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업 전
나는 이번 달이 너무 힘들었다.
본격적인 오더 스타트와 각종 PT로 늘어난 업무, 일본어 때문에 가뜩이나 미치겠는데 갑자기 들어온 바이어 대동 출장명령(아직 멀었지만), 남자친구와의 이별, 위풍당당하게 시작한것 치고 진척없는 Art30,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 2주만에 온다고 하고 3주째 안오는 AHLA결과, 피부와 다이어트 걱정 등등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생각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게 되고, 그로인해 찾아오는 극심한 두통..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나는 강인한 현대여성이므로 결코 꼴사납게 울지 않으리 하고 다짐해놓고 연주언니와 통화하여 장렬하지만 찌질하게(?) 울어버리고 그대로 정신줄을 놓았다. 헬스장을 끊느니 뭐니, 다 귀찮아서 그냥 집에서 운동기구로 운동을 시작했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혹사시키려고 약 1시간씩 매일 스테퍼와 문서핑을 했다. 두통은 다행이 말끔히 사라졌다. 대신 해야 할 일들은 계속 쌓였다. 축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J형 기질이 좀 세다고 곧 죽어도 축제는 제출해야 한다고 빠득빠득 거리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은근히 쌓여가는 일들이 은근히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고 자위했다.
아무리 내 정신상태가 안좋고,. 발표를 2개나 해야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유니와우 수업으로 가는 길은 좋다.
와우카페라는 카페 이름도 맘에 들고 새로운 곳에서 공부한다는 약간의 설레임도 있었다.
카페로 가는 사당역 입구 앞에서 윤아언니와 연주언니를 만났다. 나름 정신줄을 잡고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가방끈이 코트를 잡아먹고(?) 있었나 보다. 살짝 창피했지만 사랑하는 언니들이 웃을수 있다면 뭐 어떠냐 싶었다. 앞에가는 주현이가 보여서 반가워 소리쳐 불렀다. 카페에 마련된 공간으로 들어가니 조신하게 새봄이가 앉아 하얀 넷북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언제나 봐도 기분좋은 얼굴들이다.
공간도 마음에 들었다. 너무 카페 옆에 공간이 있어, 자칫 우리가 하는 말들이 새어나가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아늑해서 좋았다. 형형색색의 쿠션들과 햇볕이 들어오는 공간, 높은 천장이 자꾸 몸을 나른하게 눕고 싶게 만들었다.
준영이가 오자, 비로소 꽉찬 느낌이 들었다.
편안하고 충만했다. 팀원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 수업 중
기질수업은 가장 나와 타인에 대해 알수있게 해주는 수업이고, 이 수업에서 발견 못한 것들은 관계수업에서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에 두개의 발표를 다해본 경험자로서 확실히 그렇다.)
기질수업 - 나는 비교적 쉽게 내 기질을 확실히 알 수 있었던 반면, 윤아언니와 새봄이는 많이 혼동스러워 했다. 몇가지 기질이 유독 셌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아언니는 FJ기질이 언니의 인간관계를 괴롭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섬세한 배려심이 언니는 매력이기도 하니, 언니가 괴롭지 않은 선을 잘 지켰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랐다. 새봄이는 강한 P기질이 다른 기질을 안보이게 덮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새봄이의 기질을 알아내는 과정이 흥미진진(ㅎㅎㅎ)했다. 당연히 F일줄 알았던 새봄이가 T일 것이라 연주언니가 추측하셨을 때는 깜짝놀랐다. 준영이와 같은 INTP지만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신기했다. 어쨌든, Welcome to 'SaengGakDaeRo T' 다.ㅎㅎㅎ
관계수업 - 주현이가 가지고 있던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관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구나 생각했다. 나도 칭찬을 잘 안하시고, 언제나 더, 더를 외치시는 우리 아빠와, 내가 자기비하라도 하면 '그러게다'하고 대답하시는 우리 엄마 사이에서 고생 좀 했었기에 주현이의 이야기가 공감이 가서 더욱 몰입해서 들었다. 내가 보는 주현이는 성숙하고 우수한 인재인데 칭찬한마디 없으시다니!!! 젠장, 주현아, 우리는 초기피드백을 잘해주는 부모가 되자!! 난, 내 아들딸내미가 뭔갈하면 항상 칭찬해 줄테다!!!
수업전 잠도 거의 못자고 참가한 관심사 수업에도 그렇지 않았는데, 이렇게 초조하고 걱정되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발표시간은 처음이었다. 축제 하면서 울거 다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발표중 눈물이 나서, 유언장 수업때 화장번졌던 악몽이 떠올라, 술이 확 땡기면서 울면한된다고 주문을 걸었다. 발표하면서 팀원들 얼굴 들여다보기가 가장 힘들었던 수업이었다. 나를 어떤 눈으로 보고있을지 두려워, 모니터에서 눈도 안떼고, 휴지를 건네주는 윤아언니의 눈길조차 나도모르게 피했다. 발표를 다 하고 나니 진이 빠졌다. 그리고 요즘 정신줄을 놓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성의 끈을 바짝 잡고 있었으면 못했을 것 같다.
무슨 피드백이 나올지 두근 거렸는데 연주언니가 매우 간단하게 '죄의식'이라고 정의내려 주셨다. 아, 그래서 팀원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두려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연주언니 말에 조금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표현부족', 'I형의 친구사귐방식'(준영이가 강한 I형이라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구원의 메세지를 툭툭 던져주어 고마웠다' 등등, 나름 충족감을 많이 느끼고 온 날이었다. 역시 발표하기를 잘한 것 같다.
(3) 수업 후
채연이, 준영이, 연주언니와 함께 식사를 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던날 먹었던 베트남 음식을 맛나고 즐겁게 먹고 있자니, '나는 진짜 T인가봐' 하고 혼자 생각했다. 채연이를 떠나보내고 준영이, 연주언니와 함께 '꾼' 술집으로 과일소주를 먹으러 갔다. 시끌벅적한 술집이 아닌, 조근조근 이야기 해도 들리는 방안에서 우아(?)하게 소주잔을 부딪히는 우리를 보며, 참 유니와우다운 술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영이와 연주언니에게는 다른사람들에게 묻기 힘든 질문도 물을 수 있고, 받기 힘든 질문도 아무 선입견없이 받을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한번 더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더욱 편한 술자리였던 것 같다.
첫댓글 언니 우리 꼭 나중에 아줌마 되서 <우리는 초기피드백을 잘해주는 부모가 되자!! 난, 내 아들딸내미가 뭔갈하면 항상 칭찬해 줄테다!!!> 이 말 항상 명심해요. 제가 가끔 물어봐드릴게요. 초기피드백 잘하고 있냐고.
언니 문서핑은 뭔가요? 분노의 타이핑 요런건가요? 밑에도 언니 분노의 타이핑 한 것 같아서.
수업 후 저도 언니가 더 사랑스러워졌다면 .. 부끄부끄 예요. 힝
어떤눈으로보긴요 언니는 진아언니지요♥♥ 용기내어 발표를 끝마쳐준언니의 모습 최고였어요! (저도 초기피드백을잘해주는 엄마가 될거에요!! )
진아언니 두통이 멎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전 진아언니가 강인한 현대여성이지만,(ㅎㅎ)
연주언니와 통화를 하고 감정을 표출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언니가 카페에 언니의 힘드셨던 점을 이야기하시는 것도.
진아언니의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전 진아언니랑 반대로 이성의 끈을 잡아야 하는데
정줄을 놓고 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