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kofiev - Piano Sonata No.2 In D Minor Op. 14
프로코피에프 - 피아노 소나타 2번 d단조 Op. 14
Sergei Sergeevich Prokofiev [1891 ~ 1953]
Sviatoslav Richter -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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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llegro Ma Non Troppo
II Scherzo: Allegro Marcato
III Andante
IV Vivace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2번 라단조, Op. 14 : 무궁동을 통한 그만의 유머와 재치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지만 러시아에서 활동한 작곡가입니다. 1891년에 태어나 1953년에 사망하여 주로 스탈린 정권 때 활동했는데, 당시 음악이 정치적으로 탄압받자 나중에 미국으로 망명하기도 합니다. 스탈린 정권 때 활동한 러시아의 두 작곡가는 프로코피예프와 쇼스타코비치를 꼽을 수 있는데 그 행보는 서로 다른 방향이라 자주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
5살 때부터 음악에 눈에 띄는 재능을 보였고 이듬해에는 체스도 함께 배우기 시작합니다. 일생에 걸쳐 두 분야에 모두 집중하였고 체스도 챔피언에 비견될 정도로 훌륭한 실력이었다고 합니다.
1953년 사망 당시에는 스탈린과 사망이 겹쳐서 프로코피예프의 사망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쇼스타코비치와 함께 근현대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데 그중에서 신고전주의 악파로 분류됩니다. 신고전주의란, 낭만시대, 다소 난해한 현대 음악 시대를 거치던 중 다시 기본이었던 고전주의로 돌아가려고 했던 음악 사조입니다. 그래서 불협화음으로 가득했던 현대 음악들 사이에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을 들으면 모차르트나 하이든 시대의 작품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아주 간결하고 단정한 화성으로 작곡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리듬과 규칙성, 곡 전체에 일관된 음가와 속도로 진행되어 일종의 운동처럼 느껴지던 무궁동 형식에 애정을 많이 쏟았습니다. 오늘 다뤄볼 피아노 소나타 2번에서도 무궁동 형식이 많이 드러나는데요, 낭만적인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고 정교하고 엄격하며 칼 같은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이 어떨지 이 정도 설명에서도 대충은 예상이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은 1912년 작곡되었는데 1913년에 자살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친구이자 동료 학생에게 헌정된 작품입니다. 1914년 2월 5일, 모스크바에서 작곡가에 의해 처음 연주되었고 4악장으로 구성된 소나타입니다. 라단조의 1악장은 꽤 서정적인 악장입니다.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의 속도라고 기보 되어있는만큼 아주 빠른 악장은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동화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2주제가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나타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구조로 되어있고 길이도 길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는 악장이 아니라 프로코피예프만의 선율을 어떤 음색으로 구현해내는지가 연주자의 역량인 것 같습니다.
2악장이야말로 무궁동의 정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리듬으로 규칙성 있게 지속되고 일종의 토카타와 비슷한 느낌의 악장입니다. 크게 보면 세 가지의 성부가 존재합니다. 라단조의 딸림 조인 가단조의 작품이라 베이스는 가단조 화성을 지속시키고 왼손과 오른손이 교차하며 비슷한 리듬의 주제 선율을 만들어냅니다. 그런 와중에 오른손의 스타카토들은 무궁동의 성격을 보여주며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한 악장인데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느낌의 정교한 악장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신기한 매력의 악장이지요.
3악장은 참 우울한 악장입니다. 언뜻 봐서는 라단조, 가단조와 전혀 관계가 없는 올림 사단조라 색채가 크게 다른 느낌입니다. 느린 듯한 선율이 길게 이어지고 매우 깊고 침울한 기분을 띠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악장이 이 곡을 헌정했던 프로코피예프 자신의 동료를 향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속도 역시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규칙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최면에 빠지는 것인지 잠드는 것인지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도 듭니다. 느린 악장인데다가 긴 음가를 가진 음표들이 모여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선율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3악장의 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노는 타악기적 특성을 더 많이 가지기 때문에 건반을 일단 한 번 누르고 나면 소리는 저절로 작아질 수밖에 없어 레가토 주법이 특히 쉽지 않은데 이런 긴 음들을 긴 호흡으로 연결해내는 것이 연주자의 기술이 아닐까요?
4악장은 3악장의 우울함을 물리칠 정도로 익살맞습니다. 그만의 유머와 재미가 넘쳐나지요. 마지막 악장인 만큼 제일 화려한데 오른손 도약이 만만찮아 쉽지는 않습니다. 4악장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템포와 리듬으로 기계 같은 규칙성이 두드러집니다. 마치 시계처럼 끊임없이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리듬적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 요소에서 추진력을 받아 에너지를 더 모으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무궁동과 비슷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재치가 넘치는 느낌으로 네 악장의 서사를 신나게 마무리합니다.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에서는 심각한 와중에도 자신만의 음악적 어법으로 유머를 풀어나갑니다. 소나타 2번뿐만 아니라 전쟁의 모습을 담아낸 소나타 8번에서도 자주 드러나기도 합니다. 소나타 2번에서도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진지했다가도 유머러스하게 다음 악장을 풀어내기도 하며 완급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코피예프만의 유머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풍자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4악장 발전부에서 특히 강조되는 흐름을 방해하는 듯한 도 샾의 악센트가 그 대표적 예인 것 같습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채로운 성격을 가진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2번은 한때 우울했던 저희의 기분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꿔줄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글 출처 / http://chzhahs.tistory.com/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