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순천에 있는 조계산으로 향했다. 얼마전 제주도 같이 갔던 가족이랑... 큰 딸래미는 교회 간다고 빠지고...
가을이 깊어 질데로 깊어진 들녁을 지나 주암호를 끼고 돌아 조계산 선암사에 도착했다. 단풍 구경 삼아 등산 온 사람들로 난리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선암사를 찾은 이래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인것 같다. 산 중턱에 열무 보리밥집이 있다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가면 과연 내가 먹을꺼는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이윽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저저번주 재순씨 왔을때만 해도 아직 단풍은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단풍도 끝물인 듯 하다. 쬐금만 과장하면 나무 숫자보다 사람 숫자가 더 많은 것 같다.
이너무 망할 넘의 체력~~~ 이제 겨우 얼마나 올라왔다고 벌써 숨이 머리 끝에 차고, 심장은 터져 나가기 일보직전이고, 횡경막이 늑골을 자극하여 옆구리는 디따 아파 죽겠고, 다리는 왜 벌써 휘청거리는지... 술도 안 마셨는데 말이다. 내가 왜 열무 보리밥을 먹기 위해서 이 험한 산을 오르고 있는걸까? 보리밥 안 먹으면 디지기라도 하나?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맛을 안보고 가면 억울하지. 맛 없으면 어쩌나? 저 가족을 몽땅 조계산에 묻어버려??? 혼자 올라가는 꼬마한테 기운이 없어 말도 못하면서 혼자 속으로 주문을 외어가면서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간신히 올랐다. 여리서 좀 내려가야 있단다. 내려가는 거야 내려가지만 다시 올라와야 할텐데... 힘들어 하는 애 엄마를 보니 차마 말도 못하겠고...
좀 내려가다보니 말뚝 이정표에 아래보리밥집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이 근처에 보리밥집이 잘되는 바람에 보리밥집이 3군데나 있단다. 이정표 앞에서 잠시 고민을 하는데... 원조 보리밥집은 장사가 잘된다고 너무 떽떽거리니 차라리 아래 보리밥집이 친절하니 아래 보리밥집을 등산객들이 엄청 추천한다. 그래도 원조는 함 가봐야 하는건데... 어쩔수 없어 아래보리밥집으로 향했다. 아따~~~ 사람들 정말 많군... 10여개의 평상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서 밥을 먹는다. 우리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리밥 4그릇에 야채전 1개, 동동주 한사발... 각종 나물이 쟁반 하나 가득이다. 얼른 다시 가서 양푼이를 두 개 들고 왔다. 나물을 듬쁙 넣어 비벼 먹는데 정말 맛이 있다. 아주 희안하게 쌈으로 열무잎을 준다. 열무잎에 갈치젓갈을 올려 싸 먹는데 아~~~ 이렇게 맛있는 보리밥이 또 있을까... 옆으로는 계곡 물소리... 뒤로는 각종 새소리... 눈에 보이는 것은 알록달록 단풍이 물 든 산등성, 그 위로는 맑은 가을 하늘... 신선이 따로 없는것 같다. 동동주 한잔 곁들이니 이 모든것이 내 세상이다.
잠시 소화시키고 다시 올라가는데 너무 힘들다. 아무리 맛 있어도 다시는 안온다. 진짜로 맛 있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때문이고, 식사 시간이 너무 배고픔 때문이고, 피곤해서 맛 있는 것 뿐이었다. 다시는 절대로 오면 안된다. 속으로 뼈에 절대로 지워지지 않게 각인을 한다. 왕복 10여키로 정도인데 정말 힘들었다. 다 내려와서는 후덜거리는 다리를 주체를 할 수 없었다. 운동 좀 해야지...
돌아오는 길에 주암댐 상사호 휴게소라는 곳을 들렸다. 주암댐 전망이 가능한 곳에 공원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와 있다. 그냥 산책을 하는 사람들... 섹스폰을 연주하는 동호회...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 중에 젤로 재미난 것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 두 쌍이 있었다.
이거 잘 못하다가는 사람 잡겠군... 목검, 골프채, 쇠파이프, 야구 방망이... 등으로 신랑을 열라 패는거다. 것도 한 넘은 4각 빤스 차림으로... 한 넘은 내복 차림으로... 신랑들은 아파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한 신부는 멀찍히 떨어져 배회를 하고 있고, 하나는 찔찔 짜고 있는거다. 옆에서 보니까 맞으면 디지게 아플것 같다. 한 대 패고, 술 먹이고, 또 패고, 또 먹이고... 술 기운에라도 버텨야지... 아님 진짜로 디지겠다. 주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두 가지다. 씩 웃고 지나가는 아저씨...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아줌마... 소심한 마누라 구했다간 진짜로 맞아 디지기 딱 알맞다. 예전에도 이쪽 지방의 뒷풀이가 좀 심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역 여자들이 기가 무지하게 쎄다. 삼실 아짐이랑 10년이나 차이가 나는데 삼실 아짐한테 찍소리도 못한다. 평소에는 사투리를 안쓰다가 뭔가 열 받거나 따지고 싶을때는 꼭 사투리가 나온다. 남자들이 다 줄행랑을 친다.
여수에 돌아와서 오리백숙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헤어졌다. 아주 힘든 하루였다. 근데 참 이상한건... 내가 옵져버로 생각했는데... 포터였던것 같다. 하루종일 짐가방을 들고 다닌것 같다. 애 아빠는 애 짊어지고 다니고, 애 엄마는 혼자 몸도 힘들어하고, 얼라는 그냥 앞만 보고 다니고... 난 짐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내 등짝에 있는 이넘의 정체는 뭐여???
첫댓글 밥보다 알콜을 더 많이드시고, 운동하는거 보다 담배한대 피우며 하늘 보는거 좋아하고, ... 뭐 이런 이유들로 더욱 힘들어진 저질체력에.. 세월에 익어 적당하게 익어버린 축 늘어진 곰한마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조계산 갔다 온것 같아요.....저는 지난 주말 월악산 다녀 왔는데.....사과따기 체험도 하고.... 산이 너무 좋잖아요.....단풍이 너무 이쁘던데.....학씨리...꼬꼬 삼초온은 총각이라 그런지.....산타는것을 싫어하네요..... 아저씨들은 처자식 먹여 살린다고 평소에 체력을 많이 비축해 놓거든요...... 암튼.....후기 잘 읽었어요.....배꼽잡고 실컷 웃었네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