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채영이야 종교편지는 처음 써보네 훈련소는 어때? 카톡으로도 전화로도 편지로도 항상 물어보는 거지만 그래도 걱정이 끊이진 않네 언니오빠들이 다들 오빠 잘지내냐고 물어보더라 우리 자기 적응 잘하고있잖아 맞지? 이걸 보는 일요일이면 벌써 2주나 보냈겠네 내가 많이 보고싶겠다 이게 오빠가 보게될 첫 편지라니 이거 보고 힘을 조금이라도 받았으면해 사실 오빠가 나보다 잘지내지 않을까?
동기분들도 다들 좋으시다고 들었고 밥도 맛있다니 너무 다행이야. 우리 재훈이는 씩씩하고 멋진남자니까 거기서도 남자답게 훈련 딱 받고 밥 우걱우걱 먹고 버티는거야 알았지. 그렇다고 밥 너무 많이 먹지마 오빠가 평소에 먹는 양이면 2중대 전체가 금식을 해야할 수도 있잖아.. 가끔 오빠가 내 생각을 하려나 싶을 때가 있어 오빠는 총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하고 사람들도 좋아하고 아침일찍 일어나는 것도 좋아하는데.. 나도 좋아하니 혹시? 슬슬 나 군대한테 밀릴까봐 걱정이야. 나는 운동도 싫어하고 일하는 것도 싫어하고 공부도 싫어하는데 하루종일 운동하고 공부하고 일하고있어 살은 조금 빠졌지만 오빠랑 초저녁까지 디비 자고 하루종일 게임하다가 야식먹고 뚱뚱해져서 돼지라고 욕먹었을 때가 더 행복한 것 같아. 역시 나는 오빠 없으면 건강하고 성실해져.. 난 오빠가 필요해.. 오빠가 곁에 없으니 새삼 내 남자친구가 참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6개월 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한 걸까? 오빠보다 잘생긴 남자를 아직 못봤어 우리 자기는 머리를 빡빡 밀어도 잘생겼더라 혹시 거기 훈련소에 오빠보다 잘생긴 사람이 있어? 그렇다면 그 사람 몇대대 몇중대 몇소대 이름 생년월일이 뭔지 좀 보내줘. 편지지를 많이 샀더니 좀 남아서 말이야. 혹시 편지를 읽는건데도 지긋지긋해져서 그만 읽고싶어졌니? 투덜거리지 말고 그냥 읽자.
사실 나는 ucc를 꼭 찍어보내고 싶었는데 오빠가 부끄럽다는 핑계로 절대 못하게하니까 이번주는 좀 참아보려고.. 700명이 내 얼굴을 보고 환호해주는 그런 경험.. 처음이자 마지막일텐데 소중한 기회를 박탈시키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다음주부턴 ucc찍는걸 허락해줬음 해. 아무튼 오빠는 거기서 참 잘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이건 tmi인데 나 롤체를 매일하고있어. 열심히 티어 올려서 오빠가 수료하고 나왔을 때 아주 그냥 너는 나한테 실력으론 못비빈다고 기세부리고 싶었는데 난 돌머리인가봐 골드3에서 아직 지체 중이고 매일 아이패드를 부수고싶은 지경까지 와버렸어. 역시 게임도 오빠랑 같이하는게 재밌었던 것 같아. 오빠랑 같이하면 부수고싶은건 아이패드가 아니라 누구의 머리였겠지만 그래도 그게 행복이였을까.. 참 나는 오빠를 많이 사랑해 늘 입에 달고 살던 얘기가 미필은 만나지마라.. 였는데 내가 막상 곰신이 되어보니 상대가 김재훈이라면 공군 21개월이 아니고 21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 옆에 늘 있어주는 사람보다 옆에 없어도 외롭지 않게 해주고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 줄 능력있는 사람이 백배 나은 것 같아. 물론 옆에 있어주면서 그래준다면 최고겠지만 어차피 넌 전역하면 결혼이야 나랑 결혼하기 싫다고 말뚝 박는다거나 그러면 말리진 않을게. 내가 오빠의 남자친구였다면 동반입대라도 해서 곁에 있어줬을텐데 참 아쉽네. 우주끝까지 사랑해 오빠. 너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상황이든 김재훈이라는 사람 자체가 나한텐 축복이고 존재 자체로 행복을 줘. 열심히 훈련받고 더 멋진 남자가 되어서 나 보러와줘.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나도 멋진 여자친구가 되어볼게. 한 순간도 오빠 잊지않고 사랑하면서 기다릴테니 걱정말고! 너무너무 사랑하는 김재훈 2주 동안 고생 많았어 앞으로도 화이팅하자 사랑해 내 전부.
사진은 솔직히 아무거나 보내주고싶은데 애매하게 생긴거 보내면 우리 자기 기죽을 거 같고..이쁜 사진 보내자니 원판이 개판이라 고르고 골라서 그래도 부끄럽지는 않을 정도의 사진을 보내줄게. 너의 여자친구 얼굴입니다. 실망하거나 옆 사람의 편지를 힐끔 거리고 한숨 내뱉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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