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08
"우와. 진수성찬이네요. 이것들을 방금 만드신거예요?"
"어제 준비해 두었고 지금 계란 프라이와 베이컨과 빵만 손댄거야. 당신 피춘자가 맛있어 하고 먹고 싶다면 내 간이라도 빼서 요리해 올거야. '난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말만해. 다 해 줄 수 있어' 이 정도면 피춘자에게의 도전 리스트 근처에는 갈 수 있겠지?"
"어머! 그건 또 뭐에요? 여기서 무슨 이벤트하는 거에요?"
"아니야. 그런 것 있어. 나중에 알게돼. 어때, 맛이. 괜찮아?"
"예. 아주 기분좋은 아침 특별한 아침식사를 바다를 보며 바닷기운을 느끼며 한다는 것. 더구나 내 앞에 사랑하는 당신이 있는 풍경. 여보~ 알렉스. 이건 환상이에요. 이 이상 더 행복할 수가 없어요. 알렉스. 사랑해요. 이 세상에서 당신만 사랑하고 영혼 끝까지 사랑해요."
춘자가 앞에서 파파야를 입에 넣고 애기같이 오물거리며 먹는 것을 보든 알렉스는 춘자의 말에 온 몸이 경끼나듯 부르르 떨며 감동에 감전된 채 춘자의 옆으로 가서 그녀의 어깨를 꼭 안았다. 그녀가그 가슴의 사랑을 다소곳이 고즈넉히 느끼고 있자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돌려 그 투명하고 맑고 탐스러운 입술에 키스했다. 춘자는 가만 있었다. 더 깊은 페딩을 하여도 느끼기만 할 것이었다. 그렇게 둘은 한참 동안 안고 뜨겁게 키스를 하였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술을 뚫고 들어오자 춘자는 파파야 먹을 때와 같이 입술로 지긋이 눌러 그의 혀를 빨았다. 그들은 소위 딮키스를 하고 있었다.
"여보. 알렉스. 이렇게 표현키 어려울 정도로 행복한 이 아침이 어떻게 우리에게 주어졌데요? 너무행복해요. 전 태어나서 이런 마음 처음이에요. 모두가 다 사랑하는 당신이 저와 함께 있어서 가능한거라 생각해요. 사랑해요 알렉스. 여보~"
춘자는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감격하여 조용히 말한 후 다시 알렉스의 가슴에 안기듯 파고들어 등 뒤로 팔을 돌려 그의 가슴을 꼭 안았다.
춘자는 이 아침이 오래 계속되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지금 그가 뭘 요구해도 다소곳이 그의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도록 가만 있을 것이었다.
"춘자야. 어서 식사마치고 캔디까지 여행해야돼. 오후 2시부터 미팅과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해야돼."
그는 꿈속에 행복하게 빠져 느끼고 있는 춘자를 깨웠다. 그는 춘자의 등뒤로 돌린 한 손바닥으로 춘자의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애무하였다.
"예. 여보~"
9.
"어휴- 알렉스. 아이들이 왜 나만 쳐다 보는거예요? 챙피해서 혼났어요."
그랬다. 그들 눈에는 피춘자가 별종이었다. 검은 머리칼에 뽀얀 피부. 그리고 크고 맑은 까만 눈동자. 도톰하고 맑으며 투명한 입술에 결정적인 것은 청아한 목소리였다. 그들에게도 이 별종이 보통 별종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쫏아다니며 천진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길 바랬을것이다. 피춘자의 손길이 스치고 만져지고 보듬어 졌을 때 그들에게 별종의 선물인양 가슴에 뜨거운 마음이 생겨났다. 피춘자는 그들 하나 하나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었다. 그들 가슴에 뭔가 남겼으니 그렇게 쫏아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피춘자. 당신의 존재가치는 이곳에서 더욱 뚜렸이 나타났어. 처음에는 모두가 서먹 서먹하였지만 당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만지고 안아주니 마음속에 뭔가 전달되는 것을 느꼈을거야.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당신만이 할 수 있었어. 그들과 영혼의 만남을 했던거야."
"잠깐! 취소합니다. 취소예요."
알렉스가 말하다가 깜짝놀라 물었다.
"뭘? 무엇을 취소한다는거야?"
"아. 알렉스. 당신 말씀을 들으며 다시 한번 챙피한 것을 느꼈어요. 먼저 아이들이 쫏아와서 챙피하다고 한말 그것 전격적으로 취소합니다~"
"하하하. 됐네. 피춘자 시인님. 그것 역시 잘한 것이야. 당신은 하는 것마다 다 이쁘니 미운 것은 뭐야?"
"나 배내에서 부터 이뻐요!"
춘자는 수줍은듯 알렉스를 보며 미소지었다. 춘자의 삶 동안 이렇게 누구에게 말 할 수 있는 자신감과 행복과 기회와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러한 기회와 분위기가 지금 주변에 넘쳐 흐르고 있음을 느낀 춘자는 삶이 참 아름답다고 절실히 느꼈다.
“알렉스. 그런데 이 아이들, 어디서 온 거예요?”
그제서야 놀란듯 춘자가 알렉스를 보며 물었다.
“으응~ 이 아이들. 내 친구들이야. 스리랑카 전역에서 왔어. 죠이샤가 특별히 필요하다고 하여 함께오면, 이곳에서 지내는거야. 저쪽 동네에 사는 아이들도 아침이면 자주 나에게 놀러와. 서로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스스로 체득하게 하려고 애쓰고 있어. 동네 아이들은 모두 건강해. 내가 보살피고 있는 아이들 보다는...”
알렉스의 말끝이 흐려졌다. 스포티지는 해변가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10.
"여보! 알렉스."
"응. 왜?"
"제가 알렉스에게 여보라고 부르는 것도 잘못된거예요?"
"으흠. 나는좋은데. 아니. 아주 정겹고 좋은데..."
"좋은데 그 담은 뭐에요?"
"음. 참 쑥스럽구만ㅎㅎㅎ"
"그렇게 말하기가 힘들어요?"
"말하지. 그것은 부르는 사람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 그렇게 부르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따져 본다면, 우선 이 차안의 좌석도 옆에 앉지말고 뒷좌석에 가서 앉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고, 억지로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듣는 사람도 부담스러우니 지금 당장 뚝하면 되고, 왜 그렇게 불러야 하는가 인과를 따질려거든 왜 여기까지 혼자 왔는가 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고."
"또 있어요? 당신지금 심각해지고 있는 거예요. 맞지요?"
"아니. 한개도 심각안해. 주인공은 당신이니까. 당신 즉 피춘자 시인님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가셔도 됩니다. 전혀 문제가 없을 겁니다."
"여보! 그 물음도 취소예요. 저는 당신 알렉스를 여보라고 부를래요. 당신이라고 부를래요. 영원히. 이 생명 다하도록. 푸르른 바다를 걸고 맹세해요. 됐지요?"
“춘자야. 됐는데, 그렇게 함부로 막 약속하는 것 아니다. 그리고 한 약속은 꼭 지켜야하기 떄문이야. 지금이라도 그 약속 취소하거나 수위를 조절해서 낮춰도 돼.”
“아니예요. 제가 푸른 바다를 걸고 약속했어요. 다시 할께요. ‘저는 당신 알렉스 리를 여보라고 부를래요. 당신이라고 부를래요. 영원히. 이 생명 다하도록. 하늘 끝까지...봐요. 약속했어요. 당신 보셨죠? 아이~ 어딜보고 계세요. 춘자를 봐야지. 어서요.”
“응. 봤다. 이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아름답다. 됐다~”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는데...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춘자를 봤다. 피춘자는 현명하고 똑똑하였다. 말못할 가정 사정에 의하여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였다 하였지만, 제대로 학교를 다녔으면 큰 일 낼 것이었다. 그녀의 명석한 두뇌가 그동안 침잠하여 녹슬었다가 잠깐씩 털고 일어나 번갯불같이 휘광을 발하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곤 하고 있음을 알렉스는 눈치채고 있었다. 언젠가는 다 털고 일어나 빛을 발하려니 생각하였다. 그것을 위하여 나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삶의 내공이 운기조식을 하여 절묘한 술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그것, 피춘자의 내공을 믿고 있었다. 앞을보며 운전하느라 애쓰는데 다시 춘자가 입을 열었다. 아직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뻐스와 오토바이 트럭과 자전차들이 무질서하면서도 사고없이 잘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여보! 좀 전에 갔던 그 보호원의 이름이 특이해요. ‘스리랑카 지적장애우요양원’ 이라고 한글로도 간판이 붙어 있었잖아요. 그건 누가 쓴거예요?”
“내가 쓴거야. 왜, 떫어?”
“푸후훗. 아주 그 간판 밑에 알렉스 리가 썻다 라고 해 놓지 그랬어요. 그런 뜻이 아니고요. 왜, 한글간판이 붙어있나? 해서 묻는거예요.”
“그렇지. 당신다운 질문이야. 실은 한국계 기업들이 자주 찾아와서 보고는 보조금을 주곤 해. 그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 솔직히 나는 계속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어. 스리랑카 정부가 땅을 주었고, 내 얼마되지 않은 돈으로 그 땅위에 2층 슬라브로 건물을 지었는데, 그것도 대부분이 죠이샤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온 몸으로 봉사하여 지어진 건물이야. 죠이샤는 스리랑카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을 꼬셔서 가끔 모시고와. 그럴 때는 꼭 스리랑카 데일리 뉴스 사회부 기자를 데리고 와서 사진도 찍곤 하여 그 다음날 신문에 사진과 함께 큼직하게 나게한 후 그 신문을 그들에게 보내주곤 해. 스리랑카에서의 한국기업 이미지도 좋아지고 본국에 가서도 필요하면 광고로 이용도 하니 서로 좋은거지. 아직 당신이 묻지 않았지만, 죠안나 원장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나와 죠이샤는 바람잡이 하는거야. 죠이샤는 정부 고위 공무원 간판을 이용하고... 나는 그림과 소설로 바람잡는거야. 죠이샤는 담당 최고위직 공무원이니 당연하게 해야 하지만, 나는 그야말로 헛껍데기 바람잡이야.”
“ㅎㅎㅎ 재밋어요. 당신 하시는 말씀이. 저는 그렇게 안 믿어요. 추상화가겸 장르소설가이신 알렉스 리께서 진실을 내 놓지 않으셨지만, 춘자는 깊은 뜻을 다 알아요. 맞죠?”
“아하~ 지금 그런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니네요. 캔디에 거의 다 왔습니다. 여류시인겸 지향 다문화지적장애우 복지관 관장이신 피춘자님.”
춘자는 알렉스와 잠깐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많은 것들을 알고 느끼고 꺠달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는 것도 알았다. 가치를 추구하는 삶. 춘자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알렉스. 캔디에 도착하면 불치사 템플((佛齒寺, Temple of the ToothRelic, 석가모니의 진신 치아가 보관된 사원)을 보고 싶으니 꼭 데려가 줘요. 알았지요?"
"응. 춘자야. 그곳 캔디에서 하루 묵을 예정이야. 당신도 지적장애우 포럼에 참가해서 준비없는 의견을 발표해야해. 약 3시간 소요될거야. 마치고 나면 자유시간이니까 저녁을 맛있게 먹고 그 불치사로 가보자. 오케이?"
"좋아요. 그런데, 제가 어떤 주제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준비없이 의견을 말하다니요? 영어로? 한국어로? 농담하시는거죠?"
"농담아니야. 죠이샤가 통역을 데려 온다고 했어. 한국 연세대학에서 사회학을 마친 사람이야. 그리고 일부러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은거야. 한국의 다문화 지적장애우 재활에 대하여 당신이 겪은 생생한 체험을 말해주고 나아갈 방향을 말해주면돼. 이 사람들은 강사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는 않아. 실제 지적장애우들과 생활하며 체험한 경험과 치유경험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듣고 싶어하는거야.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적격이라는 판단을 죠이샤가 한거고, 그래서 당신을 초청한거야."
"당신이 꼬드기고 동조한거죠? 이의있어요?"
"없습니다."
"어휴. 그나저나 어떻게해요. 그래도 뭔가는 준비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예요? 막 실수나 하면 어떻해요."
"흠. 그 사람들은그 실수마져도 보고 싶어할 걸."
"뭐예요. 빈정되시는거예요? 그런 것 당신은 할 줄 모르잖아요?"
"맞아. 나는몰라. 그래서 그 말은 정말이야."
"어휴. 어쩧든 피춘자. 여기서 챙피 다 당하면 어쩌죠. 당신이 다 책임져요. 당신만 믿으니까. 아셨죠?"
"나도 어휴. 비전문가 보고 책임지라고 하는 뭐 이런 전문가가 다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