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죽음에 관한 보고
박봉준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가
싸늘하게 누워 있다
눈물의 지문은 찾을 수 없었다
행인들은 빌딩의 투명 유리창을 인지하지 못한 새의 불운이라고 혀를 차며 지나갔다
하늘을 나는 것들도
이제 신기루를 경계해야 할 때가 왔다
죽은 새는 한 마리 죽은 새일 뿐
그가 죽은 공중에서 다시 날개를 펴고 비행하는
새들의 생각도 신기루일까
사람들은 새의 죽음을 동정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공중은 비행하는 것들의 영역이었다
투명 유리를 구별하는 새의 진화와
새의 충돌을 방지하는 알량한 선심이 난무하는
하늘과 땅 사이에
툭 툭 떨어지는 동백꽃 같은
억울한 주검들
계간 『상상인』 2024년 여름호 발표
박봉준 시인
2004 《시와 비평》 신인상 수상하며 등단. 시집 「입술에 먼저 붙는 말」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두레문학상 수상, 강원문학상 수상 외. 시집「단 한 번을 위한 변명」2022년 국립장애인도서관 대체자료목록 선정. 강원고성문학회원, 사)한국가톨릭문인회원, 관동문학회원. 갈뫼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