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전쟁... 지삼선 만들기 대환장파티

[묵다빈엄마]

늘 만들어 먹기의 최약체쯤 되는
다빈이네는, 이번에도 모험을 강행 합니다.

네. 만들기는 못해도 이것저것 많이
먹어본 엄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계산착오이자, 판타지 였음을 몸소 느끼는
그런 만들어 먹기였습니다...



지삼선이란 땅에서 나는 세가지 채소로
어쩌구 저쩌구... 구글과 네이버에
검색하시면 잘 나옵니다.
보통 다빈이네는 양꼬치 먹으러 갔다가
사이드 메뉴로 시키는 메뉴예요.

사실 감자를 튀기라고 되어있었습니다.
그렇지만 8분을 튀기라고 하니...
무섭습니다. 기름이 까맣게 탄다거나
눈에는 안보이는데 펄펄 유증기가 날까봐...

튀기는 건 늘 무섭습니다.
에어프라이어가 대용량으로 집에 두 대나
있는데 왜 튀겨야 할까요.
답답합니다.

그렇지만 집에 있는 그것들도 써본적이
없습니다! 그냥.. 인테리어 소품 하나..
회사에서 주길래 하나...

아무튼 오늘도 귀찮고 힘든 워킹맘은
삶아서 튀기나 그냥 튀기나 익으면
똑같다는 마음가짐으로 냅다 삶았습니다.

아기칼이 어디 갔는지 안보입니다.
그래서 차선으로 가위를 선택 했습니다.
내새끼 손은 소중하니께

자른 가지에 소금 촵촵.
손도 작은게 소금 꼬집엔 관대합니다.

아주 짭짤하니 술안주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가지엔 간을 하는게 아니라
물기 빼라고 뿌리는 거였는데....

나름 웃는겁니다. 웃는거예요. 흉기들고.

그 와중에 콩고물 건져 보겠다고
다빈이 옆을 밀착마크 하는 토리입니다.
벌써 환장하겠습니다.

삶은 감자 다 됐다고 까라고 했습니다.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덧붙이자마자

그럼 엄마가 들고 있어. 내가 깔게.

..... 머리 좋은 녀석. 쳇..
내가 다 뜨겁고 지는 잘 깐다고 칭찬만
삼십번쯤 받습니다.

전분가루 묻히라고 써 있었는데
울집엔 그런거 없으니까 대강 밀가루...

소싯적 양념감자 좀 드신 짬이
어디 안가고 고스란히 녹아 납니다.
요즘 바운스 트램펄린에서 댄스파티에
열광하는 취향과 맞물려 대환장파티로
변모했습니다.

그냥 흔들면 될 일인데....
이런 난리부르스가 없습니다.

다빈이네 있는 재료는 이 가지가 답니다.

아까 폭우를 뚫고 친정에 가서
국간장, 다진생강, 감자 4개랑 대파,
파프리카에 괜히 떡갈비랑 분홍소세지까지
다 주워왔습니다. 울집엔 없어도 엄마집엔
다 있습니다. 껍질 정리하기 귀찮은
수박도 쥬씨에서 파는 수박도시락처럼
손질 되어 냉장고에 있습니다.

그것도 주워 왔습니다.

기름이 많으면 무섭습니다.
그래서 나름... 내적갈등을 지나
적당한 타협으로 정한 양입니다.
감자부터 넣어 줬습니다.

그 다음 전분 묻힌 가지..
튈까봐 무섭다 했더니 다빈이가
저만치 도망갑니다.

의리가 아주 습자지처럼 얇습니다.

튀기다보니 이상합니다.
지삼선이면 세 개여야 하는데
지금보니 네 개 입니다.

... 대파 왜넣었죠??

튀김과 볶음 사이 그 어디즈음을
끝내고 나니.. 하.........



요리도 나혼자 하는 기분인데
저것도 혼자 치워야겠죠...
육아보단 살림이 낫습니다.

특히 요즘 다빈이는 멘탈을 조집니다.

왜? 와.. 역할놀이 개미지옥으로
끊임이 없습니다.

집에 굴소스가 떨어졌습니다.
몰랐습니다. 온갖 드레싱과 시럽만
난무하고 .. 망.. 했습니다.

대강 간장과 설탕, 들기름을 넣고
졸이다가 우스터소스를 첨가..
다빈이네는 케찹과 마요네즈도 없습니다.
부족한 간은 치킨스톡을 좀 넣었습니다.
괜히 카레가루를 티스푼으로
하나 넣고서.. 전분 없으니 밀가루도 한스푼.

맛술 넣으랬는데 그것도 없습니다.
술이면 술이지 맛술은 뭐람

매실액도 없으니 그냥 먹던 오미자주를
넣기로 했습니다. 같은 과실이니
비스무리 하면서 알콜까지 해결 됐습니다.

어쨌든 완성 된 다빈이네 표 지삼선입니다.


의외로 맛은 좋습니다.
알던 그 지삼선이 아니라
드라이카레 같은 맛이지만 뭐..
먹을 수 있는 게 어딥니까.

없는 맛술을 대신했고 결국
지삼선이라 쓰고 드라이카레라 부르는
그것이 안주가 되게 한 오미자주입니다.

다 마셨으니 내일은 매실주를 따야겠습니다.




달랑 가지 하나로 시작한 지삼선.,.
혹은 드라이카레.....



다들 집에 뭐 없으시면 친정을 찾아가세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적을 행할 수
있습니다.

지삼선으로 시작해 카레로 끝나는
결말도 저녁 한 끼 잘 해결 했으니
윈윈인 걸로 정신승리하며..


다들 맛난 가지요리 하세요.


ps. 한국 가지요리 넘나 싫어하는데요.
왜 중국가지요리는 맛있을까요?
가지볶음밥, 가지만두, 지삼선 등등..
사먹어서 맛있는 걸까요?

저는 한국인이라 저렇게 튀기고도
흐물흐물 한국 가지가 되었습니다.

다음엔 가지 말고 그... 씨암탉 같은 걸
키워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스스로반 이유나교사]

지삼선을 만드신다길래 너무 궁금했는데~ 이렇게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많은 지삼선이였는지는 몰랐네요😆😆
쓰신 글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ㅎㅎ
피곤하셨을텐데 다빈이와 할머님의 재료들도 함께한 가지요리 만들기에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튼튼하나반 오미애선생님]

어머니^^ 글귀 하나 하나 너무 재미 있어서 집중하면서 읽게 되요!
뜨거운 감자는 엄마가 들고있으라는 글에 다빈이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것 같았네요^^ 다빈이네 이야기를 즐겁게 전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슬기반 한혜린교사]

어머님의 글을 읽다보면 절로 웃음지어집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아주 재밌게 풀어주시니 너무 유쾌하게 글을 읽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다울어린이집]

ㅋㅋㅋ 지삼선 처음들어보는 요리입니다. 아주 맛있게 생겼어요. 하지만 도전하기에는 손이 아주 많이가네요. 고생많으셨고 감사합니다.
(어머니 닭도 잡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