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면 슬항리2구 주민들은 대원환경산업이 슬항리 응굴에 세우려는 건설폐기물 처리장을 반대하고 있다. 응굴은 고대초등학교의 자연학습장으로 이용하면 좋을만한 개구리와 새들만이 사는 골짜기이고 주변에 널따란 논이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처리장이 들어올 경우 소각장 매연에 포함된 폐암을 일으키는 다이옥신, 수질을 오염시키는 중금속, 그밖에 소음, 분진발생을 우려한다. 또 건설 예정지 부근의 논을 경작하는 슬항리1·2구, 대촌리, 장항리 농민들은 앞으로 이곳에서 나는 농산물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장차 폐기물이 쌓여 이웃 논으로 밀려들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면 농민들은 업자에게 농토를 헐값을 사달라고 간청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폐기물 처리장에 생존이 걸린 주민들은 싸움에 나서고 있다.
D산업은 작년 여름부터 동네 한 주민을 앞세워 일을 꾸몄다. 이 사람은 동네 어른들에게 “연구소를 세운다” “벽돌공장을 세운다” “소각장을 세운다”며 거짓말을 하고 동의서 앞장 본문은 보여주지도 않고 간인도 없이 서명지에 70여명의 서명 날인을 받아갔다. 동네 어른들은 “간인이 없어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괜찮다”면서 도장을 받아갔다. 그런 서류를 접수한 충청남도는 당진군에 적정의견을 통보하고, 당진군과 고대면은 농지 형질 변경 허가를 내주었다. 이 허가 서류에 찍혀 있을 간인은 주민들의 것이 아니므로 이 허가는 원천무효이다.
공무원들은 이 건설폐기물처리장이 당진군의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말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대원환경산업은 이미 작년말부터 부천의 쓰레기차량을 슬항리에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폐기물처리업은 이른바 ‘노나는 사업’으로 그만큼 업자와 공무원의 유착도 많은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폐기물업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농토를 사서 폐기물을 묻고서 달아난 뒤 다른 곳에서 또 한탕 벌이는 식으로 일을 저지르고 다녔다. 지금은 아파트 재건축 붐으로 건축폐기물은 는데다 김포매립지에서 건설폐기물을 받아주지 않고 경기도에서 허가를 내기가 어렵고 단속조차 심해지니까 당진 땅까지 업자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충남도와 당진군은 폐기물처리장 허가를 이곳저곳에 내주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고대면 장항리와 고대면 슬항1리에 건설폐기물처리장을 지으려다가 주민 반대로 중단하였다. 지금도 송산면 가곡리, 고대면 슬항2리, 정미면 도산리, 순성면 성북리에서 추진되고 있다. 슬항1리 마락골은 황새의 도래지로 유명한 곳인데 이곳에 과수원을 만든다며 속이고 비밀리에 폐기물 처리장 공사를 하다가 주민에게 들켜 중단하였다.
당진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한 정미면 어린이는 도산리 사태를 표현하며 “동네가 망한다는 어른들의 걱정 때문에 학교를 가기 싫고, 학교 가는 길에 개울에서 노는 물고기를 생각하면 공부가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
한 동네의 주민이 반대하면 계획을 철회하고 또 다른 곳에 허가를 내주는 찝쩍거리는 행정은 그만두어야 한다. 폐기물처리 업자나 공무원의 말처럼 이 사업이 환경산업이라면 왜 청정한 골짜기를 훼손시키려는 것인가. 누구의 눈에도 잘 보이는 공단 한켠에 건설폐기물 집중 처리장을 세워 당진 군 것을 공개적으로 처리한다면 환경훼손도 막고 콘크리트가 아닌 중금속이나 석면으로 오염된 폐기물 반입을 막고 폐기물의 재활용도 확인할 수 있다.
군에서는 처리장이 환경산업이고 폐해가 있을 경우, 책임지고 제재할 것이라고 한다. 농민들에게 이 말을 믿으란 말인가.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본 뒤 말하자는 것은 심한 말이 아닌가. 폐해가 확인되는 시점에 떠나는 자는 주민이요, 남는 자는 폐기물업자이다. 게다가 슬항리 주민들은 멀리 대산석유화학공단과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유해환경물질은 물론이고 환영철강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다.
환영철강에 나오는 소음 때문에 가축들이 수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슬러지가 산같이 쌓여 석문호의 수질을 오염시키고, 매연에 포함된 아황산가스는 작물을 영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작년 콩 농사는 아예 망쳤다.
그리고 고철수송 차량은 고철을 하역한 뒤 남은 석면 부스러기를 드럼통에 따로 처리하도록 한 법률을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동네길을 고속으로 달리면서 길거리에 날려버리고 있어 주민들은 폐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관청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10년이 넘도록 사정은 변함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SK가 석문국가공단에 석유화학공단을 세운다고 할 때 주민들은 앞장서서 저지하였다. 이런 슬항리 주민들에게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자고 하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한가지 덧붙일 것은 본인이 조사한 바로 지난 50년 동안 슬항리 주민 사망원인의 50% 이상이 암이다. 80%가 암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충남도와 당진군은 이곳에 폐기물처리장을 세우기 앞서 보건복지부와 협의하여 주민의 암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역학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
슬항리 주민 가운데 처음에 서너명이 건설폐기물 처리장이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찬성하다가 나중에는 주민들의 설득으로 반대로 돌아섰다. 그들은 처음에 처리장이 세워지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에서 찬성하였다. 이것은 농촌 경제가 정말로 어렵기 때문에 오는 현상이다. 일부 주민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슬항리의 농사를 유기환경농업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저지한 뒤 이 대안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유기농 쌀은 80㎏당 27만원으로 일반쌀 16만원보다 70%가 비싸고, 무농약쌀도 20~30% 비싸게 팔리고 있다. 이 쌀은 SBS TV 프로그램 「잘 먹고 잘사는 법」이 방영된 뒤 수요가 폭발하여 품귀 상태이다. 올해 쌀 수매가는 지방자치단체와 대통령선거를 선거를 앞두고 있어 농민의 요구대로 동결되었지만, 정부는 쌀 수매가를 5년에 걸쳐 매년 1만원씩 10만원까지 내릴 계획이었고 선거가 끝나면 이 계획은 표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은 고향의 농민 형제들에게 비교적 손쉬운 쌀농사부터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이후 콩·보리·밀 등 잡곡, 채소, 과일, 사료작물 농사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유기농 전환에 3~5년이 걸리므로 올해 쌀농사부터 오리농으로 시작하는 것도 실행 가능한 방법이다. 그럴 경우 농산물은 높은 가격으로 출하되고 농사짓는 농민도, 소비하는 도시민도 건강해질 수 있다. 대신 일손이 많이 가게되므로 농촌의 일자리 부족 문제도 완화시킬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이 유기농산물로 가까워지면 그만큼 당진을 찾는 외지인들도 늘 것이다.
유기농업은 우리 사회에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국, 스위스, 일본에서 농업개방에 대처하여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대안 농법이다. 충청남도와 당진군에서는 유기농에 필요한 농법의 연구 보급, 지원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서라도 농촌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건설폐기물 처리장 난개발 계획부터 전면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