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캡슐 코퍼레이션에 취직해 도복 대신에 양복을 입을 일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검은 양복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울 보며 생각한다. 매년 이 날만 되면 마음이 안 좋기에 이젠 눈만 봐도 아는 건가? 부라는 오천의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일부로 볼을 살짝 꼬집고 처녀때나 부리던 애교를 부린다. 나이가 들었어도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와아! 새로 산 정장이 이렇게나 잘 어울릴 줄이야!! 역시 우리 남편이라니깐!"
"형이 보면 멋있다고 생각할까~?"
"감탄이 아니라 도로 깨어날 정도로 광체가 나는 걸!"
"푸핫, 오버하지마!"
"당신꺼 사면서 오성이 옷도 샀어, 오늘이 오성이 진짜 생일이잖아. 보고 멋있다고 칭찬도 좀 해줘."
그래, 오늘이 오성이의 진짜 생일이었지. 오성이가 태어난 날 형이 죽었지, 형의 숨이 끊어짐과 동시에 막혀있던 오성이의 목은 틔여서 그제서야 진짜 태어난 듯 울기 시작했고 난 내 고막을 터트려 없애고 싶을 만큼 그 울음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는데 저주스러운 울음 소리를 들려줬던 그 아이를 거둬서 얼마 뒤 태어난 우리 오란이의 생일에 맞춰 진짜 쌍둥이처럼 키웠다.
내게서 형을 앗아간 이 아이는 오늘이 자기 진짜 생일인 걸 아는지 선물로 받은 옷을 입고 내 앞에 와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조카인 이 아이는 슬프게도 날 삼촌이 아니라 이렇게 부른다.
"아빠.."
"우리 아들! 이제 신사가 다 됐네! 그치 여보~?"
"제사에 늦겠어, 얼른 가자. 새 옷 입고 가니까 날아서 움직이는 것보단 비행기를 타고가야지."
"응? 생각해보니 그렇네, 오란아! 오경아! 얼른 나가자!"
무공술로 날아가면 몇 분 안 돼 도착할텐데 비행기를 타고 가니 파오즈산까지 가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운전도 오래하니까 힘드네, 아버지 보면 나중에 순간이동 기술 좀 알려달라고 해야겠다.
대기업에서 일 하느라 바빠서 오반의 기일이 아니면 좀 처럼 찾아 오기 힘들기에 오랜만에 맡는 고향의 바람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손자들은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기며 재롱부리고 오천과 부라는 자신들을 맞는 또 다른 인물의 등장에 놀란다.
"여~ 이제 오냐? 제.부!"
"트랭크스! 네가 여긴 웬 일이야?!"
"나도 오랜만에 오반이형 생각이 나서 왔어~"
"안녕하세요!!"
"넥이랑 카라도 왔구나!"
트랭크스와 오천은 지금은 팡의 방이 된 예전 오천과 오반의 방에 들어가자 오반의 사진이 향 옆에서 그들을 맞는다. 방을 둘러보며 벽지와 가구등은 바꼈지만 추억마저 없어지지는 않았기에 다시 한번 옛날을 생각하게 된다. 이 방에서 오반형의 노트북을 뒤져서 이상한 것들도 발견하고 놀려댔었는데.. 둘다 그 때 일이 생각난건지 쿡쿡 웃어댄다.
좀처럼 사진을 잘 찍지 않았기에 모락모락 올라가는 향의 옆에 있는 오반은 그 때 그 시절의 모습으로 웃고있었다.
"오천아 라이터있어?"
"형이 담배 끊으라 그래서 안 핀지 10년이 넘은거 몰라?"
"그래.. 담배 끊은 네가 라이터를 갖고 있을리가 없지."
"너도 마론이랑 넥, 카라를 생각해서라도 얼른 끊어!!"
"그치만 이게 잘 안 되는걸~! 같이 나가자."
"못 말려."
오천과 트랭크스가 나간지 얼마 안 돼 또 문이 열리며 작은 그림자가 비친다. 별 생각 없이 들어 온 오성은 작은 액자 속 사진의 인물을 보며 의아해한다. 누구지? 그러고보니.. 명절 때도 가끔 안 올 때도 있는데 오늘 날짜는 꼭 지켜서 왔어..
"오성아, 여기서 뭐하니?"
"아? 팡 누나, 이 사람 누구야?"
팡은 어린동생을 애처롭게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고 다시 사진을 보며 말한다.
"돌아가신 우리아빠.."
"아.. 누나의 아빠는 돌아가셨구나."
"그래, 너한텐... 너한텐 큰 아버지가 되겠구나."
"다정했어??"
"응.. 자상하셨고."
"난 왜 아빠를 안 닮았나 궁금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난 큰 아빠랑 더 닮은 것 같네 혹시 나 우리 아빠 아들이아니라 큰 아빠 아들인거 아냐?"
별 생각 없이 웃으며 던진 오성의 말에 팡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렇게 농담식으로 했던 말이 사실인 걸 알면 얼마나 상처 받을까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숨긴체 웃으며 오성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고는
"아얏!"
"헛소리는! 오천 삼촌이 들으면 서운해하겠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 아빠.."
이내 오천을 따라 나가는 오성의 뒷 모습을 팡은 쓸쓸히 지켜본다.
볼 때마다 점점 더 오반을 닮아가는 오성을 보고 또 울컥한 치치를 오공이 옆에서 달래주며 계속 이러면 오반이도 마음 편하게 못 있잖아.. 치치는 오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오성이 넌.. 정말 네 아빠를 많이 닮았구나."
"제가 정말 아빠랑 닮았어요?"
"그럼.. 모든게 다 닮았어."
"봐, 할머니도 같은 생각하잖아. 이제 할아버지말 믿겠지?"
"네! 헤헤.."
물론 오공과 치치가 말하는 아버지를 오성이 알 리는 없다.
치치와 마론을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사이어인이라 그에 걸맞게 음식을 차리다 보니 집에 있던 모든 테이블을 거실에 갖고 나와야했다. 먹는 것만큼 흘리는 양이 많은 오경이의 옷을 일일이 닦아주는 것이 더 오래 걸려 얼른 먹이고 보내기 위해 오천은 아예 오경이의 숟가락을 들고 한입 한입 떠 먹여준다.
"오성아, 이것도 먹고 이것도 먹어 봐."
"엄마 전 잘 먹고 있어요 엄마도 많이 드세요."
부라는 신경 쓸 오성이 걱정 돼 옆에 있는 반찬들을 모두 집어서 덜어 준다. 정말 친 엄마 처럼 오성을 챙겨주는 부라에게 오공은 늘 고맙게 생각해 요즘 베지터의 비위를 더 잘 맞춰주고 있다. 화목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랭크스가 무심코 하는 말에 모두 경직이 될 뻔했다.
"부라 너도 완전 엄마가 다 됐네!"
"흥! 내가 엄마지 그럼 아줌마야?"
"오란이보다 오성이를 더 챙기다니 큭큭,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돌... 웁!!!"
부라가 던진 만두 하나가 트랭크스의 입에 정확히 물리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마찬가지로 심장이 벌렁 거렸던 마론도 트랭크스의 굵은 허벅지를 꽈악! 꼬집으며 으아악!하며 통증을 호소하는 트랭크스의 귀에다 대고 말한다. 말을 할 땐 생각 좀 하고 말 하라고 도대체 몇 번을 말해!! 부라도 트랭크스를 보며 이를 간다. 한 번만 더 그러면 오빠 입을 바늘로 꿰 버릴거야..!!
어째 음식이 줄어드는 속도가 늦춰졌다고 느꼈는데 오란과 오경, 넥과 카라 넷은 사이어인의 본능을 그대로 물려받아 만나기만 하면 대련부터 하고 본다. 그 날도 여지 없이 밥 먹자마자 식후전이라며 밖에 나가 그러는 동생들을 보며 소외감을 느끼는 오성의 손을 팡이 꼭 붙 잡는다.
"오성아, 싸움 같은 거 못 해도 괜찮아. 평범하게 사는 게 나쁜건 아니야.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거지?"
"응! 근데..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무술도 해보고 싶어.."
무술을 하고 싶단 오성의 말에 팡도 당황하고 식탁의 분위기가 갑자기 차가워진다. 일찍 철이 들긴 했지만 아직 어린 아이인 오성은 어른들의 마음을 차마 읽지 못 한체 자신의 마음을 줄줄이 얘기하는데..
"나도 모든 식구들처럼 하늘도 날아다니고 싶고 에너지파도 쏘고싶어.."
"너 그게 무슨 말이야!! 고작 네 힘으로 무술따위는 꿈도 꾸지 말라고 했을텐데 또 그딴 소리야?!!!"
"아...아아.."
갑자기 높아진 언성으로 호통을 치는 오천의 행동에 오성은 그만 수저를 떨어트린다. 눈물까지 맺힌 체 벌벌 떠는 오성을 부라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 달랜다. 오성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팡은 그동안 참았던 감정을 오천에게 쏟아붇는다.
"삼촌 뭐야!!! 왜 매일 오성이한테 이런 식이야?!! 오성이가 뭘 안다고 그래!!!!! 그냥.. 다른 가족들 처럼 강했으면 이라고 바라는 것 뿐이야!!!!!"
"팡, 그만해. 오천아, 아빠랑 얘기 좀 하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삭막해져버렸다. 오공은 오천을 데리고 방에 들어갔고 치치는 옆에 없는 오반의 이름을 부르며 한탄했다. 팡은 사촌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것도 서러운데 동생의 처지가 너무 불쌍해 그만 눈물이 맺혀 밖으로 뛰어나가버리고 트랭크스와 마론은 뻘쭘한 상황에 어쩔줄을 몰라한다.
팡은 숙모인 부라를 엄마라 부르며 안겨 우는 오성의 말에 물 풍선이 바늘에 찔린 듯 쉴 세 없이 눈물이 흐른다.
"엄마.. 나 아빠가 무서워, 아빠는 왜 날 싫어해?"
"아니야 오성아, 아빠는 네가 걱정되서 이러는 거야.. 팡?"
부라는 팡의 마음을 읽었는지 천천히 자리를 비켜준다.
파오즈 산의 하늘은 맑은 공기로 밤 하늘의 별 들이 그대로 보여 밝은 아름다운 하늘이다. 우리가 평범한 남매로 자랐다면 매일 밤 마다 저 별들을 같이 볼 수 있었을텐데.. 팡은 여전히 울고있는 동생을 품에 꼭 껴안는다. 별똥별이 떨어지듯 머리 위에 떨어진 팡의 눈물에 오성은 고개를 들어 팡의 얼굴을 본 다.
"누나가 네 곁에 있어주지 못 해서 정말 미안해."
kinkikids-순백의 달.mp3
첫댓글 슬프네요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났으면 좋겠는데 ...
이미 네이버에서 완결을 다 냈답니다...^^
어? 블로그가 아니라 카페인가 보죠?
헐 1997년생이하만 가입가능 ㄷㄷ
블로그에는 서로이웃으로 올렸어요ㅋ
혹시.. 절 찾으셨다면 이웃신청을 해주시길!ㅋ
오 감사합니다 님 블로그 주소라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블로그 관리 아에 안하는데 ㅋ)
http://blog.naver.com/dldnjswl1 이거에요^^
요즘도 연재하고 있는 소설이 있긴 하지만 거의 중단상태라는..ㅠ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