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평가는 나의 소신이며,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꼭 시행하겠다!” 이는 얼마 전 새로 부임한 교육부장관의 취임 일성이었다. 이는 교사평가제 시행 자체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할지라도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 내부의 아킬레스건을 지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아니던가?
얼마 전 여론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60% 이상이 교사평가제를 찬성한다고 했다. 물론 아직은 교사 대부분이 교사평가제의 필요성을 느끼거나 두손 들어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평가제는 어떻게 실시되어야 하는가?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교사로서 바라는, 발전적인 교사평가제의 모습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사평가제를 누가 실시할 것인가? 나는 학습의 수요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교사평가가 학교 관리자나 교사 상호간의 평가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리자는 교사를 평가할 수 있지만 객관성이 결여될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교장, 교감 등 학교 행정가의 입장에서 교사에 대한 평가는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수업능력에 대한 것보다는 행정능력, 업무능력에 치우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또 교사 상호간 평가 역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평가로 이루어질 가망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혹 평소 관계가 불편한 교사에 대해 인신 공격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한참 인성이 ‘성숙되어 가는’ 어린 학생들이 이성적으로 스승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우려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는 교사와 학생의 믿음의 공간이다. 우선은 우리 학생들을 믿고 평가에 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년을 마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우리 선생님’에 대한 평가를 우리 학생들이 일시적인 감정으로 임하지 않을 것임을 믿어보는 것이다. 교사들도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 연찬의 기회로 삼으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교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또 교사들이 이를 의식해서 학생들의 인기를 끌기 위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교사들도 사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교사라면 이런 행동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부질 없는 일임을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 내에 깨닫게 될 것이다.
둘째,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나는 교사평가의 내용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지식 그리고 인격 위주로 실시되어야 하며, 최대한 좁은 영역에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몇 년 전 필자의 학교에서는 성과급제와 관련하여 교사평가를 실시한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단지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급하게 시행된 터이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 준비가 되지 못했고, 이는 많은 교원들의 반발을 야기했었다. 그 반발은 ‘이것이 평가에 꼭 필요한 질문인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별의 별 내용의 것을 다 평가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결국 그 때 평가는 유야무야되고 말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셋째, 평가의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평가 자료는 물론 교육부 차원에서 마련되겠지만 이는 반드시 많은 현직 교사의 참여 하에 만들어져야 하며, 또 여기에는 단위학교별 교육 주체들(관리자, 교사 대표, 학생 대표)의 충분한 협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존의 많은 정책들이 학교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책상 행정식’ 또는 ‘이론적’으로만 접근해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거나 오히려 학교 현장에 많은 혼란을 야기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넷째, 교사 평가제가 소기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떠한 후속 조치가 필요한가? 이는 교사 평가제가 하나의 상징적인 제도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최소한의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함을 말해 준다. 학교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능력있고 신뢰받는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들을 분명히 구분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며, 교사 평가의 결과는 이를 법적으로 행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로 필요한 것이다. 예컨대, 2진 아웃이나 삼진 아웃제를 도입하여, 평가 결과가 저조한 교사들은 1년 내지 3년 정도 무급 휴식년을 통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해야 한다. 교사평가를 시행하고도 뚜렷한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면 이는 아예 실시하지 않은 것만도 못할지도 모른다.
작금의 총체적인 교육문제는 교육 내부의 어느 한 문제만 신경을 쓴다고 모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학교 밖의 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밀어붙이기에는 현장에서 교육을 대표하는 교원으로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교사들이 주체적인 입장에서 교육을 위하고 학생을 위한다면 교사 평가제를 치루는 데 있을 수 있는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당면한 교육의 문제점을 나열하면서 교사평가가 제일 먼저 부각되는 것이라면 교사들은 반기지 않을 것이다.
교사평가제가 단순히 교사들을 구속할 수 있는 제도로 기능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다. 나를 비롯한 교사들이 앞장서서 다른 교육 주체들과 함께 신뢰받는 교육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