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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비들기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아다니더니 바위 꼭대기에 사뿐히 앉아 자기를 쳐다보는 나를 유심히 보며 대화를 하고싶 것 같아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북가주 Monterey Bay Beach 에서.
상실의 고통
金秀映
우리가 애지중지 아끼던 소장품이나 소지품을 잃어 버리게 되면 허탈감에 사로 잡히게 되고 마음이 아려온다. 더구나 자녀나 배우자나 부모님을 잃게 되면 그 아픔은 극에 달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변수가 생기지 않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오즉하면 호사다마란 말이 생겨 났겠는가.
나는 평생 처음으로 십 여일 전에 아끼던 자동차를 도적 맞았다. 헬스 클럽에서 운동을 끝내고 수영장으로 들어 갈려고 탈의실(Locker room)에 들어가 옷장 문을 열어보니 차 열쇠가 없어졌다. 깜짝 놀라 주차장으로 나가 보니 아끼던 차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정신이 아찔했다. 오후 4시경이라 아직 환한 대낮인데 차 도적을 맞다니 어안이 벙벙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눈 있어도 코 비어가는 세상이라더니 잠간 방심한 사이 이런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남을 탓 할 일이 아니었다. 자동차 열쇠를 항상 운동복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이날은 딴 곳에 정신을 쓰느라 깜박하고 옷장에 넣고 말았다. 한 다발 열쇠 꾸러미를 통채로 잊어버리게 되어 더욱 속이 상했다. 집에 속한 모든 열쇠를 아들 집 열쇠와 함께 달아 두었다. 자동차 열쇠만 달랑 들고 가야 하는데 따로 분리 한다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기엏고 변을 당한 후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운동 기기에 앉아 운동울 하다보면 시간 보내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운동하면서 책을 읽는다. 몇장 안 남은 책을 오늘은 모두 완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책 읽는 데만 신경쓰느라 들고 다니기 무겁다는 생각에 열쇠를 소흘히 간수한 것이 나의 불찰이었다.
경찰과 보험회사에 자동차 도난 신고를 한 후 여흘이 지났지만 자동차를 찾았다는 연락이 아직까지 감감 소식이다. 찾는 확율이 반 반이라고 하니 찾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물건들이 차 안에 있었고 서류도 있었는데 정말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속이 상해 이틀 동안 잠을 설쳤다. 딸이 한 달 전에 예약해 둔 비행기 표 때문에 할 수 없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새크라멘토를 향해 옮겼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지상에 있는 자연경관을 내려다 보면서 도적질 한 그녀를 축복해 주어야지 결심하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편한지 근심걱정이 싹 가시었다.
도적질 한 여자가 얼마나 차를 갖고 싶었으면, 아니면 돈이 필요해 차를 팔아서 돈을 쓸 생각으로 차를 훔쳐 갔겠나 생각하니 그녀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새차를 사서 오늘 날 까지 즐기면서 운전을 해 왔는데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나누어 주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 졌다. 자동차 트렁크 속에는 크리스챤 음악 CD 가 50여장 있었고 불신자들에게 선물 할려고 사 둔20 여장의 크리스챤 음악CD 와 함께 NIV English-Korean 성경도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두었다.
그녀가 나의 CD를 듣던지 성경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를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셨는데 차보다 더 귀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생명을 지닌 그녀가 구세주를 믿고 거듭난다면 얼마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구원 받고 안 받는 것은 하나님께 속했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이 들어 계속 기도하고 있다.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보상이 나올 것이고, 좀더 좋은 차를 살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 질 지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작정했다. 마음을 고쳐 먹으니 평온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 사건을 놓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즉 긍적적으로 보느냐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성계와 무학대사 생각이 났다. 조선의 시조 이태조가 왕이 되기전에 어느날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아흔 아흡칸 기와집에서 잠을 자는데 갑작이 천정이 무너져 내려 앉았다. 다행히 죽지않고 살아 남았는데 떨어진 서까래 세개를 등에 걸머지고 걸어나오는 그런 꿈이었다.
하도 꿈이 이상해 해몽을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방으로 수소문 한 결과 강원도 금강산 어느 절에 유명한 스님 한 분이 역학으로 해몽을 아주 잘한다고 해 그분을 찾아갔다. 이성계로 부터 꿈 얘기를 다 듣고 난 이 스님은 눈을 지긋이 감고 혼자서 한참 중얼거리다가 마침내 무릎을 탁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꾼 꿈은 길몽이요. 당신이 머지않앙 임금이 될 꿈이오. 일어나서 서까래 세개를 등에 걸머매고 나간것은 바로 임금 왕(王)자이기 때문이오”
톡톡히 사례를 하고 송도로 돌아온 이성계는 그뒤 위화도(威化島) 회군(回軍)으로 조선을 건국하여 초대왕이 되었다. 임금이 된 다음 이태조는 이 스님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국정의 자문을 하도록 하였는데 이 스님이 바로 무학대사였다.
두 사람은 자주 장기를 두면서 소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날 장기를 한참 두는 도중에 이태조는 느닷없이 짓궂은 장난기로 이렇게 물었다.
“대사, 내 눈에는 당신 얼굴 모습이 꼭 미련한 돼지같이 보이는데 당신 눈에는 내가 무엇으로 보이는가?”
기분이 상한 무학대사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제 눈에는 부처님으로 보입니다.”
이 대답에 기분이 좋아진 이태조는 또다시 “다 같은 사람의 눈인데 어찌하여 내 눈에는 당신이 돼지로 보이는데 당신 눈에는 내가 부처님으로 보이는가.”하고 반문했다.
그제야 긴장을 풀고 웃음 띤 얼굴로 무학대사는 입을 열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돼지의 눈에는 돼지밖에 안보이고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님밖에 안보이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무학대사 자기는 부처님이고 이태조는 돼지에 불과하다는 대답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이 대답에 이태조는 꿇어앉아 자기의 잘못을 크게 사과했다는 일화가 지금까지 조선 야사 속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위의 얘기에서 알 수 있듯이 다 같은 사람의 얼굴인데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돼지로 보이기도 하고 부처님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비행기에서 내려서 보고 싶었던 딸네 가족과 기쁜 상봉을 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도 막상 딸네 집에 도착하니 나를 웃음으로 반겨 주시던 살아 있을 때의 사부인 생각이 자꾸 나서 손녀들에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천국 가면 만난다며 손녀딸들의 위로에 감동을 한 나는 믿음을 물려 준 할머니가 얼마나 감사했는지 감사의 눈물이 계속 나왔다.
내가 사는 곳에서 자동차를 도적맞아 처음에 충격으로 울적했던 마음이 남아 있었는데다 사부인마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두 가지 일이 겹쳐 눈물을 더욱 흘린 것 같다. 손녀들은 나를 위로하느라 풀룻을 불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갖은 아양과 애교를 부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손녀들에게 받아 보지 못했는데 나를 위로 하느라 할머니에게 유산으로 받은 보석들을 많이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손녀들이 커지는 모습에서 어릴 적 딸 모습이 생각나서 눈시울을 적셨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 사도 바울처럼 범사에 감사하며 항상 기뻐하며 쉬지 말고 기도하니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빼앗지 못하리라.
상실했을 때의 고통을 통하여 더 좋은 것으로 더 많은 것으로 채워진다는 하나님의 진리말씀을 통해 한 걸음 더 성숙한 나의 믿음을 보게 되었다.
(Spirituals) My Lord What A Morning! / Robert Shaw Chorale
첫댓글 어쩌면 그렇게 깜짝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선배님께 벌어지는 지요. 그것이 다, 선배님의 크신 능력이 인정받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더 큰 그릇으로, 그 큰 문제를 다, 편히 담아, 잘 평정하시고, 그에 더 붙혀 사랑과 기쁨으로 승화하시는 선배님을 옆에서 보면서, 저는 조그만 그릇으로, 선배님의 경험에서 떨어지는 부스럭지 떡고물을 주워 담고 있습니다!
정희님 표현이 넘 멋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재미나게 표현 하실 수 있을까요. 감성이 풍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나님
께서 글 쓸 수 있는 소재를 주시려고 저를 조정하고 계시는것 같군요. 저도 평생 처음 당하는 일이라 앞이 캄캄했어요. 지금은 마음이 아주 평온하고 잔잔합니다. 정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