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08.16 남해군 창선면 죽방렴
친견이란 단어를 써도 과하지 않은 귀하신 몸이다. 한 줌은 좀 뻥이고, 한 상자(750g)에 8만원에서 21만원까지의 고고한 가격을 자랑하니, 친견했다고 표현을 해도 전혀 과하지 않을 일이다. 메루치라고 다 같은 메루치가 아니다. 성골, 진골, 육두품처럼 뼈와 피에도 완벽한 계급이 있듯이...
물고기도 어부도 세상도 순진했던 시절, 돛단배를 타고 나간 어부들은 물살 빠른 바다 길목마다 나무 말뚝을 부채꼴로 박아 놓았다. 부채꼴의 좁은 부분에 둥글게 대나무 발을 쳐 놓으면 멸치잡이 그걸로 끝이다. 그저 세월을 낚는 강태공처럼 기다리다 그냥 거둬들이기만 된다. 순진한 어부에, 순진한 멸치에, 순진한 나무다.(바다 안에서도 싹을 틔웠다)
멸치들은 말뚝을 요리 조리 피해 대나무 발 안으로 도망쳐 숨어든다. 그럼 어부들은 노를 저어 바다로 나와 제 발로 대나무 통발 속으로 기어들어온 멸치들을 거둬 들인다. 이름하여 남해섬의 명물 죽방렴(竹防簾)과 죽방멸치이다. 남해섬, 창선면과 삼동면의 두 지족리를 잇는 창선교에 서면 바다 안 죽방렴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순순히 어부들에게 온 멸치들은 그물에 강제로 걸릴 때의 스트레스가 없어 비늘 한점 손상되지 않은 완전한 몸매에 때깔 좋은 은빛을 자랑한다. 그래서 남해안의 죽방멸치는 나라 안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리는 성골 계급의 멸치이다.
보통의 멸치보다 좀 비싸긴 했지만 몇 년 전까지 죽방멸치가 간간히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씨알이 말라버렸으니, 그 원인이 보통사람들의 급격한 경제 계급의 하락인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오른 죽방멸치의 값인지는 모르겠다.
첫댓글 멸치 잡으러 가야겠넹ㅎㅎㅎ
보경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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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포나 남해로 가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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