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月의 어느 일요일에 초등학교 동창의 女兒 결혼식이 있었는데 한번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에 개구장이 구실을 하다보니 여자들이 고무줄 놀이 하면 칼로 잘라 버리곤 했다. 이것도 부족해 얼굴이 에쁜 여자를 치마도 들춰 버리고 하면 눈물을 흘리며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 친구는 매를 맞는게 일쑤였다. 가정 형펀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을 못하게 되어서 일지감치 서울로 올라온 모양이다.
그 친구는 나보다 두살이나 위인데 초등학교 다닐때부터 이성(異性)이 뭔지 알고는 열아홉살에 연애를 하여 아이를 놓은것이다.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때 아빠가 되었으니 마치 부모와 자식간에 세대 차이를 느끼는 기분이었다. 이번에 결혼을 하는 딸 아이도 나이가 서른셋에 벌써 사위를 보는것은 좋지만 손녀딸이 일곱살이라니 한펀으론 우스운 기분이 든다. 그 전날 밤에 내가 에식장에 가야하는 이유는 가정 형펀이 어려워 중학교에도 진학을 못한 그 친구를 생각해 등산을 포기하고 가기로 하고 부줏돈도 다른 친구보다 약간 많이넣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음날 새멱에 평상시와 같이 일어나 P/C에 앉기전에 커피 한잔을 끓여 가지고 맛을 음미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곱시가 되어도 일어나지 않길래 내가 주방에서 라면을 끓이며 신선한 야채라도 썰어넣으면 좋은데 없다보니 냉장고에서 계란 하나를 꺼내 집어 넣었다. 일요일 아침 식탁에 홀로앉아 라면을 먹는데 뜨거워 국물을 따라내고 시원한 우유를 집어 넣으니 시원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주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도 들은척도 없이 드러누워 잠자는 모습을 보고 안방 욕실에 들어가 면도를 했다. 피부가 안좋아 일요일에는 면도를 안할려고 하는데 요즈음에는 너무나 바쁜탓에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한다. 욕실에서 너무나 시끄러워도 일어날줄 모르는 모습을 보며 나이가 먹어가는 부부의 참모습을 여기에서 발견한다. 머리를 감고서 나오며 친구가 사위를 본다고 예식장에 가는데 평상시 보다 거울을 더보게 만든다. 아홉시가 조금지나 옷을 갈아 입을려고 하는데 나를 부르는것 이다.
周熙 (氏)! .. 오늘 예식이 몇시야 ... 넥타이를 매는 도중에 그러길래 12시라고 하니까 뭘 그리 일찍 가느냐고 한다. 그러길래 들은척도 하지않고 집을 나오고는 열시 반쯤 전철을 타고 친구의 딸 예식이 있는 장소로 가며 출입문에 기대서니 창밖을 내다보게 만든다. 누구나 지천명의 나이에 실감이 안나는것은 20년 전,후로 결혼을 한것이 엊그제인데 세월이 흘러 강산이 두번 변하게 되니 자식들의 결혼식이 아니던가? .. 머리는 하얗게 물들고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보릿고개 시절 고향에서 학교를 같이 다닌 죽마고우들 두달여만에 한자리에 모였는데 그래도 돋보이는것은 뭐니뭐니 해도 고향을 지키고 살고있는 친구들이다. 시골의 흙 냄새가 풍겨오고 얼굴들 여기 다시모여 반가움의 꽃을 피운게 그리도 좋은 하루가 없었다.
예식장의 지하에서 갈비탕으로 식사를 하며 소줏잔을 기울며 시간을 보냈는데 친구들이 바쁜 사정으로빠지고 보니 불과 여러명이 남게 되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운 탓에 지하철을 타고서 여의 나루로 향했다. 도착을 해보니 한강변의 공원엔 많은 인파들이 모여 일요일의 하루를 만끽 이라도 하듯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서울에 살며 도심을 가로 지르는 한강을 대중교통으로 이용하여 바라만 보았지 실제로 강변에 내려오긴 처음 이었다. 한강하면 떠 오르는게 유람선이라 이번 기회에 타보게 되어 즐거웠다. 왕복 한시간 요금이 9천원인데 유람선엔 2백여명이 탈수있는데 규모가 조금 큰것이엇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한강물을 쳐다보던 느낌과 달리 유람선이 여의나루를 출발해 가는동안 여의도의빌딩을 한강에서 바라보니 더욱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못가본 육 삼 빌딩을
바라보며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모습과 푸른 강물의 만남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듯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당산철교 밑을 지나는데 절두산 성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조금 지나자 좌측의 밤섬은 처음보는 탓에 도심에도 좋은곳이 있구나 마음에 들었다. 유람선에서 남,녀 동창들이 어우러져 오징어와 군밤을 먹으며 마치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람선은 성산대교 에서 반환을 하는데 눈길을 끄느것은 분수였는데 높이 백미터 이상 치솟는것이 장관을 이루었다. 한시간도 금새 지나가는것도 그렇지만 도심을 밑에서 위로 쳐다보는게 다를뿐 볼거리는 크게 없었다. 선착장에 내리니 즉석 사진기사 아저씨가 사진하나 찍으라고 붙들리는 바람에 포즈를 취하고 촬영을 했다. 고향의 벗들과 야외에서 사진을 찍은것이
처음이다. 다음엔 버스를 타고서 영등포로 향하는 도중에 여의도에 인파가 많은것이 신록의 계절을 말해주듯 나무밑과 한강 둑에 앉아 젊은 연인들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것을 보며
지나간 세월의 뒷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영등포역 앞의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 호프집으로 발길을 돌려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씩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따라 좋은것은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많아 꽃밭에 어울린것이 10월에 피는 단풍에 비하랴 ... 벌써 하루가 가듯 태양은 서산에 기우니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며 그냥 헤어지기 아쉽기라도 하듯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 불낙전골인지 모르지만 탕을 시켜 소주 한잔을 걸치고 나왔다. 이제 정말 헤어져야할 시간 이지만 내 생각은 다시 호프집에 들어가 밤을 지새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집에 들어오니 옥상에 빨래 걷으러 가자고 하길래 두말도 없이 옷을 갈아입고 올라갔다. 아침에 세탁기를 내가 돌린것을 뒷처리도 해야하는 남자의 인생이란 가엾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있을때 잘해" 그 노랫 가사를 들먹이는 바람에 한숨만 나오게 만든다. 신혼때 큰소리 치며 무슨 일이든 뒤집어야 좋았던 그 시절은 아니오고 세월이 흐를수록 주눅이 드는 인생이란
무엇일까? .. 세월이 흘러 자식들이 혼사를 치루는 세대에 살며 옥상에서 푸른 창공을 바라보니 반달과 주변에 많은 별들이 오늘 겷혼을 치룬 친구의 사위와 딸에게 언제나 변함없는 푸른 마음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라"고 축복을 내려주는것 같았다. ... 南 周 熙
왜 그렇게 힘이 없게 살고 계십니가? 라고 묻고 싶네요. 집사람이 그리도 무섭사옵니까? 같은 여자로서 제가 화가 다 나네요.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하늘같은 남편님한테 빨래 걷는 심부름을 시키는 안사람은 바깥분께 대접받기를 바란다면 안되겠네요. 본인이 대접을 받으려면 상대방에게 더 잘해주어야 하지 않나요? 외출해서 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따뜻한 목욕물은 받아놓지 않더라도 허드레일은 시키지 말아야지. 아이구 내가 다~아 속상해죽겠네요. 죄송해요 괜시리 열 받아서 ~~ 저희 집은 남편이 하늘인지라 제가 왕처럼 모시거든요^^ 저도 여왕대접을 받구요.
첫댓글 아침에 외출하는 남편을 등한시하고 자는 마눌 정말 요럴때는 밉지요?불안해서라도 저같음 잠 안오겠구만 보내고 또 자더라도.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다 타고난 팔자려니 하고 .불만이 많아 투덜거려도 해줄건 해 주시네요 그려~ㅎㅎ
내 인생은 그러너니 합니다 ..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 ..
s늘 느끼는것이지만 솔직담백한 글 잘읽었습니다. ㅋㅋ이왕하실꺼라면 즐겁게하세요!!!자신을위해서,,,전 아버님과함께살면서 13년째 직장셍활을하고있기때문에 엄두도....
시아버님을 모시고 계시나 본데 이런 분들은 늘 존경하고 싶습니다 .. 부모가 잘하면 孝心을 자식들도 배우개 되니 좋으리아 봅니다 .. 댓글에 감사 드리며 늘 하시는 일이 잘 되시고 健康 하세요 ,,
나이가 들면서 마나님에게도 주위에도 더 잘해주면서 자상한 남편으로 사신다고 생각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 하시길 바래요^^ 요즘 계절이 좋아서 결혼식들을 참 많이 하더군요.. 울 아버지 아침에 통화 했는데 오늘과 내일에 결혼식에 가야할 곳이 일곱 군데나 된다고..ㅎㅎ
왜 그렇게 힘이 없게 살고 계십니가? 라고 묻고 싶네요. 집사람이 그리도 무섭사옵니까? 같은 여자로서 제가 화가 다 나네요.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하늘같은 남편님한테 빨래 걷는 심부름을 시키는 안사람은 바깥분께 대접받기를 바란다면 안되겠네요. 본인이 대접을 받으려면 상대방에게 더 잘해주어야 하지 않나요? 외출해서 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따뜻한 목욕물은 받아놓지 않더라도 허드레일은 시키지 말아야지. 아이구 내가 다~아 속상해죽겠네요. 죄송해요 괜시리 열 받아서 ~~ 저희 집은 남편이 하늘인지라 제가 왕처럼 모시거든요^^ 저도 여왕대접을 받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