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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방 스크랩 이란의 거대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일본 자위대 호르무즈해협 진출하나?
볼딱지 추천 0 조회 143 15.04.19 22: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이란의 거대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세계제국을 여러 차례 만든 이란은 위대한 예술, 건축, 문화의 힘으로 사막 종교 이슬람을 이란화시켜 세계 종교로 격상시켰다.

글 | 조갑제(趙甲濟) 조갑제닷컴대표
    

 
 몇년 전 중동에 주재하는 한 한국대사를 만났다. 그는 이슬람 문화와 역사에 관련된 책도 번역하고 현지 대학에 나가 강의도 하는 학구파였다.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이 이란을 저렇게 대우하면 안됩니다. 이란과 페르샤의 역사를 알면 그렇게 마구 대할 순 없습니다.'
 그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미국 등 서구가 저지책으로 경제봉쇄를 가하더니 협상 쪽으로 돌아 며칠 전 핵개발 동결과 제재해제를 핵심으로 하는 타협이 이뤄졌다.
  
  영국의 이슬람 전문학자 버나드 루이스가 쓴 '바벨(Babel)에서 드라고만스(Dragomans)까지: 중동을 통역한다'라는 논평집을 읽다가 대사와 비슷한 설명과 만났다. 그는 이란이 인류역사, 특히 이슬람 문화에 끼친 막중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이 글을 읽고나니 호메이니로 대표되는 이란이 아닌 다양하고 풍성하고 교양 있는 페르샤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의 문제점을 가지고, 그것도 서구식-기독교적 관점에서만 본 문제의식을 가지고는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하고 깊은 나라가 이란이다. 인구는 약7800만 명, 면적은 한반도의 약8배인 160만 평방킬로미터이다.
  
  
  사진 : 테헤란은 고원지대에 있다.
  
  이란의 독특하고 위대한 역사와 문화는 먼저 이슬람과 연관되어 설명하는 것이 편하겠다. 이란을 아랍국가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아랍국가는 아니다. 이란인들은 아랍족이 아니고 아랍어를 쓰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의 유럽, 특히 게르만족과 뿌리가 같은 인종이다. 히틀러는 독일사람들의 인종적 뿌리를 아리안족이라 불렀다. 이란과 아리안은 같은 뜻이다.
  
  이란은 이슬람화되었지만 다른 中東국가처럼 아랍화되지는 않았다. 첫째, 언어가 아랍화되지 않았다. 서기 7~8세기에 이슬람을 받아들인 거의 모든 중동(中東)국가들은 고유언어를 버리고 아랍어를 쓰기 시작했다.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같은 최고(最古)의 문명과 언어를 자랑하는 나라들도 모국어(母國語)를 버리고 아랍어를 쓰게 되었다. 따라서 자신들의 고유문화와 상당부분 단절되었다. 이슬람은 또 이슬람의 종교사(宗敎史)를 중점적으로 가르치지 국가와 민족의 역사는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진 : 페르샤식 城. 기원 전 500년에 만든 알그 에 밤 성.
  
  이란은 아랍인들에 의해 점령되고 이슬람을 수용했지만 이란어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란어는 독일어나 영어와 비슷한 구조이고 단어도 비슷한 게 많다. 17세기에 비엔나에 파견된 오토만 투르크 대사는 '합스부르그 왕조 사람들은 잡스러워진 이란어를 쓰고 있다'고 오해했다고 한다.
  
  이란인들은 이슬람을 받아들이면서 모국어를 지켜갔지만 동시에 아랍어도 배웠다. 이란의 많은 문학가와 지식인들이 아랍어로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는 이슬람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발상한 이슬람은 문화적 깊이가 약했다. 아랍 이슬람은 이란을 이슬람화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했다. 사막적인 종교가 아닌 문화적 종교, 세계적 종교로 변한 것이다. 메디안-페르샤-파르티아-사산 조(朝)로 이어지면서 축적된 독창적이고 풍성한 이란문명이 이슬람에 수혈되어 이슬람을 생동감 넘치는 종교로 거듭 태어나게 만든 것이다. 이란의 예술, 건축, 문학이 이슬람과 접목됨으로써 기독교와 경쟁할 수 있는 내용을 갖게 된 것이다.
  
  
  사진 : 파르티아 제국 시절의 동전
  
  세계로 퍼져간 것은 사막적(아랍적)인 이슬람이 아니라 페르샤적인 이슬람(Persian Islam)이었다고 버나드 루이스는 강조한다. 중앙아시아, 오토만 투르크, 인도지역이 페르샤적인 이슬람 문화권에 들어갔다. 17세기 무굴제국이 세운 타지마할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데, 이란 건축 기술이 바탕이 되었다. 당시 세계최대 제국이었던 무굴의 지배층은 이슬람 교도였고, 핵심 관리들은 이란 계통이었다.
  
  이란의 이런 문화적 힘은 역사에서 우러난 것이다. 이란은 중동국가들 가운데 독자성을 가장 오래 유지한 나라이다. 다른 중동(中東)국가들은 이 민족, 저 민족에 의하여 침공받고 점령되어 정치적, 문화적 독자성을 오래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시리아를 예로 들면 약8000년의 역사를 통해 33개 문명이 교차했다.
  
  
  사진 : 사파비드 왕조 때 만든 나그시 이 자한 광장
  
  이란(페르샤)은 그리스로 대표되는 서양에 대해서 항상 우위(優位)를 지켜오다가 서기 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에 의하여 잠시 점령되었으나 곧 파르티아 제국을 만들어 독립했다. 파르티아 제국은 로마의 침공도 저지하여 페르샤 지역을 서양화(기독교화)시키지 않았다. 그리스-로마 문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파르티아를 이은 제국은 사산朝였다. 이 제국은 7세기에 시리아에 본부를 둔 움마야드 왕조에 의해 점령되어 이슬람화되었으나 이란인들은 이슬람을 페르샤화해버렸다. 우수한 문화를 가진 민족은 저급한 문화를 가진 민족에 의해 정복되지만 그 문화의 힘으로 정복자를 다시 정복해버린다. 이란은 이슬람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셈이다. 압바시드 왕조가 움마야드 왕조를 멸망시키고 수도를 바그다드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이란 장군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압바시드 왕조를 실질적으로 움직인 관료, 지식인들은 거의가 이란인들이었다.
  
  
  사진 : 팔스 지역의 경치 
  
  13세기에 몽골, 15세기에 티무르의 침공을 받은 이란은 황폐되었다. 이란이 몽골의 서정(西征)으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곳이다. 특히 관개시설이 파괴되어 복구에 수백년이 걸렸다. 인구의 약 반이 죽었다고 한다. 몽골이 중국의 宋을 점령하고 세운 元의 관료층 안에는 이란 지식인들이 많았다. 이슬람을 믿는 16세기의 몽골 기마군단이 인도를 점령하고 세운 무굴 제국의 지배층안에도 이란인들이 많았다. 이란은 주변지역, 즉 中東, 중앙 아시아, 터키, 인도를 밝히는 문화적 등불이었다. 
  
  1501년 이란에서 사파비드 제국이 일어나 오스만 투르크와 맞섰다. 이란인들은 세계 역사에 남을 만한 다섯 개의 大제국을 만든 민족이다. 메디안-페르샤-파르티아-사산朝-사파비드 제국이 그것이다.
  
  
  사진 : 아자디 타워
  
  16~20세기에 中東 이슬람 세계에는 두 라이벌이 있었다. 오토만 투르크와 사파비드 제국 등을 세운 이란이었다. 오토만 투르크는 중동, 유럽, 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하여 두 차례 비엔나를 포위하는 등 유럽을 위협했으나 이란을 점령하지는 못했다. 영국의 이슬람 전문가 버나드 루이스에 따르면 오토만 투르크 제국은 문명적 측면에선 이란의 영향권 아래 들어 있었다고 한다. 루이스는 현재의 中東도 터키와 이란이 양대(兩大) 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호메이니

  국부(國父) 케말 파샤의 정교(政敎)분리 원칙에 입각한 터키는 세속적인 공화국이고 호메이니의 원리주의에 입각한 이란은 政敎일치의 이슬람 공화국이란 차이가 있다. 인구도 두 나라는 비슷하다(약8000만 명). 터키는 이스라엘과 미국과 친하고 이란은 원수지간이다. 이란이 핵무장하면 터키도 대응 핵무장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란의 이런 독자성을 유지해온 여러 가지 힘중의 하나는 과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란인들의 자부심이다. 이런 이란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 북한의 김정일 정권과 함께 '악(惡)의 축(軸)'이라고 불렀다. 김정일이야 惡의 軸이 아니라 악마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이란을 이런 김정일 정권과 동격(同格)에 놓을 수 있는가? 
  
 10년 전 할리우드에서 만든 '300'이란 영화는 페르샤의 大軍을 무찌른 스파르타의 300 용사를 超人으로 만들고 페르샤 군대를 괴물이나 바보멍텅구리 집단으로 그렸다. 이란 사람들이 화를 낸 것이 이해가 된다. 이란에 대해서 무식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역사는 문학, 철학과 함께 교양인의 필수과목이다. 역사공부는 다른 문화와 민족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마음을 넓혀주고 생각을 깊게 해준다.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한 존중심을 심어준다.
  
  부시가 이라크 침공작전을 펴기 전에 버나드 루이스 같은 대가(大家)를 백악관으로 초빙하여 몇 시간 강의를 들었다면 다른 전략이 나왔을지 모른다. 당시 미국 CIA 국장 테닛은 최근 회고록에서 '이라크를 왜 굳이 쳐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易地思之(역지사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역사공부이다. 
 
 이란은 시아파의 본산(本山)이다.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도 IS와 싸우는 데 이란의 도움을 받는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가자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블로 세력도 이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의 내부 사정도 간단하지 않다. 젊은층과 중산층은 친미적이고 지배층은 반미적이다. 이란은 북한과는 특수관계이다. 북한으로부터 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수입하고, 현금이나 기름을 지원한다. 이란에 종속된 시리아도 북한과 친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이란을 적대적(敵對的)으로 몰 필요는 없다.
 
 한국의 가장 번화한 거리 이름이 이란의 수도 이름이다. 이란이 세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지정학적 조건이다. 중동, 중앙아시아, 인도, 유럽을 연결하고, 인도양과 페르샤만, 그리고 카스피해를 잇는 자리에 있다. 특히 석유자원이 많을 뿐 아니라 석유수송로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를 품고 있다. 이란이 1979년 이후 거의 홀로 미국 및 서구와 맞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강점 덕분이었다. 이란-이라크 전쟁 때 미국은 이라크 편을 들었다. 고립된 이란을 도와준 것이 북한이었다.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일본 자위대 호르무즈해협 진출하나?

아베의 새 카드 ‘중요영향사태’

미·일동맹2.0을 각론으로 풀어 설명하면, 현장에서의 전투와 같은 하드웨어는 미국이, 군수·의료·통신과 같은 후방지원 소프트웨어는 일본이 맡는다는 의미다. 이즈모는 대표적인 예이다. 일본 자위대 항모급 호위함 이즈모(いずも)함 등장의 본질적 의미는 일본 군사력 팽창이나 중·일 대결의 차원이 아니라 미·일동맹2.0으로 나간다는 데 있다.

글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 일본 자위대의 항모급 호위함 이즈모함. photo 조선일보 DB
 
‘이즈모(いずも)함 3월 25일 취역, 동북아 해상전력 다툼 가열’. 한국 언론에 실린 주요 외신 중 하나다. 이미 2년 전에 진수식을 가졌던 일본 자위대 항모급 호위함에 대한 구문(舊聞)이지만, 중국발 뉴스로 크게 다뤄지면서 한국에서도 주요 뉴스로 취급됐다. 기사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헬리콥터 전용 탑재 호위함이라고 하지만, 248m에 달하는 갑판의 크기를 감안하면 미국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F35B와 같은 첨단 전투기들이 탑재될 항공모함으로의 전용이 언제든 가능하다. 둘째, 실전배치된 항공모함 랴오닝(遼寧)에 이어, 중국이 두 대의 항공모함을 추가로 건조 중인 것을 감안할 때 중·일 간의 해상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가 절감한 것은, 한국 언론의 강성일변도 대일관(對日觀)이다. 나무를 보지 못하고 숲만 대충 살피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식이다. ‘언제든지 항모 전용이 가능한 호위함’이란 전망을 보자. 이즈모함이 전투기 탑재용 항모로 변용되는 것은 물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게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갈 필요도 없다. 이유는 미국에 있다.
   
   이즈모함 건조의 가장 큰 목적은 일본군 전력증강에 국한되지 않는다. 20세기의 미·일동맹1.0에 이어, 21세기형 미·일동맹2.0으로 진화된 집단적 자위권 실현의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이즈모함이다. 이즈모함의 가장 큰 목적은 미국 항모 호위에 있다. 대잠수함 작전용 초계기 P1과 P3C를 탑재하고 바다 밑에서 이뤄질 중국의 공격을 미리 막아내는 것이 이즈모함의 주된 역할이다. 100여기의 최첨단 전투기를 탑재한 미 항모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즈모가 10대 정도의 전투기를 탑재할 항모로 거듭날 필요는 없다.
   
   미·일동맹2.0을 각론으로 풀어 설명하면, 현장에서의 전투와 같은 하드웨어는 미국이, 군수·의료·통신과 같은 후방지원 소프트웨어는 일본이 맡는다는 의미다. 이즈모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즈모 등장의 본질적 의미는 일본 군사력 팽창이나 중·일 대결의 차원이 아니라 미·일동맹2.0으로 나간다는 데 있다.
   
   이즈모함 취역 기사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로 이즈모란 이름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즈모는 독도를 자신의 관할이라 주장하는 시마네(島根)현 내의 옛 지명에서 유래됐다. 동해에 접한 마쓰에(松江) 지역의 원래 이름이 이즈모(出雲)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했던 순양함 ‘이즈모(出雲)’의 2세대에 해당하는 것이 2015년의 ‘이즈모(いずも)’다.
 
같은 이름이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는 한자를 사용하고, 21세기 들어서는 발음으로만 표기되는 히라가나(ひらがな)로 쓴다. 교묘하게 변용된 제국 군대의 부활이다. 이즈모의 탄생지가 갖는 배경을 본다면, 주된 활동 영역이 동해를 포함한 일본열도의 서쪽이 될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를 시야에 넣는 호위함이다. 미국을 겨냥해 태평양으로 향했던 과거의 항모와는 선을 긋는다.
   
   일본의 서쪽으로 향하는 이즈모함의 제1차 작전 내역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지원’으로 압축될 수 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 항모 3대가 배치될 전망이다. 냉전 이후 벌어진 미국 주도의 전쟁을 보면 반드시 항모 3대가 전선 주변에 배치된다. 중국이 2020년까지 항모를 3대로 늘리는 것은 그 같은 미국의 해상작전을 모방한 것이다. 일본의 항모급 호위함은 미 항모 3대가 전쟁에 투입될 경우를 대비한 지원책이다. 이즈모함을 포함해 2020년까지 전부 4대의 항모급 호위함이 일본에서 탄생될 예정이다. 유사시 3대의 일본 호위함이 미 항모 3대를 지원하고, 나머지 1대는 일본열도를 지킨다는 의미다.
   
   ‘한반도 유사시’가 이즈모함 탄생의 가장 큰 배경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최근 동향을 보면 작전영역은 이미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됐다. 물론 중국의 굴기가 가장 큰 이유다.
   
   일본발 안보 관련 뉴스는 워낙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요즘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2015년 3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미·일동맹2.0을 미국의 우방국인 다른 나라에까지 확장하는 것과, 해상 지원만이 아닌 육상 작전 영역으로의 확대이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일본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안보 관련 법해석 수정’은 미·일동맹2.0을 넘어서는 글로벌동맹2.0으로의 출발점이다. 간단히 말해 미국만이 아니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나아가 한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해서도 미·일동맹2.0의 핵심인 집단적 자위권 구상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해군만이 아니라 지상군 진출도 이러한 새 안보정책에 포함된다.
   
   기존의 안보법 가운데 핵심이 되는 수정 대상은 ‘주변사태’라는 말에 대한 해석이다. 원래 집단적 자위권의 영역은 주변사태로 한정된다. 가까이는 한국, 최근에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열도까지를 포괄하는 지리학적 범주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는 ‘안보 관련 법해석 수정’의 키워드는 주변사태를 넘어선, ‘중요영향사태’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안보무대가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부분은, 중요영향사태를 둘러싼 논의가 미국의 요구나 요청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아베 총리와 일본 스스로가 나서서 추진한다는 데 있다. 1970년대 말 냉전 당시 미국은 무려 1000건이 넘는 협력사항을 일본 자위대에 요구했다.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일본의 역할 증대가 당시 요구된 협력사항의 중심이다. 2015년 3월, 일본은 미국이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나서서 자신의 안보영역과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4월 말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아베의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은 그 같은 의문을 풀어줄 해답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아베는 미 의회 연설을 통해 일본이 미국의 군사 파트너로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군과의 관계를 기존의 주변사태만이 아닌, 중요영향사태로 확장하겠다는 뜻을 워싱턴 한복판에서 알릴 전망이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내 일본 자위대가 호주나 나토군과 합동훈련을 하는 장면도 빈번히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이 빠진 상태에서의 훈련이다. 한국이 거부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미군이 빠진 한·일 양국 간 군사훈련도 상상할 수 있다.
   
▲ 일본 자위대의 훈련 모습. photo 연합

   중동은 일본이 추구하는 새로운 집단적 자위권의 의미를 보여줄 가장 중요한 무대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은 일본이 상정하고 있는 중동전선의 대명사다. 호르무즈해협은 아라비아반도 동쪽에 위치한 아라비아해와 오만해를 연결하는 폭 33㎞에 달하는 좁은 해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북쪽의 이란, 남쪽의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를 끼고 있는 수심 85m 정도의 바다다.
 
이 호르무즈해협은 최근 일본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중동 지명 중 하나다. 일본어 구글에 들어가 키워드로 호르무즈를 치면 32만6000건의 정보가 나온다. 한국어 구글은 7만1400건이다. 뉴스만으로 좁혀서 검색해 보면, 일본 구글은 4470건, 한국 구글은 193건에 불과하다. 호르무즈가 일본에 ‘중요영향사태’의 무대로 등장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원하고, 일본도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석유 운송의 대동맥에 해당한다. 매일 1700만배럴의 석유가 대형 유조선을 통해 이곳을 거쳐 바깥으로 나간다.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아니라 이라크·쿠웨이트·이란산 석유의 수출로가 호르무즈해협이다. 일본의 경우, 수입석유의 80% 정도를 호르무즈해협에 의존한다. 매일 약 10척, 1년간 3400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일본에 들어간다. ‘호르무즈해협=해상 에너지수송 생명선’이라 볼 수 있다. 현재 호르무즈해협 주변에는 미군 항모가 상주하고 있는 상태다. 핵개발을 서두르는 이란을 비롯해, 수니파 이슬람 극단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등 중동 전역을 대상으로 한 군사작전의 전초기지다.
   
   이란은 미군의 공격에 대비해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군사훈련을 정례화하고 있다. 서방이 핵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이란을 공격할 경우, 호르무즈해협을 차단해 전 세계 경제를 ‘석기시대’로 돌리겠다는 의도다. 현재 미국은 핵개발 중단을 전제로 이란과의 협상에 들어선 상태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회담무용론을 주장하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얼굴을 붉히고 있다.
   
   곧 최종 회담 결과가 나오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의한 이란 핵시설 공격과, 뒤이은 이란군의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일본은 그같은 상황에 맞춰 미군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을 돕기 위한 미·일동맹2.0의 일환인 동시에, 자국의 에너지수송 생명선을 지키기 위한 자위(自衛)적 행동이라 볼 수도 있다.
   
   호르무즈해협 유사시를 상정한 일본의 군사전략은 종전의 해상자위대 중심의 소프트웨어 전략을 포함해 육상자위대를 통한 미군 지원이란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유사시 미군 해병대가 중동전선에 투입될 경우, 일본도 미군을 돕는 지상지원군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전투용 지상군이 아닌, 보급·의료·통신에 국한되는 활동이 주라고 강조한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지역과 무관한, 이른바 ‘그레이 존(Gray Zone·회색지대)’에서의 작전이 일본 지상군의 활동무대라 말한다. 그러나 그 같은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미군을 돕는 일본 의료지원군이라 해서 전투에 휘말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미군이나 우방국의 군인들을 치료 중이던 육상자위대 의료팀이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공격을 받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장을 하지 않은 채 그냥 당하기만 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예외조항을 만들어 전투가 가능한 자위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미군=하드웨어, 일본 자위대=소프트웨어’ 구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주로 하면서 하드웨어도 겸비’로 자위대가 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호르무즈해협 주변까지 확장된 일본 안보관의 변화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혁명적 사건이다. 그러나 2015년 일본인은 아베의 그 같은 구상에 반대하지 않고 따라가고 있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의 도발은 일본인을 우향우로 몰아세우는 가장 큰 원인이다. 더불어 지난 2월 1일 발생한 IS(이슬람국가)의 일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後藤健二) 참수사건도 일본인의 마음을 독하게 만들었다. 참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베는 이슬람국가 테러분자를 향해 “그들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도록(その罪を償わせるために) 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는 아베의 발언을 ‘to make the terrorists pay the price’라 전하면서, 전후 일본 총리가 행한 첫 번째 ‘복수(復讐)성명’이라 풀이했다. 당시 일본인은 무려 12일 동안 참수 협박 뉴스를 접하면서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다. “왜 자위대를 보내 저런 놈들을 전부 처벌하지 않느냐? 미국이라면 미사일을 쏘아 곧바로 보복에 나설 것이다.”
   
   아베 총리는 그런 인질극이 다시 발생해 구출을 위해 자위대를 보내고 싶어도 현재의 법으로는 현지파견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고토의 죽음 직후 이뤄진 요미우리신문(??新聞) 여론조사에서 아베는 종전 지지율보다 5%포인트 높은 5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호르무즈해협을 무대로 한 자위대의 진화(進化)가 별다른 장애 없이 추진되고 있는 배경이다.
   
   일본의 신안보전략의 키워드인 ‘중요영향사태’의 파장은 빠른 시일 내에 한반도로 밀려들 것이다. 가장 먼저 닥칠 파장은 자위대의 호르무즈해협 진출과 관련된 것이다. 한국 역시 석유 수입의 8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석유수송은 일본의 상황과 비슷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말 중 하나로 ‘Free Ride’, 즉 무임승차가 있다. 중국의 엄청난 성장은 기존의 세상이 만들어놓은 환경하에서 이뤄진 무임승차라 비난한다.
 
환경, 테러, 에너지 등과 같은 글로벌 문제에, 중국도 높아진 위상에 맞게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호르무즈해협으로 자위대의 무대를 넓히려는 일본의 의도에는 미국으로부터 제기될 무임승차 책임론을 막자는 것도 포함돼 있다. 중동석유 주요 수입국인 한국 역시 워싱턴으로부터 가까운 시일 내에 ‘무임승차는 없다’는 책임론을 들을 가능성이 있다. 중동석유를 에너지 생명선으로 하는 한국도 생명선을 지키는 비용을 부담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4월의 워싱턴은 벚꽃축제로 흥청거린다. 일본의 4월 골든위크 장기휴가를 맞아 일본 정치인 200명 정도가 미국에 들를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이 시기 워싱턴 싱크탱크는 미·일 관련 포럼으로 도배를 할 전망이다. 아베의 4월 말 미국 방문과 의회 내 연설은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다. 지금 한국의 주된 관심은 종군위안부나 과거사에 머물러 있다. 그러는 사이 ‘무임승차 책임론’의 화살이 서울로 향할 것이고, 일본 자위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동아시아 안보체제 구도가 자위대의 중동 진출, 자위대와 우방국과의 합동훈련 같은 구체적인 장면과 함께 전개될 것이다. 아베의 4월 말 연설은 시련에 봉착할 한국 외교의 서막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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