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할 여유가 없어서 이 정도로 하고 다른 분들의 감상을 보며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러브레터 -권희진>
1) 분량 단락장 체크, 줄거리 요약
① 분량 : 대략 A4 9장
② 단락장 :
1단락장: 결국 여기로 왔다. 16층. 나는 생각할 장소가 필요했다. 여기 16층은 조금 이상한 곳이다. 높은 곳에 혼자 올라왔던 사람들이 남기고 간 고독의 흔적이랄까. 나는 여기에서 그 죽은 노인을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서 마주쳤던 모든 사람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들은 왜 여기에 왔던 것일까. 왜 하필 여기여야 했을까. 나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여기에 올라왔던 노인을 이해해보기 위해 반복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면 결국 나는 나 자신에게 이것을 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왜 여기에 올라왔던가.
2단락장: 열 살쯤. 나는 그때 두통이 심했다. 나의 어머니는 열 살 때의 나처럼 항상 머리가 아픈 사람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일 년 중 집에 머무는 날보다 밖으로 나도는 날이 더 많았고 그 때문에 어머니는 잠을 잘 자지 못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누군가의 생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끔하게 차려입고 요리를 했다. 나의 어머니는 우는 날도 많았다. 자식의 아픔보다 자신의 슬픔이 더 중요한 사람 같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편두통이 있었던 게 아니라 어금니가 심하게 썩어서 그 통증 때문에 머리까지 아팠다는 것이다.
3단락장: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도 집에 잘 들어가지 않게 됐다. 중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아는 것이 많았다. 오토바이를 타는 법도 알고 담배 피우는 법도 알았다. 순일의 집은 아늑했다. 순일과 나는 고등학교가 달라서 점차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나는 굳이 시간을 내서 순일의 집에 찾아갔다. 순일은 학교에서 새로운 애들과 가까워졌는데 그 애들은 약간 거칠었다. 순일에게 그 애들과 어울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순일은 괜찮다고 했다. 순일의 친구들은 나에게도 기술을 배우라고 했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훔쳐 타다가 길가에 버려두거나 편의점에서 술과 먹을 것들을 훔쳤다. 너무 많이 몰려다닌 탓인지 우리는 경찰조사를 받았고 나는 다 털어놓았다. 나는 변호사를 어머니가 선임해서 소년원은 가지 않을 수 있었는데 순일은 변호사가 없어서 소년원에 갔다.
4단락장: 공부는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수능을 세 번이나 보고 나서야 깨달았고 첫 직장은 해외 화장품 수입하는 회사였는데 나는 구매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거기에서 안 과장을 만났다. 그녀는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여자였다. 우리는 만난 지 한 달 만에 그녀의 집에 들어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안은 나를 다양한 곳에 데리고 다녔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던 곳은 야경을 볼 수 있는 누군가의 옥탑이었다. 이렇게 높은데 올라오면 뭔가를 다 이해하게 돼. 신기하지? 무엇을 이해한다는 걸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로 나의 계약이 끝나던 마지막 날에 안과 이별했다. 그녀 덕분에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었지만 그다음 연장 때에는 힘을 써주지 않았다.
5단락장: 그뒤로 나는 이런 저런 일을 했으나 다치는 일이 많아 몸이 성하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이곳에 오게 됐는데 이 건물에서 2교대로 경비일을 했다. 나는 주차와 보안만 담당하면 됐고 이 일에 만족했다. 몸을 쓸 일이 많지 않아서 무릎에 무리도 가지 않았고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16층에서 죽은 노인도 나처럼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긴 했다. 노인은 이 건물 계단에서 자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 안 된다고 했었다. 나의 단호한 거절에 노인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노인이 죽은 채로 발견된 그날은 수도까지 얼어붙을 정도의 혹한이 몰아닥친 날이었다. 아마도 계단을 순차하는 나를 피해 옥상까지 올라가 숨어 있다가 내가 내려가면 다시 계단으로 나올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6단락장: 나는 여기 16층에서 여전히 노인을 생각하고 있다. 한 달 정도 지나자 사람들은 다시 옥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노인이 쓰러져있던 잔상이 치워지지 않아서 결국 경비일을 그만뒀다. 나는 무언가를 이해해보기 위해 여기 16층에 올라와 있다.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의식은 몸으로부터 빠져나와 기억들을 역행하고 있다. 지금 나는 이쪽에 있는 것인가 저쪽에 있는 것인가. 저쪽보다는 이쪽에 있고 싶다. 다시 이쪽 16층에 돌아와 있는 나를 바라본다.
2) 느낀 점과 이유
두 번 읽을 때까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생각했다. 내가 너무 유명한 작가의 소설들만 지금까지 읽었구나 그런 반성을 하기도 했다. 세 번째 읽었을 때 비로소 느낌이 왔다.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소설이구나. 주인공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 아버지는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어머니는 자식에게 심한 충치가 생긴 것도 모를 만큼 자신의 삶만을 살아가기에도 버거운 사람이었다. 순일은 부모님이 언제부터 없었는지 모를 만큼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없고 나쁜 짓 하는 친구들을 착하다고 생각할 만큼 정에 굶주려 있다. 16층에서 얼어죽은 노인은 경비였던 주인공의 작은 친절에도 감격할 만큼 사무치게 외로웠던 것은 아닐까? ‘러브레터’라는 제목은 뭔가 사랑 이야기를 상상하게 했지만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랑의 호소를 이야기하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면 상대가 누가 되었든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때 안 된다고 했었다. 그게 나의 본분이었고 나는 그걸 성실하게 해내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 형식상 여쭤보는 거예요. 그게 저희 일이에요.
부분적으로 본질을 뒤로 한 채 형식적으로 자신의 일을 다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유체이탈’, ‘임사 체험’은 어떤 의미로 사용한 걸까. 극한의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외로움으로 인한 상처를 표현한 것일까.
‘외로움’을 돌려서 간접적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3) 가장 좋았던 부분과 그 이유
가만히 있는 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그걸 집 밖에서 해본 적은 없다. 집이 아닌 곳에서 정지해 있으면 사람에 치이고 차에 치이고 무언가에 자꾸 치이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 이동하고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여기 16층에는 흐름이 없다.
16층 공간 특성을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집에 있어도 가만히 있기 어렵지만 밖에 있으면 끝없이 움직이고... 여행을 할 때도 그 장소를 온전히 누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 뭔가 이동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 공간을 잘 표현했다.
안에게는 특이한 습관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하루에 담배를 딱 열다섯 개비만 피웠는데 자신만의 규칙이라고 했다. 그녀는 내가 엑셀 시트에 숫자를 채우듯이 자신이 태운 담배 개수로 나와 만나는 날을 계산했다. 나는 가끔 그녀의 계산이 의심스러웠다. 담뱃값을 아끼기 위해 그녀의 담배를 자주 피웠고 어떤 때는 나 때문에 담배가 부족한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나를 만나는 11개월의 시간 동안 4500개를 피웠을 수도 있고 4600개를 피웠을 수도 있다.
담배 개수로 사귄 날을 세는 것을 묘사한 것이 특이했다.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로 나의 계약이 끝나던 마지막 날에 안과 이별했다. 그녀 덕분에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었지만 그다음 연장 때에는 힘을 써주지 않았다.
이별을 참신하게 표현했다.
그런 일상들의 반복이었다. 매일 같은 곳을 지나서 어제 봤던 것 같은 사람을 다시 마주치는 일이, 매일 같은 높이를 올랐다가 내려오는 일이, 그런 반복들이 비로소 사회인이 됐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느낌이었다.
일상의 반복이 감사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답답하고 삶의 굴레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일상의 반복이 사회인이 됐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6이 나올 때까지 –조성백>
1) 분량 단락장 체크, 줄거리 요약
① 분량 : A4 8장 정도
② 단락장 :
1단락장 : 손바닥에 들어온 정육면체를 던진다. 정육면체를 던질 때마다 방향이나 각도가 미세하게 달라진다. 당신은 속삭이듯 6을 말하지만 4가 정답이 된다. 당신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던진다. 원하는 정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2단락장:
12월 3일 18시 55분, 박도일이 태어났다. 그날은 만 오천 년에 한번 지구에 초근접하는 퍼핏 혜성을 볼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의 날이었다. 박도일의 엄마 김이진은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는 트레드 마리오네트 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략 900명 내외, 국내에는 단 다섯 명밖에 없다고 했다.
3단락장:
어느 날부터 박도일의 몸에 엄지손톱만한 작은 혹이 툭툭 튀어나왔다. 유명 대학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종기가 많아지고 몸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유해물질을 뿜어낼 거라고 이야기했다.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의 99퍼센트는 20대에 죽는다고 했고 정확한 치료방침도 없다고 했다.
박도일은 자신의 몸에 난 작은 종기를 공깃돌이라 불렀다. 종기들로 인한 통증, 불안으로 인해 박도일은 깊은 잠에 들지 못했고 종종 꿈과 현실을 혼동하곤 했다. 한 예로 부모님과 함께 가족 여행을 떠난 어느 해변에서 백마리가 넘는 새끼 거북이들이 바다를 향해 달리는데 새 한 마리가 그 중 한 마리를 잡아간다. 왜 백 마리가 넘는 새끼 거북이들 중 왜 하필 저 녀석일까.
4단락장:
박도일은 부모님이 모두 일을 나가고 혼자 있을 때 주사위 던지기 놀이나 인형극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박도일의 몸에는 점점 더 많은 공깃돌이 솟아올랐다. 박도일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길가에 쓰러졌다. 병원에서 눈을 감은 채 과학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일억 분의 일의 확률을 뚫고 태어난 초행운아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박도일은 자신을 원망했다. 결승점을 이등으로 통과한 자신을. 아빠가 결혼 전부터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일까. 그럴 때면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단락장:
아버지 박삼식은 그의 아들이 15살이 되던 해에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죽었다. 박삼식 바로 옆자리 동료 기사는 165cm 차이로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그곳은 박삼식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었다. 그는 그날 대타를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다. 박도일은 아빠를 원망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죄책감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박도일은 자신의 탄생의 잘못을 엄마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6단락장:
사고가 난 뒤 김이진은 생각했다. 박삼식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김이진이 박삼식을 처음 만난 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긴 친구의 부탁으로 대신 나갔던 4:4미팅 장소에서였다. 김이진의 다트촉은 박삼식을 꿰뚫었다.
17살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날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영화 한편을 보여줬다. 카우보이 영화를 보고 카우보이 인형을 찾기 위해 방을 뒤지다가 주사위를 발견했다. 박도일은 숫자 6이 나올 때까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주사위를 던졌다.
2) 느낀 점과 이유
주사위를 던지고 그것이 답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묘사한 것이 놀라웠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나는 올해 2학년에 올라가는 아이 중 피하고 싶은 아이가 있어서 3학년, 1학년, 2학년 순으로 2학년 담임을 3지망으로 썼는데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2학년 담임이 되었고 6개의 반 중 그 아이가 있는 명단을 골랐다. 처음에는 1/18, 나중에는 1/6의 확률이었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명단을 골랐기에 마지막에는 1/2의 확률로 피하고 싶은 아이의 담임이 되었다. 왜 하필 나인가.
이뿐만 아니라 인생은 확률의 연속, 선택의 연속인데 이 모든 것이 필연인 것 같지도 않고 임신을 했을 때는 기형아검사를 하며 아기에게 혹시 문제가 있을까봐 많이 두려웠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우연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공감을 많이 했던 소설이었다.
3) 가장 좋았던 부분과 그 이유
정육면체를 던져서 답이 나오는 과정을 치밀하게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구상했는지도 궁금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아이디어의 근원이 궁금하다.
<유명한 기름집– 기명진>
1) 분량 단락장 체크, 줄거리 요약
① 분량 : 대략 A4 10장
② 단락장
1단락장 :
문을 연 지 삼십 년이 넘은 기름집에 해수는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해수는 찌꺼끼가 하나도 없기 깨끗하다는 참기름, 들기름을 산 다음 점심을 먹자고 했다. 십오 년만의 만남이었다. 기름집 근처에 절이 있었고 나는 기름 십만원 어치를 사러 왕복 네 시간을 가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해수의 외할아버지가 그 절에서 새벽마다 예불을 드리고 일 년 만에 암이 완되었다는 그 절에 들르자는 것이 제일 당겼다.
작년과 재작년에 나는 동해에 가서 몇 달씩 지냈다. 그리고 절에 가서 새벽마다 예불을 드렸다. 내게 정성을 들이면 병이 나을 것 같았다. 나는 칠년 동안 카타르와 두바이 근무 후 서울로 오자마자 결혼을 했고 이듬해 이혼했다. 해수는 아이가 죽었다고 했다. 주영과 해수는 그동안 끈끈한 무언가가 생긴 것 같았다.
해수와 나는 반년 정도 통화만 하고 만나지는 않았다. 해수는 아이가 죽고 아내와 자주 다퉜고 결국 헤어지고 지금 조카 서준과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2단락장 :
지하철 역 첫 번째 플랫폼에서 만나기로 했다. 해수는 우연히 만나면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 있었다. 해수는 호두과자를 구워서 팔다가 그만 뒀다고 했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본사에 떼어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고 했다. 주영은 해수의 조카 서준을 가리켜 해수의 등골을 파먹는 놈이라고 했다. 해수가 돈 때문에 도망 다니다 죽은 형의 아들 서준을 거두었고 다른 피붙이들은 다들 나 몰라라 하며 힘든 일은 전부 해수에게 떠넘긴다고 했다.
3단락장 :
절에는 가지 못했다. 기름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었다. 해수는 배낭에서 접이식 캠핑의자를 펴더니 나보고 앉으라고 했다. 기름집 안은 무척 넓었다. 나이 든 여자가 손님들의 주문을 받았다. 해수는 이것저것 사장인 나이 든 여자에게 물었고 사장은 빠짐없이, 묻지 않은 것까지 답을 해주었다. 기름도 해수가 사고 짐도 들고 점심은 내가 사기로 했다. 해수는 몇 번이나 잘 먹었다고 말했다. 상 앞에서 내가 휘청거릴 때 해수가 내민 손을 뿌리쳐놓고 계단 아래에서는 그 손을 잡고 싶어 하는 나를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4단락장 :
해수는 서준이와 같이 이런 기름집을 차려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서준이 호두과자 일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해수는 서준에게 일을 제대로 가르쳐 보겠다고 했다. 주영은 서준이 호두과자를 백 상자, 천 상자를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말만 하고 입출금 내역도 해수한테 안 보여준다고 이야기했다.
해수는 내가 눈썰미가 있기 때문에 기름집을 보여줬다고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나는 해수가 참 많이 보고 싶었다. 해수와 헤어지고 다리가 아파서 앉을 만한 데에 앉았는데 해수는 멀지 않은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다. 나와 함께 있을 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벗지 않던 모자를 벗었는데 만으로 아직 쉰이 되지 않은 내 친구는 백발이었다. 주영이 보고 싶었다. 해수를 다시 보게 될 것 같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2) 느낀 점과 이유
여러 번 읽어도 무슨 이야기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삶의 무게가 무거운 사십 대의 삶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기름집 하다 망하면 어쩌나 그런 생각도 들고. 희경은 건강이 안 좋고. 해수의 나이에 맞지 않는 백발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둘 다 이혼의 아픔을 겪었고 해수는 심지어 어린 아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다. 해수는 문제가 많을 것 같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조카를 거두는데 그와 같이 사업을 한다.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서준에게 일을 제대로 가르쳐 보겠다며, 이름을 서준기름으로 하겠다는 해수는 순진한 걸까, 사랑이 많은 걸까.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넘기겠지만 내 남편이라면 상당히 부부싸움을 할 것 같은 사람. 해수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것은 맞다.
아니면 나이 들어서도 이어지는 끈끈한 친구 관계를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주영은 친구의 머리가 나이에 맞지 않게 백발인 것을 보고 다시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데 어떤 의미로 작가는 그렇게 쓴 것일까? 나이 든 친구의 모습은 자신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보여줘서? 열심히 살면 뭔가 있을 것 같아서 달렸는데 사십 대가 되었을 때 남는 것은 나이 든 외모와 질병, 삶의 아픔들? 그런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인 걸까? 다른 분들의 감상이 궁금하다.
3) 가장 좋았던 부분과 그 이유
예불이든 바닷바람이든 자연식이든 내게 정성을 들이다 보면 나을 것 같았다.
그냥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의지가 드러나서 좋다.
묻지 않는 게 더 많았는데도 나와 해수 사이에는 할 말이 넘쳤다. 통화는 늘 길었다.
친한 친구 사이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상 앞에서는 손을 뿌리쳐놓고 계단 아래에서는 그 손을 잡고 싶어 하는 나를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도 이럴 때가 많기에 공감이 되었다.
<후드지온 신나라>
1) 분량 단락장 체크, 줄거리 요약
① 분량 : 대략 A4 4장
② 단락장 :
1단락장: 낮 최고 기온 33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도 나는 긴소매 후드 집업을 입는다. 학교 친구들은 나를 ‘후드 지온’이라고 부른다. 나는 오른쪽 팔꿈치 안쪽에 어릴 때 화상으로 생긴 어른 손바닥 크기만 한 흉터가 있다. 그래서 4학년이 되도록 단 한 번도 내 팔의 흉터를 남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하지만 일주일 전, 생존 수영 수업 안내를 듣고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행인 건 착용 가능한 수영복 사진 중 긴소매 지퍼형 래시가드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 일찍 나와서 옷을 갈아입을 계획을 세웠다. 밤새 머릿속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몇 번이고 상황을 그렸다. 수업이 끝나기 5분 전,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하고 샤워실 입구에서 대기한 뒤 가장 먼저 씻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보니 서윤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2단락장: 밤새 열이 났다. 다행히 아침에는 열이 내렸고 나는 다시 학교에 가기 위해 후드 집업을 입었다. 서윤이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서윤이가 나를 힐끔 쳐다보니 친구와 이야기했다. 내 흉터를 봤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그때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들어오던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내 어깨를 툭 치고 가는 바람에 나는 넘어지고 지퍼가 내려가 있던 후드 집업이 벗겨지듯 내려갔다. 서윤이가 괜찮냐고 물어보며 나에게 다가왔ᄃᆞ. 자신의 다리를 보여주며 백반증이라고 했다. 자신을 어색하게 대한 게 백반증 때문이라면 괜찮다고 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서 팔의 흉터를 이야기했다. 서윤이는 나의 흉터를 못 봤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흉터가 있다고 서윤이에게 말했는데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다음날 아침부터 학교 갈 준비를 하다가 나는 후드 집업을 계속 바라보았다. 더운 공기가 느껴지자 나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내 흉터가 천천히 드러났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팔을 감쌌다. 시원했다.
2) 느낀 점과 이유
청소년기의 특징을 잘 포착해 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 나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등. 재밌게 읽었다. 지온이는 결석을 잘 하지 않는 아주 성실한 학생으로 보인다.
3) 가장 좋았던 부분과 그 이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물에 젖은 래시가드를 벗지도 않은 채, 티셔츠를 목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후드 집업의 후드를 머리에 걸쳤다. 재빠르게 래시가드 지퍼를 내리고 팔을 빼자마자, 목에 걸어놓은 티셔츠의 소매로 양팔을 넣었다. 물에 젖은 몸에 티가 달라붙어서 질척댔다.
상처를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지온이의 긴박한 마음을 잘 표현했다.
<합평 감상>
세뱃돈
1) 느낀 점
기독교를 믿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들으며 고개를 끄떡이지만 정작 굶주리고 있는 북한사람들에게 쌀 보내는 것은 빨갱이들이 나라 망친다고 공격하고, 수고해서 일해서 먹고 사는 것이 복되다는 말씀에 순종해야지 생각하지만 시간만 나면 부동산 재테크에 목숨 걸고 등등 그런 일관되지 않는 기성세대의 삶의 모습을 풍자하면서 한국의 폭력적인 집단주의 문화와 문제의식을 느끼는 건강한 소수를 공격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은 따뜻한 공동체라는 것도 하나의 통념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머니는 아들이 결혼도 안 했고 자신이 죽고 나면 가족이 없으므로 가족공동체 안에 속해 있기를 바라는데 과연 그 공동체가 어머니가 생각하는 만큼 따뜻한 공동체일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짧은 분량에 메시지를 주는 소설을 쓰신 것이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2) 좋았던 부분과 그 이유
인당 십만원이라고요? 크게 놀라서 큰 소리를 내자, 한 아이가 저 삼촌은 빌런이라고 외쳤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통쾌하고 조카의 반응을 재밌게 표현하셨습니다.
3) 아쉬운 부분과 그 이유
정작 회개는 그의 어머니가 대신한 점이, 두 번째로 이상하다.
첫 번째로 이상한 것은 뭐죠?^^;;
‘빌런’이라는 단어가 문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익숙한 단어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찾아봤어요. 제가 시대흐름을 잘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김영혜님 소설
1) 느낀 점
묘사가 섬세하고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서 아마추어 느낌이 들지 않고 출판된 청소년소설을 읽는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읽어도 재밌어 할 것 같아요. 특히 여자 아이들^^
2) 좋았던 부분과 그 이유
학기 초 자리 정할 때, 맨 뒷줄로 달려가는 녀석들은 하수였다. 맨 뒤는 맨 앞과 마찬가지로 시선을 끌기 마련이라는 걸 아룡은 알고 있었다. 아룡이 정한 자리는 바로 어정쩡한 가운데. 맨 가장자리에서 두세 번째 안으로 들어가 최대한 정중앙을 피한 자리가 아룡이 선택한 그늘이었다. 아룡은 그늘 속에서 맘껏 망상을 펼치곤 했다.
학교에서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2문단에서 그런 아이들의 성향을 자리를 정하는 것과 연결시켜 잘 표현하셨다고 생각합니다.
3) 아쉬운 부분과 그 이유
45매 분량을 압축한 거라 내용이 많이 생략되었을 것 같은데 등장인물의 외모에 대한 묘사가 조금 더 구체적이면 몰입이 잘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