우리집 사육실장한테 달려들어?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거야?"
"데...데프프…똥주인이 온데스…오마에라는 이제 똥주인한테 죽은 목숨인데스. 똥주인! 저 똥닝겐과 똥분충을 죽여버리는데스!"
자신의 주인이 달려온 사실에 독라는 안도하며 자신의 자를 되찾을 수 있다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온갖 분충스러운 소리를 떠들었다. 하지만 주인은 독라의 예상을 벗어났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처음 보호센터에서 입양해온 터라 아직 옷과 가발은 준비를 못했었습니다. 케이지안에서 오래 갇혀있었다길래 바깥구경좀 시켜줄려다가 그만…"
남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주인의 모습에 독라는 당황했다. 이건 꼭 자신의 주인이 저 똥닝겐보다 밑이라는 뜻이 아닌가? 그럼 자들은 어떻게 되는거지?
독라는 이 상황을 인정할 수 없어 다시 소리를 질렀다.
"똥주인 뭐하는데스! 왜 이딴 똥닝겐에게 고개를 숙이는데스! 어서 저 똥닝겐을 혼내주는데스! 와타시의 자를 되찾아야하는데스!"
"너의 자? 무슨소릴 하는거냐?"
"저 똥분충이 데리고 있는 흑발의 자는 와타시의 자인데스! 와타시가 낳은 자란 말인데스!"
"왜 그런 못된 거짓말을 하는거야? 널 데려올때부터 넌 혼자였어. 왜 누군지도 모르는 사육실장한테 시비를 거는거야? 새끼가 갖고싶다고 해도 그런 거짓말을 하면 안돼!"
주인의 단호한 태도에 독라는 억울해 미칠지경이었다. 독라는 악을 쓰며 소리를질렀다.
"와타시의 자라고 몇번을 말한데스! 저 자는 세레브한 와타시의 자란 말인데스!"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는 독라. 공원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것도 모른채 독라는 계속 소리를 지른다.
"후…알았다, 알았어. 그럼 직접 물어보자. 저기, 죄송합니다. 혹시 사육실장의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얘 이름이요? 그린인데요?"
주인은 남자에게 사육실장의 이름을 물은 후, 조금 전부터 어미의 뒤에 숨어 있던 자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미안하다. 겁을 먹었구나? 괴롭히지 않을테니까 안심해. 혹시 네 마마의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주인의 부드러운 태도에도 독라때문에 계속 어미 뒤에 숨어있던 자실장이었지만 적어도 경계심은 살짝 낮아졌는지, 입을 열었다.
"테…그린인테치! 마마의 이름은 그린인테치!"
자실장의 말에 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너무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보내며 독라에게 말했다.
"들었지, 미도리? 저 아이가 어미의 이름을 그린이라고 부르잖아. 넌 그린이 아냐. 미도리야. 그리고 내가 데려오기 전의 넌 이름이 없었어. 저 애는 네 자가 아니야."
자실장의 말에 독라는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충격을 받았다.
"무슨소리인데스?! 와타시를 보는데스! 마마인데스! 오마에의 마마인데스! 오마에는 와타시가 낳은 자란 말인데스!"
독라의 애타는 목소리에도 자실장은 어미 뒤에 숨어 꼭 붙어 있을 뿐이었다.
"아닌테치! 오바상은 와타치의 마마가 아닌테치! 와타치의 마마는 하나뿐인테치! 와타치는 오바상같은 독라는 모르는테치! 와타치는 오바상의 자가 아닌테치!"
"봐라, 미도리. 저 애가 뭐가 좋아서 거짓말을 하겠니. 저 애는 네 자가 아니야. 이제 그만 우기고 어서 사과해."
주인의 단호한 태도와 자실장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 무엇보다 아직까지 자신에게 자를 돌려주지 않는 사육실장의 모습에 독라는 이성을 잃었다.
"아니라고 몇번을 말하는데스! 와타시가 마마인데스! 거짓말이 아닌데스! 믿어주는데스! 왜 와타시의 자가 와타시를 못알아보냐는 말인데스! 마마인데스! 마마란말인데스! 증거도 있는데스!"
"...증거라니?"
주인의 질문에 독라는 사육실장을 노려보며 물었다.
"오마에! 이 자는 흑발의 자인데스! 오마에는 어떻게 이 자를 낳은데스? 말해보는데스!"
독라의 질문에 사육실장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데…그건…"
"이거보라는데스! 저 똥분충이 대답을 못하는걸 보라는데스! 저 똥분충은 흑발의 자를 낳은 적이 없는데스!"
"아, 아닌데스! 그럼 오마에가 먼저 말해보는데스! 오마에는 왜 와타시의 자를 오마에의 자라고 우기는것인데스? 오마에는 어떻게 자를 낳았냐는데스?!"
사육실장의 질문에 독라는 당당하게 말을 했다.
"하! 그야 와타시가 닝겐의 씨가 담긴 휴지로 수정했기 때문인데스! 하얀옷을 입은 똥닝겐이 와타시한테 휴지를 주면서 말했단 말인데스! 휴지를 총구에 비비면 흑발의 자를 가질수 있다고 말했단 말인데스! 그리고 와타시는 정말로 흑발의 자를 낳은데스! 하지만 처음보는 닝겐이 와타시를 잡으러 온데스! 그래서 와타시를 잡으러온 닝겐한테 와타시와 자를 살리려고 그 닝겐한테 남편상이라고까지 부르면서 와타시가 지금 살아있는것인데스! 하지만 와타시는 그 이후에 자를 볼 수 없었던데스! 그래서 와타시는 자가 콘페이토별로 갔다고 믿었단 말인데스! 하지만 오늘 와타시는 자를 다시 만난데스! 이제 와타시의 말을 믿는데스!?"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독라의 주인, '나'였다.
"...라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들?"
"...크흡…픕…푸흡…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와하하하하하하하하!"
"...세상에나…"
나와 사육실장의 주인, 친구녀석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 애호파들은 독라의 폭로에 충격에 휩싸였다.
"데…뎃? 이게…무슨 상황인데스…? 뭔가 이상한데스…?"
난 눈물을 닦으며 녀석에게 모든 진실을 이야기했다.
"하…드디어 진실이 밝혀졌네. 잘 들어라 쓰레기 새끼야. 네가 저지른 거짓말로 여러사람이 고통받아서 내가 이 진실을 밝히려고 여기까지 온거다."
그렇다. 내가 생각한 작전은 이러했다.
우선 그 당시 장면을 목격한 애호파들을 모두 수색해 다시 공원에 불러모은다. 그리고 녀석이 있는 보호센터에 입양신청를 밟고, 녀석의 현 보호자로 되어있는 애호파단체의 회원에게 합의금(이란이름의뒷돈)을 주어 합의입양을 하였다.
그 사이에 흑발실장을 낳은 경험이 있는 출산석중 모성애 가득하고 온순한 출산석을 찾아 독라의 자실장을 마마로서 기르게 하여 자실장과 출산석간의 모녀관계를 구축해둔다.
자실장은 붙잡힌 직후 가사상태에 빠져 제 어미의 기억이 불확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출산석을 어미로 인식하는 기간이 매우 빨랐다. 이렇게 해서 일부러 독라가 그 모습을 보게 만들어 이 모든 결과를 이끌어낸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 계획대로 넌 스스로 네 거짓말을 폭로했고, 그렇게 억울한 한 사람이 누명을 벗었지. 어떻습니까, 요시다씨? 만족하십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토시아키씨! 정말 마음의 짐이 없어진 기분입니다!"
공원의 관중들 중 하나로 있었던 요시다시는 모자를 벗고 나에게 감사인사를 하였다. 녀석은 요시다씨를 보고 매우 당황해했다.
"데…데뎃…닝겐상은…"
"그래, 아까 네가 말한 '남편상'이다, 이 새끼야. 이제 다들 믿습니까? 실장석이 얼마나 교활하고 이기적인 생물인지?"
요시다씨는 주변의 애호파들을 보며 울분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이 같은 사람인 나를 믿지 못하고 저 더러운 생물의 말을 먼저 믿어서 나를 쓰레기취급한걸 이제 아시겠냐는말입니다! 난 당신들의 그 눈초리때문에 그 몇일을 지옥같은 기분으로 보냈단 말입니다!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세요! 누가 나쁜건지!"
요시다씨의 말에 애호파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한 사람이 억울하게 고통받았으니 입이 천개라도 할 말이 없으리라. 난 비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평소에 들실장들한테 갖는 관심의 10분의 1만 사람한테 썼어도 이 상황은 안 일어났겠지. 들실장들한테 줄 먹이를 살 돈으로 고아원 아이들한테 과자를 사주는게 훨씬 보람찬 일인지도 모르고 말야. 양심이 있으면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 나와야 했는데도 아직도 입을 다물고 있네? 당신들 부끄러운줄 알아."
나의 신랄한 말에 애호파들은 급하게 자리를 떴다. 사과 한마디 안하고 도망치는 꼴이 우습기 짝이없었다.
"와 끝까지 사과도 안하고 도망치네. 실장석 머리털 뜯어서 양심에 옮겨심었나?"
요시다씨는 친구의 말에 피식 웃었다. 마음의 고통에서 해방된 얼굴엔 후련함이 엿보였다.
"이제 괜찮습니다. 본인들도 앞으로는 허튼짓은 안하겠죠.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언론사에 퍼뜨리면 되고요."
"요시다씨도 은근 무서우시네…그럼 이제 이건 어쩔까요?"
친구녀석이 가리킨것은 이 모든 사건의 주동자였던 독라녀석이었다. 녀석은 자신이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인것을 깨달았는지 그저 데데 거리며 벌벌 떨 뿐이었다.
"제가 받았던 심적고통을 물리적인 고통으로 바꿔서 이 녀석에게 느끼게 해줄겁니다.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거에요."
요시다씨의 살기넘치는 말이 자신을 향하는 것임을 깨달았는지, 녀석이 요시다씨에게 무릎을 꿇었다.
"데…데…닝겐상…와타시가 잘못한데스…용서해주시는데스…와타시는 살고싶었을뿐인데스…자를 지키기 위해서였을뿐인데스…살려주시는데스…"
벌벌떨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녀석의 태도에 다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용서해줬을지는 몰라도, 녀석에게는 불행스럽게도 녀석앞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애원도 가식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이었다. 난 요시다씨에게 말했다.
"요시다씨. 제가 꼭 해보고싶은 학대법이 있는데, 들어보시겠어요?"
얘기를 모두 들은 요시다씨는 나의 계획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토시아키씨는 정말 창의적이시군요. 저희 개발팀의 아이디어 담당으로 스카웃하고 싶을정도에요."
"하하, 감사합니다. 그래도 전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어서. 대신 필요하시면 이 친구를 통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대화를 끝낸 우리는 네무리를 뿌려 녀석들을 기절시켜두었다. 출산석은 다시 담당구역으로 보낸다하였고, 자실장은 실험동에 보낸다고 하였다. 그리고 녀석은 내가 입양하였기 때문에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녀석에게 지옥을 보여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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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데뎃? 여긴…어디인데스…? 데? 몸씨가 안움직여지는데스…! 누구없는데스? 이거 풀어주는데스!"
눈을 뜬 녀석은 자신이 묶여있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일어났냐, 쓰레기새끼야?"
"뎃! 똥주인?"
눈을 뜬 녀석은 나를 보고 똥주인이라고 불렀다. 설마 아직까지 정신을 못차릴줄이야.
"이 지경이 되서도 똥주인 소리가 나올수가 있구나. 정말 대단한 새끼야. 맘같아선 지금 당장 찢어죽이고 싶지만, 네가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은 받아야겠지? 세상엔, 저지른 죄에 따라서 가는 지옥이 여러가지가 있다. 그리고 너같이 성과 관련된 죄를 저지르는 놈들이 가는 지옥도 있지. 원래 이런 집행은 내가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손님을 모셨거든. 들어오세요, 요시다씨."
내 말에 요시다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녀석은 요시다씨를 알아봤는지, 벌벌떨기 시작했다. 요시다씨는 녀석을 보고 씨익 웃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넌 모를거다. 이거 보이니? 이게 오늘 널 위해서 토시아키씨가 준비한거다."
요시다씨가 녀석에게 보여준것은 고압에어건이었다. 9번째 지옥인 '풍도지옥(風途地獄)'은 온 몸을 갈갈이 찢는 광풍이 부는 지옥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에어건으론 피부가 조금 찢어지는 정도일 뿐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의 기준. 실장석이라면 그 한방에 몸에 구멍이 날 수준이다.
"이게 너한테 효과가 있을까 싶어서 먼저 실험을 해봤거든? 결과가 내 기대 이상이더라고? 너도 미리 알아두는게 좋겠지? 사진을 보여주마."
요시다씨가 꺼낸건 온몸이 걸레짝이 된 자실장의 시체였다. 형체를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였지만 단 하나, 검은색의 머리카락은 이 자실장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데…데갸아아아아아아아!"
"네 새끼에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날 파파라고 부르다가 위석이 깨져 죽었는데, 그 맑은 소리는 녹음하고 싶을 정도였지."
"데갸아아아아아아아! 왜! 왜 이런짓을 한데스! 와타시의 자는 아무 잘못이 없었단말인데스! 와타시의 자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슬픈짓을 한것인데스!"
태어나자마자 헤어지고, 다시 만났는데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으며, 다시 헤어졌는데 처참하게 죽은 자신의 새끼때문에 녀석은 피눈물을 철철 흘리며 요시다씨에게 울부짖었다.
"뭘 잘못했냐라…그럼 난 뭘 잘못했지? 뭘 잘못해서 네 남편소리를 듣고 네 새끼에게 파파소리를 들어서 사람들한테 온갖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 쓰레기취급 당해야했던거지? 네가 울부짖을 주제가 아냐, 이 쓰레기새끼야. 너 때문에 나도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네 새끼는 너때문에 죽은거다. 네가 날 남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면 네 새끼가 날 파파라고 부르지 않았겠지. 그랬다면 네 새끼는 죽지 않았을거다. 이 모든건 네 행동으로 벌어진 결과다. 그러니까 너도 느껴봐라. 내가 받은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토시아키씨, 시작해주세요."
난 스위치를 눌렀다. 녀석을 묶은곳은 X자형태의 프로펠러였고, 작동과 동시에 프로펠러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작업전, 녀석을 재워 분대를 제거해 똥이 나오지 못하게 해놨으므로 회전하면서 똥을 싸지르는 일은 없을것이다.
"데샤샤샤샤샤샤샤샤샤샤샤샤샤샤아아-!"
회전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매우 볼만했다. 하지만 이건 맛보기일뿐. 진짜는 지금부터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어느 부위에 맞는건 상관없어. 온몸이 벌집이 될때까지 쏠테니까."
(팡!)
"데갸아아아아아갸갸갸갸갸아아아아!"
이 한방에 녀석의 몸 어딘가가 꿰뚫렸단 소리가 들렸다. 요시다씨는 계속해서 에어건을 난사했다. 몸이 회전하면서 느끼는 어지러움과 몸이 꿰뚫리는 고통에 녀석은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데…하는 소리만 내뱉었다.
"후…."
신나게 에어건을 난사한 요시다씨는 만족한듯이 멈추었다. 나도 프로펠러의 스위치를 껐다. 녀석은 문자 그대로 벌집이 되어 온몸이 피범벅이 되었다. 녀석 주위엔 피가 곳곳에 튀어 그 처참함을 증명하였다. 심지어 왼쪽 눈까지 꿰뚫려 이제 녀석은 두번 다시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나의 질문에 요시다씨는 미소를 지었다.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네요. 전 그저 고통받는걸 보기만 하는 입장이었지만, 왜 학대파가 생기는지 이해가 되는것 같습니다."
"위석처리를 해뒀으니 곱게 죽진 않을겁니다. 시간 되면 또 찾아오세요. 오셔서 또 쏘시면되죠."
"이번 일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토시아키씨."
"저야말로 영감을 얻을수 있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그림에 대한 영감과 함께 내 예술에 공감할 멋진 지인이 생겼다. 녀석의 처참한 모습은 나의 캔버스지 위에 그려질 작품에 큰 영감을 주었다. 이렇게 9번째 그림을 완성했다. 남은것은 단 하나. 마지막이니만큼 부족함없이 준비해야겠다.
참피와 함께 -9-, End.
(단순하게 흑발의 자를 낳아달라며 총구벌리는걸 참교육하는 내용으로 가기엔 학대의 당위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라 여러 살을 붙이다가 이렇게 길어지고 늦게 올리게됨. 다시 한번 봐주시는 모두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