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07/2011120701761.html
2011.12.07 조선일보 아침논단
![](https://t1.daumcdn.net/cfile/cafe/145A45474FAC920406)
![](https://t1.daumcdn.net/cfile/cafe/127DB14F4FAC923302)
계절 탓인가 나이 탓인가, 요 며칠 사이 부고(訃告) 소식이 부쩍 자주 들려온다. 지인의 죽음을 접할 때마다 그 가족들이 임종(臨終)은 했는지, 그분이 누구 손을 잡고 이 세상을 떠나셨는지 못내 궁금해진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은 동일하지만 불행한 가족의 모습은 제각각"이라던 톨스토이의 명언을 그대로 죽음에 적용해도 크게 무색하진 않을 듯싶다.
최근 우리네 일상 및 인간관계의 '상품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이제 가족의 손 대신 호스피스의 손을 잡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해 본 서구식 실버타운이 '절반의 성공'에 머무르고 말았다는 우울한 평가가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서구에선 실버타운 공실률(空室率)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고령사회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왜 어르신들께서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것을 흔쾌해하지 않는지 요인을 분석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첫째로는 대부분의 실버타운이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자리하다 보니 입성(入城) 초기엔 친지들의 방문이 빈번히 이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친지들로부터 소외됨에 따라 외로움이 깊어간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동안 살아온 익숙한 환경에서 친숙한 사람들과 더불어 여생을 보내고픈 마음이 간절해지는데, 실버타운은 낯선 상황에서 듣도 보도 못했던 사람들과 만나 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적응을 시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간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거기 가 봐야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들이 모여 있어 가고 싶지 않다"고 했던 한 어르신의 솔직한 고백처럼, 실버타운은 죽음이 일상화된 공동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세대분절(分節)적인 노후공동체 모델의 한계에 직면한 서구에서는 세대통합적 노후공동체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현실적 대안으로 독일에서는 어린이집 가까이에 실버타운을 짓기 시작했고, 일본의 일부 지역에선 노인거주할당제를 시행함으로써 동양식 집단주의와 서구식 개인주의의 혼합에 기초한 공동체 모델 정립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10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인 '엄마를 돌봐 줘(Later We Care)'엔 꽤 의미심장한 장면이 등장한다. 네덜란드 출신인 클라이러 페이먼과 피트 오마스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서 젊은 시절 총명하고 슬기로웠던 엄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 점차 쇠락해가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아야 했던 딸은 엄마의 마지막을 돌봐줄 실버타운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노인들이 일사불란하게 획일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확인하곤 발길을 돌린다. 결국 엄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오롯이 지켜보고 싶었던 딸은 자기 집 가까이에 엄마의 방을 마련해 드리는데…. 어느 날 출근하는 자신을 대신하여 엄마를 돌봐주던 필리핀 이주여성으로부터 "갑자기 일이 생겨 오늘은 당신 엄마를 돌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눈물을 터뜨리고야 만다.
영화제에 직접 참여해서 한국 관객들과 대화했던 감독의 변(辯)인즉, 전통사회의 선례(先例)에서 볼 수 있듯 가족, 특히 여성에게 노인 부양을 책임지우는 것도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국가 주도하에 노인 부양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또한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답은 가족이냐 국가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것이 아니라 가족 의무와 국가 책임 사이에 여러 가지 형태의 조합과 균형을 모색하면서 개인 및 가족 차원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란 주장이었다.
이제 2026년이 되면 거리의 성인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지금부터 불과 15년밖에 남지 않았다. 누구의 손을 잡고 노후(老後)를 지나갈 것인지, 종국엔 누구의 손을 잡고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의 문제를 보다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공론화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가 너무 우울할 것 같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 우리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해 본 서구식 실버타운이 '절반의 성공'에 머무르고 말았다는 우울한 평가가 들려오고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식 실버타운(유료노인복지주택)이 사실은 절반의 성공 조차 안 된다.
그나마 절반의 성공 비슷한 것으로는 부산 흰돌실버타운, 안성 미리내실버타운(이상 천주교 사회복지법인), 그 외 의료재단(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주택 정도이며 이 모두는 임대형으로 운영하고 있기에 그렇다.
나머지 분양형 노인복지주택(분양형 실버타운)은 100%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294C494FAC93D103)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깊이 생각하기만 한다면 누구라도) 실버타운이나 사회복지시설로서의 노인주거에 대해 그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추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지역공동체, 우리마을)가 바로 실버타운이다. 실버타운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버려야 할 때다.
나이 들어서도 가능하면 살던 곳에서 계속 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필요한 경우 노인을 위한 특수한 시설로 옮길 수 있는 일이지만, 이 또한 지역 공동체내에 있든지, 가까이 있어야 할 일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민한 나라들을 살펴봐도 이는 너무나 분명한 일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3EDF4D4FAC953101)
![](https://t1.daumcdn.net/cfile/cafe/203CF04E4FAC95F50C)
![](https://t1.daumcdn.net/cfile/cafe/1954F0484FAC957310)
![](https://t1.daumcdn.net/cfile/cafe/11624A504FAC95A80A)
스웨덴의 경우도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료)노인홈 -> (유료)노인복지주택
너싱홈 -> 노인요양시설
시니어주택 -> 고령친화주택
그러나 이 제도를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스웨덴 등 선진국들은 화려하고 비싼 시설을 짓지 않는다.
지역 공동체 안에 소박한 시설을 짓는다. 이 시설이 전혀 필요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시설'보다는 '공동주택(시니어 코하우징)'을 더 선호한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계속 살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더 들면 시니어 코하우징 같은 곳으로 옮기되 이 또한 지역 공동체 내에 있음을 알 수 있고, 마지막으로 필요하다면 너싱홈으로 옮길 수도 있으며 이 너싱홈도 마찬가지로 같은 지역공동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 가능한 소박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노인 부양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22534B4FAC97F125)
첫댓글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동일한 주제로 연재하시는군요. 어떤 의지가 있으시니 그대로 될 겁니다.
격려...감사합니다^^
우리나라는 노인복지주택(노인복지시설)을 실버타운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실버타운이 왜 망했는지는...
노인복지시설의 '건설' 자체가 잘못이어서가 아니라
목적과 수단이 뒤 바뀌었기에 결과적으로 나쁜 것이 되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복지'라는 큰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실버타운'을 지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단'이 거꾸로 '목적'이 되어 정작 중요한 노인복지보다는 건물 짓는 일과 '분양'하는 일이 '목적'이 되다 보니 결과가 전혀 달라졌고 '사기'만 난무한 실정입니다.
5/31(목) [133회] <어사연 공부방>에서 "한국과 하와이의 너싱홈"에 대해 공부하는데...메트로님 글을 죽 읽고 가면 좋은 예습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