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숲의 봄편지
노랑버스를 타고 내려서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이야기숲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이야기숲의 하루를 담은 봄편지를 띄어봅니다.
<오전 자유놀이>
놀이장화로 갈아 신고 놀이가 시작됩니다.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고 무슨 놀이를 할지 이야기도 나눕니다.
모래놀이터에서 올챙이집에서 텃밭마당에서 각자의 욕구에 맞춰 놀이를 통해 몸과 마음을 풀어냅니다.
이제 날씨가 많이 풀려서인지 아이들의 움직임도 놀이반경도 넓어졌습니다.
고운모래 만들기에 집중하고 또래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움을 만들어 냅니다.
살짝 쿵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며 움츠렸던 이야기숲 놀이꾼들의 상상력이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연못에도 귀여운 올챙이들의 힘찬 움직임이 보입니다.
작은 동물친구들이 이야기숲에 찾아와 줘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답니다.
<아침열기>
땡!땡!땡! 이야기숲의 종소리는 하던 활동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활동으로 전환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아이들은 아침 종소리에 하던 놀이를 정리하고 텃밭마당에 모입니다.
전래놀이, 절기체조, 간단한 몸풀기 놀이를 하며 몸과 마음을 이완시킵니다.
그리고 동그란 지구를 만들어
"아침 해님 활짝 하루를 엽니다.~ 우리 모두 활짝 마음을 엽니다.
즐거운 하루 행복한 우리 오늘 하루 가득 축복이 내려요~~"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으로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열기를 시작합니다.
그날 필요한 약속도 하고 숲대장님과 인원을 확인하며 어떤 친구가 결석했는지 알아봅니다.
숲대장은 연령별, 하고 싶은 사람 등 매주 다양한 방법으로 선출되며 일주일 동안 친구들의 도우미 역할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교사가 또는 형님들, 친구들이 아이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씩 노래로 축복해주는 ‘축복둥그레’로 열기를 마칩니다.
“별처럼 맑게 꽃처럼 아름답게 해처럼 빛나게 그렇게 되게 하소서~”
<오전간식>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하는 시간입니다.
간식은 계절과 날씨를 고려해서 제철먹거리, 착한 먹거리 부드러운 음식보다는 거친 음식으로 준비합니다.
<주제활동>
자연탐구, 숲속탐험, 숲밧줄놀이, 텃밭활동, 세시풍속 절기활동, 자연미술, 자연수학, 국악활동 등....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애기풀터, 작은강씨, 큰강씨, 바위놀이터, 모자바위, 참나무숲, 코끼리코미끄럼, 밧줄놀이터, 벚나무터 등 아이들이 이름 지은 다양한 놀이공간이 있습니다.
이번 주 화요일 아이들과 벚나무터에 다녀왔습니다.
벚나무터는 숨바꼭질하기 좋고 아이들이 오르기 좋은 나무들이 많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면 밧줄놀이도 하는 곳입니다.
흐드러지게 벚꽃이 필 때면 사진 찍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나무타기를 하며 스스로를 시험하고 한계를 인식하며 자신을 찐하게 느낀 하루였을 겁니다.
오전에 나무에 오르더니 오후에는 칡줄기를 허리에 묶고 하우스 기둥을 오르며 등반놀이로 놀이를 확장해 갑니다.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텃밭활동으로 봄농사 준비를 했습니다.
먼저 텃밭에 부족한 흙을 채웠습니다.
모래놀이터 놀잇감인 프라이팬을 들고 교사가 담아주는 흙을 담아 텃밭 두둑 위에 쏟아 붓는 아이들의 모습이 개미들을 닮았습니다. 누구 하나 힘들다고 빠지지 않고 모두 열심을 내는 아이들이 참 기특합니다.
거름도 뿌렸습니다. 거름이 흙에 좋은 영양제라고 하니 꼬마농부님들은 거름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진짜 농부들이 맞습니다. 교사들은 고랑을 만들고 밭두둑을 높였습니다. 제법 예쁜 텃밭이 되었습니다.
감자와 열매채소, 쌈채소들이 아이들처럼 풍성하게 잘 자라날 것 같습니다.
금요일에는 긴산행으로 바위놀이터에 다녀왔습니다.
바위놀이터 가는 길 알록달록 봄이 아이들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귀여운 분홍빛 진달래 꽃봉오리, 올괴물나무꽃, 개암나무의 노란 수꽃과 붉은 빛깔의 코딱지만한 암꽃,
노란빛을 살포시 드러낸 오동통한 생강나무 겨울꽃눈이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오르기 좋은 넓적한 바위들이 있어 해적놀이며 전쟁놀이를 하기 좋은 곳입니다.
바위 오르기를 즐기고, 아슬아슬한 높이에서 뛰어내리기를 시도해보기도 합니다.
햇볕을 온몸으로 마시겠다며 바위에 누워 낭만을 즐기는 아이,
마치 영웅이라도 되는 듯 한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호령을 하는 아이,
눈앞에 한무리의 악당이 있다는 듯 상상의 싸움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도 있네요.
봄이 오는 숲을 온전히 느낀 하루였습니다.
<점심시간>
숲대장님의 밥 기도와 민들레샘의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먹을 만큼 음식을 받아 깨끗이 먹습니다.
생협이나 한살림, 곳곳에서 겸손하게 자연의 흐름에 따라 온전하게 길러낸 안전한 먹거리입니다.
텃밭 농사가 시작되면 어린 농부님들이 직접 키운 작물이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먹는 즐거움에 더해 수다가 가득한 행복한 시간이랍니다.
소금양치로 한 끼를 마무리합니다.
흔히 사용하고 있는 치약은 인위적으로 가공된 화학 물질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습니다.
이야기숲에서는 대나무에 넣어 구운 질 좋은 소금으로 입을 헹구어 냅니다.
죽염 양치를 하면 치아도 튼튼해지고 소염, 살균, 방부작용을 비롯해 피를 맑게 해 줍니다.
<오후 자유놀이>
숲유치원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숲 주변이 모두 놀이 공간이 됩니다.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쉼 없이 놀이를 합니다.
온전히 자기들의 본성에 따라 하는 진짜놀이! 자유놀이 시간에 더욱 빛나는 아이들입니다.
무슨 놀이를 어떻게 할지 완벽한 선택의 자유를 누리는 이 시간이야 말로 아이들이 온전히 깨어있는 시간입니다.
<책읽기>
매일 하루를 마치기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동화책, 옛 이야기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계절에 맞게, 그 달의 주제, 절기에 맞게 내용을 고르지요. 아이들의 놀이 동선에 따라 숲에서 읽기도 하고 마당에서 읽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호기심, 창의력, 사고력 등을 자극해주는 시간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온 책을 읽는 날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데, 아마도 재미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는 기쁨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루 마무리>
마무리활동으로 시낭송, 하루 돌아보기, 차 마시기를 합니다.
바른 자세로 앉아 손은 가지런히 무릎에 놓고 눈을 감습니다.
가끔은 눈을 감기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눈을 감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시 읊는 소리가 매일 이야기숲을 울립니다.
몸가짐은 바로 마음가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자세가 중요하지요.
차분하게 들이마시고 내뱉는 긴 호흡을 통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루를 정리해봅니다.
하루 활동을 돌아보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과 관계 속에 배웠던 것들을 내면으로 소화시켜 냅니다.
계절과 날씨에 맞는 차를 매일 마십니다.
차는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본래의 자연스런 입맛으로 되돌려주며 아이들의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줍니다.
<닫기둥그레>
집에 갈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닫기 둥그레...
하루 활동의 시작을 노래로 열었다면 하루의 마무리도 노래로 닫습니다.
숲대장님을 따라 “저 위에 하늘과 저 아래 땅으로 천사들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네~
손을 내밀며 나는 말하네~~ 안녕! 친구들,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안아주고 내일을 기약합니다.
이야기숲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자연 속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아이들의 몸은 단단한 바위를 닮아가고 마음은 넓은 숲을 담아내며 정신은 높은 하늘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준이 생일
움트기 시작하는 봄에 태어난 이준이가 귀룽나무의 보들보들 새잎처럼 언제나 반가운 설렘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래봅니다. 친구들은 다섯 살 때보다 더 착해졌다며 칭찬하고, 동생들은 잘 웃겨주고 놀아준다며 고마워하네요.
봄이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네요. 주말에 봄과 반갑게 인사 나눠보세요~
첫댓글 나무 높은 곳에 올라 자신감에 차있는 사진은 참 보기 좋은 거 같아요! 그래비티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위대함도 살짝 느껴지기도 하고요~
은하가 내려올때 신기 편하게 장화를 놓아 준 친구의 따뜻한 마음도 감동이네요^^
자신감 차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종종 있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전 완전 "T" 거든요. 그런 저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아이들은 정말 대단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