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장 구마혈정의 후예
지하광장,
원구형의 거대한 광장에는 귀기스러운 혈무가 엷게 뿌려져 있었다.
바람도 없건만 혈무는 제멋대로 유통했고
기괴한 유향마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이곳은 어디인가? 인세와는 별개인 악마의 세상인가?
보라!
원구형 광장의 qur면에 가득한 저 무수한 악면상을...
팔만사천악마상!
세상의 모든 사악한 형상이 광장 전체에 조각돼 있었다.
이것이 과연 인간의 극에 이른 조예인가?
아니면 악마의 조화인가? 크크크크...
어디선가 들려온다.
봉인돼 갇힌 수천 년을 살아 온 악마의 공포스러운 혈소..
그리고 광장에 구중의 위치를 전하고 있는 아홉개의 핏빛 수정기둥,
한데, 투명한 수정기둥 속에는
각기 하나의 혈정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 이것이 구마혈정...
악마가 숨쉬고 있는 전설의 혈정...
기이한 상형문자가 가득히 조각된 아홉 개의 혈정,
그것이 수정 기둥 속에서 서서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악마가 깨어나려 한다.
한데, 아홉 개 수정 기둥 가운데에
하나의 인영이 둥 실 뜬 채 누워 있는 것이었다.
여인,
다소 갸냘펴 보이는 여인의 나신은 투명한 혈막에 싸여 있었다.
그녀의 전나의 몸은 결코 풍만해 보이지 않았다.
하나, 그녀의 나신에서 풍겨지는 사요한 염기는
상상도 못할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인간으로서는 감당도 못할 욕정을 불러 일으키고,
그 욕황에 휘말려 희노애락의 감상에 젖게 하는 것이었다.
마녀,
그녀가 바로 악마의 구대혈정의 마기를 이어받아
악마의 예언을 실현시키려 하는 극악한 마녀였다.
그녀의 핏빛 투명한 나신은 기이한 광채마저 발했다.
수정 기둥 속에서 상승하는 구마혈정 때문인 듯했다.
우...우우우...우우...
구천지옥에서 들려오는 악마의 희열에 찬 신음성인가?
원구형 광장을 온통 둘러싼 팔만 사천 악마상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진정코 악마의 부활이 이루어 지는가?
한데 이 순간, 파..파파팟!
혈무의 한쪽이 갈라지며 하나의 인영이 원구형 광장 안으로 들어섰다.
봉두난발의 노인,
그의 전신은 숱한 마기의 침해로 무수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천야 공손찬의 형형한 안광은
불굴의 의지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저것이... 악마의 예언인가?"
그는 허공에 둥실 떠 있는 마녀의 나신을 올려보며 부르르 떨었다.
긴 수발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그 면모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나신에서 품어지는 마력적인 염기는
세상을 절복시킬 듯이 강렬했다.
공손찬은 태극천단신공을 운기하여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는 아홉 개 수정 기둥 속의 구마혈정을 살피며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시간은 있다. "
구마혈정,
그것들은 십 장 높이의 수정기둥 속에서
육 장 높이까지 상승한 상태였다.
수정기둥 꼭대기에는 연화대 같은 뚜껑이 한 자 높이로 떠 있었다.
공손찬은 빠르게 판단했다.
"구마혈정의 악마들은 봉인된 수정 기둥 속을 탈촐할 수 없다.
그래서 저 마녀에게 자신들의 마력을 물려 주려는 것이다.
저 마녀만 제거한다면 악마의 예언을 방지할 수 있다."
그는 우수를 가슴 앞에 세웠다.
그의 머리 위로 대극도형이 피어올랐다.
"차앗!"
공손찬은 혼신의 힘을 모아 마녀에게로 날아올랐다.
한데 이 순간,
아홉 개의 수정기둥 속에서
아홉 가지의 혈류가 뻗쳐나오는 것이 아닌가?
슈슈슈슈..
구대혈류는 마녀의 구공을 통해 흡수되기 시작했다.
동시, 광장 벽면에 새겨진 팔만사천의 악면상이
기괴한 웃음을 띠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득의에 찬 악마의 음소였다.
"안돼!"
공손찬은 마녀의 명문혈을 향해
태극천단신공의강기를 발출했다.
파...르르르르르...
청홍의 태극도형은 윤처럼 급선회 하며 허공을 갈랐다.
가히 태산이라도 쪼갤 어마어마한 공세..
한데, 퍽!
둔탁한 폭음과 함께 그의 태극천단강기는
마녀의 혈막 속으로 흡수돼 가는 것이 아닌가?
공손찬은 자신의 기력이 한 순간에 빠져나가는
아찔한 고통에 휘말렸다.
그는 자신의 강기가
오히려 마녀의 마기를 도와준 격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으..마물! 저것은 파괴되지 않는 한 어떠한 힘도 모두 흡수한다. "
슈슈슈슈...
구마혈정의 혈류는 더욱 빠르게 마녀의 구공 속으로 흘러들었다
. 마녀는 엄청난 힘의 유입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큰일이다! 나의 힘으로는 막을 도리가 없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악마의 힘을 당해 낼 수 없다. "
크크크크... 키키키키..
팔만사천 악면상들의 얼굴 근육이 푸들푸들 떨리기까지 했다
. 공손찬은 단 하나의 방법만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떠올렸다.
"그렇다! 태극천능금침대법!
이제 그 방법밖에 없다. "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으며 금침통을 꺼내들었다.
그는 자신의 십이중루와 팔대사혈에 하나씩 금침을 박았다.
아..
자신의 사혈을 금침으로 꽂는 대법도 있단 말인가?
태극천능금침대법!
이것은 천단에만 비밀리에 전해지는 죽음의 금침대법이었다.
인간의 잠재력을 일시에 격발시키는 경이적인 대법...
이것을 시술받은 인물은 일각동안
인간 능력의 백 배나 되는 지혜와 힘을 지니게 된다.
인간능력의 백 배 성취!
이것은 인간이 일만년을 살아야 얻을 수 있는
초인적인 힘일것이다.
하나, 이 금침대법이 효력을 다하면
피시술자는 평생의 힘을 모두 쏟은 결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 천행으로 살아날 수 있다 해도
그는 반신불수나 전신마비의 식물인간으로나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공손찬은 기꺼이 죽음의 금침대법을
자신에게 펼쳤다.
"오.. 천지신명이시여..
이 늙은 몸이 죽음으로써 악마를 제거하고자 하오이다.
부디 성취하게 하소서."
공손찬은 마지막 금침을 자신의 백회열에 꽂았다.
순간, 번-쩍-
그의 전신에서 형용할수 없는 서기가 뻗쳐나오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공손찬의 모습이 사리지며
선명한 태극도형만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단숨에 백 배의 능력을 지닌 공손찬의 초극의 힘에 의한 현상이었다.
"차아아아악..."
태극도형 속에서 일진의 창룡음이 울려퍼졌다
. 파-르르르르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통천가공할 힘의 하강,
한데 이때, 죽은 듯이 누워 있던 마녀가 퉁기 듯이 일어나 앉았다.
길게 드리워진 수발 새로 그녀의 안광이 벼락처럼 폭사돼 나왔다.
펑!펑!
태극도형은 그 막강한 충격에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하강했다.
마녀는 긴 수발을 홱 저었다.
쐐-쇄쐐쇄쇄..
철사처럼 뻗어나가는 수만 가닥의 혈발,
혈발이 꼬여 뒤엉키며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했다.
수난, 파-파파파팍! 태극도형은 마안의 그물망에 걸려
무수한 불꽃을 피어냈다.
인간의 초극지력과 악마의 사주를 받은 마녀와의 격돌!
꽝! 콰...르르르르르..
지저의 폭발인가? 하늘의 대붕괴인가?
가공할 폭풍의 광란 속에 백광과 혈광이 무수히 교차되었다.
팔만 사천의 악면신상들은 마기의 진탕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 이어 마녀의 마발이 산산이 찢겨지며 태극도형이 퉁겨나갔다.
"아악!"
인간의 처절한 비명...
아, 그렇다면 공손찬은 백 배의 능력을 갖고도
마녀에게 패했단 말인가?
태극도형이 스러지며 참담한 공손찬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사지를 늘어뜨린 채 맥없이 날았다.
그의 지혜로운 눈은 파열돼 암맹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공손찬은 공력이 상실된 것은 물론이고 하반신마저 불구가 된것이다.
(나의 백배의 능력으로도 악마혈후를 막지 못하다니..
이제 세상은 끝장이다.)
한데 이때, 그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의 굉음을 듣게 되었다.
쾅!
그는 가슴저린 희열을 느꼈다
. (악마혈후는 제거하지 못했지만 구마혈정은 봉쇄됐다.
이제 완성되지 않은 악마혈후를 이곳에서 제거한다면
천하는 보존될 수 있거늘...)
쾅!
중궁의 수정 기둥에 이어 상궁의 수정 기둥 위에
연화대가 내려앉았다.
아득한 옛날 천인의 이름으로 봉인된 구마혈정,
그것은 공손찬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더 이상 창건하지 못한 채
다시 억겁의 봉인속에 잠겨가는 것이었다.
쾅-쾅-쾅-
수정 기둥 위로 차례로 내려앉는 연화대...
아아...구마혈정의 봉인!
수정 기둥 속에서 상승하던 구마혈정은
빛을 잃고 다시 기둥 아래로 잠겨갔다.
공손찬은 비록 동공이 파열돼
이런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청각으로 듣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한데 이때,
"오호호호..."
섬뜩한 마소와 함께 악마혈후가 허공에 꼿꼿이 섰다.
그녀의 전신에 서린 혈막은 눈부시도록 강렬한 마기를 폭사해 냈다
. 미완성의 악마혈후..
만일 그녀가 구마혈정의 마기를 모두 흡수했다면
그 형체마저 사라지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손찬은 바닥에 털썩 떨어지며 부르르 전율했다.
(으...하늘이여!
이 늙은 몸에 다시 한 번 악마혈후와 대적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런다면 노신이 죽더라도 여한이 없소이다. )
하나, 그는 하반신이 마비돼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는 형편이었다.
"오호호호.."
찢겨진 마발로 얼굴을 가린 악마혈후가 꼿꼿이 날며
그에게로 다가왔다.
공손찬은 피부로 엄습해 오는 엄청난 마기에
혈색이 동결되는 한기를 느꼈다.
(지금 죽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기회가 없는데..)
악마혈후는 섬전처럼 강렬한 혈광을 발하며 공손찬 앞에 내려섰다.
"피를... 천인의 피를 마셔야 한다."
도저히 인간의 입에서 발설될 수 없는 악마의 저음,
그녀는 훅 입김을 불었다.
우...우웅.. 대지를 휩쓸어 가는 핏빛의 폭풍처럼
그녀의 입김은 공손찬에게로 몰아쳐 왔다.
한데 이순간, 위이이이이이...잉!
한 줄기 금빛 광채가 허공을 가르며
그녀의 입에서 뿜어진 혈풍을막아냈다.
쾅! 악마혈후는 가벼운 충격을 느낀 듯
꼿꼿이 삼 장이나 미끄러져 갔다.
"사형!"
낭랑한 음성과 함께 장내로 내려선 청년,
모발은 잡초처럼 흩어져 있고
입은 장포는 갈기갈기 찢어졌지만 분명한 용비운이었다.
그는 무수한 미로 속의 마기를 헤쳐오느라
이렇듯 형편없는 몰골로 변한 것이다.
화옥미는 그의 뒤에서 서 있는데 상당한 심력을 소비한 듯
얼굴에는 피로의 기색이 역력했다.
"크크크... 아주 진귀한 피를 가진 놈이군."
악마혈후는 괴악한 저음으로 말하며 용비운을 직시했다.
용비운은 공손찬을 끌어안았다.
"사형, 소제 용비운이요. 용비운이 왔단 말이오."
공손찬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용사제가..? 분명 용사제인가?"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용비운의 얼굴을 더듬었다.
"틀림없군...그리고 음성도..."
"사형, 살아 계셨군요. 이제 안심 하십시오."
용비운은 그의 참혹한 몰골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사형, 화옥미 사저도 함께 왔소."
공손찬은 파열된 동공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뭣이! 사매가...사매가 왔단 말인가?"
화옥미는 그의 옆에 앉으며 그의 손을 뜨겁게 감싸쥐었다.
"사형, 소매 불민한 옥미이옵니다. "
공손찬은 더듬더듬 그녀의 손을 쥐어 자신의 가슴에 대었다.
"오...사매, 네가... 돌아왔구나."
십 칠년만의 해후..
하나 그 벅찬 감격을 만끽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도 살벌했다.
"사제들은 듣게! 어서 악마혈후를 제거하게나!
구마혈정은 봉인되었지만 그 마기를 이어받은 악마혈후이네."
"알겟소, 사형!"
용비운은 벌떡 일어서 악마혈후 앞으로 다가섰다.
"네가 구마혈정의 마기를 이어받은 악마혈후이냐?"
악마혈후는 미끄러지듯 그에게로 달려 들었다.
"너는 사상의 영약을 모두 흡수했구나!
그 피만 있으면 나는 완성된다!"
용비운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물은 마물이다
. 어떻게 내가 사상의 영약을 복용한 줄 대번에 안단 말인가?)
문득, 그는 혈막 속의 악마혈후가 생소하지 않다고 느꼈다.
핏빛 마발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 면모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윤곽이 눈에 익었다.
(아니, 왜 이 악마혈후가 사악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인가?
나의 기억 저편에 생생히 살아 있는 누군가를 보는것 같아.)
이때, 악마혈후의 두 눈에서 어마어마한 혈광이 폭사돼 나왔다.
번-쩍!
"사제, 악마혈후의 안광을 받아서는 안되네!"
하나, 용비운은 악마혈후의 힘을 시험하고 싶었다.
그는 천마금강심공을 안광으로 발출했다.
파-파파파팟!
요란한 폭음과 함께 용비운은 일 장이나 퉁겨나갔다.
기혈의 진탕으로 그는 급히 진기를 운용하여 가라앉혔다
(상대 못할 마력이군.)
악마혈후는 주춤두 자 정도 미끄러졌을 뿐이다
용비운은 그녀의 자세에 일루의 희망을 걸었다.
(이 마녀가 팔다리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군.
마기를 제대로 흡수하지않아 사지는 마비된 것일까?)
한편, 공손찬은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화옥미에게 물었다.
"사매, 용사제가 다치지는 않았는가?"
"사형, 그는 천마금강심공을 대성하여 금강불괴지신이 되었어요.
악마혈후의 마력이 아무리 막강하다해도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예요."
공손찬은 한시름 놓았다.
"오.. 사제가 금강불괴지신을 연성했다고..?
그렇다면 능히 상대가 된다.
사매는 팔만 사천 악면상을 하나씩 파괴하도록 해라!"
화옥미는 광장을 온통 뒤덮고 있는 악면상을 둘러보았다.
"악면상이 악마혈후와 무슨 연관이 있나요?"
"팔만 사천 악면상이 깨어지면 악마혈후는 자연 힘을 잃게 된다
. 그렇지 않는 한 악마혈후는 죽더라도 다시 살아난다. "
"알았어요."
화옥미는 생검을 쥐며 허공으로 비상해 올랐다.
그녀는 날렵한 제비처럼 선회하며 검강을 발출했다.
"태극 검천강!"
파! 츠츠츠츳!
부챗살처럼 갈라지며 뻗치는 수십줄기의 검강..
. 파-파파파팟!
순간, 파괴된 악면상들은 괴악한 비명과 함께 피를 뚝뚝 떨구었다.
화옥미는 몰골이 송연해 졌다
. (세상에... 한낱 조각상이 살아 있었단 말인가?)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악면상들을 파괴해 갔다.
악마혈후는 악마상들의 파괴에 상당히 당황한 듯
화옥미에게로 날아올랐다.
하나, 용비운은 공공태허보로 그녀를 막아서며 사검을 발출했다.
"어검파천!"
검도 최상승의 어검술, 번-쩍!
화려한 금광과 함께 검은 무수한 그림자를 형성하며
악마혈후의 전신으로 쏟아져 내렸다.
한데, 사검은 악마혈후의 전신을 감싼 혈막에 부딪치는 순간
엿가락처럼 녹아버렸다.
용비운은 검미를 불끈 치켜올렸다.
"오냐, 네 마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그는 양손을 활짝 펼쳤다.
츄-아아아악!
그의 손아귀에서 뻗어 나오는 불사마검,
그는 불사마검을 휘두르며 악마혈후를 베어갔다.
이 순간에도 화옥미는 계속해서 악면상들을 파괴해 갔다.
돌조각이 우박처럼 쏟아지며 끔찍한 괴성이 광장 안을 진동시켰다.
악면상이 뿜어내는 악혈로 바닥은 흥건히 젖어갔다.
화옥미는 가슴이 떨려 더 이상 검을 휘두르고 싶지 않았다.
"계속하시오, 옥미!
악마혈후의 행동이 사나와지고 있소.
아마도 심한 타격을 받는 것같소."
용비운은 불사마검으로 악마혈후의 준동을 제압해 가며 외쳤다.
화옥미는 그의 독려에 힘입어 계속해서 악면상을 쪼개갔다.
"카오오오..."
악마혈후는 신형을 빙그르르 돌리며 철사 같은 마발을 홱 뿌렸다.
용비운은 두 자루 불사마검을 휘두르며 마발을 베어갔다
. 파-파파파팟!
잇따른 폭음 속에 용비운은 심장이 진동되는 충격을 느꼈다.
하나, 샘물처럼 마르지 않는 그의 진기는 이내 그의 내상을 치유했다.
용비운은 자신의 내력이 갈수록 고강해 지는 것을 느끼며
한층 자신감이 생겼다.
(사상의 영약이 융합되어 그 약효를 최고도로 발산하나 보군.)
그는 어검술로 불사마검을 날렸다.
이때, 악마혈후는 처음으로 우수를 치켜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엄청난 마력이 불기둥처럼 풀어지며 천정을 박살냈다.
용비운은 그 가공할 마력에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악마혈후의 치켜든 손이 힘없이 푹 꺾어지는것이 아닌가?
용비운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마녀가 사지를 못쓰는 것이 확실하구나!
그렇다면 무리한 공세를 펼칠 필요 없이
팔만 사천 악면상이 모두 파괴되기를 기다리자
. 연후 필살의 일격을 가하는 것이다. )
콰-쾅쾅! 퍼-퍼퍼퍼펑!
화옥미를 저지하려는 악마혈후의 가공할 마력은
용비운에 의해 모두 차단되어 갔다.
악면상이 파괴될수록 악마혈후의 행동은 사나와졌지만
그 마력은 조금씩 쇠퇴하기 시작했다.
하나, 그 격돌은 실로 어마어마하여
광장은 수만근의 화약이 터진 듯 폐허로 변해갔다.
수정 기둥 속에 봉인된 구마혈정은
혈광을 잃은 채 거무튀튀하게 퇴색돼 갔다.
어느 덧,끔찍하기만 한 팔만 사천 악면상이 거의 파괴되었다.
그와 함게 광장을 뒤덮던 혈무도 걷히고
악마혈후를 감싼 혈막도 스러져갔다.
공손찬은 마기의 쇠퇴를 피부로 감지할 수 있었다.
"사제, 이제 악마혈후의 전신 삼백 육십혈을 동시에 가격하게!
할 수 있겠는가?"
용비운은 그의 지시에 낭랑히 답했다.
"하하하... 어렵지 않소."
그는 불사마검을 거두며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일순, 그의 전신에 찬연한 금광이 서렸다.
악마혈후는 자신보다 강한 힘을 느낀 듯 뒤로 미끄러져 갔다.
"마지막이다. "
화옥미는 천장에 남아 있는 몇개의 악면상을 향해
최후의 일검을 발출했다.
막대한 진기의 발출로 그녀는 지칠대로 지쳐 있었지만
굳은 의지로 전신의 진기를 모두 쏟아냈다.
쾅-콰쾅!
크아아아아... 카흐흐흐...
악면상들은 믿기 힘든 괴성을 발하며 핏물 속에 부서져 갔다.
이순간, 악마혈후는 전신을 비틀며 어마어마한 마성을 터뜨렸다.
"크카카카카카카..."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마성은 광장 안을 강타하며
폭퐁처럼 휘몰아쳤다.
용비운은 가부좌를 튼 자세 그대로 빙글 회정했다.
"천마금강환!"
휘-리리리리링! 아아...
허공을 가득히 뒤덮는 삼백 육십개의 금강환...
그것은 무학의 극치가 창조해 낸 장엄한 광경이기까지 했다.
삼백 육십개의 천마금강환은
무수한 환영과 함게 악마혈후의 전신으로 날아들었다.
악마혈후는 전신을 감싼 투명한 혈막을 급격히 팽창시켰다.
하나, 그녀의 마력은 너무도 쇠약하여
용비운의 필살지공을 감당해 내기는 무리였다.
파-파파파파파..
삼백 육십 개의 천마금강환은 악마혈후의 혈막을 뚫고
그녀의 혈도를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카오오오오..."
악마혈후는 처절한 마성을 토하며 그대로 곤두박질쳤다.
마력적인 염기를 발한 그녀의 나신은
빛을 잃고 검푸르게 변색돼 갔다.
용비운은 양손을 합쳐 일 장도 넘는 불사마검을 발출해 냈다.
"마물!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게 해주겠다. "
그는 신검합일로 낙하하는 악마혈후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녀를 산산이 조각낼 작정이었다.
한데 이때, 피를 토하는 듯한 노성이 터져나왔다.
"멈춰라!"
그것은 분명 인간의 음성이었다.
용비운은 검세를 철회하며 공손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그는 경악하고 말았다.
한 거인이 공손찬의 목에 철부를 겨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공손찬을 위협하며 다시금 외쳤다.
"우리 아가씨를 죽이지 말아다오! 제발.."
용비운은 그의 정체를 대번에 알아낼 수 있었다.
"당신은...?"
그는 한순간에 모든 상황을 깨닫고는 정신이 아득해 졌다.
충격! 그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