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와 두송반도 그리고 암남공원의 남파랑길 봄 나들이(#4-3)
2024. 3. 31 (일) 날씨 : 맑은 후 흐림 기온 : 섭씨 9~18도
거리 : 21km 6시간 동행 : 16명
아미산 전망대-다대포해변-몰운대-낫개방파제-두송반도-감천항-감천사거리-안남공원 주차장
삼월의 마지막 날인데 웬일인지 벚꽃이 아직이다. 진해 군항제가 3월 23일 시작이라고 했지만, 피지 않아 기간을 연장한다고 한다.
김천과 구미 그리고 대구를 지나며 낙동강 주변은 개나리와 벚꽃 그리고 산기슭엔 산벚이 봄을 알린다.
오랫동안 산행하며 관찰했지만, 벚꽃이 열흘이나 늦게 피는 것은 처음 본다. 밀양강을 따라 버스가 달리는데 농사가 한창인 들녘엔 푸른색으로 덮인 풍경이 압권이다.
낙동강 하구 구포에는 환하게 핀 벚꽃으로 봄의 정경이 둑길에 가득하다.
이윽고 도착한 아미산 전망대에서 남파랑길 여정을 시작하는데 바로 앞 낙동강 하구 모래톱과 다대포 해변이 근사하다.
아미산 전망대
몰운대 성당 옆 벚꽃
낙동강 모래톱
다대포 해변
다대포(多大浦)는 "크고 넓은 포구"라는 뜻이다. 낙동강의 토사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해수욕장으로 동해안의 느낌이 강한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등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과 비교해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서해와 남해에 있는 해수욕장의 특징과 같이 백사장 면적이 상당히 넓고 갯벌에 소라와 게, 맛조개도 많이 살고 있으며 수심도 얕아서 수백 미터를 가도 성인 남성 기준 허리 깊이까지 밖에 오지 않는다.
다대포 수변공원
다대포 해변의 산자락을 따라 걷는 길은 동백과 사철 푸른 나무들의 숲길이어서 좋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초반 힘든 길이지만, 맑은 공기와 가끔 보여주는 바닷가 풍경으로 걷기에 상쾌했다.
예전 초소가 있던 조망터에서 보이는 부근 섬들의 모습과 멀리 다대포와 영도가 사진찍기에 좋다.
몰운대 가는 길에 보이는 다대진 동헌과 조망터를 지나 몰운대 표지석에 도착했다.
동헌은 조선시대 지방관서에서 첨사가 정무를 보던 건물로 아사(衙舍)·군아(郡衙)·현아(縣衙)·시사청(視事廳) 등으로 부르기도 하였고, 다대진성 내에 있던 관아건물 중에서 유일한 건축유구(建築遺構)로 지금은 몰운대 내에 옮겨져 있다.
원래는 관아 일곽의 하단 구역에 있던 동헌 건물로 수호각(睡虎閣)이라 불렀다.
다대진 동헌은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좌측 첫째 칸과 우측 첫째 칸은 온돌방으로, 가운데 세 칸은 우물마루를 깐 대청으로 꾸몄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도
두송반도
몰운대 주변 지도
몰운대 표지석
지형상의 여건으로 인하여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어, 모든 것이 시야에서 가리워지기 때문에 ‘몰운대’라는 명칭이 붙여졌다고 한다.
다대포와 몰운대는 조선시대 국방의 요충지로 임진왜란 때는 격전이 벌어졌으며, 이순신(李舜臣)의 선봉장이었던 녹도만호(鹿島萬戶) 충장공(忠壯公) 정운(鄭運, 1543~1592)도 이 앞바다에서 500여 척의 왜선을 맞아 힘껏 싸우다가 순국하였다.
그는 이곳을 몰운대라 부른다는 말을 듣고 ‘운(雲)’자와 자기 이름의 ‘운(運)’자가 같은 음이라는 점에서, “내가 이 대에서 죽을 것이다(我沒此臺).”라 하였다고 전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정운을 위한 사당이 세워졌다고 하며 지금은 그의 순절(殉節)을 기리는 유적비가 서 있다.
이곳은 16세기까지는 몰운도(沒雲島)라는 섬이었으나, 그 뒤 낙동강의 물에 밀려 내려오는 토사의 퇴적으로 인하여 다대포와 연결되어 육지가 되었다.
몰운대는 백두대간의 삼수령 피재에서 갈린 산줄기가 낙동강 동쪽을 따라 남으로 달려 마지막 흐름을 멈춘 곳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숲인 낙동정맥은 어지간한 산꾼들도 도전하기 어려운 산길이다.
13년 전 걸었던 몰운대에 다시 섰다는 감회가 뭉클하다.
몰운대 공원
沒雲臺(몰운대)
浩蕩風濤千萬里(호탕풍도천만리) 호탕한 바람과 파도 천 리도 만 리.
白雲天半沒孤台(백운천반몰고대) 하늘가 몰운대는 숲 가에 묻혔네.
扶桑曉日車輪赤(부상효일차륜적) 새벽 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
常見仙人駕鶴來(상견선인가학래) 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온다.
李春元(선조 40년 동래부사) 지음.
해수욕장에 갯벌이 있는 곳은 부산에선 여기가 유일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밀물과 썰물 때의 갯벌 면적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썰물 때 일몰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절경 수준이다.
낙동강하굿둑이 생기면서 강물의 자연스러운 유입이 막혀 수질은 갈수록 나빠졌고, 과거에 비하면 순수한 해수욕장의 기능은 점점 잃어가는 추세이다.
물놀이보다는 다대포 꿈의 낙조 분수나 일몰, 갯벌 체험, 수변공원 산책, 사진 촬영, 몰운대 트레킹, 낚시 포인트 더 알려져 있다.
다대포항
다대포항은 부산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항구이다. 부산항처럼 무역항이 아니라 대형어선은 없는 주로 중소형 어선이 많은 작고 아담한 항구이다.
바다에서 잡은 수산물을 경매하는 위판장이 있고 수산 시장이 함께 있어서 갓 잡아 온 신선한 생선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도 있다.
다대포항과 이어진 다대포해수욕장과 함께 일출, 일몰로 유명한 곳이라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일출 명소로 알려져 있는데 일출 일몰 때에는 포구 한쪽에 세워져 있는 나무선착장이 어우러지며 그림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통일 아시아드 공원
갈맷길 안내도
예전 2011년 11월 낙동정맥을 마치면서 감회가 컸던 몰운대에 다시 서니 한국의 숲을 헤치며 산자락을 걷던 기억이 생생하다.
몰운대에서 핫도그와 어묵탕으로 친목을 다지고 일행들과 헤어져 백사장과 공원을 사진 찍고 방향을 착각해 한참이나 헤맸다.
바쁘게 길을 찾아 속도를 내어 다대포항과 어시장을 지나 대선조선이 보이는 언덕의 두송반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두송반도 오름길 계단
대선조선
두송반도 벚꽃길
서쪽 해안의 숲길을 따라 두송 반도의 끝자락까지 다대항을 바라보며 걷는 해안 길은 도보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해안으로 내려오는 계단도 잘 정비된 상태이며, 동쪽 해안을 따라 연결된 도로에서는 감천항의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두송반도에는 원양 어선 기지, 원목·컨테이너 부두, 수리 조선소가 있다.
산지와 해안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두송만취(頭松晩翠)[두송산 위에 걸린 비취빛 저녁 하늘의 아름다움을 뜻함]라 하여 예로부터 다대 팔경(多大八景)의 하나로 불렸다.
두송반도의 끝자락에 자리한 두송산은 조선시대에는 몰운산(沒雲山), 금티산과 함께 병선을 만드는 재료를 조달하기 위해 나무의 벌채를 금지한 바 있는 경상 좌우영 관할의 봉산(封山)으로 지정된 군사상 중요한 산이었으며, 현재도 중요 시설들이 있다.
해안 갯바위와 방파제에는 주말이면 낚시꾼들이 모여든다.
복사꽃
처음에는 힘든 오르막이었지만 이내 평탄한 길에서 여유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하얗게 핀 산벚과 노란 개나리가 오솔길을 밝히는 데 봄꽃들의 향내가 코끝을 자극한다.
주말이지만 애써 배를 만드는 조선 기술자들의 땀의 소리가 들려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언덕의 중턱에서 간식을 먹는 일행들을 만나 합류하여 벚꽃 길을 함께 걸었다.
봄의 기운을 받으며 동행하며 복사꽃과 진달래 그리고 부산 골목을 지나 남파랑길 3코스에 접어들었다.
감천항 입구 두도의 비탈 경사면에서 8,000만 년 전 백악기 시대의 공룡 유골이 발굴되었으며, 국가 지질 공원으로 지정된 지역이기도 하다.
동쪽으로는 송도와 암남 공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다대포와 이어져 있어 항만 기능 외에도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두도
두도는 서구 송도 반도에서 남동쪽으로 500m 정도 떨어진 섬으로, 대가리 섬에서 유래하였으며, 인근 지역 사람들은 지금도 대가리 섬이라고 부르고 있다.
두도는 갈매기들의 천국으로 바위는 온통 갈매기의 배설물과 둥지로 인해 회색빛으로 변하여 있다.
동백나무, 비쭉이, 해송 등의 다양한 자생식물과 바다 산호, 부산의 상징 새인 갈매기가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해안절벽을 따라 백악기 말에 퇴적된 하부 다대포 층과 화산암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공룡알 둥지 화석, 부정합, 암맥, 단층, 꽃다발구조 등의 독특하고 다양한 지질기록을 볼 수 있다.
또한 육지와 가까워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며, 무인 등대가 설치되어 있어 항해하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도 하고 있다.
암남 공원은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동 진정산 일대에 조성된 자연공원으로 천혜의 해안 절경을 자랑한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해안을 따라 바다를 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약 1억 년 전 형성된 퇴적암, 원시림, 100여 종의 야생화와 370여 종의 식물 등 도심에서 보기 드믄 자연 생태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원시 자연공원으로, 해양성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암남 공원에는 용이 살았다고 전하는 용굴, 사람의 콧구멍과 같이 두 개의 굴이 나란히 있는 코 굴 등 10여 개의 해식 동굴이 있다.
해안선 일대에는 공룡 발자국과 신석기 시대 흔적이 남아 있다.
암남공원
연초록으로 불든 부산 시내의 모습은 조용하면서도 활기가 넘치고 족구와 배드민턴 그리고 자전거 타는 건강한 주민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6.5km 남은 3코스의 암남공원 가는 길은 상당히 어려운 길이었다.
계단과 오르막 그리고 내리막이 반복되고 봉우리 둘레를 되돌아 나오는 세 번의 걷기는 피로감이 고조되고 신경이 예민해져서 힘들었다.
다행히 두도 전망대와 송도 용궁 구름다리가 누적된 피로를 풀어준다.
동네 골목에서 길을 잃어 시간을 소모했기에 애써 걸었는데, 우습게도 선두에 서게 되어 막판에 천천히 주변을 음미하며 케이블카 주차장으로 향했다.
영도
여행하기 위해 참석한 일행들 덕분에 푸짐한 횟감을 준비해서 뒤풀이는 풍성했다.
비록 늦게 대전에 도착했지만 봄의 기운을 가득 담고 온 하루가 즐겁고 행복했다.
봄의 꽃길을 걸으며 ‘기억과 상상’에 대하여 얘기 나누고 고민스런 일화도 이야기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어쩌면 기억은 꼰대의 표상이고 상상은 멘토의 절실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하고 싶다.
멘토다운 어른은 상상력을 키우고 노력해서 예전의 기억을 반복하는 실수를 줄이기 때문이다.
영도를 바라보며 오륙도까지의 완주가 다가옴을 실감한다. 지나온 노정을 정리하는 편집 작업의 피로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진행이 늦다.
컴퓨터 작업의 더딘 손놀림과 눈의 침침함이 웬지 아쉽고 언뜻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본다.
두도
송도 용궁 구름다리
송도 용궁 구름다리는 2002년 태풍 셀마로 인해 철거된 송도해수욕장의 동쪽 송림공원에서 거북섬을 연결했었던 송도 구름다리를 18년 만에 다시 재건축한 것이다.
암남 공원에서 바다 건너 작은 무인도인 동 섬 상부를 연결하는 길이 127m, 폭 2m의 송도 용궁 구름다리가 있다.
바다 위를 걷는 짜릿함과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바다 풍광, 기암절벽이 빚어내는 천혜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야간경관조명이 설치돼 밤에는 바다에 떠 있는 신기루와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관광도시 부산 서구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송도해변 케이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