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심한 밥버러지들 ◈
이번 의사들의 의대 증원 반대 집단행동을 보면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요
우선 다른 사안도 아니고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하며
파업 등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 놀라워요
다른 나라에서도 의사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일은 있다지만 의사 증원에 반대하며 파업하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 이야기지요
그 결과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이 없어서 구급차에 실려
‘뺑뺑이’를 돌고 중환자 수술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일이
의료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단체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일찌감치
“(진료 환경)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번 사태에서 놀라운 장면 중 하나이지요
하늘이 무너저도 응급실만은 의사들이
진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곳 아닌가요?
의사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그동안 집단행동을 할 때마다
정부가 양보했기 때문일 것이지요
그동안 오냐!오냐! 하면 버릇을 잘못들인 탓도 있어요
2000년 의약분업 때도 의료계가 대규모 파업에 돌입하자
정부는 수가 인상, 전공의 보수 개선, 의대 정원 10% 감축 등
다양한 양보안을 내놓았지요
이 때 정원 감축을 안 했더라면 지금의 의사 부족 걱정을
안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이것도 김대중 정부의 업적인가요?
2014년에는 정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하다 의료계가
집단 휴진에 나서자 취소했어요
2020년엔 정부가 10년간 총 4000명의 의대 증원을 추진하자
전공의를 중심으로 전면 파업을 벌였지요
정부는 코로나 기간이라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런 경험들 때문에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은 소셜미디어에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의료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을 것이지요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표현이지요
우리나라 노조법은 철도·병원·통신·항공운수·수도·전기·가스·혈액 등
10가지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인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어요
파업을 해도 공중(公衆)의 생명·보건이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는 분야는
최소한의 업무를 유지하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간호사 등이 주축인 보건의료노조는 법적인 파업권을 갖고 있지만
파업할 때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인력은 유지하고 있어요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더라도 필수 유지 인력 9200여 명을 제외한
약 1만3000명이 파업에 참여하는 식이지요
항공사 노조는 파업해도 운항률을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내륙노선 50% 이상을 각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파업에 돌입하는 일이 드물어요
이런 조항이 노조의 파업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우리나라 노조들은 비교적 잘 지키고 있지요
그런데 의사들이 하는 일은 이런 업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고 직접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보건을 다루고 있지요
의사 단체들은 노조가 아니어서 파업권도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런 의사들이 협회나 의사단체 결의로 서슴없이 파업에 돌입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어요
파업을 해도 응급실 등 명백한 필수 유지 업무도 가리지 않고
필수 인력 유지라는 개념도 없지요
한마디로 자기들 밥그릇 챙기려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지요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으나
이번 경우에서 보듯 집단으로 거부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바로 의사들이 믿고있는 구석이지만
집단 사직 등 형식이니 법적인 문제를 꼼꼼히 따져 엄벌에 쳐해야 하지요
의사 말고는 약사, 화물기사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지금 의사들에게 어떻게 환자 곁을 떠날 수 있느냐며
직업윤리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아요
지금처럼 파업을 몇 년 주기로 반복하고 응급실까지 떠난다면
이는 의사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 이지만
차라리 의사들에게 파업권을 주면서 파업 절차를 지키게 하고
필수 인력이나마 유지하게 하는 ‘의사 파업법’을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지요
그렇게 되면 존경받으며 의술을 베푸는 의사가 아니라
노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어요
한마디로 밥버러지가 되는 것이지요
아픈 사람을 돈으로 보는 밥버러지들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 및 행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