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또 하나의 미녀 육선생은 그의 곁을 따르고 있었는데 여전히 울상을 짓고 있었다. 위소 보는 그가 조금도 주춤거리지 않고 반 걸음도 ㄴ춤이 없이 반두타와 어 깨를 나란히 하고 달려가는 것을 보자 그제서야 이 문약한 서생이 원래 는 몸에 상승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입을 열었다. "반존자, 육선생, 그대들의 무공이 ㅇ록 고강한데 왜 ㄱ록 홍교주를 두 려워하시오? 그대들....." 반두타는 오른손을 내밀어 그의 입을 막고 노해 부르짖었다. "이 신룡도에서 감히 그토록 대역무도한 말을 하다니 살기가 귀찮아진 것이오?" 위소보는 그가 그와 같이 입을 틀어막자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고 속으 로 생각했따. (제기랄, 홍교주를 이토록 무서워하면서도 자칭 영웅이라니 사람 웃기 는군.) 세 사람은 북쪽에 있는 산봉우리를 향해 나아갔다. 얼마 가지 않아 나 무 위와 풀밭 위 그리고 길에는 여기 ㄹ한 마리 저기 한 마리 독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그들 세 살마에게 전혀 달려드는 기색이 없었다. 두개의 산비탈을 넘고 고개를 쳐들자 산봉우리 위에 몇 채의 커다란 집 을 볼 수가 있었다. 반두타는 위소보를 안고서 곧장 봉우리 위로 올라 갔다. 이때 산길은 매우 협소하여 육선생은 반두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 아갈 수가 없어 일장 남짓 떨어져서 올라오고 있었다. 반두타는 입을 위소보의 귀에 대고 갖다대더니 나직이 물었다. "너의 그 사십이장경은 어찌 되었는냐?" 위소보는 말했다. "나의 몸에 있지도 않소. 나의 몸에는 없소." 반두타는 말했다. "그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 그대의 몸을 여러번 뒤졌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했지?" 위소보는 말했다. "소림사의 십팔나항니 경서를 가져갔으니 자연 그들의 방장에게 건네 주지 않았겠소." 그는 이 비쩍 마른 두타가 소림사 십팔나한을 이길 수 없으니 경서가 소림방장의 손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게 되면 자연히 가서 달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감히 간다고 하더라도 소림사의 승려들에게 쫓겨나고 말 것이리라. 그 날 반두타는 경서를 친히 징심화상의 손에 건네 주었기 때문에 위소 보의 그 한마디 말에 조금도 의혹을 갖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나중에 교주를 만나게 되었을 때 절대로 그 일을 들먹여서는 안 되오. 그렇지 않으면 교주가 그대에게 경서를 내놓으라고 강요하게 될 것이고 그대가 내놓지 못하면 교주 어르신께서는 그대를 독사굴에 던지고 말 것이오." 위소보는 그의 어조에 두려운 빛이 서려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 다. 더군다나 육선생에게도 그와 같은 사실을 들려 주는 것을 겁내고 있음을 짐작하고 말했다. "그대는 분명히 경서를 손에 넣었는데도 소림사 화상에게 되돌려 주었 소. 그와 같은 사실을 교주가 알게 된다면 그대를 독사굴에 반드시 던 져 보리고 말걸. 흥! 설사 잠시동안 그대를 벌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대를 소림사로 보내 경서를 빼앗아 오라고 한다면 그대는 꼴좋게 될 것 이오." 반두타는 몸을 흠칫하더니 잠자코 있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형제들끼리 거래를 합시다. 어떤 일이 있을 때 그대는 나를 돌봐 주시오. 나 역시 그대를 돌봐 주겠소. 그렇지 않을 때 모두 제 갈길을 가는 것이고 함께 죽는 것이외다." 육선생이 갑자기 등뒤에서 그 말을 받아 물었다. "뭐가 제 갈길을 가는 것익 함께 죽는다는 것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이 복이 있으면 같이 누리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이겨 내자는 것죠." 그리고 그는 지금의 처지가 정말 어렵게 되었으나 두 고수를 자기 쪽에 끌어 넣는다면 어느 정도 의지가 된다고 생각했다. 반두타와 육선생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일제 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봉우리 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몸에 청 의를 걸친 네 명의 젊은이가서로 팔을 끼고 다가왔다. 젊은이들의 등에 는 한 자루의 장검이 메여 있었다. 왼쪽에 선 사람이 물었다. "반두타, 이 어린애를 어쩌자는 것이오." 반두타는 위소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교주께서 그를 데려오라는 분부를 내리셨소." 이때 서쪽에 있던 세 명의 홍의 소녀가 희희덕거리며 다가왔다. 그녀들 역시 장검을 메고 있었는데 세 사람을 발견하더니 가까이 왔다. 한 소녀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반두타, 이 어린애는 그대의 사생아인가요?" 그리고 위소보의 뺨을 한번 어루만졌다. 반두타는 말했다. "소저는 우스갯소리도 잘하시는군. 이 아이는 교주 어르신께서 특별히 분부를 내려서 불러들인 아이외다." 다른 한 둥근 얼굴의 소녀가 위소보의 오른쪽 뺨을 꼬집더니 웃으며 말 했다. "이 꼬마의 얼굴을 보니 반두타의 사생아가 틀림없구만. 그대는 변명을 해도 소용없어요." 위소보는 대노해서 외쳤다. "나는 그대의 사생아요. 그대가 반두타와 사사로이 정을 통해서 나를 낳은 것이지." 이렇게 되자 소년소녀들은 어리둥절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껄껄 소리내 어 웃었다. 그 둥근 얼굴의 소녀는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뾰로통한 음성 으로 말했다. "이 꼬마야, 죽고 싶어?" 그리곤 손을 뻗쳐서는 때리려고 했다. 위소보는 고개를 돌려 피해 버렸 다. 이때 다시 십여 명의 젊은 남녀가 기척을 듣고 달려오더니 그 둥근 얼굴의 소녀를 조롱했다. 그 소녀는 부끄럽기도 하고 울화가 치밀어서 외발을 들더니 그냥 위소보의 엉덩이를 걷어 찼다. 위소보는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엄마, 왜 아들을 때리는 거에요?" 뭇소년들은 더욱더 요란하게 웃었다. 별안간 종소리가 쾅쾅쾅하고 울려퍼졌다. 뭇사람들은 즉시 조용해져서 는 귀를 기울였다. 이십여 명의 젊은 남녀들은 몸을 돌려 대나무집 쪽 으로 달려갔다. 반두타는 말했다. "교주께서 여러 사람들을 모아서 훈시를 하려고 하는군." 그리고 위소보를 향해서 말했다. "나중에 교주를 만나게 되었을 때 터무니 없는 소리르 지껄이지 않도록 하시오." 위소보는 그의 안색이 우울한 것과 또한 그들 젊은 남녀들이 그에게 퍽 이나 무례하게 구는 것을 보았던 터라 속으로 반두타의 무공이 무척 고 강한데 어째서 열 몇 살밖에 되지 않는 꼬마들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하 고 생각했다. 따라서 약간 그를 가엾게 여기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 덕여 보였다. 이때 사면팔방에서 사람들이 대나무집으로 걸어들어갔다. 반두타와 육 선생은 위소보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기나긴 복도록 기나자 갑자기 눈앞에 커다란 대청이 나타났다. 이 대청 은 너무나 넓어서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도 들어 설 수 있을 것 같았 다. 위소보는 북경의 황궁의 황궁에서 오랫 동안 살았기 때문에 제 아 무리 큰 대청이나 객당을 보더라도 눈에 차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 대청은 너무나 엄청나게 커서 자기 자신도 포르게 움츠러드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이때 한때의 소년과 소녀들이 다섯 가지의 색이 다른 옷을 나누어 입고 다섯 곳에 나누어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청, 백, 흑, 황, 네 가 지의 옷을 입은 사람은 모두 소년이었다. 그리고 붉은 옷을 입은 사람 은 모두가 소녀들이었다. 각기 등에는 장검을 메고 있었는데 수백 명이 되었다. 대청 끝에는 나란히 두 개의 대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비 단 방석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양쪽으로는 수십 명이 늘어서 있었는데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나이가 젊은 사람은 삼십여 세 정도 되 었고 늙은 사람은 이미 육칠십 세 되었으며 몸에는 무기가 없었다. 대청에는 오륙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고 기림소리마저 들을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다. (제기랄, 굉장히 거드름을 피우는군. 황제가 조정에 남기시라도 했나?) 잠시 후 종소리가 아홉 번이 울려퍼지고 안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 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귀신 같은 교주가 나올 모양이군.) 그런데 나선 사람은 열 명의 사내들이었다. 모두 다 삼십 세 정도 나이 인데 그들의 옷빛깔도 오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들은 두 의자의 옆 에 섰다. 한쪽에 다섯 사람씩이었다. 다시 잠시 후 종소리가 쾅 하며 크게 울려펴졌다. 곧이어 수백 개나 되는 은방울이 일제히 소리르 내는 것 같았다. 그러 자 대청에 모여 있던 뭇사람들은 일제히 엎드리며 부르짖었다. "교주께서는 영원히 선복을 누릴 것이며 수명은 하늘처럼 높으십니다." 위소보는 부득이 꿇어 엎드릴 수밖에 없었따. 그리고 몰래 바라보았다. 그러자 일남 일녀가 안쪽에서 걸어나와 의자에 앉았다. 방울소리가 다 시 울려 퍼지자 뭇사람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의자에 앉은 남자는 나이가 무척 많았다. 허연 수염이 가슴까지 드리워 져 있었고 얼굴에는 상처와 주름투성이로서 추악하기 짝이 없었다. 위 소보는 이남자가 바로 교주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부인은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젊은 부인이었다. 그 모양을 보건대 이십 삼사 세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빙그레 웃음을 띠우자 교태가 뚝뚝 떨어지는데 화사하고 아름답기 이를데 없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몰래 칭찬을 했다. (햐! 정말 멋지구나. 이 여자는 방이 누나 보다도 더욱더 아름답다. 황 궁이나 여춘원에서도 이와 같이 아름다운 여인은 보지 못했다.) 왼쪽의 청의 사내가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손에 푸른 종이를 들고 소리 높이 읊었다. "삼가 인자한 은혜를 세상에 두루 비추고 위세를 사방에 떨친 홍교주의 보배 같은 가르침을 듣도록 합시다. '뭇 뜻이 한마음을 이루면 성을 이 룰 수 있고 견줄 수 없이 위세를 천하에 떨치리라.'" 대청의 뭇사람들은 일제히 읊었다. "뭇 뜻이 한마음을 이루면 성을 이룰 수 있고 견줄 수 없이 위세를 천 하에 떨치리라." 위소보는 눈알을 굴리면서 그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데 뭇사람들이 그토록 소리내어 읊자 그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게 되 었다. 그 청의 사내는 계속해서 읊었다. "교주의 선복은 하늘처럼 높으며 교도들의 충성은 머리 위에서 빛나더 라. 교주께서는 만 년동안이나 배를 부리니 바람을 안고서 파도를 깨치 며 영웅임을 나타내더라. 신룡이 하늘을 나니 일제히 우러러보고 교주 의 명성과 위세느 팔방을 뒤덮더라. 하나같이 교주를 위해 태어났으며 모든 사람이 교주를 위해 죽을 것이로다. 교주의 명령을 모조리 받들지 니 교주는 해와 달의 빛과 같더라." 그 사내가 한마디를 읊을 때마다 뭇사람들은 따라서 한마디씩 읊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뭐가 홍교주의 보배 같은 가르침이야? 큰소리만 치는군. 우리 천지회 의 암호로 만들어진 시만 하더라도 이것보다는 훨씬 듣기가 좋다.) 뭇사람들은 모두 읊고 나자 일제히 부르짖었다. "교주의 보배 같은 가르침을 시시각각 마음속에 새기고 있으니 적을 제 압하여 공을 세우는 등 만사가 순조로울 것입니다." 그 소년소녀들도 힘주어 소리를 외치고있었다. 홍교주의 추악한 얼굴은 무표정했으나 그옆의 아름다운 여인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따라 읊었다. 뭇사람들이 모두 읊고 나자 대청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아름다운 여인은 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리며 사람들을 훑어 보았다. 그러더니 얼굴에 여전히 웃음을 띠우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흑룡문(黑龍門) 장문사(掌門使), 오늘 기한이 다 되었으니 그대는 경 서를 바치도록 하시오." 그녀의 음성은 맑고 간드러져 듣기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동시에 그녀 는 왼손을 내밀고 손바닥을 펼쳤다. 위소보가 멀리서 보니 그녀의 손바닥은 정말 백옥으로 깍은 것처럼 보 였다. 그는 마음속으로 즉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저 여인이 내 마누라가 된다면 그럴싸하겠다. 그녀가 만약에 여춘원으 로 가서 장사를 하게 된다면 양주의 모든 탕이들이 모조리 몰려들어 여 춘원의 대문마저도 깨어지고 말 것이다.) 이때 왼쪽에 섰던 한명의 흑의 노인이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더니 허리 를 굽혔다. "부인에게 앙ㄹ립니다. 북경에서 전해 온 소식에 의하면 네 권의 경서 의 행방을 알아내 지금 한창 힘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교주의 보배 같 은 가르침에 의거하여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손에 넣어서는 교 주와 부인에게 바치겠다고 했읍니다." 그 음성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아마도 무척 두려운 듯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애석하구나, 애석해. 저 아름다운 여인이 알고 보니 바로 홍교주의 마 누라였구나. 한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쇠똥 위에다 꽂은 감이 없잖아 있 다. 그야말로 달빛이 헛간에 비추는 꼴이구나.) 그 여인은 빙그레 웃더니 입을 열었다. "교주께서는 이미 너그럽게 날짜를 세 번이나연기해 주셨소. 그런데 흑 룡사 그대는 언제나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면서 힘을 쓰지 않았으니 이 는 교주에 대하여 너무나 불충한 것이 아니겠소?" 흑룡사는 굽혔던 허리를 더욱더 낮추며 말했다. "속하는 교주와 부인의 은덕을 입어 이 몸이 가루가 된다 하더라도 그 은혜에 보답하기 어렵습니다. 실로 이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속하가 궁안으로 보낸 여섯 사람 가운데 이미 등병춘, 유연 두 사람은 교를 위 해 죽었읍니다. 아무쪼록 교주와 부인께서는 좀더 연기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포동포동한 암퇘지와 가짜 궁녀는 그대의 부하였군. 아마 늙은 갈 보의 지위도 그대만큼 높지는 않겠지.) 그 여자는 손을 쳐들더니 위소보에게 손짓을 하고 웃으며 말했다. "소형제, 이리 와요." 위소보는 깜짝 놀라서는 나직이 되물었다. "저 말인가요?" 그 여인은 웃으며 말했다. "맞았어. 그대를 부른 것이야." 위소보는 옆의 육선생과 반두타 두 사람을 한번씩 바라보았다. 육선생이 말했다. "부인께서 부르시니 앞으로 나아가 공손하게 절을 드리시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공경한 태도록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어쩔텐가?) 그러나 그는 앞으로 나가 역시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말했 다. "교주와 부인께서는 영원히 선복을 누리실 것이며 수명은 하늘처럼 높 을 것입니다." 홍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정말 착한 아이군. 교주 아래에 부인이라는 말을 누가 넣으라 고 했지?" 위소보는 신룡교의 교도들이 언제나 교주께서 영원히 선복을 누리며 수 명이 하늘처럼 높다는 말만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실 신룡교의 교도들은 이 교에 들어온 이후 그와 같은 말들을 줄줄이 외울 수 있도록 읊었으며 그 누구도 글자 하나라도 더 보태거나 반 마디도 적게 하거나 하지 못했다. 위소보는 이 부인의 용모가 지극히 아름답고 또한 권세도 있어 보인지라 어쨌든 아첨을 하는 것은 밑천이 들지 않는 다 생각하고 제멋대로 부인이라는 한마디를 넣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녀가 묻는 말에 입을 열었다. "교주께서는 옆의 부인이 계셔야만 수명이 하늘처럼 높아도 재미가 있 을 것이 아니겠읍니까? 그렇지 않고 백 년이고 이백 년이고 부인이 돌 아가시게 된다면 교주께서는 외로우실 것이 아니겠읍니까?" 홍부인은 그 말을 듣고 몸을 흔들며 웃었고 홍교주 역시 빙그레 웃으며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고개를 그덕여 보였다. 신룡교의 모든 사람들은 교주만 보면 간담이 서늘해져서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처음 위소보가 그와 같이 말하는 것을 듣고는 모두다 손 에 땀을 쥐었다. 그러다가 교주와 부인의 안색이 무척 부드러운 것을 보고는 마음을 푹 놓을 수 있었다. 홍부인은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그 한마디는 그대 스스로 보탠 것이로군." 위소보는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 한마디는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그 비석의 꾸불 꾸불한 글자에도 부인을 들먹이고 있으니까요." 그 말이 떨어지자 육선생의 몸뚱아리는 얼음 구덩이에 떨어지는 것 같 았다. 사실 육선생은 무수한 심혈을 기울여 한평의 비석에 새겨진 글을 위소보가 외울 수 있도록 해준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위소보가 독특 하게 부인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 있다고 하니 이렇게 되면 억지로 짜맞 춘 글자수도 틀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그는 이 장난끄러기 소 년이 아무렇게나 말을 해 비석에 새겨진 글을 함부로 말을 할 것이니 자기가 지은 문자는 그렇지 않아도 빈틈이 많은데 이렇게 된다면 당장 들통날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홍부인 역시 그 말을 듣고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대는 비석에 나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고 말했는가?"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죠." 그는 아무렇게나 그렇죠 하고 말한 후에야 속으로 부르짖었다. (야단났다. 그녀가 나에게 그 비석의 문장을 외우라고 한다면 그 비석 문에는 부인을 들먹이지 않았으니 야단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 홍부인은 자세히 묻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대의 성은 위씨이고 북경에서 왔다지?"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홍부인은 말했다. "반두타에게 한 말을 들으니 그대는 북경에서 유연이라는 뚱보 소저를 만났으며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침받았다고 했지?"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반두타에게 한 말 가운데 그 경서에 관한 말 이외에 그는 모두 교주와 부인에게 말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유연은 이미 죽었으니 대질할 사람도 없을 것이 아니겠는 가.) 그리하여 그는 입을 열고 말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 유아줌마는 우리 숙부와는 절친한 친구였읍니다. 낮이고 밤이고 수시로 우리집으로 놀러왔죠." 홍부인은 싱글벙글하면서 물었다. "그녀는 무엇하러 왔지?" 위소보는 말했다. "저의 숙부와 농담을 하려고요. 때로 그들은 얼싸안고서 입맞춤을 하기 도 했읍니다. 그들은 내가 못 보리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몰래 훔쳐보았 죠." 그는 그럴싸하게 이야기하고 자세한 곳까지도 이야기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더욱더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었었다. 홍부인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정말 장난꾸러기로군. 남이 입맞추는 것을 몰래 훔쳐보다니."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흑룡사에게 말했다. "그대는 들었소? 어린애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소?" 위소보는 그녀의 눈길을 따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흑룡사의 안색 이 크게 변했다. 공포에 벌벌 떨면서 두 무릎을 꿇고서는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속하..... 속하..... 제대로 통솔하지 못해 죽을 죄를 지었읍니다. 아 무쪼록 교주와 부인께서...... 한번만 용서하시고 속하로 하여금 공을 세워 죄를 사하도록 해주십시오." 위소보는 크게 의아하게 생각했다. (내가 그 암퇘지 같은 소저와 우리 숙부가 입맞춤을 한다고 한 것이 이 늙은 이와 무슨 상관이 있단는 것일까? 어째서 이 늙은이는 이토록 놀 라서 쩔쩔매는 것일까?) 홍부인은 미소했다. "공으로써 죄를 사하게 해 달라구? 그대에게 무슨 공로가 있었던가? 나 는 그대가 파견한 사람들이 정말 교주를 위해 충성을 다해 일을 하는 줄 알았지. 그런데 북경에서 그와 같은 짓을 하다니." 흑룡사는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아니 쿵쿵 소리가 나도록 떡 방아를 찧는 바람에 이마가 터져 선혈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위소보는 안됐다 는 생각에 몇 마디 그에게 유리한 말을 하고자 했으나 선뜻 생각이 나 지 않았다. 흑룡사는 무릎으로 몇 걸음 다가오며 부르짖었다. "교주, 제가 어르신을 따라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기지 않았읍니까. 공 로는 없다고 하더라도 고생은 했읍니다." 홍부인은 냉소했다. "그대는 옛날의 일을 들먹여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대는 나이가 이토 록 많은데 또 얼마나 많은 일을 교주를 위해서 할 수 있겠단 말인가? 흑룡사의 직위를 일찌감치 그만두는 것이 좋지않겠소?" 흑룡사는 고개를 쳐들고 홍교주를 바라보며 애걸하듯 말했다. "교주, 옛날의 부하와 오래된 형제에게 정말 조금도 옛정을 느끼시지 못한단 말씀입니까?" 홍교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말했다. "우리 교 안에는 늙어서 망령이 난 사람이 너무나 많아. 그러니 한바탕 정돈을 해야 옳을 것이야." 그 음성은 매우 나직하고 또 모호했다. 위소보는 그를 본 이래 처음으 로 그가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별안간 수백 명이나 되는 소년소녀들이 일제히 부르짖었다. "교주의 보배와 같은 가르침을 시시로 마음속에 새기고 있으니 적을 제 압하고 공을 세우는 등 만사가 순조로우리라." 흑룡사는 한숨을 내쉬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옛것을 뱉어 내고 새로운 것들을 채용하시겠다니 우리 같은 노인들은 원래 죽어 마땅하지." 그리고 몸을 돌리더니 말했다. "가져 오실까?" 대청 입구 네 명의 흑의 소년이 재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다가섰다. 그 들의 손에는 각기 하나의 나무쟁반이 들려 있었다. 쟁반 위에는 누런 구리로 만든 둥근 밥사발 같은 것이 거구로 놓여 있었다. 그들은 흑룡사 앞으로 가더니 나무쟁반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신속히 몸 을 돌려 물러갔다. 대청의 뭇사람들도 약속이나 한 듯 뒤로 몇 걸음 물 러섰다. 흑룡사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교주의 보배와 같은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겨 두고 있으니 적을 제압하 고 공을 세우니 만사가 순조로우리라..... 흐흐흐! 한가지 알을 성사시 키지 못하면 바로 부하가 충성을 다하지 못한 것이지." 그리고 손을 뻗쳐 구리로 만든 사발같은 것의 위쪽을 잡고서는 위로 들 어올렸다. 그러자 쟁반에서 무엇이 벼락같이 툭툭 뛰어올랐다. 그런가 하면 그 순 간 하얀 광채가 번쩍였다. 비스듬히 한 자루의 비수가 날아들어 그 뛰 어오른 것을 두 토막냈다. 두 토막 난 것은 쟁반으로 다시 떨어져 꿈틀 거리고 있었는데 바로 오색 얼룩무늬의 조그만 뱀이었다. 위소보는 놀라 부르짖었고 대청의 뭇사람들도 역시 소리내어 부르짖었 다. "누구냐?" "누가 반란을 꾀하느냐?" "잡아라!" "어느 반역도가 감히 교주의 분부를 거역하는가?" 홍부인이 갑자가 몸을 일으키더니, 두손으로 팔짱을 끼고는 잇달아 세 번 흔들었다. 그러자 삭삭삭 하니 장검을 뽑는 소리가 크게 일었다. 수 백 명이나 되는 소년소녀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들은 오륙십 명이나 되는 나이 많은 교도들을 겹겹히 에워쌌다. 수백 명이나 되는 소년들 가우데 청의를 입은 사람은 청의를 입은 사람끼리 백의를 입은 사람은 백의를 입은 사람들끼리 조금도 혼란됨이 없이 각 기 자기의 위치를 찾아섰다. 혹은 예닐곱 명이 혹은 여덟 아홉 명이 나누어 한 사람의 급소를 겨누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나이 많은 교도 들은 삽시간에 제압을 당하고 만 것이다. 반두타와 육선생의 주위에도 일곱 여덟 명이 장검을 겨누고 서 있었다. 이때 오십여 세 되는 검은 수염을 기른 도사가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부인, 이 진법을 연마하느라고 수개월간 착실히 공을 들였겠지 오. 늙은 형제들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기실 이렇게 힘들일 것까지 없었 소이다." 그의 주위에 서 있는 사람은 여덟 명의 홍의 소녀들이었다. 두 명의 소 녀의 장검은 앞쪽에서 뻗어나와 검끝으로 그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입을 여는 것을 보고 소녀들은 호통을 내질렀다. "교주와 부인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마라." 그 도사는 웃었다. "부인, 그 한마리의 오채신룡(五彩神龍)은 이 무근도인(無根道人)이 죽 인 것이오. 그대가 처벌하려면 얼마든지 손을 쓰시오. 남에게 누를 끼 칠 필요는 없지 않겠소?" 홍부인은 의자에 도로 앉으며 미소했다. "그대 스스로 인정을 하니 퍽 다행이에요. 도장, 교주가 그대를 박하게 대하지 않았지요? 그대를 적룡문(赤龍門) 장문사(掌門使)에 임명한 것 은 교주 한 사람의 아래이며 만인지상(萬人之上)의 높은 자리에요. 그 런데 어째서 반란을 꾀하는 것이죠?" 무근도인은 말했다. "속하는 반란을 꾀하지 않았소이다. 흑룡사 장담월(張談月)은 본교에 큰 공을 세웠소이다. 다만 그 부하 가운데 일을 제대로 처리 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부인께서 그의 목숨을 배앗으려고 했기 때문에 속 하는 당돌하나마 교주와 부인에게 사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홍부인은 웃었다. "만약 내가 응낙하지 않는다면은?" 무근도인은 말했다. "신룡교는 교주께서 창립하신 것이 틀림없읍니다. 그러나 수만의 형제 들이 끓는 물속, 타는 불길 속을 뛰어 들어 나왔다고 할 수 있읍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로를 세운 셈이죠. 과거 거사를 한 이후 모두 천 이십 삼명이라는 옛형제들 가운데 오늘에 이르기 까지 어떤 사람은 적의 손 에 목숨을 잃었고 어떤 사람은 교주에게 주살을 당해 이제는 백명도 남 지 않게 되었읍니다. 속하가 교주에게 은혜를 베푸십사 하고 빕니다. 즉 우리 수십 명이나 되는 옛형제들의 목숨을 용서하시되 우리들을 모 조리 교에서 좇아내셔도 좋다는 것입니다. 교주와 부인께서 우리 늙은 이들이 미워서 새로운 사람을 쓰고자 한다면 우리 늙은이들을 일제히 내쫓으시라는 것입니다." 홍부인은 냉소했다. "신룡교가 창립된 이래 한번도 살아서 교를 나선 사람이 없다고 들었어 요. 무근도장의 그와 같은 말은 정말 희한한 생각이에요." 무근도인은 말했다. "그렇다면 부인께서는 응낙하지 않겠다는 것입니까?" 홍부인은 말했다. "미안해요. 본교에는 그와 같은 규칙이 없어요." 무근도인은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교주와 부인께서는 우리들 모두를 주살하려고 하시는구려." 홍부인은 미소했다. "그렇지 않아요. 노인들이 교주에게 충성을 다한다면 교주는 여전히 그 대들을 자기의 형제라고 생각할 것이며 결코 이단시하지 않아요. 우ㄹ 르은 나이가 젊고 많은 것을 따지지 않아요. 다만 누가 교주에게 충성 을 다하느냐 하는 것을 묻고 있는 거에요. 어느 누구든 교주에게 충성 을 다하겠다는 사람은 손을 들어 봐요." 수백 명의 젊은 남녀는 일제히 손을 쳐들었다. 에워싸여 있는 나이 많 은 교도들도 손을 쳐들었다. 무근도인마저도 왼손을 높이 쳐들었으며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교주께 충성을 다하며 결코 두 가지 마음을 같지 않습니다." 위소보는 모두 손을 들자 자기도 손을 쳐들었다. 홍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좋아요. 모든 사람들이 교주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군요. 이 새로 온 소형제는 본교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도 아니데 교주에게 충성을 다 하는군요."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후레자식에게 충성을 하는 것이다.) 홍부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모두들 충성을 다한다니 그렇다면 우리 중에는 반역도가 한 사람도 없 다는 것이군. 그렇다면 약간 이상하지 않은가요? 반역도를 잡아야겠으 니 여러 형제들은 잠시 억울하겠지만 참고 견뎌 줘요. 모두들 노형제들 을 묶도록 해라." 수백 명의 젊은 남녀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네." 한 명의 체구가 우람한 대한이 부르짖었다. "잠깐!" 홍부인은 물었다. "백룡사(白龍使)! 그대에게 무슨 고견이 있나요?" 그 대한은 말했다. "고견은 없지만 속하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홍부인은 말했다. "쯧쯧쯧! 그대는 나의 처리가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것이군요." 그 대한은 말했다. "속하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속하는 교주를 따른지 이십년이 되었으며 매사에 있어서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갔읍니다. 제가 본 교를 위해 정성 을 다했을 때 이 젊은 애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읍니다. 어째 서 그들은 교주에게 충성을 다한다 하고 우리 노형제들은 충성을 다한 다고 하지 않읍니까?" 홍부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백룡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의 공을 드러내는 것이군요. 그렇다 면 그대는 만약 그대 백룡사 종지령(鍾志靈)이 없었더라면 신룡교가 오 늘날 이와 같은 성세를 이루지 못했으리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 체구가 우람한 대한 종지령은 말했다. "신룡교가 세워진 것은 교주 한 사람의 공로이외다. 모두들 그 어르신 을 따라 천하를 도모했을 뿐 무슨 공로를 세웠다고 말할 수 있소이까. 하지만....." 홍부인은 말했다. "하지만 어쨌다는 거예요?" 종지령은 말했다. "우리들에게 공로가 없다면 이십여 세 되는 꼬마들은 더욱더 공로가 없 을 것이외다." 홍부인은 말했다. "나는 기껏해야 이십여 세 밖에 되지 않는데 그렇다면 나도 공로가 없 겠군요." 종지령은 주저하더니 말했다. "맞았소이다. 부인 역시 공로가 없소이다. 교를 창립하고 기틀을 세운 것은 교주 어르신 한 사람의 공이외다." 부인은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면 서로 모두들 공로가 없는 것이니 그대를 죽인다 하더라도 억 울하지 않을 것이 아니겠어요?" 거기까지 말했을 때 근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그러나 얼굴은 여전히 화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종지령은 부르짖었다. "이 종가 한 사람만 죽이는 것은 상관이 없소. 그러나 충신들을 살해하 고 공신들을 주살한다면 신룡교는 부인 한 사람의 손에 멸망을 당하는 것이 아니겠소?" 홍부인은 말했다. "매우 좋아요. 매우 좋아요. 나는 무척 피곤하군요." 홍부인은 몸이 녹작지근한 듯이 말했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사람을 죽 이라는 암호일 줄 누가 알았으랴. 종지령 주위에 서 있던 일곱 명의 백의 소년들이 그 소리를 듣더니 장 검을 동시에 뻗쳐내 일제히 종지령을 찌르는 것이 아닌가. 일곱 자루의 검이 뽑혀지자 종지령의 몸에서는 일곱 줄기의 핏물이 쏟아지게 되었고 일곱 명의 백의 소년들의 옷자락도 그만 선혈로 물들여지게 되었다. 종지령은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교주, 그대..... 그대는 정말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좋읍니 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쓰러져서 죽어 버리고 말았다. 일곱 명의 소년은 낭 하로 물러 갔다. 행동은 매우 정확했다. 교에 몸을 담고 있는 노형제들은 백룡사 종지령의 무공이 무척 고강하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일곱 자루의 검이 일제히 찔러 들어 오자 전혀 항거할 힘이 없었다. 이로 미루어 볼때 일곱 명의 소년이 오 늘 이 대청 안에서 일검을 찌르기 위해 미리 교주의 가르침을 받고 얼 마나 많은 연습을 했느냐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이제 지극히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경지에 도달한 것을 보고 모두들 속으로 벌벌 떨었다. 홍부인은 하품을 했다. 그리고 왼손을 가볍게 들어서는 앵두 같은 조금 만 입을 막았다. 그 모습은 매우 나른해 보였다. 홍교주는 여전히 무표 정한 얼굴이었다. 종지령이 피살당한 사실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홍부인은 나직이 말했다. "청룡사(靑龍使), 황룡사(黃龍使), 당신네들 두 분은 백룡사가 모반을 꾀했으므로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았다고 생각지 않으시나요?" 눈이 가늘고 얼굴이 뾰족한 늙은이가 허리를 구부리며 말했다. "종지령이 교주와 부인을 배반한 것은 오래 전부터 계획해 왔던 일이라 속하는 매우 통한하게 여기고 부인에게 몇번이나 알렸읍니다. 그러나 부인은 언제나 노형제의 얼굴을 봐서 그에게 회계할 기회를 줘야 한다 고 말씀하셨읍니다. 교주와 부인께서는 넓으신 아량으로 그가 뉘우치기 를 바랬읍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악독하기 이를 데 없을 줄 그 누가 알았겠읍니까? 실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것입니다. 이토록 가볍게 그를 처치한 것은 그에게 매우 큰 덕을 보연 준 것입니다 우리들은 교 주와 부인의 은덕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