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산, 구름산, 도덕산, 광명시의 산을 걷다
1. 일자: 2023. 11. 4 (토)
2. 산: 가학산(220m), 구름산(240m), 도덕산(200m)
3. 행로와 시간
[서독터널(12:25) ~ 활공장1(12:49) ~ (활공장2) ~ 도고내오거리/서독산 갈림(13:09) ~ 가학산(13:32) ~ 구름산(14:22) ~ 한치고개(14:49) ~ 도덕산(15:48) ~ Y자 구름다리(15:58) ~ 철산역(16:30)/ 11.87km]
평소 집에서 광명시 가는 차편은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광명동굴 뒤로 난 길을 따라 가학산 ~ 구름산 ~ 도덕산을 잇는 산행을 하자고 마음먹은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비로 지리산행이 취소된 오늘, 문득 이곳이 가고 싶었다. 편견을 깨고 집앞에서 3번 버스에 오른다. 40여분 만에 광명역 부근에서 내려, 광명동굴행 버스로 갈아 타려는데 '서독산, 가학산 등산로 입구'라는 이정목에 이끌려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 가학산 >
고요한 숲길이 이어진다. 인적 드문 오름길 양지 바른 곳에 보랏빛 제비꽃이 꽃망울을 피우고 있다. 색이 곱다.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다, 곧 겨울이 닥칠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해 진다.
군부대 철망이 등장하고 두 곳의 활공장을 지난다. 활공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에는 어수선한 도시 외곽의 건물들과 고속도로가 지난다. 날이 흐려 먼 풍경은 감흥이 없다.
30분 조금 넘게 걸었나 보다, 도고내라는 갈림이 나타나고 올려다 보는 눈에 단풍이 곱게 든 서독산이 보인다. 시계가 좋지 않으니 서독산은 힘들여 가지 않기로 했다.
가학산까지는 꽤 갔다. 처음엔 호젓한 숲이 좋다 여겼는데 큰 변화 없는 긴 길에 지쳐간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 광명동굴을 보고 산에 오를 걸 그렇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잠시 도로를 만났다 이내 숲이 이어지고 또 머지 않아 가학산 정상에 선다. 전망대와 정자, 돌탑이 서 있는 전형적인 야산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경기 서쪽 일대의 여러 산들이 모습을 드려낸다. 날씨가 맑으면 꽤 근사한 풍경이겠다.
< 가학산 >
특징 없는 숲길이 다시 이어진다. 자연상태로 조성된 산에서 단풍은 화려할 리 않다. 그저 빛바랜 우중충한 색만이 가는 가을을 알리고 있다. 화려한 단풍을 보려면 집 앞 공원에 가는 편이 더 낫다.
산허리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드는데, 낙엽이 융단처럼 두텁게 쌓여 있고 가파른 비탈 옆으로 길이 길게 나 있다. 기대하던 가을 숲의 모습에 흥분하며 삼각대를 세운다. 지나는 이들의 모습을 먼 풍경에 담아보고, 나도 모델이 되어 본다. 잠시나마 길을 나서길 잘 했다 하는 생각을 했다.
멋진 풍광은 이내 사라진다. 구름산 정상에 가까워지자 거친 비탈이 길게 이어진다. 가학산이 220m이니 고작 20m가 더 높은데 그 차이는 컸다. 구름산 정상의 모습도 가학산과 다르지 않았다. 인근에 꽤 너른 공터가 있었다. 정상석만 사진에 담고 하산한다.
< 도덕산 >
도덕산으로 향하는 길에는 무척 긴 계단이 놓여 있었다, 한참을 생각 없이 내려가다 이상한 느낌에 돌아 올라온다. 샘터에서 손을 씻는다. 2시간 넘게 걷기만 했더니 힘에 부친다. 가볍게 생각하여 작은 물병 하나만 들고 온 게 후회된다. 허기가 든다.
한참을 내려서 도로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지난다. 한치고개다. 도무지 이곳이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배수장이 부근에 있는 것 같고 조금 떨어진 곳에 음식점도 보인다. 배수시설 철조망을 따라 한참을 오른다. 지나는 이에게 간식을 '구걸해' 먹과 났더니 조금은 힘이 생긴다. 그 힘으로 도덕산 정상에 올랐다. 산에 오를 땐 최소한의 물과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새긴다.
도덕산 정상에도 커다란 정자가 있었다. 머물지 않고 바로 그 유명하다는 구름산 삼각 허공다리로 향한다. Y자 형상의 구름다리 위에 선다. 영상으로 볼 때와는 다르다. 우선 그 규모가 기대보다 작고, 인공폭포가 가동되지 않아서 인지 볼거리도 그저 그렇다. 인파에 섞여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이내 하산길에 나선다.
이어지는 길도 기대 이하였다. 야생화단지도 그저 생색만 내는 듯했고, 건물이 철거된 어수선한 도로를 걸으며 그나마 이곳을 들머리로 삼지 않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비탈을 따라 중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의자를 개조한 기구를 타며 놀고 있다. 내 어릴 적 모습이 떠올라 한참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해도 신나는 시기일 게다.
큰 도로와 마주한다. 트랭글을 종료한다. 날으 여전히 흐리다. 인파 속에 휩쌓인다.
< 에필로그 >
200미터 초반의 산들이지만 3개의 산을 넘고 나니 힘에 겹다. 걸은 거리가 12km에 달한다. 만만치 않았다.
철산역 부근 음식점에 들른다. 허기진 배는 밥보다 물을 더 요구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사진 정리를 한다. 꽤 괜찮은 사진이 몇 장 있지만 눈에 확 띄는 건 없다. 오늘 산행 길 역시 그랬다. 평소 궁금했던 산에 다녀왔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한번도 와 본 적 없는 낯선 도시, 상가들 틈에서 길을 찾아 집으로 향한다. 6시도 되지 않았는데 거리에는 어둠이 짙게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