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단순하지만 감각적인 아파트
마치 하얀 캔버스처럼 화이트한 공간을 원한 아프로캣 이지혜 실장. 거실에는 레트로한 가리모쿠 가구와 심플하고 모던한 헤이의 가구를 감각적으로 매치시켰다.
현관에 들어서면 비대칭형으로 세운 가벽과 초록색의 중문을 마주하게 된다.
중문 바로 오른쪽으로 남편의 서재가 있는데, 중문을 닫으면 독립적인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집을 하나 시공하고 있어요.” 두 달 전, 스타일리스트 심희진 실장과의 통화에서 들은 이야기였다. 디자인 문구 브랜드 아프로캣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부부가 이사할 집의 인테리어를 맡았다는 그녀는 까다롭지만 명확하고, 단순하지만 감각적인 클라이언트 덕분에 독특한 인테리어가 완성되어간다며 귀띔해주었던 것. 디자이너 부부의 취향이 담긴 아파트가 궁금해 촬영을 요청했고, 긴 기다림 끝에 완공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완공 후에도 가구와 소품을 모두 채우고 집을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집주인의 청이 있어, 아쉽지만 완벽한 모습을 기대하며 몇 주 더 촬영을 미뤄야 했다. 디자이너 특유의 완벽주의랄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모습에 호기심은 더해졌고, 마침내 찾은 아파트는 현관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드러냈다.
주택 같은 아파트, 여유로움을 담다
디자인을 전공한 부부가 합심해 탄생시킨 아프로캣은 귀여운 페이퍼 돌과 손맛 나는 낙서 그림 등의 디자인으로 추억과 감성을 담아내는 문구 브랜드다. 최근까지 혜화동 단독주택을 집과 사무실을 겸해 사용했으나 두 딸아이가 점차 크면서 아파트를 얻어 이사를 나오기로 결정했다. 시공을 맡길 스타일리스트를 물색하던 중 트위니 심희진 실장의 포트폴리오를 보게 되었고 그녀의 작업이 마음에 들어 바로 연락을 취했다. 이 집의 안주인이자 아프로캣 디자인 실장인 이지혜 씨는 아파트에서 살더라도 식물이 가든한 마당, 높은 천고, 계단과 다락방 등으로 아늑함과 여유로움을 누리던 주택에서의 삶을 누릴 수 있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심희진 실장은 공간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먼저 천고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보통 아파트 천장은 2.3m 정도 높이인데 천장을 뜯어내면 천고를 0.2m 정도 높일 수 있다. 다행히 아파트 꼭대기 층인 덕에 거실 천장이 박공형으로 되어 있어 천장 높이를 최대 2.7m까지 올렸다. 일반 아파트나 주택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박공형 지붕을 발견한 것은 모두에게 큰 수확이었다. 훨씬 높아진 천고로 입체적인 공간이 탄생된 것. 또한 현관에 설치한 가벽은 거실 레이아웃 변경을 가능케 해 다이닝 공간을 거실로 확장시켰다. 주방은 좁은 까닭에 맞춤형 가구를 들여 수납력을 높이고 아일랜드를 설치, 동선을 최소화해 공간 효율을 높였다. 이지혜 씨가 가장 공을 들인 공간 중 하나가 바로 베란다 정원이다. 주택의 마당 대신 식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 거실과 베란다 사이 가벽을 세운 후 빈티지 유리창을 설치해 거실에서도 식물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은 심희진 실장의 배려다.
01 아프로캣 디자이너 실장이자 이 집의 안주인인 이지혜 씨와 둘째 딸 세령이.
02 맞춤 제작한 가구로 공간 활용도를 높인 다이닝 룸. 아일랜드 옆에는 매렵형 양념통을 설치하고, 자투리 공간에는 냄비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디자인, 일상에 스미다
집이자 아프로캣의 사무실이었던 주택에서의 삶은 언제나 디자인과 일상이 공존했다. 새로 이사하는 아파트 역시 그런 공간이 되길 원했다. 마감재의 소재와 디자인, 컬러는 물론 조명과 소품 하나까지 세심한 손길로 완성했다. 거실 한구석 다이닝 공간은 심플하고 베이식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헤이의 히 다이닝 체어와 양쪽에 자리한 3개의 다리 프레임이 독특한 루프 스탠드 테이블이 모던한 공간을 만들고, 그 오른쪽은 가리모쿠 소파와 암체어, 원목 테이블이 레트로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빈티지한 베란다 창과 현관 가벽 위에 올린 빈티지한 인형 소품 등 곳곳에 스민 디자인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이들 가족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01 거실과 배란다 사이 가벽을 설치한 뒤 빈티지한 창을 냈다.
02 이지헤 씨의 취미 공간인 베란다 가든. 이번 시공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된 공간이다.
03 천장 배수관은 석고 붕대로 감아 마감했다. 천고가 높아져 시각적으로 공간이 넓어 보인다.
01 침대와 화장대 단 2개의 가구만을 들인 부부의 침실. 대리석 타일 마감재를 베란다까지 연결해 깔아 공간이 넓어 보이게 했다.
02 작은 플라워 패턴의 벽지로 마감한 침실 벽. 집 안 곳곳 엿보이는 레트로한 무드의 디자인을 침실에도 적용했다.
03, 04 가벽을 세워 콤팩트한 사이즈의 드레스 룸과 욕실을 만들었다.
과감한 구조 변경, 공간을 만들다
오래된 아파트는 방의 구조나 배치가 효율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때 포기할 부분과 극대화할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과감한 구조 변경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면 같은 공간이라도 2배 이상의 효율성을 누릴 수 있다. 이번 시공에서는 침실과 아이 방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부부에게 침실은 휴식과 수면을 위한 공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오래된 아파트라 부부 침실이 필요 이상으로 넓었고 이를 고민하던 부부는 심희진 실장의 조언대로 침실에 가벽을 세워 드레스 룸과 욕실을 만들었다. 침실을 줄인 대신 베란다의 문턱을 없애고 화이트 대리석 바닥재를 깔아 공간이 연장된 느낌이 들도록 마감해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 두 딸아이의 방은 천장을 높이고 복층 구조로 만들어 작은 다락 공간을 마련했다. 아래층은 놀이 방 겸 공부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단 아래 공간엔 책상을 짜 넣고, 계단 벽은 책장으로 활용했다. 위층은 아이들이 아늑하게 잠들 수 있도록 침실로 꾸몄다.
시공 심희진(트위니 031-712-5177, www.twiny.co.kr)
01 베이비 핑크 벽지로 러블리한 무드를 살린 아이 방. 이지혜 씨와 두 딸아이의 컬렉션인 디자인 인형들이 잘 보이도록 선반을 설치했다. 인형 선반은 그 자체로 디자인 포인트가 된다.
02 천고를 높인 뒤 복층 구조로 만든 아이 방. 계단은 아이들이 책을 읽는 공간이다.
컬렉션, 데커레이션 요소가 되다
디자인 문구 회사를 운영하는 이지혜 씨에게 영감을 주는 아이템은 어릴 적부터 모아온 일본과 유럽의 빈티지 소품과 인형이다. 이사 전 회사 곳곳을 장식하던 이 컬렉션들을 차곡차곡 챙겨 이 집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다른 이들처럼 장을 만들어 진열하거나, 한곳에 모아두는 것보다 집 안 곳곳, 언제나 눈에 보이는 자리에 놓아두길 원했다. 가벽 위, 문 틀 위 선반 등 장소 불문, 눈에 잘 띄는 곳마다 컬렉션 소품을 올려두니 그 자체로 데커레이션 요소가 되어 공간을 채운다. 레트로한 느낌의 인형과 틴 케이스, 눈동자가 움직이는 고양이 시계, 베어브릭스 등 소소한 인형과 소품은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01 남편의 서재 문틀 위 미니 선반에 놓은 베어브릭스 인형과 디자인 인형.
02 흰색의 거실 벽 한구석을 차지한 고양이 벽시계. 눈동자가 오른쪽과 왼쪽을 오가며 초를 재는 모습이 재미를 더한다.
03 레트로한 무드의 아톰과 코끼리, 양과 말 인형 등은 현관 가벽 위에 올려 장식했다.
04 주방 옆 다용도실 문틀 위에는 유럽풍의 빈티지 틴 케이스를 놓았다.
05 소파의 높이에 맞춰 제작한 거실 가벽은 수납공간으로 활용한다. 가벽 위에는 아프로캣의 디자인 달력과 인형, 장난감 자동차로 장식했다.
Ideas to Steal
디자이너의 집답게 집 안 곳곳 위트 있고 실용성까지 겸비한 데커레이션이 눈에 띈다. 외국 디자인 서적과 생활 속 아이디어를 접목해 완성한 인테리어 아이디어 몇 가지를 소개한다.
01 파스텔 펜던트 조명
무토의 파스텔 펜던트 조명은 배선 연결 후 천장의 배수관에 자연스레 감아 늘어뜨린다. 화이트 공간의 파스텔컬러 소품은 공간을 부드럽고 화사하게 만들어줘 효과적이다. 테이블과 아일랜드 위에 설치하고 스위치를 따로 연결하면 필요할 때만 켤 수 있어 절전 효과까지 있다.
02 스틸 타공판 신발장
이지혜 씨가 자주 다니던 숍에서 눈여겨봤던 스틸 타공판을 신발장 문으로 활용했다. 마그네틱으로 장식 효과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종이에 메모를 써 붙여놓을 수도 있어 실용적이다.
03 창문형 거울과 북 월데코
현관문을 열면 바로 마주하는 것이 이 독특한 북 월데코와 거울이다. 마치 밖이 내다보일 것 같은 창문 모양의 거울은 화이트한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도록 시각적인 효과를 준다. 책 더미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월데코는 디자인 서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치했다.
04 클래식한 거울 램프
형광등 대신 작은 조명만을 설치한 부부의 침실. 앤티크한 디자인의 벽 램프에는 거울이 달려 있어 빛을 반사해 조도를 높여준다. 간접 조명 효과로 분위기까지 더할 수 있다.
까사리빙 2013년 9월호
에디터 I 이선영
포토그래퍼 I 심윤석
첫댓글 인테리어 넘 예뻐요! 살고싶은집!!!!
깔끔하니이뿌다..^^
탐나는게 몇 개 있네용ㅋㅋㅋㅋ
이런곳에서는 아가들 못키울것 같아요..
연필들고 낙서를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