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1. 18:00 부산 수영요트경기장 광장에서 출발하는 이번 대회는 여름동안 충실하지 못햇던 훈련을 보충 하고자 다가오는 10월의 마라톤 풀코스 대회의 대비 훈련차 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저녁6시에 출발하는 대회지만 열대야현상 때문에 힘들것 같아 그동안 마라톤 풀코스 13회 완주 경력과 완주 기록을 감안하여 6시간 이내 완주 목표로 1km/7분 페이스로 완주 계획을 세웠다.
대회를 앞두고 악재가 발생했다.
목요일 저녁에 먹은 회가 좋지 않았던지 아랫배가 살살 아프면서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약을 먹으면 곧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했지만 대회 당일까지 몸살기운이 있는것처럼 열이 조금씩 나면서 설사증세는 멈추지 않았다.
참가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장거리 훈련을 한다고 생각하고 뛸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해 뛰기로 작정을 하고 오전11시에 거주하고 있는 아산시청앞에서 같이 참가하는 클럽동료 5명과 자원봉사로 차량운전지원및 주로지원차 함께한 클럽 총무등7명이 승합차로 부산을 향해 출발하여 오후4시경 부산에 도착 늦은 점심을 먹고 대회장으로 향하였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역시나 덥다.
등록 배번및 침과 기념품을 교부받고 클럽 동료들과 몸을 풀고 기념 촬영을 하고나니 어느듯 출발시간이다.
대회 분위기에 휩쓸리지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천천히 달려나갔다.
이번 대회는 장거리 훈련이 목적이었지만 2년전의 대회에서는 4시간 50분대의 기록도 있었기 때문에 km/6분을 유지해서 5시간 안에 들어오고 싶은 유혹에 잠시 빠졌지만 그동안 운동량을 감안하여 절대 오버하지 않고 처음 계획대로 달리기로 하였다.
동백섬을 한바퀴돌아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저녁6시지만 아직 물놀이를 끝내지 않은 많은 피서객들이 해안도로에 있었고, 그 사이 사이를 빠져나가느라 속도를 내지 못할뿐더러 눈이 이곳 저곳으로 향하는 바람에 빨리 뛰지를 못한다.
수영복만 입은 몸매 잘 빠진 여자 피서객이 아직도 도로를 가득채우고 있었다.
내가 20년만 젊었어도 저것들이 다 내 동무들인데...하는 하잘없는 생각으로 잠시 더위와 다리의 피로를 읺어본다.
해수욕장을 빠져나와 달맞이 고개를 오르는데 울트라대회의 원칙중 하나는 “오르막이 나오면 걷는다” 였는데 장거리 훈련으로 생각하고 뛰어서 올라갔다.
고개 밑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의 시원한 모습이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가시게 해주는 것 같았다.
청사포를 지나 송정해수욕장의 10키로 지점을 지날 무렵의 시간이 1시간 10분대......
오르막을 생각하면 비교적 잘 달려온것 같다.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막바지 피서철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꽤 많이 있었다.
앞뒤로 빨간 안전깜박이등을 달고 또 어떤이는 배낭을 하나씩 메고 뛰어가는 우리를 신기한 표정으로 지켜보았지만 우리는 피서를 즐기는 그들을 바라보며 달리니 훨씬 힘이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수산과학원을 지나고, 봄마다 멸치축제로 유명한 대변항을 지날때는 횟집앞에만 간혹 사람이 있을뿐 조용한 편이었다.
고개를 넘어갈때는 깜깜한 도로를 환한 달빛과 참가자들의 깜박이는 불빛만이 반짝이고, 점점 피로가 가중되어 묵직해지는 다리를 달래뛰고 있을때 "형님 페이스가 너무 빨라 천천히! 천천히!"하면서 전방에서 클럽 총무가 생수 한통을 건내준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는데 남아 있는 물이 얼마 남지않아 아껴 먹었는데 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였다.
남아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물통에 새로운 생수통을 넣고 반환점을 향해 어둠속을 혜집고 달렸다.
24km미처 못가서 옆에서 "형님 화이팅"한다.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클럽 동료 남녀 회원이다.
드디어 25km 지점의 반환점인 기장군청에 도착했다.
(소요시간 2시간 46분)
반환점 이후 힘들어질 레이스를 생각하면 6시간안에 골인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시장기가 들었다 대회본부에서 제공하는 콜라와 빵을 우적우적 씹어 먹고 빵 하나는 쌕에 넣었다.
50km주자들은 먹으면서 반환점을 도는데 100km 주자들은 차분히 자리잡고 앉아서 농담도 하면서 간식을 먹고있다.
50km주자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
100km주자들은 빨리 뛰는 사람이 오전6시경에 도착 이니까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섬취가 필수이다.
기장 군청 반환점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출발을 했다.
27km지점을 통과할때 클럽 남자 회원이 여자 회원 2명을 페스메이커를 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여성 회원 1명은 기진맥진이다 걱정이 된다.
아직 반환점도 못왔는데 저정도면 완주보다도 완주후 후유증으로 상당시간 고생 할텐데.....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포기하라고 일러주고 가던길을 제촉해 출발 하였다.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확실히 힘이 더 든다.
오늘은 무더운 날씨가 더 힘들게 하는것 같다.
생수를 벌써 3병 이상을 마셔도 갈증이 난다.
오르막이 나타나면 걷고 싶은 생각이 점점 더 간절해진다.
35km 지점에서 가지고온 빵을 먹으려고 천천히 걷는데 갑자기 종아리 쪽에서 쥐가났다.
해안도로의 한편에 드러 누워버렸다.
아! 이제 틀렸구나 하는 생각과 참을수 없는 고통이 억습해 온다.
마라톤은 정직하다 준비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그 댓가를 치르는것이다.
배번 고정용 핀을 한개 빼서 종아리를 찔렀다.
한번 두번 ....아홉번 피는 흐르는데 좋아지지가 않는다.
지나가던 달리미가 다가와"어디 불편 하싶니까"한다.
쥐가났다고 하니 응급조치로 맞사지를 해주면서"집에서 사모님과 수박 화채나 시원하게 드시고 계시지 이 더위에 무슨 생고생하싶니까" 한다.
그래서 내가"그러게요 나는 내정신이 아니여서 그런데 선생께서는 깜깜한 이밤에 왜 혜메고 다니시는데요?"하고 나서 둘이서 마주보고 껄껄껄 웃었다.
이게 달리미들이다 뛰면서 다음에는 다시는 대회에 참가 하지 않겠다고 하고 다음날 다른 대회 준비하고....뛰면서 왜 뛰는줄도 모르고 골인 지점만 향해 질주 하는게....
아무튼 다른 달리미 도움으로 통증은 없어 졌지만 언제 다시 통증이 올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 억습해 왔다.
천천히 다리를 풀면서 뛰다 걷다를 반복 하고 있을때 클럽 총무 한테서 전화가 왔다.
송정 해수욕장 근처인데 올시간이 되었는데 안와서 전화 했다고 한다.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나있는곳으로 오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오지 말고 후미에 있는 여성 회원이 걱정이니 그쪽으로 가서 살펴보고 나는 달맞이고개 정상에서 보자고 하였다.
총무가 차를 가지고오면 내가 포기할것 같아서 일부러 오지 못하게 한것이다.
뛰다 걷다가를 반복 드디어 40키로 지점인 송정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으로 다리를보니 그야말로 피범벅다.
이제 10키로만 남았다.
그런데 달맞이 고개로 향하는 고갯길을 오르며 해운대쪽을 바라보니 멀리 보이는 달맞이 고개의 업소들 불빛이 중천에 뜬 달과 거의 비슷한 높이에서 빛나고 있다.
저멀리 저높이 까지 오를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쳐지면서 몸이 더무거워져 왔다.
지나온 40km까지 열심히 그리고 어렵게 장거리 훈련을 했으니 이제 즐기면서 천천히 마무리를 하자는 쪽으로 나자신과 타협을 하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을 걷다 뛰다 오르고 있는데 큰아들과 집사람 한테서 전화가 왔다. 운동량이 적은데도 참가 한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나보다.
전화로 달빛에 비친 바다가 은은하게 너무 멋있다는등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계속 올라갔다.
드디어 고개 정상에 도착하니 클럽 총무가 기다리고 있다가 내 다리를 보더니 놀라는 표정이다. 총무가 컵에다 따라주는 콜라 2잔을 마시고 생수 한병을 받아들고 내리막길을 천천히 뛰어 내려갔다.
내리막을 지나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면 마지막으로 동백섬을 한바퀴 돌아 2km로만 달리면 골인지점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임에도 많은 인파가 북적이고 있었고 여기 저기서 끼리끼리모여 이여름이 생애 마지막 여름인양 온몸으로 여름 사냥에 몸부림 치는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으슥한 곳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들도 보인다.
갈때는 이쁜것들이 반나로 다니니 눈요기도 했지만 몸이 지치니 그런것은 안중에도 없다.
오르지 빨리 골인 지점에 도착해 시원한 맥주 한잔 했으면 하는 바램 뿐이였다.
늦은밤 더위를 식히는 인파 그 사이 사이를 피해서 달리다 어느덧 동백섬 입구이다.
동백섬 입구에 다다르니 안내원이 쭈쭈바 하나를 건내 준다.
쭈쭈바를 뜯어서 빨면서 걸어 올라가니 반대편에서 클럽 총무가 차타고 내려오면서 골인지점에서 기다릴테니 무리하지말고 오라고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내가 쭈쭈바를 빨면서 걸어 올라오는 모습이 어찌나 초라해 보이든지 눈물날뻔 했다고 한다.
그도 그렇것이 다리는 피범벅인데 쭈쭈바 하나 먹겠다고 빨면서 올라오는 모습이 거지도 상거지 모습 이였을 것이다.
동백섬의 낮은 오르막에도 이제 몸이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
뛰지 못하니 걷자 한다.
몸이 파업을 하니 어쩔수가 없다.
늦게나마 소금이라도 조금 챙겨올 것을 하고 후회도 해본다.
이제 몸에서 평소의 땀과는 다른 끈적끈적한 땀이 나기 시작한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몇번 경험 했지만 이게 바로 우리들이 말하는 진땀 이라는것이다.
사람 몸에서 왜 이런 냄새가 날까 할 정도로 냄새가 다른 땀 내음과는 다르게 고약하다.
체력이 거의 고갈 상태라는몸에 신호이다.
동백섬을 한바퀴 돌고 해안 도로에 접어드니 승용차 한대가 다가와 내옆에 정차 하면서 조수석에서 여자 한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몆시간째 뛰세요?"한다.나도 그제서야 고통때문에 잊어버리고 있던 시간이 생각나 시계를 보면서"6시간40분째인데요"했더니 "왜뛰세요"한다
참 미쳐 블겠다 내가 뭐라고 답변할 말을 못찾고 있는데 "우리 저기가서 술한잔 해요" 한다.
그말에 차안을 보니 여자 세명이 타고 있는데 스치는 불빛에 3~40대는 되어 보이는데 약간 취기가 있는것 같았다.
처음 시간을 물어 올때는 울트라 뛰는 사람들의 가족이나 되는가 보다 했는데....아무튼 몸이 피곤하니 여자을 한트럭 실고와서 같이 놀아달라고 해도 만사가 싫다(컨디션 좋을때면 상황이 다르지만...)
참!어이가 없어서 "안녕히 가세요"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 여자들과 이야기 한사이 앞서가던 선두 주자를 놓쳤다.
아무리 찾아도 깜박 안전 점멸 주자 표시등이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뒤를 돌아보아도 뛰어오는 주자가 없다.
새벽 1시가 가까워 오는대 몰어볼 사람도 없고 차들도 어쩌다 한번씩 지나간다.
할수 없이 오던길을 되돌아서 1km쯤가니 내 후미로 달렸던 주자들이 보인다.
요놈에 여자들에게 홀려서 길을 한참 혜메인것이다.(자고로 남자는 어디가나 여자 조심) 멀리 요트 경기장이 보이고 FINISH옆에 클럽 총무와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걱정스레 나를 기다리고 있는게 보인다.
많지는 않지만 마라톤 풀코스와 울트라마라톤을 몇번 뛰어 보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완주해 본것이 처음인것 같다.
오래오래 기억될 부산섬머비치울트라마라톤이 될것같다 .
목표했던 시간에는 훨씬 못한 7시간 2분26초 기록으로 골인을 했다.
후반부에 정신나간 여자들 때문에 10여분을 까먹지만 않았어도 6시간대에 들어올수 있었는데 기록에 별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최악의 상황에서 완주한것 만으로도 내 두다리에 감사하고 오십 중반 나이임에도 이렇게 달릴수 있는 건강한 몸과 튼튼한 두 다리를 주신 부모님게 감사한다.
참가자 전원 완주에 성공한 아산마라톤클럽 회원들
*이글은 마라톤 타임즈에 기고된 글임
첫댓글 글 감사^^ ~~대단혀
잘지내지??....아이고... 밤인데도 무쟈게 덥더라고......
왜 뛰냐구 차타고가지 대단하다. 그게 지나온 인생길의 이야기구나. 삶의 고비마다 이겨나갈 수 있는게 그거였구나. 완주를 축하하며 시원한 생맥주 한 잔 하렴. 8월 땡볕에 백담사에서 봉정암 소청 중청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내려오니 12시간 걸렸던 설악산 산행때가 생각난다 . 잘했다 ㅉ ㅉ ㅉ
힘든것에 도전 하여 그것을 완성 했을때 그 성취감 때문에 또다른 도전을 꿈꾸는게 하는게 우리네 인생사인것 같네,,, 지난주는 회복 운동 마쳤고 어제부터 슬슬 운동 시작 했구먼...이번주 일요일(5일)에는 영동 포도과마라톤 나가기로 했네.와인 한병 가져올께 기다리소....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함을하네^^*
어느 마라톤 대회 나가서 뛰고 있는데 주로에서 구경하던 할머니 한분 왈 "그 힘 애꼈다가 늙었을때 써묵어라 젊었을때 펄펄한놈치고 늙어서 힘쓴놈 없더라....."하신던데....ㅎㅎㅎㅎ......나도 인자 달음박질 그만하고 힘 애꼤다가 늙어서 써묵을까....ㅋㅋㅋㅋ
우리나이에 마라톤은 접을나이제 발목에 무리올때여, 싸목싸목 등산이나 골프가...... 운동이네
대단하이~~~우리 나이에 그 정도 뛴다는건 인간 문화재감이여~~~무릎 발목 관절에 무리가지 않을만큼만 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