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산골짜기 오두막의 스케치>
낮에는 솔개란 놈 제 맘대로 활개 치며 창공을 휘저어 날을 수 있고, 밤에는 하늘에 도배된 별들을 다 쓸어 안아 볼 수 있는 심호흡 한 번으로 열흘을 살 수 있는 확 트인 개활지다.
황토 반죽 지푸라기 섞어 조약돌 사이사이 끼워 벽을 쌓고 쭉쭉 뻗어 곧게 자란 소나무 껍질 벗겨 서까래 얼기설기 엮어서 지붕을 완성하니 고대광실 부럽지 않은 아담한 보금자리이다.
살강 아래 쌀독에서 표주박 종기로 한 줌의 쌀을 퍼 넣고 이것저것 섞어 지은 잡곡밥에 텃밭의 풋고추 된장 듬뿍 찍어 씹으니 아삭거리는 소리와 풋내음은 오두막의 정취이다.
빛바래고 누더기 흔적들의 옷이지만 잿물에 푹신 삶아 때 구정물 또랑 물에 헹구어 짜고 홱홱 털어 빨래 가지랭이에 말려 입으니 언제나 고실고실하고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다.
먹통 같은 밤이면 전깃불은커녕 석유 등잔도 없는 산골짜기 오두막에 관솔 개비로 불을 켜 온방이 시커멓게 그을려도 투박한 색깔 퀴퀴한 냄새는 생명의 흔적들이다.
어느새 자란 솔푸덩 둥지 꺼병이 형제들, 까투리 엄마는 요리조리 걸음마 연습이 한창이고 장끼 아빠는 먼발치에서 행여 어쩔까 봐 새끼들 감시에 눈을 떼지 못한다.
소나무 등걸에 자리 잡은 송이버섯 가족들 할아버지와 손자까지 얼굴 맞대고 오순도순 환하게 웃으며 살고 있어 욕심 없이 살아가는 가족들의 거울이다.
숲 속의 작은 둠벙 송사리들 옹기종기 모였다 사~알 짝 들여다보니 후다닥 돌 틈으로 숨는다. 예쁘고 귀여워서 그랬는데 덥수룩한 수염과 푸석푸석한 머리의 산사람이 무서웠나 보다.
실개천에 오가는 임들 건널 수 있게 징검다리 놓고 언덕배기에 넓적 큰 돌 괴어 쉼터 의자 만들어 놓으니 길손들은 뜸하고 산새들 휴식처 되어버려 새똥만 수북하게 쌓여 있다.
솔가리 한 바작 긁어 부엌 적구대기에 쌓아 놓고 군불을 지피니 따뜻하고 평온한 뽀얀 연기 산기슭에 퍼져 외로운 오두막의 손짓에 억새꽃들이 덩달아 춤을 춘다.
기념일에 축하 케이크나 선물 없어도 야생화 고이 엮어 꽃목걸이 걸어주고 장독에 곰삭은 머루주 한 종발 서로 권하며 차가운 손 함께 잡고 녹여주며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가 전부이다.
산골짜기 오두막은 손에 든 것은 없어도 온 세상 모든 것 눈으로 냄새 맡을 수 있고 코로 볼 수 있으며 귀로 맛볼 수 있어 그리도 좋다. 가장 가난한 사람이 제일 부자인 곳이 산골짜기 마을이다.
낮에는 울타리 사이로 들 짐들 기웃거리며 아는 체 몸짓에 대꾸하기 바쁘다, 밤에는 숲 속의 산새들 앞 다투어 구구대며 적막의 산골짜기를 잠재운다. 낮과 밤 없이 예쁜이가 늘 옆에 있어 아담과 이브처럼 만년해로(萬年偕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