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8년
나에게 2주라는 휴가가 주어졌다.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 혼자 하는 첫 여행이자 첫 해외축구 직관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돈을 빌려 무작정 런던행 티켓을 끊었다.
영어회화도 잘못하고 혼자 국내 여행 조차 가본적 없는 내가 런던행 티켓을 끊은건
바로 이 경기 때문이었다.
죽기 전에 다시는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메시와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을 챔스에서 볼 수 없을것 같았기 때문에...
그렇게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히쓰로 공항에 내려 지하철을 타려고 폰을 보며 걷고 있는데 누가 나에게 소리쳤다
hey!! watch out your phone!
(그렇게 들림)
인도 바깥쪽에서 한손으로 폰보면서 건고 있었는데
복면을한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나에게 소리친 분에게 다가가 thank you!! 라고 하자
여기엔 도둑이 많다고 특히 핸드폰 조심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재차 감사하다고 한 후에 지하철로 갔는데
30분이 지나도 지하철이 안오는거였다..
사람은 나밖에 없고 와이파이는 안터지고...
갑자기 쥐 두마리가 나와서 돌아다니고..
무서웠다.
암튼 그렇게 1시간쯤 기다리다 포기하고
나가는데 금발의 어떤 잘생긴 남자분이 지하철로 오셨다.
헤드폰을 쓰고 계셨고 난 영어회화를 못하기에
말걸기가 두려웠지만 숙소에 가야하니까
말을 걸려고 그 분 앞에서
계속 알짱거렸는데 그냥 폰만 보고 계셔서
소심하게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그분은 엄청 놀라셨고, 나도 그 반응에 놀랐다ㅋㅋ
excuse me... may i ask something?
- sure!
숙소로 가고 싶은데 지하철이 안온다고하자
지금 몇개의 라인이 파업중이라고 oo 번 버스를 타고 환승해서 가라고 했다.
연신 고맙다고 말하고 버스를 타고 우여곡절끝에 숙소에 도착을 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고 경기를 보러 일찍 숙소를 나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과 스탠포드 브릿지 투어를 하고
피카딜리 광장에 갔다.
샘숭과 현다이가 당당하게 광고를 하고 있었고
며칠 뒤 bts가 공연을 하게 된다는 광고도 보였다.
뭔지 모를 국뽕이 차올랐다.
원정인 바르셀로나 팬들이 광장에 모여 응원하고 사진을 찍길래 나도 찍고 싶었다.
원래 소심한 편이었지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조금 바꼈던것 같다.
excuse me... I am big fan of messi.
I am here to see messi
can i take a picture with you?
ㅡ 오 메시? 컴 히얼!
메시팬이라고 하자 낯선 동양인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따뜻하게 바뀌었고 친절하게 사진을 여러장 찍어주셨었다 ㅋㅋ
자선 행사 참여도 하고(강아지는 무슨 마스코트라했음)
토트넘 팬이랑 따봉도 하고 기분 좋게 경기장에 들어갔던것 같다.
웸블리 구장의 화장실은 좀 특이했는데
소변기가 일체형 스틸로 쭉이어져서 고개만
돌리면 그곳을 볼 수 있었다ㅋㅋ;
곁눈질로 슬쩍 여러 인종의 그것들을 보니 크게 뭐 별건 없어서 당당하게 소변을 봤다ㅎ
조금 일찍 들어가 경기장을 구경했는데
내가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걸 어떻게 아셨는지
안전요원 분이 사진을 찍어준다하셔서 사진을 한장 찍고 기념품 샵으로 갔다.
체감상 쏜 50 케인 40 기타 10 ㅋㅋ
실력도 실력이지만
7번이라는 숫자와 아들이라는 뜻이 사기라서
실제로 부자끼리 와서 쏜 유니폼을 많이 사갔다.
실제를 들은 대화인데
which one do you like? kane or son?
ㅡ well...
you are my son , so. .. let's buy this
경기는 바르셀로나가 빠르게 선취골을 넣고
난타전으로 흘러갔는데
축알못인 내가 봐도 그 유명한 선수들 중에서
메시가 단연 돋보였다.
메슬렁 메슬렁 툭툭 골
메슬렁 메슬렁 툭툭 어시
활동량은 적어보였지만 공을 잡을때마다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이날 쏜은 활약이 미비해서 아쉬웠지만
총 6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재밌었다.
중립팬 지역에서 봤는데
바르셀로나가 골 넣으면 토트넘 저지를 벗고
메시 유니폼을 드러내자
you. . . funny guy!
where are you from?
ㅡsouth korea
oh sonny ! funny guy from south korea. hahaha
중립지역이라 그런지 나같은 관광객이 많았고
그냥 아무나 이겨라 마인드가 많았다 ㅋㅋ
이날 메시는 2골 1어시? 2골대를 기록했고
내가 이 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oh messi crazy 였다
경기는 그렇게 바르셀로나 승리로 끝이 났고 지하철을 탔는데 진짜 조용해서 마치 도서관 같았다;;;
더워서 토트넘 저지를 벗고 싶었지만
그 칸에 유일한 동양인이 나였어서
괜히 이상한꼴 당할까봐 벗지 않고 끝까지 갔다.
벌써 4년이 지났지만 오늘 메시 하이라이트를 보니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떠올라 이렇게 글로 그때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
첫댓글 크으 토트넘 겨우겨우 조별리그 통과하고 결승갔을때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