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Musical)
가. 의미 : 음악과 춤이 극의 플롯 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
나. 역사
뮤지컬 코미디, 또는 뮤지컬 플레이의 약칭으로 그 근원은 유럽의 대중연극․오페라․오페레타․발라드 오페라 등으로 19세기 미국에서 탄생되었다. 1728년 이와 형식이 비슷한 존 게이의《거지 오페라》가 런던에서 상연되었는데, 첫번째 뮤지컬은 G.에드워드가 제작한《거리에서》(1892년 초연)로 본다.
미국은 최초의 뮤지컬 코미디를 탄생시켰는데 19세기 미국에서 성행한 벌레스크(해학적인) 희극에다 유럽의 오페레타를 조화롭게 접목시킨 것으로 작곡가 제롬 칸, 대본에 리처드 로저스, 작사자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등이 등장하였다. 이들은 미국인의 꿈과 향수를 제재로 하여 미국 민요와 흑인음악의 멜로디․리듬을 적극 수용하였다.《쇼보트》(1927)라는 작품에서 미시시피강(江)을 내왕하는 쇼보트를 무대로 인생의 애환을 그렸는데 이 작품이 오늘날 뮤지컬의 기초가 되었다. G.거슈윈은 문학적 가치가 높은 뮤지컬을 시도하여 G.S.카프만과 리스킨드의 대본으로《나는 너를 위해 노래한다》(1931)라는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거슈윈은 만년에 흑인생활을 리얼하게 그린《포기와 베스》(1935)를 만들었는데, 경쾌한 리듬과 나른한 멜로디가 이 작품의 특징이다. 세련된 작사와 작곡의 귀재(鬼才) 콜 포터는 복잡한 각운(脚韻)과 도시적인 기지(機智)가 특징이며,《키스 미 케이트》(1948)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로저스는 해머슈타인 2세와 손잡고《오클라호마!》(1943)를 비롯,《회전목마》(1945) 《남태평양》(1949) 《왕과 나》(1951) 《사운드 오브 뮤직》(1959) 등을 발표하였다.
이 무렵《마이 페어 레이디》(1956)의 대본․작사자 A. J. 러너와 작곡자 F.로가 등장한다. 또 인종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57), 유대민족의 애환을 그린 《지붕 위의 바이올린》(1964)《라만차의 사나이》(1965), 베트남전쟁을 반영하여 히피의 생태를 그린 록 뮤지컬《헤어》(1967)가 있다. 1970년대에 들어와 줄거리다운 줄거리가 없는《코러스라인》(1975), 로큰롤에 의한《그리스》등이 뮤지컬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으며,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1970)《에비타》(1978)《캐츠》(1981)《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1984)《오페라의 유령》(1986) 등 브로드웨이 뮤직컬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다. 한국의 뮤지컬 :
한국의 뮤지컬은 1950년대 말 드라마센터에서 막을 연《포기와 베스》가 첫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 후 1961년 예그린악단이 설립되어《삼천만의 향연》(1962)과 《흥부와 놀부》(1963)를 공연함으로써 일반에게 알려졌고, 1966년 본격적인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살짜기 옵서예》를 공연,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후《꽃님이 꽃님이 꽃님이》(1967)《바다여 말하라》(1971) 등을 공연하다가 명칭이 여러 번 바뀌고, 또 많은 극단들이 창작 뮤지컬《시집가는 날》(74) 《아리랑, 아리랑》(1988)《아리송하네요》(1989)《그날이 오면》(1991)《꿈꾸는 철마》(1992) 등을 공연하였다.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서구식 뮤지컬의 첫 작품은 1966년 동랑 레퍼토리극단의《포기와 베스》이다. 이 작품은 50년대 말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했으나, 커트가 많고 음악이 제대로 살지 못하여 본격적인 뮤지컬이라 할 수 없는데 그 후 많은 극단들이《빠담 빠담 빠담》(1979)《피터 팬》(1979)《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80)《사운드 오브 뮤직》(1981)《올리버》(198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87)《캐츠》(1990)《넌센스》(1991)《코러스 라인》(1992) 《레미제라블》(1993)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수입․공연하였다. 그 중 1983년의 《아가씨와 건달들》은 1991년까지 9년 동안 반복 재공연되기도 하였다.
라. 오페라와 뮤지컬의 다른 점
(1) 오페라는 클래식 음악의 최고 결정체로서 오랜 역사와 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뮤지컬은 대중적이며 그 역사가 짧다
(2) 오페라의 대본은 문학작품이나 역사적 사건, 인물들을 문학적으로 다룬 것이 대부분인데 뮤지컬의 대본은 보다 서민적, 일상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3) 음악적 구성에 있어서는 오페라는 정통 클래식 창법에 기본 바탕을 두고 오케스트레이션도 오랫동안 클래식한 것에 근본을 두고 있는데 뮤지컬은 그 창법이 대중적(Popular Style)이고 반주도 그 형식이나 구성이 다양하며 대중적 악기가 동원 된다는 차이가 있다.
(4) 그리고 오페라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수들의 노래가 계속되어 말로 하는 대사가 거의 없고 뮤지컬은 오페라보다 훨씬 많은 대사(이야기, 말)가 허용된다.
(5) 오페라는 대개 큰 규모의 오페라 극장에서 상연되는데 뮤지컬은 일반 극장이나 또 더 작은 규모의 극장에서도 공연이 가능하고 야외에서도 종종 공연되기도 한다.
(6) 뮤지컬은 마이크를 사용하기도 하고 전자악기 등도 동원하는데, 오페라는 전통적으로 마이크나 전자악기 등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발성으로 그 모든 것을 생음악으로 한다.
뮤지컬 작품
1. 남태평양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대본과 작사를 맡고, 리처드 로저스가 작곡을 하였으며, 조슈아 로건의 연출에 메어리 마틴과 에티오 핀처가 출연하였다. 원작은 미체너의《남태평양 이야기》(1947)로 1949년 4월 7일부터 브로드웨이에서 1925회 연속 상연되었던 작품이다.
내용은 태평양전쟁 때,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을 무대로 펼쳐지는 프랑스인 농장주인과 종군 간호사, 젊은 장교와 섬처녀, 이들 두 쌍의 사랑 이야기다.
주요 가곡으로《매혹의 초저녁》《발리 하이》《멋쟁이 그 사람》《봄보다도 젊게》《즐거운 이야기》《반드시 나의 것》 등이 있다. 1558년에 로건 감독이 영화화하였고, 한국에서는 1971년 개봉되었다.
2. 아가씨와 건달들
데이먼 러니언(Damon Runyon)의 단편 《미스 새러 브라운의 스토리》를 토대로 만들어진 뮤지컬로 1950년의 뉴욕을 배경으로 인물들을 전형화(stereotype)하면서도 특정 시대나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줄거리나 인물 창조에 있어서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유명한 도박꾼과 구세군으로 일하는 여성과의 사랑 이야기를 코믹하고 경쾌하게 묶어낸 낙천주의적인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이다. 낙천적인 경희극(輕喜劇)이지만 성격의 양면성을 고루 지닌 인물들은 뚜렷한 극적 개성을 지니며, 정교하고 극적 구성이 탄탄하고 논리적이다. 작가는 영혼 구제에 인생을 바친 선교단원과 쾌락에 젊음을 거는 도박꾼과의 만남, 장미빛 미래를 꿈꾸는 나이트클럽 쇼걸 등이 어우러진 밑바닥 인생의 애환을 희극적으로 관조하며 따스하고 진솔하게 보여준다. 수없이 결혼 약속을 파기하는 건달 나산에게 변함없이 애정을 쏟는 술집 아가씨 아들레이드의 순애, 구세군 새러에게 내건 사랑의 도박에서 진실을 저버리지 않는 노름꾼 스카이, 이들의 선행에 동화되어 가는 암흑가 보스 빅줄의 의리 등 각박한 세태 속에서 인생의 양면을 유머스럽게 조화시켜 훈훈한 인간미를 맛보게 한다.
1950년 뉴욕 초연 당시 1,200회의 장기 공연을 기록한 이래 계속되는 재공연 때마다 신화적 기록을 남겼으며, 브로드웨이에서 1992년에 재공연되어 토니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하여 주요 부문을 수상하였다.
1982년 영국 최고의 극단인 국립극단이 무대에 올려 대성공을 거두었고 1997년에도 성공적으로 재공연하여 영국 뮤지컬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폭소를 자아내는 위트 넘치는 대사와 《당신의 밍크를 가져와요》, 감기에 걸린 아들레이드의《탄식의 노래》, 스카이의《행운의 여신》, 나이슬리의《앉아, 배 뒤집힌다고》, 새러의《내가 만일 종이라면》 등 뮤지컬 넘버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꿰뚫어주면서 극적인 요소를 지닌다. 국내에서는 1983년 12월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민중극장 20주년 기념공연으로 민중․대중․광장이 이 작품을 합동 공연하여 국내 뮤지컬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잇따른 공연마다 관객 동원에 성공하여 최다․최장기 공연 신기록을 수립하였다.
뉴욕 극평가 에릭 벤트리는 시선을 고정시키는 빠른 템포, 스펙터클한 무대장치, 현란한 춤과 음악으로 대중을 매혹시키는 보통 사람들이 즐길 만한 오락물로서 미국 뮤지컬의 고전으로 꼽았으며, 뉴욕의 삶을 미국적 전설로 승화시켜 주었다는 평을 들었다.
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미국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 빈민가에서 두 불량소년 그룹이 세력 다툼을 한다. 하나는 이탈리아계 이민인 제트단(團)이고, 다른 하나는 푸에르토리코계 이민인 샤크단이다. 제트단의 리더인 리프로부터 합세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은 토니는 제트단의 댄스 파티에 참가한다. 토니는 그곳에서 샤크단의 리더인 베르나르드의 누이동생 마리아를 만나 두 사람은 서로 반한다. 토니는 두 그룹의 화해에 힘쓰는 한편, 마리아와의 관계를 인정받으려 하지만, 리프와 베르나르드의 대립은 날로 격화된다. 어느 날 리프와 베르나르드는 고속도로 아래에서 결투를 벌여, 리프는 죽음을 당하고, 이를 본 토니는 얼떨결에 베르나르드를 죽인다. 마리아는 오빠를 죽인 토니를 원망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토니는 마리아를 짝사랑한 샤크단원의 흉탄에 쓰러지고, 그때서야 자신들의 무모한 행동을 후회한 제트단과 샤크단의 소년들은 함께 토니의 시체를 운반한다.
셰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의 줄거리를 뉴욕의 슬럼가로 옮겨 무대에 올린 브로드웨이 뮤지컬(1957년, 초연)을 영화화한 것으로, 로버트 와이즈가 무대연출가 제롬 로빈스에게 안무를 맡김으로써 성공하였다. 와이즈는 뮤지컬 장면을 로빈스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경이로운 화면 설계와 카메라 워크를 선보였다.
거리에 뛰쳐나온 젊은이들의 움직임을 다이내믹하게 잡은 카메라 워크, 집단에 의한 전투적인 모던 발레의 약동상을 액션 영화에 가까운 방법으로 한 참신한 시도, 드라마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안무 등으로 뮤지컬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제34회 아카데미영화상의 작품․감독․남우조연(조지 차키리스)․여우조연(리타 모레스)․촬영․미술․음향․음악․의상디자인․편집․녹음․특별상 등 11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한국의 뮤지컬
가. 개관
뮤지컬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음악극 형태 중에서 가장 대중적 장르이다. 현재 고급음악계를 대표하는 오페라나 오페레타를 위시하여 국악계의 창극 등과 민족예술계의 노래극 등은 음악과 연극의 결합형태라는 점에서는 서로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작품관행을 보이는 장르들이다. 또한 음악극과 긴밀한 관련을 가지는 양식으로 총체극, 노래판극, 집체극 등이 있는데 그들은 극적 구조가 약하고 춤과 다른 분야 예술의 비중이 높은 양식들이다.
현대 한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의 유형은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첫째가 영국을 포함한 유럽풍의 오페라적 뮤지컬, 둘째 미국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종류로 춤의 비중이 큰 뮤지컬, 셋째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외국작품의 한국적 번안 작품들로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이 그 대표적 예로 작품의 예술성과 실험성을 강조하는 미국의 어프 브로드웨이(Off Broadway) 뮤지컬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연극계에서 일어난 뮤지컬 붐은 1994-5년부터가 본격적이지만 80년대 중반부터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났다. ‘아가씨와 건달들’이 히트를 치면서 ‘가스펠’, ‘카바레’, ‘피핀’, ‘캐츠’등 극단 민중, 대중, 광장들 중심으로 한 서구의 대표적 뮤지컬들이 한국에서도 히트했다. 91, 92년 이후 ‘넌센스’, ‘캐츠’, ‘코러스 라인’ 등 브로드웨이 성공작들을 번역한 대규모의 작품들이 공연됨으로써 뮤지컬 분야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국립극장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인 일본의 뮤지컬이 처음 우리 관객들에게 선보였다는 점도 기억할 만 한 사건이다.
94년의 뮤지컬 붐은 95년도에 이어 연말의 ‘홍도야 울지 마라'로부터 시작하여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그리즈 록큰롤'과 각색된 번역 뮤지컬로 재공연 된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와 수입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러스 라인' 등으로 이어졌다. 93년 연말 ‘번지 없는 주막'을 시작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중․노년층을 대상으로 신파조의 악극도 꾸준히 공연되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악극류는 대개 연말연시나 공연비수기로 알려진 7-8월에 공연되었다. 젊은이들과는 달리 중․노년층이 즐기는 신파극은 99년 여름에는 북한여배우 출신의 미녀 배우 김혜영을 간판스타로 한 춘사 나운규의 생애를 다룬 ‘아리랑'과 트롯 가수 주현미를 주인공으로 한 ‘가거라 삼팔선'을 공연하여 중․노년층 관객들에게 옛날을 회상하며 그리운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나. 한국창작뮤지컬의 간략한 역사
1966년에 예그린 악간의 ‘살짜기 옵소예’를 시작으로 한 우리나라의 창작뮤지컬은 60년대부터 예그린 악단에 의해 그 기초가 다져졌는데 한국 고전인 배비장전을 기초로 한 아랑이라는 기생과 배비장의 이야기를 다루는 한국적인 소재로 이루어 졌다. 특히 ‘살짜기 옵소예’ 노래는 대표적 뮤지컬 넘버로 오늘날에도 애창되고 있다. 70년대에도 ‘바다여 말하라’, ‘화려한 산하’, ‘종이여 울려라’, ‘시집가는 날’, ‘상록수’, ‘태양처럼]’ 등이 꾸준히 작곡․공연되었다. 그러다 80년대에는 창작뮤지컬 보다는 브로드웨이의 유명뮤지컬을 들여와서 공연하는 것이 주된 경향이었다. 80년대 말부터 다시 창작활동이 이루어져 서울예술단(구 예그린 악단)의 ‘뜬쇠가 되어 돌아오다’, ‘한강은 흐른다’ 등이 등장하였다. 90년대에는 여러 극단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보여주었는데 극단 맥토는 우리나라의 창작뮤지컬을 시도한 극단이지만 ‘동숭동 연가’, ‘번데기’ 등의 공연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비교적 안정된 기술수준에 브로드웨이 풍의 스타일을 가졌으면서도 우리관객에게는 별 느낌을 주지 못하는 내용과 구성에 연극적이지 못한 아리아를 지닌 한계점을 드러내었다. 그 외에도 서울뮤지컬 컴퍼니의 ‘사랑은 비를 타고’, ‘쇼코메디’, 에이콤의 ‘명성황후’, ‘겨울나그네’, ‘스타가 될 꺼야’ 등이 있으며, 최근 세익스피어 원작을 현대에 맞게 개작한 ‘태풍’과 한국적 소재의 ‘황구도’ 등도 있다.
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주제와 장르별 구분
위에서 언급한 것과 더불어 1993년부터의 일간신문에 난 뮤지컬 기사들을 중심으로 주제와 장르에 따라 구별해 보면 아래와 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 현대사회상의 반영과 풍자 : ‘동숭동 연가’, ‘연변 강냉이’ ‘지하철 1호선’
(2) 한국적 영웅이나 역사적 중요인물이나 사건 : ‘광개토대왕’, ‘장보고’, ‘명성황후’, ‘징게멍게 너른 들’
(3) 한국적 설화, 소설 : ‘심청’, ‘바리-잊혀진 자장가’
(4) 월남전 같은 한국현대사 속의 사회문제 : ‘불루 사이공’
(5) 전시대 작품의 현대적 해석 : ‘님의 침묵’, ‘애랑과 비비장’, ‘심수일과 이순애’, ‘스타가 되고 싶어’
(6) 비언어(non-verbal) 작품 : ‘난타’
(7) 여성 아카펠라 뮤지컬 : ‘쉬즈’
(8) 벤처뮤지컬(venture musical) : ‘아보스’
(9) 특이한 소재와 특이한 구성 : ‘x-라는 아이에 대한 명상’
(10) 코미디물 : ‘결혼일기’, ‘우리 집 식구는 아무도 못 말려’, ‘심수일과 이순애’, ‘쇼 코메디’ 등
라. 국민 뮤지컬을 대변하는 장기공연물 : 명성황후와 난타
(1) 명성황후
▶ 각 장면과 배역에 관련된 음악적 특징
【 서막 】
서막은 이 뮤지컬의 전체 분위기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시하는데 막이 오르면 히로시마 원폭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버섯구름 사이로 1945라는 숫자가 거꾸로 바뀌면서 1895년에 멈춘다. 뮤지컬 무대에 영극(映劇 cinema theatre) 요소를 활용한 점이 눈에 띤다. 이어 민비를 살해한 죄로 일본 법정에서 나온 일본공사 미우라와 그 일당들이 형식적인 재판을 받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석방되는 장면이 소개된다. 서곡과 이어 살해범들이 부르는 “일본은 선택했다"는 닥쳐 올 비극을 예시하듯 음산하고 위협적인 음향으로 가득 차 있다.
일본에 관한 음악과 더불어 무대장치, 조명 및 효과는 윤호진 감독이 친일파가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만큼 강렬하고 효과적이며, 일장기의 백색과 적색의 강렬한 대비 및 위협적인 음악과 조명은 일본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데 성공하였다.
이중무대구조를 잘 활용한 부분은 청중들을 전율케 했는데 무대 앞면에서 천진난만하게 외교관부인들과 편안한 담소를 즐기고 있는 명성황후 장면과 일본의 여우사냥의 음모가 벌어지는 장면을 가는 발 하나와 조명으로 극명하게 대비시킴으로써 섬뜩한 충격을 받게 되는데 그 조명의 오묘한 빛과 어두움 속에서 의상도 화려한 붉은 노랑 계통의 궁중 의상 색상과 일본 사무라이들의 검은 의상이 극렬하게 대비되며, 그가 부르는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한국의 색깔이다 하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일본, 중국 또 다른 아시아 나라들의 색감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다.
【 민비 】
민비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 곡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로 1막 1장의 민비와 고종의 결혼식 장면 ‘왕비 오시는 날’의 마지막 부분에서 어린 민비가 부르는 주제 둘째로 1막 2장에서 궁녀들과 유희를 즐기기만 하는 고종을 원망하며 민비가 부르는 ‘내겐 누가 님인가요’를 들 수 있다. 처음의 결혼식 장면에 나오는 주제는 그 곡의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민비가 희망차고 꿈에 부풀 때 나타나는 곡이다. 1막 5장의 ‘모두가 방책일 뿐’에서 변형되어 나타나고 2막 12장의 ‘세자와 민비’ 장면에서 자신의 즐거웠던 소녀시절을 회상하고 세자와 함께 미래의 꿈을 펼치는 내용으로 가사만 바뀌고 형태가 거의 그대로 보전된 채로 나타난다. 두 번째 주제는 민비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고민에 싸여 있을 때 등장하는 선율이다. 2막 12장에서 민비가 죽기 전날 밤 부르는 “어둔 밤을 비춰주오"에서 가사를 바꾸어 클라이맥스 부분의 약간의 변형을 빼고는 거의 그대로 보전된 형태로 재사용된다.
작품 전체에 걸쳐 부드러운 느낌과 단호한 느낌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현악기 군이 민비를 상징하는 악기로 주로 사용되며, 고종과 세자를 대할 때에 나타나는 부드러움은 가끔씩 목관 악기로 표현되고 신하들이나 이노우에 등을 대할 때 나타나는 단호한 의지는 현악기로 표현된다.
【 고종 】
고종의 주제는 1막 6장에 “그리운 곤전"에서 나온다. 임오군란 와중에 충주로 피신하려 내려간 민비의 생사를 걱정하며 부르는 노래로 이 선율은 2막 13장의 ‘궁금하다 황천후토'에서 일부가 다시 사용된다. 고종은 개인으로 볼 때는 마음이 바르고 성품이 어진 사람이지만 왕권을 물려받을 최고 통치자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로 그려진다. 소심하고 의지가 굳세지 못한 인물로서 사물의 이면을 잘 보지 못하며, 대원군과 민비에 비해 강하지 못하고 둘의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고 한 쪽을 의지하게 되는 나약한 고종의 캐릭터를 드러낸다. 따라서 고종의 노래는 강력한 의지와 명석한 두뇌를 가진 민비의 그늘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명성황후가 살해되고 난 후 부르는 노래는 고종자신의 무력함을 탄식하는 것으로 그의 나약함을 그대로 나타내고, 나약한 분위기의 목관악기(클라리넷, 플루트)가 고종을 상징하는 악기로 등장한다.
【 대원군 】
대원군을 상징하는 악기는 강직하고 완고한 캐릭터를 상징하는 금관악기이다. 의지가 강하면서도 실리를 추구하며 상당한 유연성과 융통성을 동시에 지닌 민비에 비해 융통성 없고 단호한 대원군의 뻣뻣한 성격은 금관악기로 묘사된다.
【 일본 】
일본을 상징하는 음악은 민비와 극적 대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A단조의 기악서곡에 이어 2/4 박자 행진곡풍의 혼성합창인 ‘일본은 선택했다'가 뒤따른다. 강한 느낌의 남성제창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사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천황에 대한 충성과 대동아 공영권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의 야욕을 드러낸다. 2박자 계열의 합창은 힘차게 전진하는 행진곡 분위기를 전달하지만 D단조의 조성은 이들의 야망과 전진이 희망차고 건전한 것이 아닌 어둡고 삐뚤어진 욕심에 불과한 것이며 침략 야욕에 의해 공통 받는 많은 사람들의 비극적인 내용이 앞으로 펼쳐질 것을 암시하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짠짠짠짠' 하는 사각적 리듬의 단호하고 전진하는 느낌의 현악 반주는 그 악기의 색채에 있어 대원군과 홍장군의 단조 발라드와 색채가 잘 구분되지 않는 면이 있고, 민비와 같은 악기로 비슷한 단호함을 그려내다 보니 마찬가지로 캐릭터가 잘 구분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서막에서의 분위기는 일본을 즉각적으로 상징하며 ‘일본은 선택했다’의 전주와 합창은 2막에서 몇 번씩 재출현하여 그 분위기를 상기시킨다. 예컨대 7장의 ‘정한회의’와 8장 ‘미우라의 벌주를 마시리’에서 이노우에가 민비를 회유하려 할 때는 장조로, 그의 야비한 속셈이 드러날 때는 단조로 노래된다.
【 7인의 사절, 사색당파 】
1막 5장 “고종의 어전회의"와 “7인의 사절들"에서는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외세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 나라의 특징은 주로 의상과 대사, 배우들의 연기에 의해서 드러나며 음악적인 면을 통해서는 거의 차별화되지 않는다. 중국을 나타낼 때는 중국의 전통 악기 소리와 유사한 악기 음색을 활용하고, 러시아를 표현할 때는 곡의 바탕에 러시아 전통 리듬을 깔고 있다. 각 나라를 상징하는 노래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구체적으로 그 나라의 특징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중국과 일본을 나타내는 노래는 (‘고종의 어전회의’ 중에서) 아무리 같은 아시아권 국가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느낌이다.
【 수구파와 개화파 】
1막 5장 ‘고종의 어전회의’ 장면에서 처음 소개된 수구파, 개화파의 주제는 6장의 ‘별기군, 구식군’에서 그대로 가사만 바꾸어 사용된다. 이것은 별기군은 개화파가 뒷받침하는 군대이며 구식군은 수구파를 상징하는 군대라 이해할 수 있다. ‘고종의 어전회의’에서 수구파, 개화파의 대립은 결국 개화로 결정되어 개화파의 주제가 곡의 결론을 짓는다. 마찬가지로 ‘별기군, 구식군’에서도 수구파, 개화파의 주제를 서로 주고받다가 개화파의 주제로 곡을 끝마치며 곧바로 임오군란이 일어난다. 수구파가 임오군란을 일으키는 장면에서 개화파의 주제를 재 사용하는 것은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음악의 특성상 빠르고 흥분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개화파의 주제가 반란 분위기에 보다 잘 어울린다.
작품 전체에 걸쳐 조정 대신들이 서너 번 출현하는데, 지나치게 우스꽝스럽게 희화된 캐릭터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작품의 전체 분위기--비극적이고 무거운--를 일시적으로 경감시키는 희극적 에피소드라 비유할 수 있다. 신하들과 더불어 외국 사절들도 희극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작품의 균형을 잡고 관객의 긴장을 잠시 풀어줄 수 있다는 면으로 볼 때에는 이해가 가지만 작품 내용상으로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1막 2장의 첫 곡 “대원군의 섭정" 장면에서의 신하들의 안무는 지나치게 우스꽝스러우며, 아무리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라 하더라도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의 대신들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친 면이 있다. 또한 1막 5장 ‘고종의 어전회의’에서 나타나는 개화파 대신들은 수구파와 대립되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희화화되고 경망스럽게 그려진다. 자신들의 계산이나 의지 없이 대세나 권력을 따르는 무리라는 점에서 이해가 가지만 그들의 경망스러운 행동거지는 민비의 의지이기도 하고 대세이기도 한 개화라는 개념까지 희화시킬 위험이 있다.
【 주제의 재활용 및 재출현 】
명성황후가 살해된 후 그 혼령이 나타나 부르는 ‘백성이여 일어나라’ 주제는 1막 6장 ‘우리는 환궁하리라’의 3중창에서 맨 처음 사용되었으며, 1막 7장 ‘우리는 곧 일어나리라’에서 민비의 주제로 불려졌다(이 때 고종은 ‘그리운 곤전’ 선율을 노래하였다). 그러나 긴 시간적 차이로 인하여 맨 마지막장에서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들을 때 그 1막의 몇 장면에서 이미 들었던 음악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고 새롭게 처음 등장하는 선율처럼 들린다. 이 노래는 수 차례의 반복을 거치면서 합창(back chorus)과 함께 전체 뮤지컬의 대미를 장식하는 주요 뮤지컬 넘버가 되었다.
1막 1장 민비와 고종의 결혼식 합창부분에서 처음 사용된 주제 ‘왕비 오시는 날’은 설레고 따뜻한 분위기의 목관 트레몰로로 시작되며, 새 왕비를 맞는 밝고 희망찬 분위기를 노래한다. 가장 단순하고 기본이 되는 C장조와 4/4박자, 단순리듬을 통해 본래 조선은 착하고 순한 백성의 나라임을 보여준다. 노랫말은 국왕-왕비마마의 안녕과 평안한 나라를 만들어 백성을 돌보아 달라는 백성들의 소박한 소망과 기쁨이 담겨 있다.
여성, 혼성합창 다음에는 들 뜬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베이스 레치타티보에서 대원군은 민비에게 당부한다. 고종의 레치타티보, 혼성에 이어 미비의 독창이 이어지는데 어린 민자영의 맑은 목소리에는 소박한 소녀의 희망과 포부가 담겨 있다. C장조의 주화음과 속7화음으로 이루어진 이 선율은 1막 7장 ‘민비 환궁’, 2막2장 ‘개혁을 축원해 주오’에서 재출현하여 그녀의 희망찬 분위기를 상기시킨다.
(2) 난타
▶난타의 의미
‘난타(亂打)'란 권투시합의 난타전처럼 마구 두드린다는 뜻이며,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드라마화한 작품으로써 한국 최초의 Non-Verbal Performance이다. 한국의 사물놀이를 서양식 공연양식에 접목한 이 작품은 대형 주방을 무대로 하여 네 명의 요리사가 등장하여 결혼 피로연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종 주방기구 즉 남비, 후라이팬, 접시 등을 가지고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사물놀이의 리듬이 갖고 있는 원시적 폭발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힘과 속도감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리듬과 비트로 구성된 작품이면서도 뚜렷한 줄거리와 드라마가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Non-Verbal Performance : 아무런 대사없이 리듬과 비트로만 구성된 장르를 말함)
▶난타의 특징
∙Non-Verbal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공연 형태의 한 종류로 우리나라에도 STOMP, TAP DOGS 등의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최근 10년 간 새롭게 등장한 공연 형태이기에 전형과 모범이라는 것이 없어 오히려 새로운 공연 창출을 시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게 되었다.
∙언어 장벽 파괴
난타는 리듬과 비트 그리고 상황만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언어의 장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세계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으며, 나라간․민족간의 문화적 이질감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리듬
우리에게는 전 세계적으로 그 독창성을 인정받는 농악(사물놀이)의 훌륭한 리듬이 있다. 이는 세계 시장으로 다가갈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소재가 되고 한국 전통 리듬을 현대적 공연 양식에 접목한 것이다.
∙드라마
기존의 Non-Verbal 작품들은 리듬과 비트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단조로움을 주어 쉽게 그 매력을 잃어버리는 단점이 있는 반면 NANTA는 주방이라는 보편적인 공간을 무대로 설정하고, 드라마틱 요소를 대입시켜 누구라도 신명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3) 21세기 한국뮤지컬의 방향과 전망
우리나라의 창작뮤지컬은 극작, 연출, 작곡 편곡 면에서 기본적인 안정감과 우리나라 뮤지컬다운 맛과 품격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TV 드라마와는 다른, 공연예술로서의 뮤지컬이라는 예술형태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 차이를 극복한 작품만이 성공할 수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의 관객들에게 우리나라와 일본의 현대사적 관계를 짧은 시간에 이해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특히 공연 내내 영어 자막을 통해 진행된 다큐멘타리 식의 이야기 전개는 오락과 여흥을 즐기려고 온 뮤지컬 관객들에게는 스트레스까지 줄 수도 있다. 그러한 면으로 볼 때 명성황후는 수많은 출연진과 무대장치 의상등을 포함한 거대한 제작비가 드는 작품이며, 또한 주제적 무게와 깊이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제작비용에서도 예컨대 난타 같은 비언어적(non-verbal) 뮤지컬이나 소규모 출연진을 요하는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속적 성공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공연양식과 주제의 다양성 측면에서 볼 명성황후 같은 작품은 지속적으로 공연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뮤지컬로 건재되어야 한다.
공연 횟수 1000회를 훌쩍 넘긴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의 성공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유도한다. 첫째, 성공적인 국민뮤지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규모는 별로 문제가 안 된다. 꼭 대형무대에서 거창하고 화려하게 벌리는 대작이 아니더라고 작품의 완성도가 선행된 대중적인 작품은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5인조 라이브 밴드 (키보드, 기타, 색스폰, 베이스, 드럼)가 뿜어내는 현대적 록 스타일의 음악은 젊은 층은 물론 폭 넓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어필할 수 있으며, 많은 인원과 제작비를 동원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초점이 분명한 주제의식을 수반한 깊은 감동과 공감을 줄 수 있다. 둘째,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국민 뮤지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장기공연은 필수적이다. 이것은 한 작품만을 집중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뮤지컬 전용관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로 공연하면서 끊임없이 작품을 갈고 닦으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내용적 변화도 수용할 수 있는 순발력 있고 융통성 있는 제작방식을 요한다. 셋째, 요즈음 ‘한국적'인 예술문화상품으로 세계에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즉 너무 ‘한국적'인 것에 연연하다 보면 소재가 꼭 처음부터 한국의 것이여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지하철 1호선’처럼 원작은 외국 작품이라도 그 구조적인 틀만 활용하고 내용은 완전히 한국화 하여 우리 현실과 우리사회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다시 탄생시킬 수도 있다. 경쾌한 리듬에 우리말 가사가 톡톡 튀는 음악으로 만들고 랩이나 발라드 등의 다양한 대중음악 양식들이 용해된 작품을 완전한 우리 것으로 새로 만들 수 있다.
현재 세계 무대에서 대표적 작품으로 공연되는 고정 레퍼토리는 대부분이 최소한 1년에서 10년 정도 장기 공연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간 작품들로 영국의 작곡가이면서 세계의 뮤지컬 작곡가로 우뚝 선 로이드 앤드류 웨버의 대표적 뮤지컬인 ‘캐츠’, ‘오페라의 유령’ 등이 바로 그러한 예이며, ‘에비타’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처럼 아예 뮤지컬 보다 더욱 대중적 장르인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보는 사람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려면 절대로 3-4일, 1주일, 기껏해야 2주 정도의 공연으로는 부족하며, 그러한 면에서 1995년 말 초연된 이래 2000년 3월까지 매년 국내 국외에서 매년 공연을 통하여 작품을 다듬고 보완해 온 ‘명성황후’는 대형 오페라적 뮤지컬로서 소재나 완성도에 있어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뮤지컬로 자리잡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또한 우리의 정서와 노랫말이 살아 숨쉬는 한국적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소극장 뮤지컬의 모델을 제시하는 현 시대 한국의 대표적 국민뮤지컬이라 할 수 있으며, 여기에다 ‘난타’ 같은 비언어적 뮤지컬의 가능성도 기대해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