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산행기
* 일시: 2008. 01. 13(일요일)
* 제17 구간(은티 마을/배너미재-백화산-이화령) / 35구간중
* 해발고도: 은티 마을/배너미재( )-1063.5m-548m
* 산행거리: 실측거리(15.37km), 접속거리(2.9km)
도상거리(13.8km),
* 소요 시간: 6:00~7:30(선두~후미)
* 참석 인원: 53명
* 차량 운행(버스 2대): 대형 버스(43인승)1대, 리무진 버스(28인승) 1대.
* 날씨: 안개 약간, 가시거리: 보통, 산에는 흰 눈이 소복이 내렸다.
산행하기에는 좋았다.
기온: -4~-7℃(마루금 기온/℃)
* 총 소요 시간: 광주 출발: 05:00~광주 도착:22:00 // (17:00/hr:min)
* 도로 경로: 서광주IC~호남 고속도로(25번)~논산-고속도로
251번~회덕(35번 고속도로)-증평IC-증평-34번 도로-괴산-연풍-분지리/은티 마을
* 기점간 거리(km)/소요시간(hr:min):
은티마을-(2.9/1:16)-배너미평전-(2.26/0:37)-이만봉-(1.1/0:20)-사다리재-
(2.46/1:00)-평전치-(1.45/0:44)-백화산/중식(0:20)제외(1.85/0:30)-
황학산(3.9/0:42)-조봉(1.53/0:38)-이화령 //14.55km
* 대간구간: 배너미평전-이화령 // 14.55km
* 접속구간: 은티마을-배너미평전 //약2.9km
//15.37km//약6:00(hr:min) 소요 시간(선두 기준/휴식, 식사시간 포함)
* 진행 마루금(해발 고도/현제 시간):개인 산행 소요 시간임
은티마을 주차장 도착(08:55)-은티 마을 출발( /09:10)-희양산/시루봉/은티마을 갈림길(10:16)-
시루봉/희양산 갈림길(10:20)-시루봉/이만봉 갈림길(10:26)/배너미평전-
분지리 진촌 용유지 갈림길/왼쪽(10:41)-용바위-마당 바위-이만봉(990m/11:03)-
곰틀봉(960m/11:20)-사다리재(/11:40)-평전치(890m/12:22)-981봉/뇌정산 갈림길(12:07)-
백화산(1063.5m/13:06)-헬기장-흰듸뫼/옥녀봉 갈림길(13:34)-바위구간(13:40)-
황학산(912.8m/14:00)-백화산/흰듸뫼, 분지 안말 갈림길(14:08)-조봉(673m/14:42)-
이화령 초소(15:18)-이화령(548m/15:20)
[산행기]
3,4일전에 눈이 많이 왔었다.
도로는 녹았지만 산위에는 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높은 산 음지의 눈은 겨우내 초목을 덮고 있다가 봄에사 녹아 나무에 수분을 공급 할 것이다.
이제부터 배낭 꾸리기도 동계전용으로 챙기고 일기예보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나 장갑과 모자는 두세 가지로 준비하고 신발도 약간 여유 있는 크기의 방수가 잘 되고
보온 기능이 좋은 것으로 신어야 능선의 북풍에 낭패를 면 할 수 있다.
언더웨어를 잘 챙겨 입어야 중간의 보온 의류와 겉의 방풍의가 제 기능을 한다.
겉옷 다 잘 입고 면 속옷 입으면 다 쓸모없어 진다.
체온 유지용 음료와 체력 유지용 행동식도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체력이 있을 때 움직이면 열이 나지면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오히려 저체온이 되어
저체온 증으로 혼미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 한다.
배낭도 보온 내피를 넣어 물과 음식이 얼거나 너무 차가워 지지 않도록 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이번으로 새벽 출발이 마지막이고 다음 19구간 하늘재부터는 무박으로 출발 한다.
2008년도 첫 산행으로 먼저 나오신 산우님들이 신년하례 인사를 나누신다.
모든 님들 소원 하시는 것 다 이루시고 백두대간도 아주 잘 협조하여 모두 완주하여
뜨거운 감동으로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동기유발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05:00 상무점 출발이다.
05:20분 문예회관 후문 출발 한다.
총 53명이다
여느 때처럼 회장님께서 2호차 산행지 설명 하시고 1호차도 하시며 신년인사 하셨다.
오늘 산행은 특이하게 가까운 길 두고 하루 종일 먼 길을 돌아와야 하는 합리적 경제적 측면과는
거리가 먼 감성적 진리적 부분으로 접근해야 마음이 편한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또한 이번 산행은 의미가 더 있다. 구간으로도 반을 넘어서고,
거리로도 350km을 넘어서며 반 이상을 넘어 선다(18구간 포함).
왠지 오늘은 마음도 편안하다. 앞 구간 두 구간을 출장 중에 중간에 합류 하여 산행을 하였다.
혼자서 차로 이동 하며 한다면 도저히 감당 못 할 일이였다.
한뎃잠 자본 놈이 이불속 고마움 알고 찬밥 먹어본 놈이
따뜻한 밥 귀한 줄 아는 우매한 것이 우리네들이다.
산행에서도 작은 배움중 하나가 일상 중에 무관심한 일들이 사실은 고마움과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무감각을 자극하는 마음의 따뜻한 불을 지피는 벽난로의 참나무 장작 같은 역할을 한다.
어느새 버스는 어둠을 밀치고 바람을 가르며 한참 멀리 달린다.
꿈이 있는 자의 뒤 모습은 초라하여도 아름답다.
이번 산행 접근로는 고속도로로 증평IC까지 가서 충북 괴산군 연풍면으로 갈 예정이다.
계룡 휴게소에서 비닐봉투에 담은 찰밥과 구이 김으로 조식을 하였다.
초라한 아침이지만 잘 먹어 두어야 백화산 정상까지 팔팔하게 갈수 있다.
식성이 가다로우신분들은 개별적으로라도 준비 하셔서
충분한 식사로 에너지를 저장 하여야 한다.
*은티마을 쉼터 도착(08:55).
도착 예정 시간 보다 빨리 충북 괴산군 연풍면 분지리 은티마을 쉼터 주차장에 도착 하였다.
슈퍼 겸 가게가 있고 맞은편 주차장가에는 수도도 있다.
등산 안내도, 등나무 평상, 은티마을 유래석도 장승과 나란히 백두대간 아래에 있다.
앞의 구왕봉과 뒤의 조령산의 능선에는 하얀 눈으로 덮이었다.
주차장 바닥도 얼고 눈이 쌓여 미끄럽다.
아예 출발부터 스패츠와 아이젠을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모처럼 마음 놓고 몸 풀기를 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날씨는 바람이 없어 춥게 느껴지지는 않으나 -4℃이다.
오후쯤에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간에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 산행 출발(09:10)
배너미평전 거처 이만봉까지는 꾸준한 오르막이다.
옷은 가볍게 하고 스패츠와 아이젠은 착용했다.
눈이 바닥을 덮고 있어 불편 하지 않을 것 같다.
은티 마을 유래비와 소나무 어울리고 목장승 한 쌍이 보기 좋다.
그 앞을 지나 마을 쪽으로 올라 다라 옆의 막걸리집(희양산 은티집/883-5648)을 지나
시루봉 계곡 쪽으로 향한다.
은티펜션에서 왼쪽의 계곡 다리를 건너 인삼밭을 지나 계곡가의 철망을 끼고 올라간다.
시루봉과 희양산이 만드는 계곡이 은티 마을로 흘러온다.
은티 마을로 통하는 등산로는 여러 개 있다.
호리골재, 지름티재, 희양산 산성 지나서 희양폭포가 있는 계곡,
시루봉 입구 3거리 못가서 은티로 빴는곳 등 왼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계곡 따라 오르다가 작은 지류도 건넌다(물구하기 좋은 위치).
하얀 눈으로 숲속이 온통 은빛 세계이다.
눈 쌓인 가지가 무거운 나무들이 어깨를 늘어 뜨렸다.
짜라투스트라는 한 송이 눈이 쌓여 거목을 부러뜨린다고 했다.
많은 것을 시사 하는 말이다.
잡념과 작은 욕심도 시간이 지나면서 덜어낼 필요와
비움의 철학이 채움의 도에 접근 하는 것이다.
흰도화지 같은 세상에서 흰 화선지 하나 마음 한편에 꺼내 놓고
한없이 먹을 갈며 그저 묵향에 넋을 놓아 보자.
오늘 처음 오신 정희정님은 30대 초반의 아가씨다.
젊은 또래들하고만 산행을 여유 있게 하다가 인연이 되어 대간을 처음 경험 하는 것이다.
오늘 힘들지 않을지 걱정도 되고 어떤 모습으로 백두대간 산행이
비처 질지 궁금하기도 하다.
같이 끝까지 가고 싶지만 함께 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차이가 나서 어려울 것 같아
스틱 하나만 키에 맞추어 주고 앞으로 나간다.
후미는 회장님과 장승호 구조대장님이 오신다.
장승호 구조대장님은 앞에 가보지를 못 하신다.
한의사시라 응급처치가 필요한 사람은 후미에서 만나 도움을 주셔야 하기 때문이다.
*이정표(10:16): 시루봉/은티/희양산 갈림길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다른 팀들이 계곡에서 물을 구할 수 있어 야영을 하고 짐을 챙기고 있다.
시루봉 쪽으로 진행 한다.
*이정표(10:20):시루봉(0:20), 희양산(0:40)
*배너미평전(10:26)
*이정표(시루봉 입구 3거리): 시루봉(왼쪽/0:10), 이만봉(오른쪽/1:00), 희양산(0:50)
시루봉 입구 삼거리 능선의 억새밭이 배너미평전이다.
억새능선 넘어가 연풍면 분지리이며 분지 안에 마을 몇 개가 음부 형상 안에
자리하는 형국으로 옴팍한 계곡 안에 마을을 이루고 있다.
시루봉은 왼쪽으로 10여분 거리에 있고 대간 길은 오른쪽 이만봉으로
완만한 오르막으로 진행한다.
*이정표(10:30): 분지리 진촌 갈림길/왼쪽
용유지(저수지)와 도막 마을 사이로 내려가는 길이다.
소나무 가지 솔잎위에 솜털 옷을 두껍게 입었다.
너나없이 눈꽃 산행의 묘미에 푹 빠져 신이 났다.
땅보다 하늘이 아름다운 산상의 세레나데이다.
하늘은 코발트색으로 너무 파래서 시려 보인다.
가지 끝에는 눈이 녹다가 얼어붙어 유리구슬을 달고 흔들리며
부딪는 소리가 크리스털 종소리 같이 투명한 울림이다.
능선의 기온은 -7도씨이다. 바람이 없어 추위는 느끼지 못한다.
언제나 말씀이 없으신 문도임님이 눈처럼 하얗게 웃으시며 눈꽃터널을 지나신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다가 밧줄로 바위 하나를 올랐다(10:52)
야천님의 하얀 턱수염이 멋져 보인다.
온통 하늘엔 하얀 사슴뿔로 가득 하다.
능선길이 좁아졌다.
왼쪽으로 분지리 안말 쪽이 내려다보인다,
하루 종일 보고 돌아야 할 회전 중심축이다.
용바위, 마당바위는 지난지 모르고 지나고 말았다.
사람들 소리가 머물러 있는 것을 보니 이만봉이 다 왔다.
*이만봉(990m/11:03)
좁은 바위봉우리에 덩그러니 비석으로 된 정상석이 하얀 눈으로 받침석까지 덮이었다.
주변은 잡목과 덩굴나무가 얽히어 어깨동무하고 있다.
은티 마을에서 2시간이 안 걸렸다.
전망이 트이는 능선 길에 올라선 것이다.
오늘 가야할 백화산과 황학산에서 돌아서 이화령까지 가는 능선이
한 장의 그림으로 그러 놓은 듯 한 눈에 들어온다.
분지리의 가장 안쪽 흰듸뫼도 음부의 민감한 곳에 자리 하였다.
음기가 센 형국의 지세다 보니 양물을 세워 음양의 조화를 맞추기 위한
석물들이 동리에 많다고 한다.
근처에 옥녀봉과도 연관이 있을 듯도 하다.
돌아보면 송림과 기암괴석이 아름다웠던 희양산쪽 능선길이
하얀 하늘나라 가는 길처럼 은빛으로 현란하다.
날씨는 산행하기에 너무 좋다.
기온은 -7도씨 정도이나 바람이 없어 추위는 체감 되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서둘러 여러 명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좁은 내리막 능선길 따라 곰틀봉으로 향한다.
곰틀봉이 이만봉보다 더 큰 봉우리 같이 보인다.
다른 여러 대간 팀들도 있고 문경이 가까워 눈 산행 오신 분들도 꾀 잇다.
좁은 길에서 서로 기다려 주며 인사도 나눈다.
이만봉이 배경이 될 만큼 멀어졌다.
*곰틀봉(960m/11:21)
곰틀봉에 있는 소나무가 구체적으로 보일쯤 왼쪽 분지의 안말 마을이 빤히 내려다보인다.
큰 소나무 가지 사이로 먼 산의 봉우리만 구름위에 나와 신성함 마저 드는 백두대간이다.
약간만 오르면 곰틀봉이다.
소나무에 곰틀봉 표식기가 A4 용지에 코팅 되어 묶여 있다.
백화산 가는 능선길이 한 눈에 빠짐없이 흘러든다.
고사리등, 사다리재까지는 내리막으로만 간다.
양지 바른 언덕배기에 봄이면 고사리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일까?
길이 사다리 같이 좁아서 일까?
사다리재에서 왼쪽으로 급경사 비탈을 내려가면 낙엽송 숲을 지나
계곡을 따라 내려가서 안말 마을로 내려간다.
앞 구간에 사다리재까지 노을님과 더 와버렸다가 안말로 하산 하여
마을 몇 개를 지나고 용유지(저수지)와 중부내륙고속도로 교각 밑으로 해서
은티마을까지 걸어서 가느라 분지리를 다 지나 갔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뜻 모를 헛웃음이 난다.
혼자 멋대로 생각하며 뒤에서 함께 하던 사람들을 앞서서 중간 그룹 사람들과
합류하기 위해 가속을 붙인다.
송계섭님 부부와 김성식님 부부도 추월하며 보기 좋은 모습이라 한 컷 담아 드리고
총괄님 부부, 잉꼬(여)님, 가을양파님을 만났다(12:04).
하늘호수님은 버스에서 컨디션이 안좋으시다고 탈출구를 물으시더니
벌써 여기까지 와 계신다.
*981봉 이정표(12:07): 뇌정산 갈림길, 백화산(2.25km/1:15 소요)
*평전치(=평발등, 890m/12:22): 문경시 마성면 상내리(남)와 괴산군 연풍면 분지리(북)
갈림길의 4거리이다
이정표: 분지 안말(왼쪽/1:00), 백화산(0:50)
먼 길 온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한숨 돌리고 가기 좋은 자리이다.
백화산 정상이 흰 안개를 깃발처럼 휘날린다.
이근방의 설경이 유난히 예뻐 보이는 것은 더 추운 바람이 지나기 때문이리라.
잡목 가지의 눈꽃이 흰공작꼬리처럼 활짝 펼치고 은빛 영롱한 유리부채를 만들었다.
오늘의 주봉을 눈앞에 두고 가장 힘든 구간의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산도 비스킷과 음료수를 나누어 먹고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배도 고프고 숨도 가파진다.
상당한 경사의 눈길 오르막이다.
1012봉을 지나며 내려오시는 분들이 다 왔노라 일려 주신다.
하늘을 보니 나뭇가지마다 흰 털장갑을 끼었고 가지 사이로 이는 바람이 있는지
낮달처럼 떠 있는 창백한 해를 가리키며 조용히 흔들린다.
뒤의 이만봉도 눈가는 끝자락에서 안기를 피어 올린다.
오늘은 구름 타고 가는 산신령이 되어 흰 세상을 유유한다.
*백화산(1063.5m/13:06):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마원리
백화산은 경북 문경군과 충북 괴산군의 경계를 가르며 우뚝 솟아있다.
주봉에서 이화령(548m)에 이르는 북서 능과 이만봉을 거쳐 시루봉(914m)에 이르는 서능선이
각각 10km에 이를 만큼 높고 깊은 산이다.
산 아래에서 보면 밋밋한 산세가 등산이 수월할 듯싶지만,
막상 올라보면 문경 쪽에서의 산행은 경사가 급하며 또 정상에서 이만봉을 잇는 능선은
수많은 암봉과 빽빽한 수림으로 고산다운 면모를 갖고 있다.
용유담 위로 분지리에 이르는 깊고 깨끗한 계곡도 깊은 인상을 준다.(발췌: 산림청)
아담한 회색의 자연석이 검은 비석돌위에 정상 표지석으로 설치되었다
넉넉한 정상 터와 입구와 출구에 여유 공간도 가지고 있고
황학산쪽 출구에는 아늑한 터로 헬기장이 있다.
정상 둘레를 잡목이 울타리를 치고가지마다 흰 눈 꽃을 피웠다.
오늘 산행의 주봉이고 점심 식사도 여기서 하기로 해서 배가 고팠어도
행동 식으로 때우고 올라 왔다.
바람이 없어 추위는 느껴지지 않고 기온은 -7도씨 정도를 유지 하고
조망도 좋은 편으로 주변이 시원스레 보인다.
문경 쪽으로 옥녀봉이 흰 눈 위에 나체로 봉긋 하다.
정상에 도착 하자마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갖추어 입고
10여명이 눈 위에 조촐한 만찬을 차렸다.
붉은 정열의 복분자주와 신선주인 인삼주의 진한 향이 눈과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 준다.
오늘의 행위는 신선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을 산신령이 일일 체험으로 허락한 것처럼
신선놀음의 연속이다.
극락과 천국이 따로 있겠는가?
행복한 마음에 눈을 감으면 바람처럼 살짝 느낄 수 있는 그 자리가 바로 그곳이 아닐까?
지금 이후 산행은 백화산과 황학산을 기점으로 동남으로 왔다가 북서로 방향이 반전 되며
이화령까지 죽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정상석 뒤쪽(왼쪽)으로 출구를 잡아 바로 옆에 있는 헬기장으로 방향을 잡아
완만한 내리막을 시작 한다.
헬기장에서는 김천 일동산악회에서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시산제를 지내며 많은 제물을 준비 했다.
덕담 한 마디 건네니 팥 시루떡을 가져가 나누어 먹으란다.
위성삼고문님은 일찍이 오셔서 돼지 머리 끝부위는 다 맛보셨단다.
잡목숲 눈 터널을 내려간다.
*이정표(13:34):흰듸뫼(왼쪽), 옥녀봉 (오른쪽), 희양산(뒤).
흰듸뫼는 분지리의 가장 안쪽 마을로 버스도 오지 않는다.
정상에서 10여분 만에 짧은 밧줄 구간을 지난다.
이제 웬만한 밧줄은 밧줄 같지도 않다.
잎을 떨구지 못한 꼬실락 단풍잎위로 눈이 소복이 쌓여 가지가 쳐져 아치를 만들었다.
벌써 백화산 정상에는 안개가 베일을 쳤다(13:42)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 진다.
오른쪽 아래로는 문경읍이 가깝게 시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13:55).
줄달음으로 황학산을 다 와 버렸다.
* 황학산(黃鶴山 910m/14:00) :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황학산은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며 제 3번 국도인 이화령 남쪽 6㎞ 거리에 우뚝 솟아 있다.
이 산 바로 옆에 규모가 제법 큰 백화산(1,064m)이 어깨를 맞대고 있어
황악산은 그 기세를 다 펴지 못하고 있는 형세다.
그러나 호젓한 산길과 산마루에 펼쳐진 억새밭 풍경은 어디다 내 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황학산에서 황계산 방면 능선길에는 참나무가 많고
등산객의 발길이 뜸해서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길이 뚜렷이 나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독도법이 필요하다.
황악산의 억새밭은 60-70년대 사람들이 살면서 목장을 했던 곳으로
갈수록 잡목이 무성해져 억새가 줄어들고 있다.
억새밭 계곡에 식수가 있으나 찾기 어려우니 산행시작 전에 물을 준비해야 한다.
정상에 서면 동쪽 아래로 문경읍이 바둑판처럼 뚜렷이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운달산이 의젓한 자태로 바라보인다.(발췌: 산림청)
아래에서 보면 밋밋한 산세 때문에 산행이 무척 쉬워 보이지만 경사가 의외로 급하고
정상에서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수많은 암봉과 빽빽한 수림으로 덮여 있어
고산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산행은 문경읍 마원리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이화령 바로 밑인 각서리 농산물 판매점 앞을 지나
잘 닦인 농로를 따라 능선을 오르는 것이 수월하다.
정상에 올라서면 동쪽으로 문경읍이 뚜렷이 보이고 그 너머로 운달산도 조망된다.
산 가까운 곳에는 연풍향교와 연풍성지가 있어 산행과 함께 돌아보면 좋다.
연풍향교는 조선 중종 때 창건되어 여러 차례 중수되었고,
연풍성지는 조선 정조 때의 신해교난 이후 연풍 지역에 은거하며 신앙을 지키다
순조 때 신유교난으로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한 자리를 성역화한 곳이다.
황학산 정상은 봉우리라기보다는 지나는 능선의 둔덕배기 같은데 정상석이 있어 인식할 뿐이다.
공간은 제법 평편한 터로 넓고 키 큰 잡목이 둘러 처서 눈구덩이에 들어온 것 같다.
올려다 보이는 백화산 가는 능선과 정상이 가다 흐려진다.
대간 길은 여기서 왼쪽으로 꺾이며 푹신한 하얀 카펫을 밟고 완만한 숲길 내리막을 달리면 된다.
두리둥실 눈 길인지? 구름 타고 가는지? 날라 가듯 바람을 가른다.
낙엽송이 하늘을 찌르는 이국적인 숲의 풍경 속에 왔다(14:08)
함께 가시던 분들도 느낌에 동감 하시는지 기념사진을 남기신다.
*이정표(14:08); 백화산(1:20), 흰듸뫼/분지리 안말(0:50/왼쪽)
일본 낙엽송이 시원하게 하늘로 솟고 섬세한 가지에 흰 눈까지 얹혀
흰 안개를 뿜어내는 나무 같다.
이 환상적 분위기의 넓은 숲길을 혼자 걷기에 아까워
그리운 사람 얼굴을 떠 올리며 먼지 가득한 추억의 액자를 입김 불어 닦아 본다.
살다가 첫눈 오는날에는 한 번씩 생각 해 주기로 했었다.
일본잎갈나무를 낙엽송이라 부른다,
침엽수이면서도 가을에 낙엽이지고 봄에 여린 새잎을 내서
다시 푸른 잎이 되어 여름에는 소나무인 것처럼 보인다.
가을 낙엽색도 황금빛으로 너무 아름다운 숲을 조령 3관문부근에서 보았다.
석양노을과 함께 물들 때면 차라리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색의 마술을 부린다.
한 때 이 나무는 산림녹화사업의 주역으로 고박정희대통령시대에 대대적으로 심어져
일부에서는 박정희나무라고도 하며 전봇대와 목재로도 쓰이다가
이제는 인건비도 안 되어 산속의 이방목이 되어 버린 이데올리기를 가진
일본이 원산지인 이국의 나무여서 일본낙엽송이라고 부른다.
군사독재. 산업화, 민주주의, 친일파 시비가 얽힌 부정적 이미지의 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의 일부로 심미적 아름다운 감성을 불러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름다운 애증이다.
*조봉(673m/14:42)
갈미봉은 좌회로 지나쳐서 지나지 못하고 약간의 언덕배기를 올라
길 왼쪽에 묏자리만큼의 자리에 표지석 하나 덩그러니 앉아 있는 조봉에 왔다.
새들이 이화령을 넘다가 힘들어 쉬어가는 곳인가? 새조(鳥)자를 쓰는 봉우리이다.
이화령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탄한 길이다.
왼쪽 분지리 건너편 이만봉 능선이 바람 맞은 물결처럼 일렁이며 흰 포말을 일으키며 흐른다.
이제는 바람이 조금 느껴진다.
오른쪽 아래서는 이화령을 오르는 숨 가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리고
중부내륙고속도로(45번/2004.12 개통)와 3번 국도가 보인다(15:07).
초소 위에서 능선을 버리고 오른쪽 아래 사면으로 내려가니
이화령 초소가 큰 나무와 같이 보인다.
좀 전의 능선길이 이화령길이 없을 때의 백두대간을 잇는 마루금인 듯하다?
계단길 끝에 아스팔트도로가 보인다.
* 이화령(梨花嶺=이화현, 이화이현, 어우릿재/ 548m/15:20) :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의 경계이며 도계이다
영남의 관문임을 알리는 거대한 경상북도 경계석이 위압적으로 서 있다.
넓은 고갯마루와 주차장, 휴게소가 있어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설경을 구경하기 위한 차량들이 간간이 들려 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등나무 벤치 옆으로 백두대간 조령산구간이 시작 되는 들머리에 입산금지 표식기가 있다.
문경 구간의 대간 길은 무려 110km로 길고 이 구간에 오미자가 많은지
오미자길 탐방로도 소개 되어 있다.
이화령은 소백산맥의 조령산(鳥嶺山:1,017m)과 갈미봉(葛味峰:783m) 사이에 있다.
예로부터 조령(鳥嶺:642m)이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을 잇는 주요 교통로로 이용되었지만
고개가 높고 험하여 불편하였다.
일제강점기 때 이러한 불편한 점과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을 말살하기 위하여
조령 바로 밑에 고개를 만들었다.
동쪽 사면은 조령천(鳥嶺川), 서쪽 사면은 연풍천(延豊川)의 하곡으로 이어진다.
그 이전에는 국도가 새재[鳥嶺]로 통하는 험난한 산로(山路)뿐이었으나,
신국도 3호선이 이화령을 통과함으로써 주변지역에서 생산되는 양잠·엽연초 등
특용작물의 수송도로로 이용된다.
충청북도의 충주권(忠州圈)과 경상북도 북부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탈바꿈하여
옛 조령에 이어 새로운 교통요충지가 되었다.
이 고개 밑으로 이화령터널이 1998년에 1.6km의 길이로 뚫려 개통되어
지금은 일부러 옛 추억을 더듬어 오는 이들 말고는 차량 통행이 한산한 추억의 재가 되어 버렸다.
지금 모습의 이화령은 현대사에 와서 한국전쟁 당시 서북청년단이 주축이 되어
옛길을 새로 닦았다고 하며 이후 2차선 아스팔트 포장이 되었다고 한다.
옛 길 가에는 돌배나무가 있어 봄이면 하얀 배꽃(이화/梨花)이 피었었다고 한다.
오늘 산행은 전형적인 눈 산행을 만끽 했다.
눈과 바람이 없이 수월했다.
위험 구간도 없었고 백화산 정상을 향한 오르막만 조금 힘들었을 뿐이다.
하얀 도화지 위에 어떤 색도 칠하고 싶지 않은 그저 바라만 보고 싶은 산행이었다.
뒤에 오시는 분들 기념사진을 찍어 드리기 위해 산행 끝머리에서 기다린다.
송계섭님, 김성식님 부부가 언제나처럼 함께 내려오신다.
장년에 부부가 건강한 모습으로 백두대간을 한다는 것은 큰 행복으로
산행 이상의 의미가 있는 행위이다.
고차원 삶을 사실수 있는 계기가 되실 것이다.
끝까지 무탈히 완주하시길 빈다.
하얀 배꽃처럼 눈꽃이 하얀 이화령에서......,
바람(김 성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