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향남고 교육혁신부장으로 근무할 때, 보여주기 위한 꾸며진 수업이 아닌 생생한 리얼한 다큐스러운 수업 나눔을 부담없이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져. 리얼다큐 수업 나눔이 진행되었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시기로 하신 분들이 50%가 넘었고 그 분들의 용기와 노력의 가치가 고맙고 아까워 감상문 형식의 글을 남기고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오래 기억할 수록 빛나는 수업 이야기입니다..
리얼 다큐 수업 나눔 후기 1 _ 신두인 선생님 편
리얼 다큐 수업 나눔을 갖자라는 협의가 혁신 팀에서 2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처음 준비해 간 수업 나눔 계획(안)은 수업 나눔 주간을 운영하여 수업 친구가 반드시 참관해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특정 기간에 의무적으로 공개와 참관을 하는 것은 자율적 수업 공개와 나눔을 지향하는 지금의 상황에 뒤처지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고, 자유롭게 원하는 분만 공개를 하고 참관도 원하는 분이 참관록 기록 여부도 자유롭게 결정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제안한 의견을 모두 반영하여 수업 나눔 계획을 수립했고, 리얼다큐 수업 나눔의 기틀이 마련이 되었다.
[용기 있는 첫걸음]
신두인 선생님이 용기 있게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두인 샘은 작년부터 한국 지리 수업에 본격적으로 거꾸로 수업을 적용하고 있는 분이다. 나도 시도한 적은 있지만 한 단원만 진행하고 꾸준히 하지는 못했는데 학기 내내 꾸준히 진행하셨고 올해도 용감히 도전을 하셨다.
수업 공개와 나눔을 확산하고 일상화시켜야 한다는 여론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용기'. 나만의 고유 영역을 보여준다는 것은 본인의 치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으로 이어지기 쉽다. 우수 수업 사례, 수업 개선 대회, 수업 우수 교사... 수업 앞에 '우수'라는 평가의 수식어가 붙게 되면서 특수한 사례의 무게에 짓눌려 본인의 수업을 보통 이하로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게 수업 공개 및 나눔의 아름다운 취지는 아니다. 같이 수업을 본다는 것은 잘하는 점만 배우기 위한 것이 목적은 아니다. 어려운 점은 같이 고민하고 그것을 개선할 방향을 같이 모색하는 것이 수업 나눔의 진정한 취지이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
향남고의 '리얼 다큐 수업 나눔'은 이러한 진정한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 첫 발걸음을 신두인 샘이 내딛었다.
[수업에 들어가]
교실에 들어가니 거꾸로 수업 단계 중 모둠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주어진 활동지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제2교사 학생들의 역할과 질문이 놀라웠다. "넌, 어떻게 생각해?" 2교사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영상을 보고 모둠 안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답을 알려주지 않고 먼저 모둠원의 생각을 묻는 것. 학생 참여 수업 속의 또 다른 참여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유대인 학교 수업 장면을 들여다보면 어느 교실이든 어느 교사든 반드시 던지는 질문이 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 한마디 질문의 힘은 크다. "알겠지?", "잘 이해했니?" 우리가 평소에 자주 던지는 이런 질문과 비교해 보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내는 질문은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그 질문을 받는 학생을 수업에 참여하게 한다.
신두인 샘의 수업에서는 이 질문이 학생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시선을 교사 쪽으로 돌려 보았다. 두인 샘은 중간중간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제2교사가 설명하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교사가 개입하여 이해를 도와, 가능하면 그 수업 시간 내에 모든 학생의 이해를 돕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나 보였다.
또 한 손에 A4사이즈 파일을 들고 무언가를 적고 있었는데 학생들의 모둠과 이름과 활동 내용을 적을 수 있는 관찰기록지였다. 학생들이 모둠 활동을 하는 장면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간략하게 학생의 특성과 성장과정을 기록해 가고 있었다. 같은 교무실에 있는 절친 박희O 부장님의 표현을 빌리면 학교생활기록부 세특 내용을 굉장히 잘 써주는 분이라 한다. 이런 평소의 관찰과 기록이 학생 개개인의 배움과 성장의 기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에서 나오며]
잠깐의 참관이었지만 배운 것은 많았다. 학생들이 스스로 활동에 열의를 갖고 참여하게 하려면 긴 준비시간과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사실 거꾸로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거꾸로 영상 제작보다 활동지를 만드는 것이다. 활동지 하나만 치밀하게 구성을 해 놓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교사가 의도한 배움의 경험을 겪게 되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가 생각이 난다. 거꾸로 수업 사례를 강사 선생님을 초청해서 듣고 난 후 신두인 샘이 "저도 거꾸로 수업을 해보려고 하는데 학습지, 활동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걱정이네요." 그 고민과 걱정에 대한 답을 신두인 샘은 꾸준히 찾아가며 노력을 했고, 지금의 결실을 맺고 있었다.
앞으로도 두인 샘의 노력과 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향남고에서의 기분 좋은 인연이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리얼 다큐 수업 나눔 후기 2 _ 박희진 부장님 편
리얼 다큐 수업 나눔을 같이 기획하고 내실 있게 추진하기 위해 애쓰는 박희진 부장님 수업에 들어갔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수업 나눔을 해주신 분들이 많다. 박관진 부장님, 송병복 부장님, 신승엽 샘, 공현일 부장님...꽤 많은 분들이 스스로 참여해 주셔서 굉장히 고맙고 감동받고 있다. 그런데 너무나 죄송하게 위의 수업에 들어가질 못했다. 박관진 부장님께서 "나 수업 공개 했는데 아무도 안 들어 왔어!"라고 특유의 친근한 어조에 웃음을 덧붙여 말씀을 하실 때,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일부러 일찍 공개를 해주셨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희진이랑 병두가 원하면 몇 번이라도 공개할 수 있지!"라고 응원의 말씀까지 해주셨는데...ㅠㅠ
그래서 이렇게 답을 드렸다..."죄송해요...다음 번엔 꼭 들어 갈게요...ㅠㅠ" 뒤돌아 생각하니 한 번 더 부담을 드린 것 같다...^^;;
[수업에 들어와서]
희진 부장님의 수업은 간접적으로 보고 들어왔었다. 같은 2학년을 담당하고 있어 옆 반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오가며 볼 수 있었고 웅성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희진 부장님의 수업에는 웅성거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희진 부장님의 열띤 목소리도 계속 울리고 있었다.
[꼼꼼하고 체계적인 모둠 활동지]
학기 초부터 학생들은 모둠을 구성하여 협력학습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모둠의 과제를 진행하는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모둠활동의 핵심은 활동지라고 생각한다. 활동지는 학습의 과정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구성된다. 1차시에는 전체 학습 내용을 파악하고, 핵심 표현, 문법을 요약적으로 배운다. 2차시에는 듣기 활동이 이뤄진다. 본문 내용의 빈칸을 채워가며 중요한 표현을 배우며, 요약까지 이뤄진다. 3차시부터는 다시 본문의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가며 독해와 문법 학습이 이뤄진다.
오늘 참관한 시간에는 3차시에 해당하는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3차시 활동지의 구성이 매우 훌륭했다. <단어 매칭 게임>, <로또 게임>을 통해 단어를 먼저 학습하고, <Reading>활동으로 넘어가게 구성이 되었는데 교과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자세하게 작성이 되어 있었다. 지문 밑에 학생들이 스스로 중요한 문법, 용법을 찾고 이해할 수 있게 대화 형식으로 안내하는 지시문이 있어, 희진 부장님이 얼마나 정성을 들여 학습지를 만들고 있는지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그 아래에는 빈 네모 박스와 함께 '내용을 그려보세요!'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는데 독해한 지문 속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보며 내용을 되새기게 하려는 의도가 돋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Summary>였다. 학생들은 OX퀴즈와 빈칸 채우기의 형식으로 본문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며 한 시간동안 배운 내용을 다시 점검해 볼 수 있다.
[학생들과의 래포]
수업 시작 후 5분 정도 경과 후에 들어가서 아이들은 <단어 매칭 게임>을 마무리 짓고 있느라 밝게 들떠 있었다. 이어 리딩 활동이 이어졌는데 PPT를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 문장을 해석해 나갔다. 그러면서 지루하지 않게 간간히 던지는 우스갯소리에 아이들도 같이 웃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문장에서 하와이 이야기가 나오면,
"하와이 다들 가보셨죠? 캘리포니아도 다들 가보셨을 겁니다."
"네~ 당연하죠~"
"그렇죠? 저는 한 번도 못 가봤습니다~"
"하하하하~"
이렇게 허를 찌르는 농담?에 아이들은 익숙해져 있는 듯 재미있어 했다. 이런 비슷한 장면을 얼마 전 학생 대상 면접 특강을 하는 모습에서도 보았다.
"여러분도 면접을 잘 보면 교대 등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눈이 반짝반짝
"아주 나중, 다음 생애에..."
"아하하.."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시간과 문제가 많은 모둠 활동 시간을 어려워하면서도 이런 반응을 보였다.
"풀(full)로 시간을 채워가며 수업을 하는 분이 두 분이 계신데...신모 선생님과 박희진 선생님이에요." "근데 박희진 샘 수업은 재미있기라도 해서 다행이에요."
(신모 선생님과 박희진 선생님을 모두 잘 따르는 아이들의 편하고 친근한 반응이다.)
수업에 재미가 있으려면 간간히 던지는 농담만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재미 이전에 교사와 학생 간의 래포, 교사의 말을 신뢰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정이 있어야 재미도 더 진국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평소 박희진 부장님은 아이들에게 '희진 언니'라고 불릴 정도로 가깝고 친근한 존재이기 때문에 배움의 효과도 더 클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본다.
[수업 밖의 노력과 열정]
아침에 출근을 하면 항상 자리에 먼저 앉아 있는 희진 부장님. 서로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침묵... 늘 컴퓨터로 무언가를 바쁘게 하고 있어 들여다보면 학습지를 만들거나 학습지의 내용을 PPT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학습지 만드는데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려요.', '아이들이 말 잘 안 들어요.', '불만이 많아요.'라고 둘러대지만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고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제는 더 좋은 일반고 수업 사례 나눔에 참여하려고 매홀고에 다녀왔다. 매홀고는 개교 4년차 학교로 개교 초 중학교 내신 110점대 학생이 대부분이고 130점대가 1등급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학생들을 데리고 어떻게 수업을 할 것인가가 교사의 가장 큰 고민이었고,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은 학생 수준의 쉬운 텍스트를 선정해 퀴즈+놀이+액션러닝 등 재미와 움직임을 이끄는 수업이었다. 이런 수업의 핵심은 역시 활동지였다. 예로 시 한 작품을 다루는데 9단계의 활동지를 만들어서, 읽고->생각카드 활용해 이야기 나누고=>시 속 감춰진 이야기 만들어 보고 -> 시 속 인물 몽타주 그려보고-> 배경 그려보고->역할극 해보는 단계까지 그야말로 치밀한 배움의 과정이 바로 활동지를 통해 이루어졌고, 모든 학생이 활발하게 참여했다고 한다.
이 두 선생님의 공통점은 바로 수업 밖에서의 수업을 위한 노력과 열정이라고 하겠다.
오늘도 2학년 수업을 들어가며 박희진 부장님이 수업하는 반 앞을 지나갔다. 역시 오늘도 학생들은 모둠을 지어 앉아 있었고 희진 언니는 전달력 있는 멋진 중저음을 내뿜으며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자연스럽게 흐뭇함으로 가득 찼다.^^
첫댓글 [수업 밖의 수업에 대한 열정]
향남고나 매홀고 할 것 없이 학생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춰 수업 설계와 실천을 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1시간 수업을 탄탄히 하기 위해 활동지 제작이나 게임 활동, 간단한 유머 등을 준비하시는 노력이 있었기에 수업 상황에서 학생들의 재미 뿐 아니라 학업에 대한 성장도 함께 일어나는 것들이 보입니다. 우수 수업 보여주기기 아니라 평소 수업 속에 고민들을 나누고, 지지해 주는 동료 공동체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제2교사로 역할을 부여받은 모둠별 학생들이 질문으로 친구들의 생각을 이끌어내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 속에 진정한 배움을 느꼈을 전체 학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현장감이 느껴지는 생생한 수업나눔 후기 감사합니다.
읽기야 진작에 읽었는데, 이제서야 댓글을 쓰게 되었어요. 쓰신 것처럼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교사와 학생들 간의 래포 형성인 것 같아요. 좋은 관계가 있어야 사소한 농담에도 함께 웃게 되고, 편안해야 학생들도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 같고요. 저는 친해지고 익숙해지는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은데, 6월이 되어서야 조금 편안해진 느낌이 들거든요. 집중이수로 학생들을 만나게 될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ㅠㅠ 그리고... 수업 밖에서의 수업에 대한 열정은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요. 공강 시간에 수업 준비보다는 메신저 확인하고 이런저런 주어진 일 하다보면 훅 시간이 흐르는데, 매해 학기초 조사하는 걸 보면 수업 준비나 수행 평가 채점하는 시간 등은 업무 시간에서 제외하라고 하고 초과근무도 안 된다고 하고. 실제 수업과 평가를 위해 수업 밖에서 해야하는 여러 일들에 대해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날들이 왔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ㅠㅠ 좋은 나눔 감사드려요 장학사님!!
교사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함께 하는 동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학사님이 워낙 훌륭한 선비셔서 주변을 조용히 '조종'하셨겠지만 :) 그리운 이들을 따뜻하게 회상하시는 듯하여 더 마음이 포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