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동해야"
"뭐?"
"훗날 내가 죽으면..."
"무슨 소리하는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려거든 얼른 잠이나 자."
"쓸데없는 소리가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얼른 잠이나 자!!"
"있잖아"
"내가 자랬지!!"
"아..알았으니 소리 지르지마!"
요즘 이 녀석이 이상하다. 지난번에 난데없이 사람이 죽을때가되면
언제 죽을지 알게되어서 주변을 정리한다고 하지를 않나. 오늘은
뜸금없이 훗날에 자기가 죽거든...이런다.
뭘 잘못 먹어서 저런 헛소리를 하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오늘 먹은 것중
이상한게 없는데, 내일 병원에나 한번 데리고 가볼까? 어디로 가야되나?
아씨...쓸데없는 소리를 해가지고 심란해 죽겠네. 바보, 이혁재 너 내일 죽었쓰-_-
"있지, 동해야."
"......"
"너 깨어있으면 절대 이런 말 못하게 하겠지. 그래서 나 너가 잠들었는
지금 너에게 말하는거야."
"......"
"있지...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야. 내가 너보다 먼저 죽으면...너의 곁을
떠나 멀리가게 되면 내가 죽은 그날에 널 만나러 꼭꼭 올께. 나 영혼의
존재를 믿지않았지만 나중에 내가 죽어서 영혼이 된다면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라도 매년 널 찾아오는게 있으면 그게 나라고 생각해줄래?"
잠이 안 와서 뒤척거리다가 갑자기 들린 혁재의 목소리에 난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혁재가 하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혹시 내가 아직
잠든게 아니라는걸 혁재가 알까봐 바보같이 숨도 크게 쉬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가만히 누워서 혁재가 하는 말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뭐가 나중에 라는건지. 저렇게 울꺼면서 바보같은게 결국은 지가 말해놓고
지가 울고 있다. 울지말라고 안아줄수도 없는데...바보같이.
그 후로, 몇일이 지났다. 우리들의 일상은 전과같이 평온했고 여전히 웃고
장난치다 때로는 싸우기는 했지만 지나간 다른 날들과 변함이 없는 일상
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수도 있는 나날들이지만 혁재와 함께라면
나에게는 매일매일이 새롭고 행복한 일상들이었다.
"다음주에 가면 안돼?
"......"
"이 혁 재 !!"
"......"
"내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갑자기 터진 일인데 어떻게 하라구!!"
"알았으니 그만해"
"다음주에 가자. 그땐 무슨 일이 있더라고 꼭 약속 지킬께."
"늦지않았어? 안 가봐도 돼? 아까부터 계속 전화 오잖아"
"니가 화내는데 내가 어떻게 가!!"
"화 안났으니까 얼른 가. 중요한 일이잖아"
사실 마음은 아까전부터 뛰쳐나가고 싶었다. 일중독이라 불리우는 나에게
지금 흘러가는 1분 1초가 무척아깝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혁재의 그늘진
얼굴이 마음에 걸려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2주전부터 준비한 여행. 더 추워지기 전에 바다를 보러가자며 겨울 바다가
너무너무 보고싶다고 말한 혁재의 말에 가기로 한 여행.
혁재가 얼마나 들뜬 마음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날짜가 지나가길 기다렸는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안다. 하지만...
"Trrrrrr"
"여보세요? 응..응..아니 말해.. 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지금?
다 끝난 이야기를 지금와서 뒤집는 이유가 뭔데? 뭐야? 진성에서? 알았어.
한..15분후에 내 방에서봐"
"회..사야?
"응...미안한데 우리 여행 다음으로 미루자"
"중...요..한 일이야?"
"응..다 성사되었던 일인데 갑자기 취소하게다고 연락 왔다잖아.
우리랑 협병하면 자기네들 손해가 아니라거 뻔히 알면서 도대체
무슨 고집인지...우리 여행 다음으로 미루자"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돌아서 다시 주섬주섬 가방을 마저 정리하는 녀석이
이상했다. 전같으면 괜찮다며 얼른 가보라고 웃으면서 배웅을 할텐데 오늘은
아무런 말없이 여행가방을 싸는 녀석을 보며 난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었다.
왠지 굳은 녀석의 얼굴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것처럼 너무 낮설었다.
여행준비는 녀석이 하는거라 따로 내가 준비할것은 없었다. 내가 해야할 일은
우리가 여행가 있는 동안 혼자 집에 있게되는 바다의 먹이 챙기기 뿐이라서 여행이
취소된 지금, 평상복에서 슈트로 갈아입었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마음은 어서
회사로 나가 지금 벌어진 일을 수습하고 싶지만 묵묵히 혼자 여행준비를 하는
녀석의 뒷모습이 신경쓰여 차마 발을 떼놓지 못했다.
결국 녀석의 주변에 서성이다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다가 화나지않았다는 녀석의
말을 듣고서야 난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게 그 녀석의 마지막 모습인걸 알았다면,
두번 다시 볼수없다는 걸 알았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때 녀석을 잡았을 것이다.
늦은 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안에 불이란 불은 다 꺼져 창밖의
가로등 불빛이 거실에 들어와 거실을 비춰주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녀석이 웃으면서
날 반겨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날 반겨주는 건 바다뿐이었다.
혼자 심심했는지 바다는 나의발 아래에서 반갑다고 이리 저리 뛰면서 환영의 몸짓을
보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나? 바다야, 니네 아빠 어디있냐?"
"왕왕~"
오랜 시간을 끌어서야 일이 마무리 되었다. 집에 도착한건 거진 자정이 다 되어가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자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집안의 공기에는 온기라곤 하나도 느낄
수가 없었고, 둘려본 집안 어디에도 없는 녀석의 모습에 녀석 혼자서 여행을 떠난것을
알수있었다.
"다음에 같이 가자니깐. 결국 혼자 갔냐, 나쁜 자식!!"
혼자서 투덜투덜 -사실 늘 옆에 있던 녀석이, 내 옆에 없는 그 녀석이 보고파서-
거리며 소심한 혁구라니, 바보 혁구라니, 여행갔다오면 가만히 안 둘꺼라며 난 바다를
안고 이방저방을 다니며 집안 가득 채워있던 어둠을 몰아내고 빛으로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혁재가 알면 전기세 많이 나온다며 질색을 하겠지만 혼자 있다는 사실이 왠지 쓸쓸하고
외롭게 다가와서 그리고 버림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이렇게도 하지않으면 안될것 같아,
불이란 불은 다 켜고 거실 쇼파에 몸을 기댔을때는 왠지 모를 뿌듯한 느낌을 받았다.
"Trrrrrrrrrrrr"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않아 씻지도 않고 처음 쇼파에 몸을 누였던 그 자세 그대로
바다의 몸을 쓰다듬으며 재방송하는 쇼프로 보고 있었다. 무척 재미있는 프로인듯
시종일관 티비에서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쏟아졌지만 내 귀에는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릴뿐 무슨 내용인지 알수가 없어 따분하다고 생각하던 그때 전화가 울렸다..
이상하게 받기 싫었다. 받으면 안될것 같은, 받으면 후회할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물끄러미
전화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 전화는 끈질게도 계속 울렸다.
유달리 날카롭게 들리는 전화벨 소리와 그 소리에 흥분한 바다가 짖는 소리, 그리고
갑자기 뉴스 속보라며 한참 나오던 쇼프로 화면이 바뀌며 긴급한 말투로 떠드는 리포터와
그 뒤의 배경으로 보이는 강원도 어느 팬션이 불길에 휩싸인 모습.
"지금 이 시간 보시는 데로 불은 것잡을 수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건조한 날씨와 거세게 부는
바람때문에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방차가 도착했을땐 이미 화재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상태라 지금 이곳 에덴산장에 묵고있던 숙박객 상당수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화재진압과 함께 인명구조를 하고있지만 어려울것으로 보입니다."
순간 잘못 들은줄 알았다. 지금 화재가 난 곳이 에덴산장이라고 했다. 몇일전 혁재가 좋은 곳을
발견했다면서 보여준 프린터된 종이에 찍힌 팬션의 이름이 분명 에덴산장이었다. 설마..아니겠지.
같은 이름의 팬션이겠지.
"Trrrrrrrrrrr"
그때까지 끈질기게 울리는 전화. 받으면 안된것 같은 전화가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왠지
그 녀석일것 같아서 저걸 받아 그녀석이 무사하다는 걸 그렇다는 걸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잘 움직여지지 않는 팔을 뻗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이혁재씨댁입니까?"
녀석이 아닌 낯선 남자가 그 녀석을 찾는다. 왠지 그 사실에 기분이 나빠져 미간을 찌뿌리며
아직도 짖고 있는 바다를 안아올려 진정시켰다.
"여보세요, 이혁재씨댁 아닙니까?"
"네, 맞는데 누구신지?"
"여기 강원도 원주 경찰서입니다. 지금 이쪽으로 오실수 있으십니까?"
"원주 경찰서...설마....우리..우리 혁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혁재씨가 머무르신 팬션에 지금 대형화재가 일어났습니다.
지금 인터넷으로 오늘 날짜로 숙박 신청하신 분들 리스트와 연락처를 보고 전화 드리는 겁니다."
이혁재씨가 머무르신 팬션이라는 말 이후로 아무런 소리도 내귀로 들리지않았다. 설마했는데,
부디 아니길 빌었는데...혁재야 괜찮지? 괜찮다고 말해줘. 지금 빨리...
"여보세요, 여보세요!!"
".....네..말씀하세요."
"지금 빨리 준비하셔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여기 위치가..."
기계처럼 그 경찰이 불러준 주소를 받아적고,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바다에게 '아빠 데리고 올께,
집 잘 지키고 있어'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차키를 들고 집을 빠져나왔다.
밖은 점점 어둠으로 짙어지더니 어느새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어둠으로 깔려있었다.
왠지 답답한 마음에 창문도 내리고 잘 듣지않는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분명 노래소리 같은데 하나도 귀에 들리지않는다. 창문을 열었지만
답답한 느낌에 목을 죄는 것같아 넥타이도 풀어서 뒷자석으로 던져버렸다.
한참을 어두운 밤길을 달리고 또 달려서 새파랗게 동이 틀무렵 경찰서에 도착할수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경찰서로 한발자국씩 걸을 때마다 이미 먼저 도착한 그 팬션의 숙박객들의 가족들로
보이는 이들이 울부짓는 소리가 나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아이고 이눔들아, 내 아들 살려내. 내 아들!!"
"아니죠. 거젓말이라고 말해주세요. 제발!!"
"이제...20살 되었어요.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다고 기뻐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리 크지않는 경찰서 안에 여러 사람들이 내지르는 목소리로 가득차서 울리고 있었다.
왠지 그 소리에 눌려 질식한 걸 같아서 경찰서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찰서 문밖에 서성였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었다. 왠지 입을 열면 혁재가, 그녀석을 다시는 못 보게될지
모르는다는 두려움에 난 아무런 말도 하지못하고 멍하니 경찰서안을 보고 서 있었다.
"누구십니까?"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옆에서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피곤한 얼굴을
한 경찰이 나를 보고 누구냐고 묻는다. 무슨 일로 왔느냐가 아닌 누구냐라는 말.
설마..아니지..아니겠지.
"누구십니까?"
아니라고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달라는 나의 눈빛을 그 경찰은 무시하고 다시 피곤에
젖은 목소리로 기계처럼 다시 나에게 물어왔다.
"이..혁재."
"이혁재..이혁재...아..여기 있군요.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떨어지지않는 입을 간신히 열어 혁재의 이름을 말하니 그 경찰은 들고있던 파일을 한참
뒤적이더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있는 쪽을 가르치더니 그쪽으로 가라고 말한뒤 이제
막 들어서는 사람들에게로 가버렸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달아놓은듯 한걸음 떼기가 너무 힘들었다. 겨우 질질 끌다싶이해서
몇 발자국 안되는 그곳까지 갔을 때 그곳에 있던 경찰이 또 다시 처음 만났던 경찰과 똑같은
질문을 나에게 했고 다시 나의 입에서 혁재의 이름이 나왔을때 그 경찰은 벌써 몇번째 하는
말인지 모를 그런 말을 나에게 읊어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 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이혁재를 알아볼수
있는 특징이나 증표가 있습니까? 예를 들어 반지라던지..."
"그게 무슨?"
"소방차가 화재장소에 도착했을때 이미 화재가 크게 번진뒤였고, 오랜 가뭄과 거세게
부는 바람때문에 화재진압이 어려웠습니다. 겨우 불길을 잡았을 때, 이미 다 타버리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출구쪽에 몰렸다 질식해서 사망한 걸로 판명되었습니다.
아..이혁재씨는 자신이 머무르던 방에서 사망하신 것같은데 정확하지 않으니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바...반지가 있어요. 그리고 목에 목걸이가...제가 생일때 사준 이니셜 목걸이가..."
"반지를 보시면 아시겠습니까? 아님, 목걸이를?"
"둘다 알아볼수 있어요. 제가...제가 디자인 한거라...."
"그럼, 이 사진들중 어떤 겁니까?"
나의 말에 경찰은 파일 뒤쪽에 꽂힌 여러장의 사진들을 나열해서 보여주었다.
나는 그중에 혁재의 탄생석인 다이아몬드로 박힌 단순하면서도 심플한 반지와
혁재의 이니셜인 'h'로 된 목걸이가 찍힌 사진을 찾았다.
혁재의 생일을 몇달 앞두고 생일 선물을 주며 프로포즈할 생각으로 내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서 만든 반지와 목걸이라 한 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생일날 이걸 받으면서 혁재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모습이 눈 앞에
지금도 바로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그려지는...그런데....
내가 골라준 사진 뒷장에 적힌 영문과 숫자의 조합을 그 경찰은 들고있던 파일을
보며 서류를 작성하고 나의 싸인을 받더니 나를 다른 동료 경찰을 불러 혁재가
있는 병원으로 보내주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병원의 지하 영안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울부짖는 소리와
통곡소리로 가득한 반면, 그 녀석이 잠들어 있는 곳은 아주 고요했다.
"저기...."
"네?"
"뭐..뭔가 잘못된거 아니에요? 우리 혁재가 이런 곳에 있을리가 없어요.
뭔가 잘못되었어요. 그쵸? 아니죠? 제발....제발 아니라고 말해줘요, 제발!!!"
부정하고 싶었다. 그녀석이 날 버리고 혼자 떠날리가 없다는 생각에 이건
거짓이라고 이런 장난은 재미없다고 이제 그만 그 녀석이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나의 말에 경찰은 아무런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아버지의 품같이 넓고 아늑한 그 가슴에 안겨 난 한창을 울었다.
한참후 경찰이 가버리고 혼자 멍하니 혁재의 이름만 바라보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난 재빨리 슈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려 겨우 안쪽 주머니 깊숙이
숨어있는 핸드폰을 찾아 폴더를 열었을 때, 전원이 꺼져있을 것을 발견했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 나의 버릇. 핸드폰 꺼놓기.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협상결렬에 대한 대책을 회의를 하느라 꺼놓고 또 정신없이
일을 하느라 지금까지 핸드폰이 꺼져있는 줄도 몰랐다.
"삐빅~"
전원을 눌러 핸드폰이 로딩이 되는 그 짧은 시간이 나에게 긴 영원으로 다가왔다.
초조한 기분에 손톱을 물어 뜯다 겨우 로딩이 끝난 걸 확인하고 혁재에게 전화를
걸려고 단축번호를 누르는 순간 엄청나게 들어오는 문자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문자창이 뜨면서 보이는 혁재의 이름과 번호들...그리고 메세지들.
"동해야, 제발 전화 좀 받아!"
"동해야, 나 무서워"
"동해야, 보고싶다"
"동해야..이게 마지막인걸까?
나 혼자 여행을 와서 벌 받는걸까?"
"동해야, 사랑해♡"
"동해야, 이동해..보고싶어"
"동해야, 미안해. 널 혼자둬서"
문자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한통의 음성 메세지가 있다는 반짝임에
난 재빨리 음성사서함을 연결 시켰다.
"너가 이걸 들었을 때, 아마 난 멀리 떠나있겠지. 미안해, 널 혼자두고 떠나서.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때 왠지 슬퍼져서 울었는데 이럴려고 그랬나봐.
이동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그동안 바보같은 날 사랑해줘서 고맙고,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고맙고,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지금 너가 많이 보고싶고 목소리
듣고...쿨럭...니..목소리 듣고 싶은데....하아...점점 숨쉬기 힘들다. 동해야.
이동해 사랑한다."
아련히 들리는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와는 달리 차분하게 말하는 혁재의 목소리에
나의 눈 시울이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툭 떨어졌다.
몇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른다. 이제는 음성 사서함을 통하지않아도 혁재의
목소리가 평상시에 나에게 말하는 것처럼 옆에서 말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큼 혁재의 음성은 나의 심장을 가득 채웠다.
뜨거운 불속에서 아파했을 녀석을 난 또 다시 뜨거운 불속에 밀어넣어야했다.
나 품에서 한가득 들어오던 혁재가 한참뒤 작은 항아리에 한줌의 재가 되어
나에게 되돌아왔을때, 그 항아리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 왔어...잘 지냈어?"
난 그녀석을 승화원에 안치를 했다. 자유롭게 날아다닐수 있게 뿌려줄수도
있었지만 나의 욕심에 그 녀석을 작은 유리방에 가둬버렸다.
"이렇게 좁은 곳에 널 가두었다고 화내는 건 아니겠지? 아직 널 멀리 보내주기
싫어. 날 버리고 너 혼자 갔으니 이런 부탁은 들어줄수 있지?"
어디선가 녀석의 나직한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한숨뒤에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
혁재가 나 곁을 떠나 하늘로 먼 여행을 떠난 뒤, 난 그 녀석이 보고 싶을 때마다
이 곳에 들려 녀석을 한참 보다가 가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녀석의 첫번째 기일인 그날.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그 날. 난 혁재를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어디선가 나비 한마리가 날아들어왔다.
처음에는 비를 피해서 들어온 나비인줄 알았는데 그 나비는 곧장 나에게로
날아와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하더니 나의 어깨위로 내려와 가만히 앉아
나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무척 신기하게 여기면서 아마 혁재가 나비가 되어서
나를 찾아온 것이라는 소리에 조금 황당했지만, 언젠가 녀석이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난 그 나비가 그 녀석의 영혼이라고 믿었다.
매년 혁재의 기일이면 나를 찾아와 내 주변을 맴돌다 나의 어깨위에 내려앉아
마치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가끔 날개를 퍼덕거리기도 하고 날아서
내 주변을 맴돌기도 하는...그러다 어둠이 내려서 내가 떠날때즘에야 다시 날아올라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다음 기일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나비.
"나중에 내가 죽어서 영혼이 된다면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라도 매년 널 찾아오는게 있으면 그게 나라고 생각해줄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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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만에 아주 긴 허접 하나 들고왔습니다^^
전 왜 쓰면 새드밖에 안 나올까요...ㅠ.ㅠ?
첫댓글 .................ㅠ 아 슬프다 슬프다 ㅜ,ㅜ 아 불쌍해 ㅜㅜ 마지막 부분 멋있어 너무! 역시 나비가 은혀기구나! 이팬픽 제목부터 딱 맘에들어~! 언니 이거 쓴다구 수고했어~!
와................ㅠ_ㅠ재밋어요ㅠㅠ슬프다ㅠㅠㅠ은혁님 너무 불쌍ㅠㅠㅠ
너무 슬퍼 ㅠ_ㅜ 이래서 새드는 실헝 ㅠ-ㅜ
슬퍼영 ㅠ 요즘 새드가 ........... 인기구나 - _-
힝~.... 너무 슬프잖아..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