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올바른 영어 답변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목표로 정했다.
지금까지의 내 영어 대답이라고 하면, 날씨가 좋네요, 하아, 건강하세요? 아뇨, 커피 또 한잔 어떠세요, 필요없습니다.. 라는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느낌의 것들 뿐이었다. Yes, I do. No that was not. It's great, isn't it? 정도의 부록은 붙여서 되돌려주고 싶다.
미국에서 몇 번 다녀오다 보면 레스토랑에서 무슨 말을 물어올지 대략 짐작이 가게 된다. 하지만 적당하게 넘기고 있던 것들을 이제 와서 올바르게 대답하려 해보니, 정말 무섭게도 질문이 많은 나라였던 것이다.
가볍게 햄버거라도 먹을까 하고 다이너(Diner : 미국의 저가형 레스토랑 체인)로 들어간다. 다음은 웃는 얼굴을 한 종업원의 엡에서 튀어나온 질문의 산더미.
기분은 좋은세요? 오늘은 어떠신가요? 뭔가 마실 것은? 물은 탄산수로? 아니면 그냥 물? 메뉴에 대한 질문은 없나요? 주문하실 준비가 되었나요? 햄버거의 빵은 전립분? 화이트? 호밀? 고기는 어느 정도로 구울까요? 양파는 넣을까요? 토마토는? 피클도 같이 드실 건가요? 맞아, 치즈는 넣을 건가요? 마요네즈는? 케찹은? 겨자는? 따라 나오는 포테이토는 구운걸로? 튀긴걸로? 아니면 포테이토 샐러드? 구운거라면 샤워 크림도 같이?
겨우 햄버거 하나 먹기 위해 이 정도의 관문을 넘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입과 귀만 남은 자동응답기로 변신한다. 에, 그러니까, 이 경우 주어는 고기? 피클은 단수였던가? 하지만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나는 잘 구워서입니다.'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먹고 있는 사이에도 긴장을 풀 여유는 없다. 뭔가 문제는 없으신가요? 라고 담당 아가씨가 물어보러 온다. 다 먹고 난 후 역시, 입이라도 닦으려 하면 눈치도 빠르게 다가와서 디저트는 어떠세요? 메뉴 가지고 올까요? 이 접시 치워도 될까요? 라고 숨쉴 틈도 없이 다그친다.
커피.. 라고 대답하면, 설탕은, 밀크는, 밀크의 종류는 저지방 아니면 지방이 듬뿍 듣 크림 etc... 여기에 적당히 대답하면 설탕은 두 스푼 가득, 밀크는 커피가 완전히 미적지근해질 정도로 듬뿍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절대 방심할 수 없다.
커피에 넣을 밀크와 설탕 정도는 평범한 거라도 상관없으니 그냥 놓아두란 말야, 직접 넣을테니까 하고 검은 눈동자의 동양인은 생각한다. 고객의 얼굴, '표정'을 보면서 맛을 조절하는 섬세한 초밥 요리사가 있는 일본이 그립다.
첫댓글 빠진 이가 돌아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