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보는 책들 (24년 14주)

[서정]

우습지만, 매 번 도서관에 갈 때마다 고민을 많이 합니다. 재대출 할까, 아니면 새 책을 빌릴까. 기본적으로 3주 빌렸는데도 안 읽었으니까, 그리고 물갈이를 하며 일신하는 기분을 내기 위해 몽땅 반납하고 재대출하는 쪽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에 다시 빌리면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발목 잡기도 합니다. 그렇게 빌렸다가 또 못 읽으면 6주나 허비하는 기분이고. 이번에 유달리 이 전 책이 다 좋아서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꽃피는 봄이 온 겸 다 새 책으로 갈았습니다.

구립도서관 A

광주는 왜 봉선동인가

- 지역색이 확실한 책은 무슨 말이 써있나 궁금해서 한 번 빌려보는 편입니다. 대출한 당일 (별로 내용이 없어서) 다 읽었습니다. 

암시된 거미

- 괜시리 어려운 책도 한 번 빌려봅니다. 책을 아무 곳이나 펼쳤는데 '고양이는 어둠 속에서는 모두 검은 색이다'라는 말을 다루고 있는게 확 들어와서 빌려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한 챕터 읽으면 많이 읽은게 아닐까 싶네요.

식량위기, 이미 시작된 미래

- 저번에 빌렸다가 한 주기 쉬어 다시 빌린 책입니다. 이걸 빌리지 말고 다른 책을 재대출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번에 이 책은 꼭 다 읽어야 할텐데.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

- 절대 다 못 읽을 거라는걸 알고 빌리는, 굉장히 두꺼워서 베개로도 못 쓸 책입니다. 중간 중간 들어간 삽화에 감사하며 빌려봤습니다. 한 장 정도 읽는게 목표입니다.

알레프

- 올 해 읽는 보르헤스 3번째 책입니다. 그 전까지 구판(황병하 역)으로 읽다가 이제 신판(송병석 역)으로 읽어서 현대적인 느낌이 나나 궁금한 상태입니다.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 ( 반납 )

- 재미읽게 읽다가 다는 못 읽고 반납했습니다. 대부분 광주에서 있었던 일이라 굉장히 익숙한 이야기들이 나오더군요. 예를 들어 신세계백화점의 주차장이 사실은 터미널(유스퀘어)의 일부분이라서 이 사람이 항의해서 30분 무료 시간을 넣어주도록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걸리면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 ( 반납 )

- 빌린 기간에는 그렇게 흥미가 가지 않아서 안 읽었네요. 언젠가 꽂힐 때 빌려볼 생각입니다.

MBC를 날리면 ( 반납 )

-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완독했습니다. 해직 기자였다가 사장까지 했던 사람인지라, 자신의 치적 이야기로 이야기가 흐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최근 있었던 굵직한 상황들이 실감나게 다뤄져서 재미있었습니다. 벌써 바이든-날리면 사건이 책으로 나올 정도로 시간이 흘렀더라구요. 

MBC뿐만 아니라 많은 방송사들이 급증하는 드라마 제작비 때문에 속이 썩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은 제작비를 많이 써봤자 편당 1억원 안팎이면 되지만, 드라마 제작비는 편당 10억원이 넘어가는 작품이 흔해질 정도로 거품이 커졌다. K-드라마가 OTT 를 통해 글로벌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1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편당 수억원으로 급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2019년 MBC 적자의 70퍼센트 이상이 드라마에서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 제국의 육군 ( 반납 )

- 책이 정말 재미있어서 재대출할까 엄청 고민했던 책이었습니다. 이름만 봐서는 알려지지 않는 일반인의 글을 누군가 발굴해서 책으로 낸 그런 것인지 알았는데, 야마모토 시치헤이란 저자가 글빨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였더군요. 제왕학이나 경영론 류의 책들과 [일본인이란 무엇인가] 같은 문화 분석으로 나중에는 자기 이름이 걸린 상까지 만들어진 사람이더라구요. 그런게 제게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확실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사 썰을 풀어내니만큼 광장히 부피감 있게 읽혔습니다. 다음 주기에 다시 빌릴 생각입니다. ( 자신이 군사교육을 받을 때는 분명 소련과 싸울지 알았는데 갑자기 미국과 싸우게 된다는 포인트가 지금까지는 흥미로웠습니다. )

픽션들 ( 반납 )

- 3/4 정도 읽고 반납했습니다. 다음 함께 독서할 책, [알레프]로 넘어갔기 때문에. 뒷 부분을 허겁지겁 읽었는데, [죽음과 나침판]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오랜 후에 뒤에 남은 단편도 읽어야겠습니다. 맨 처음 있는 [틀륀, 우르바크, 오르비스 테르티우스]도 좋습니다.

[Astroboy]

알레프가 끌립니다. 어떤 책일까요?

[서정]

책을 안 읽어서 한참 댓글을 못 달다가, 힘내서 최근에 읽었습니다. 이런 효과가.

보르헤스 단편집이고 여전히 보르헤스스러운 글쓰기에요. 평생 죽지 않는 사람들, 존재하지 않았던 신학 논쟁 등 없던 이야기들을 있는 것마냥 서술하는 식입니다.

[Astroboy]

ㅎㅎ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