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이버섯 따기.

[센스빵점(박용철)]

 

갑작스런, 큰 처남의 반 강제적인 명령(?)에 의해서 산행을 하게 되었다. 목적은 능이버섯 채취다. 추석 다음날 처가집에 갔을때다. 아침 식사 후 아무런 준비나 사전지식도 없이 목장갑에 운동화 신고 손에는 호미 하나 마대 포대 하나, 일행은 처남들 두명에 처가 친척 한명, 그리고 나...

승용차로 30여분을 이동하여 어떤 산골 마을에 도착했다. 산 입구에 마을 사람들이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한 통행금지 체인이 채워졌는데 마침 트럭 한대가 체인을 풀고 산쪽으로 올라간다. 잽싸게 따라 붙어서 체인을 넘었다. 골짜기를 한 2km 더 올라간 다음 산 자락에 차 주차시켜 놓고 산행을 시작했다.

시작 지점을 중심으로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서서 감싸고 돈다. 중간 지점을 택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도 없이 잡목이 발목을 휘감는 거친 능선을 한 40여분 올라가니 산 정상이다. 준비해 간 소주 한병을 나눠 마신 후 산행 계획을 짰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8부 능선을 기준으로 횡대로 옆 산 자락까지 이동하기로...

거의 70°는 될 듯한 급경사를 일행들과10여 미터의 간격으로 벌려 산 중턱을 가로 지르기 시작했다. 한 발 잘못 내딛으면 저 산 아래까지 굴러 떨어져 버릴듯 아슬아슬한 길을 가시나무 잡목들을 헤치면서 부지런히 낙엽들을 살피며 걷는다. 능이 버섯이라는게 낙엽 색깔과 너무 비슷해 옆에 있어도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이다. 우연히 발견한 큼지막한 버섯, 냄새는 낙엽 썩는 냄새 비슷하고, 서툰 솜씨로 떼어내려니 반쯤 바수어져 버린다. 조심스레 마대 포대에 담고 다시 숲을 헤치며 걷는다.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고 흘러내린 땀이 눈을 뜰 수 없게 한다. 어쩌다 하나씩 발견한 버섯은 환희 그 자체 - 심봤다!!..

주변에서 가끔 하나씩 딸 때마다 찬탄이 흘러 나온다. 몇걸음만 쳐져도 옆 사람이 보이지 않으므로 수시로 서로를 불러가며 위치와 진로를 확인하며 걷는다. 몇송이 따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벌써 점심때...처남들이 준비한 도시락을 네명이 나눠 먹으며 또 소주를 네병이나, 잔이 없어서 번갈아 나발불며 간단히 비워냈다. 땀 싫컷 흘린 뒤 산에서 먹는 도시락은 찬이 없어도 꿀맛이었다.

능이 버섯은 고산에서만 자생한다고 한다. 그러니깐 해남 같은 동네 옆 산에는 없고 전남 북부 지역 높은 산에서부터 북쪽으로 가면서 채취가 가능하다고 한다. 능이는 달여먹거나 국, 또는 고기볶음등으로 조리해 먹고 가끔은 차로 우려 내 먹기도 하는데 향과 맛이 버섯중 최고라고 한다. 가끔 사람들 사이에선 송이 버섯과 순위 다툼으로 치열한 말쌈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공시된건 송이는 더 비싸고 능이는 더 싸다. 송이는 만나기가 어렵고 능이는 초보자도 찾기가 쉽다. 능이의 효능은 암, 특히 위암에 끔찍히 좋고 기관지 천식에 좋고 콜레스테롤을 감소 시킨다나??

오후에는 또 다른 산 8부능선을 타고 헤쳐 다녔다. 독사를 세마리나 만나서 살생을 자행했고, 옆눈으로 배워들어 싸리버섯이며 딴 종류도 가끔 채취했다. 네시경 점검해 보니 다들 한 3kg 정도씩 딴 것 같다. 초보자인 나도 그 정도면 선방한것 아닌가?

돌아오는 길! 다들 개선 장군처럼 의기양양 서로의 무공담을 자랑했다. 처가집에 와서 토방에 쫙 펼쳐 놓으니 특유의 버섯냄새가 독하다. 사실 야생 버섯 채취는 첨 해본 덕분에 뭐가뭔지 모르게 이것저것 다 따왔다. 싸리버섯도 있고, 더덕도 두어 뿌리 있고 영지 버섯도 조그만거 하나 있고, 밤톨도 몇개 들어 있다. 못먹는것도 있어서 버리기도 했다. 마누라는 신랑이 죽을 고생한것도 모르고 너무 작게 따 왔다고 지청구다. 처남들이 내것이 너무 작다고 한 손씩 더 주어 내것이 제일 많아졌다. 장모님의 부러움을 모른체 하고 몽땅 싸서 차 트렁크에 실었다. 장모님은 처남들이 나눠 줄것이다.

집에 오려고 차를 타니 아들이 냄새가 역겹다고 난리다. 나도 사실 냄새가 좋진 않았다. 버섯을 먹으면 어쩔지 모르겠지만 새 버섯은 약간 썩은 냄새가 나는것 같다. 머리가 아플려고 한다. 곡성에서 세시간 걸려 부산 집에 와서, 베란다에 손 봐 펼쳐 널어놓으니 온 집안이 냄새로 가득찼다. 꿈에서도 냄새가 나는것 같다. 우욱ㅋㅋ...

이번 주말에는 그 좋다는 능이버섯 요리를 해 먹어봐야 겠다.

[베짱이님]

특이한 산행이었네.능이버섯이 어떻게 생겼지?

[센스빵점(박용철)]

나도 첨 봤는데, 펴진 우산처럼 크고 바깥면엔 점박이가 막 박혔고, 안쪽은 곱슬 솜털이 가득 찬 버섯이다..

[생수]

살짝데쳐서 초장에 찍어 소주한잔 걸치며.... 쥑이는 안주다네.

[베짱이님]

용철, 묘사의 귀재다.

[섹시지성]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더불어 건강도 챙겼고, 또 능이로 인해 더욱 건강해질 것이니 보람 있었겠다.

[큰바다 양자]

능이라... 처음 듣는 이름이다. 위험하고 힘든 산행이었겠다. 목표달성 하였겠지? 건강, 가족애 보기 좋고 스릴넘치는 무공담 잘 읽었다.

[하류몽령]

주말마다 능이버섯 따러 다녀야겠더라. 나는 5일에 한번씩...........

[섬하나]

그 향 때문에 외면하기도 하고 즐겨 찾기도 한다지..친구들도 만나고 산행도 하고 버섯도 따오고..알찬 명절이었네

[생수]

지난번 아내가 머루축제에 가서 머루랑 싸리버섯, 능이버섯 사와서 먹었는데 능이버섯 냄새가 좀 독특하더구나... 근데 데쳐서 초장찍어먹으니 맛있더라. 약간 쫄깃거리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