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탈쁨이]모델시즌2 세상의중심에서사랑을외치다11-20

[[펌설]G.마녀]

# 11.
 
 
 
 
"왜 전화 안 받았어?"
 
 
 
 
스튜디오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공실이를 향해 말하는 은겸이.
 
공실이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은겸이를 쳐다본다.
 
 
 
 
"무슨 전화?전화 안 왔는걸?"
 
 
 
 
휴대폰을 꺼내 통화목록을 보여주는 공실이.
 
정말이었다.아침에 건 통화 외에는 전화번호가 없었다.
 
"이상하다."라며 중얼거리는 은겸이를 보며 공실이는 속으로 웃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부재중 통화를 지워버렸다.
 
너무나 철저한 공실이.한 쪽 가슴이 뻥하고 뚫린 뜻 통쾌했다.
 
 
은겸이는 전화번호를 지웠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쩜 저렇게 뻔뻔하게 연기를 할 수 있는지가 의심스럽고 이상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공실이의 목소리에 스텝들은 귀를 틀어막는다.
 
은겸이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은 체 메이크업실로 들어갔고
 
메이크업실 문이 닫기는 소리와 함께 다들 촬영 준비에 들어간다.
 
 
 
.
 
 
.
 
 
.
 
 
 
한참 촬영중인 공실이와 은겸이.
 
카메라 액정과 공실이의 눈의 시선은 거의 90도였는데 이내 45도로 바뀌어버린다.
 
카메라를 들고있던 공실이의 손이 아래로 떨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계속 터지고 있던 플래쉬가 터지지 않자 다들 시선은 공실이 쪽으로 향한다.
 
가만히 있던 공실이는 시선을 느꼈는지 움찔거리더니 베시시 웃는다.
 
 
 
 
"앗,죄송해요!조금만 쉬었다가 하면 안될까요?"
 
"오늘 몸이 안 좋은가봐?"
 
"힘이 없어보이네."
 
"쉬엄쉬엄해가면서 하자구."
 
 
 
 
스텝들은 한명씩 공실이의 어깨를 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공실이는 그에 화답하듯 씨익 웃더니 카메라를 놓곤 가까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역시 머리를 너무 썼더니 몸이 피곤하네‥.
 
 
촬영 내내 은겸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생각한 듯 보였다.
 
한번에 두가지 일을 다 할려고 하니 집중도 안되고 오히려 피곤이 쌓인 겸.
 
몸을 의자에 기대 고개를 뒤로 젖혀버린다.
 
거꾸로 보이는 은겸이.공실이는 눈이 커지더니 똑바로 앉는다.
 
 
 
 
"잠시나마 세상을 거꾸로 본 소감은?"
 
"님.때.문.에.망.쳤.음."
 
 
 
 
또박또박 끊어가며 말하는 공실이.은겸이는 눈살을 찌푸린다.
 
은겸이가 뭐라고 말할려고 입을 여는 순간 스튜디오 문은 열리고 하린이와 한 여자가 들어온다.
 
자연스레 시선은 그쪽으로 향했고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마침 쉬고 있었나봐?"
 
 
 
 
하린이의 말에 무언가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린이는 여자의 손을 붙잡곤 안으로 걸어와 씨익 웃어보인다.
 
 
 
 
"오늘 같이 촬영하게 될 여자야,신인인데 정말 대단해."
 
"안녕하세요,염운아라고 합니다."
 
 
 
 
얇으면서도 통통튀는 목소리였다.
 
역시 모델이라서 그런지 키가 176CM정도 보였고 얼굴은 말할 것도 없었다.
 
운아 근처에 은겸이가 서 있었다.두 사람이 공실이의 한 눈에 쏘옥 들어왔다.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운아와 은겸이.공실이는 문득 생각한다.
 
 
나와 함께 서 있어도 저런 분위기가 날까‥.라는.
 
 
 
 
"공실씨,그럼 잘 부탁해."
 
"‥‥네?!"
 
 
 
 
멍하니 생각하다가 하린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GLAMOROUS에 낼꺼거든."
 
 
 
 
하린이는 씨익 웃으며 말한다.
 
GLAMOROUS . 공실이는 스텝들이 이야기 하는 걸 언뜻 들은적이 있었다.
 
부담감을 느껴버린 공실이.어색하게 웃는다.
 
 
 
 
"염운아씨 개인 프로그래퍼는‥."
 
"사실 그 사람보단 공실씨의 실력이 훨 좋거든."
 
 
 
 
공실이는 그만 웃음이 풉 하고 터져버렸다.
 
하린이는 '진심인데?'라는 눈으로 공실이를 보더니 어깨를 다독이더니 스텝들 쪽으로 간다.
 
 
어느 덧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운아와 은겸이.
 
자신과 이야기할 땐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웃고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공실이는 힘이 쭈욱 빠지는 걸 느꼈다.이런 자신이 싫다는 듯 머리를 헝크린다.
 
 
 
 
"너 왜 이러냐?"
 
 
 
 
운아와 이야기를 하다가 머리를 헝크리는 공실이를 봤는지 물어보는 은겸이.
 
공실이는 은겸이를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훽 돌린다.
 
 
 
 
"신경 꺼."
 
 
 
 
어떻게 들으면 차가운.
 
어떻게 들으면 귀찮은.
 
어떻게 들으면‥상처받은.
 
 
 
 
"바람 좀‥쐬고 올께요."
 
 
 
 
공실이는 스튜디오실을 빠져나간다.운아와 은겸이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가슴이 아팠다.찢어질 것 같았다.불에 타버린 것 같았다.짜증이 났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공실이는 그자리에 쭈그러앉아버렸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지 못했다.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알지 못했다.
 
제일 꼭대기 층인 14층에 도착해 문이 열렸지만 공실이는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스르륵 닫겼고 공실이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 계속 앉아있는다.
 
 
내가 왜 그런거지?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설마‥‥질투?!아니야,질투는 아닐꺼야.내가 차은겸 좋아하지 않는‥
 
 
속으로 혼자 이야기 하던 공실이의 말은 끊어져 버렸고 눈이 점점 커진다.
 
무언가라도 알아차린 듯한 눈이었다.
 
 
 
 
"아닐꺼야.양공실,너 미쳤어!!"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도리도리 고개를 젓어보이는 공실이.
 
그 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Rrrrrrrrrrrr- Rrrrrrrrrrrr-
 
 
혼이라도 빼앗긴 표정으로 멍하니 슬라이드를 밀어 귀에 갖다댄다.
 
 
 
 
-공실아,어디야?
 
"지금 촬영 시작했어요?"
 
-아니,내일부터 하기로 했어.도대체 어디야.
 
"아,지금 내려갈께요!"
 
 
 
 
공실이는 정신이 확 깨버렸는지 슬라이드를 닫곤 자리에서 일어나 8층을 누른다.
 
왠지 기분이 좋아보이는 공실이.티나게 웃는 건 아니었지만 살짝,아주 살짝 입꼬리를 올려보인다.
 
 
덜컥-
 
 
 
 
"운아씨,갔어요?"
 
"응,너한테 인사하고 갈려고 했는데 사장님이랑 갔어."
 
"아‥괜히 저만 생각했네요."
 
 
 
 
공실이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한쪽 구석엔 아주 통쾌했다.
 
스텝들은 나중에 인사하면 되지.라며 말하곤 웃는다.
 
공실이는 슬쩍 은겸이를 쳐다본다.옷을 갈아입었는지 아까와는 다른 옷을 입곤 세트장 위에 서 있는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체 아주 건방진 포즈로 말이다.
 
스텝들은 촬영 하는 줄 알고 다들 제자리로 돌아왔고 공실이도 이내 카메라를 손에 든다.
 
 
공실이를 바라보는 은겸이의 눈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신경 꺼.'
 
도대체 왜 자신에게 그런 차가운 소리를 했는지 은겸이는 모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은겸이는 화가 났고 또한 찌릿했다.무언가에 맞은 듯한‥.
 
 
공실이도 아까 은겸이한테 차갑게 한 말이 신경쓰이는지 선뜻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둘의 사이에 묘한 감정에 쌓인 체 촬영에 들어갔다.
 
 
 
.
 
 
.
 
 
.
 
 
 
"오빠들,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공실이,너도 수고 많았어.오늘 몸 안좋아 보이던데."
 
"오늘따라 컨디션이 꽝이라서 그래요!"
 
"집에 가서 푹 쉬어."
 
"네네~오빠들,저 먼저 갈께요!!"
 
 
 
 
공실이는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스튜디오실을 빠져나온다.
 
문을 닫자마자 한숨을 푹 쉬더니 땅을 발로 차며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구로 들어가 계단으로 내려간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할 땐 엘리베이터보단 계단이 훨씬 좋다.
 
아주 천천히,엄청 느린 속도로 계단을 한개,한개 밟으며 내려가는 공실이다
 
 
 
 
"니현이한테 물어볼까?"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확실히 궁금했다.혼자선 쉽게 결정 내리지 못했다.
 
어느 순간 계단을 다 내려와 비상구에서 나와 로비를 걷고 있을 때,은겸이가 보였다.
 
공실이가 약간 머뭇거리는 사이 은겸이는 공실이를 지나 로비를 빠져나간다.
 
두근거리던 심장은 마치 추락하여 멈추듯 멈추어 버렸고 어딘가가 따가웠다.
 
입술을 꾹 깨문 체 은겸이의 뒷모습을 보는 공실이.
 
하지만 이내 쳇 거리더니 Violet으로 향한다.
 
 
 
 
.
 
 
 
 
딸랑-
 
 
 
 
"니현아!!"
 
 
 
 
주문석에 서있는 니현이를 보더니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는 공실이.
 
니현이도 해맑게 웃으며 공실이를 향해 손을 흔든다.
 
주문석으로 걸어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공실이.
 
니현이는 씨익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갈려는데 공실이가 니현이를 잡는다.
 
 
 
 
"카라멜 마끼아또 아냐?"
 
"오늘은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왔어."
 
 
 
 
이야기라는 말에 솔깃해졌는지 몸을 돌리더니 허리를 숙여 턱을 괴는 니현이.
 
공실이는 살짝 머뭇거리더니 이내 심호흡을 한번 하곤 입을 연다.
 
 
 
 
"어떤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막 심장이 뛰고,다른 여자랑 웃고 있으면 막 짜증나.
 
 그냥 지나가면 막 심장이 내려앉은 것 같어.이게 뭐지?"
 
 
 
 
괴로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 공실이.
 
공실이의 말을 듣자 니현이의 표정은 점점 굳어진다.툭 치며 깨져버릴 듯이.
 
하지만 공실이가 고개를 들어 니현이를 보기 전에 웃음으로 바뀌어버렸다.
 
 
 
 
"사랑아냐?차은겸씨 좋아하는구나?"
 
"유니현!!그런 거 아냐!!"
 
"그런게 아니기는,딱 그런건데.잘 해봐."
 
 
 
 
공실이는 땅이 꺼지듯 한숨을 푹 쉰다.
 
차은겸을 좋아하는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니현이도 그렇게 말해버렸다.
 
심오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공실이.
 
니현이는 어깨를 톡톡 다독이더니 이내 주방으로 들어간다.
 
 
사랑‥?사랑‥?사랑‥.양공실,너도 사랑이라는 걸 하는구나.
 
 
공실이는 힘이 쭈욱 빠진 표정으로 턱을 괴곤 멍하니 어느 한 곳만 주시한다.
 
 
주방에 들어간 니현이는 웃고 있던 얼굴이 또 다시 굳어버린다.
 
 
 
 
"결국은‥."
 
 
 
 
알고 있었다는 듯 말하는 니현이.
 
무언갈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이더니 차가운 웃음을 보인다.
 
 
마치 악마가 무언갈 꾸미고 좋아하는 그런 웃음을‥.
 
 
 
 
# 12.
 
 
 
 
공실이의 앞엔 2개의 빈 잔과 레몬 에이드가 담긴 잔이 하나 있다.
 
니현이를 기다리는 듯 니현이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베시시 웃는다.
 
살짝 지루감이 있는지 턱을 괸 체 테이블을 두드려보는 공실이.
 
 
손목에 차여진 시계를 보고,테이블을 두드려보고.
 
손목에 차여진 시계를 보고,테이블을 두드려보고.
 
 
남은 레몬 에이드를 한모금에 다 마셔버리곤 하품을 한다.
 
 
「7 : 43」
 
 
아직 바톤 터치 할 알바가 안 온 모양이었다.
 
니현이는 계속 바쁘게 일을 했고 공실이는 계속 지루하고 니현이가 일하는 것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화장실 옆에 있는 직원휴게실로 들어가는 니현이.
 
공실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직원휴게실을 보더니 이내 시선을 창가로 돌린다.
 
 
 
 
"미안,가자!"
 
 
 
 
입고 있던 검은색 앞치마는 벗었는지 안보였고 캐쥬얼한 옷차림만 눈에 보이는 니현이.
 
공실이의 어깨에 손을 얹이며 말한다.
 
공실이는 고개를 돌려 니현이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 알바생 안 왔지 않어?"
 
"점장님이 그냥 가래,괜찮다고 했는데 너한테 실례라면서 그러지 뭐야?!"
 
"그럼!당연히 실례지."
 
 
 
 
공실이와 니현이는 바이올렛을 빠져나와 영화관 안으로 들어간다.
 
차를 영화관안에 주차해 논 듯 싶었다.
 
갑자기 은겸이가 생각나는 공실이.피식 웃어보인다.
 
 
 
 
.
 
 
 
 
차는 공실이 집 앞에 주차해놓고 둘은 가까운 공원에 왔다.
 
초가을의 밤바람을 맞고 싶었는지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아무말없이 걷기만 하는 공실이와 니현이.
 
먼저 입을 연 건 공실이었다.
 
 
 
 
"내가 차은겸을 좋아한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었어."
 
 
 
 
약간은 머뭇거리며 수줍은 듯 말하는 공실이.
 
니현이는 웃고 있었지만 웃고 있는게 아니었다.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었을 뿐.
 
 
 
 
"원래 사람 마음이라는 게 모르는거잖아.미운 정 들었나보네."
 
"미운 정이 더 무서운거라고 했는데‥."
 
"이제 그걸 깨달았구나!"
 
 
 
 
니현이는 공실이의 머리를 코옹 때려보인다.
 
공실이는 인상을 팍 쓰더니 니현이를 째려보았고 니현이는 웃더니 공실이의 머리를 헝크린다.
 
공실이는 니현이가 있어서 그런지 너무 마음이 편안했다.
 
 
니현이는 그런 존재였다.
 
때로는 귀엽고,때로는 남자같고,때로는 부드럽고,때로는 오빠같은‥.
 
그래서 어쩌면 공실이는 니현이를 더 찾고 더 기대로 있을지 모른다.
 
 
 
 
"유니현!"
 
"응?"
 
"넌 앞으로도 나랑 함께 해줄꺼지?!"
 
"글쎄‥."
 
 
 
 
장난스러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생각하는 척 하는 니현이.
 
공실이는 니현이의 옆구리를 툭 치더니 인상을 푹 쓴다.
 
 
 
 
"난 진지하단 말이야!!"
 
"앞으로도 양공실과 함께 할 것을 맹세합니다."
 
 
 
 
진지한 표정의 니현이.공실이는 순간 흠칫거린다.
 
하지만 이내 니현이를 한 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공실이의 머리를 또 헝크린다.
 
 
 
 
"이제 됐냐?말 안했다가는 공원 떠나가겠다."
 
 
 
 
니현이의 말에 공실이는 쓰읍거리며 날카롭게 째려본다.
 
니현이는 피식 웃었고 이내 공실이도 해맑은 웃음을 짓더니 니현이의 팔을 두른다.
 
하지만 공실이는 니현이의 마음이 어떤지 몰랐다.
 
 
'넌 앞으로도 나랑 함께 해줄꺼지?!'
 
 
이 말을 들은 순간 니현이의 마음은‥무너져 버렸다.
 
지금 이 상태론 니현이의 마음은 너무나도 깊어졌고 또한 너무나도 원했다.
 
 
이젠‥숨‥길수‥없는건가‥?
 
 
니현이는 씽글쌩글 웃으며 걷는 공실이를 보며 마음속으로 말한다.
 
 
 
 
 
 
 
-
 
 
 
 
 
 
 
"안녕하세요."
 
 
 
 
잠에서 덜 깨어난 목소리로 말하는 공실이.얼굴도 꽤나 피곤해 보였다.
 
스텝들은 공실이의 모습을 보더니 꽤나 당황함과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잠을 좀 설쳤더니 이래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든다.
 
아마도 잠에서 깨어나기위한 방법인 것 같았다.하지만 쉽게 깨어날 잠이 아니었다.
 
반쯤 잠긴 눈으로 아무 생각없이 걷던 공실이는 누구의 가슴팍에 콩 붙이친다.
 
 
 
 
"앗,죄송합‥."
 
 
 
 
공실이의 말은 흐려지더니 끊겨져버렸다.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보고있던 은겸이 때문이었다.
 
은겸이는 공실이를 한번 보더니 스르륵 옆을 지나가버렸고 공실이는 심장이 쿵하고 주저앉았다.
 
내일이면 평상시처럼 대해줄지 알았다.하지만 달랐다.은겸이는 어제와 똑같이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스튜디오 문이 열리고 운아가 들어왔다.
 
스텝들은 괜찮다고 웃으며 말하곤 다시 촬영준비에 들어갔다.
 
스텝들은 그다지 운아를 반가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어제 집에 가기 전 잠시 스텝들이 운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걸 공실이는 들었다.
 
 
염운아인가?그 여자 마음에 안들어.
 
그렇지?!순진한 척 하면서 은겸이 꼬실려는 것 같지 않어?
 
은겸이 어제 웃으며 이야기 하던데,반은 넘어간거 아니야?
 
 
공실이는 어제 그 이야기가 생각났는지 피식 웃더니 자신도 촬영 준비를 하러 걸음을 옮긴다.
 
카메라 렌즈를 조립시키고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 은겸이와 운아가 눈에 보인다.
 
마치 매일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 하는 가까운 친구사이 같이 말이다.
 
공실이의 마음은 또 한번 무너져버렸고 푸념하듯 피식,힘없게 웃어보인다.
 
이야길 하다 메이크업실로 들어가버렸고 그와 동시에 공실이의 입에선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랑아냐?차은겸씨 좋아하는구나?'
 
'그런게 아니기는,딱 그런던데.잘 해봐.'
 
 
갑자기 어제 니현이가 한 말이 떠올랐고 공실이는 눈을 질끈 감더니 이내 무릎에 파묻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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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찰칵- 찰칵-
 
 
은겸이와 운아의 개인 촬영이 끝나고 이젠 둘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셔터는 빠르게 눌러졌고 그에 따라 플래쉬도 빠르게 터진다.
 
둘의 모습‥.너무나도 잘어울렸다.선남선녀.
 
공실이의 손엔 힘이 더욱더 들어가고 있어 조금만 더 들어가면 카메라가 부서질 것 같았다.
 
이내 몇 컷을 더 찍더니 공실이는 허리를 숙여 카메라를 바닥에 놓는다.
 
 
 
 
"조금만 쉬었다가 하죠!!차은겸씨랑 염운아씨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 주시구요."
 
 
 
 
상반되는 목소리였다.활기차다가 차가워진‥.
 
공실이는 가까운 의자에 쓰러진듯 주저앉는다.
 
 
 
 
"오늘은 더 힘이 없네?"
 
"그냥,이런 저런 일이 겹치다 보니‥."
 
"은겸이랑 사이 안 좋아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어?"
 
 
 
 
스텝들도 다들 그렇게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 같았다.
 
공실이는 씨익 웃더니 머리를 끄적이며 입을 연다.
 
 
 
 
"어제 제가 차가운 말을 했거든요,상처받았을꺼예요."
 
"남자가 정말 쫀쫀하네!"
 
"아니예요,제 잘못인걸요."
 
 
 
 
공실이는 울음을 참고 있는‥그걸 보이지 않기 위해 웃었다.슬픈 웃음이랄까‥.
 
스텝은 머쓱하게 웃더니 공실이의 어깨에 손을 얹인다.
 
 
 
 
"솔직하게 말해,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어."
 
 
 
 
두어번 다독이더니 씨익 자리에서 일어나 공실이한테서 멀어진다.
 
 
'솔직하게 말해,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어.'
 
 
이 말이 공실이의 뒤흔들게 만든다.
 
 
 
 
.
 
 
 
 
옥상 위,인조잔디 위에 공실이는 손을 베게 삼아 누워있다.
 
푸르른 하늘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몸을 일으키는 공실이.
 
옥상에 올라오면 뻥 뚫릴줄만 알았는데 뚫리기는 커녕 더욱더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공실이는 엉덩이를 툭툭 털곤 옥상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돌린다.
 
몸을 돌리는 순간 옥상 문을 열고 있던 은겸이와 눈이 마주쳐버렸고 둘은 멈칫거린다.
 
하지만 이내 은겸이는 쓰윽 몸을 돌려 옥상 문 손잡이을 놓는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공실이의 몸 구석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더니 결국 터지고 만다.
 
 
 
 
"왜!!!!"
 
 
 
 
떠나갈 듯한 공실이의 목소리에 은겸이는 우둑커니 멈춘다.
 
공실이는 화를 꾹꾹 참을려는 듯 씩씩거리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왜 피하는데!!아예 못 본척!모르는 사람인 척 하냐고!!"
 
"‥‥."
 
"그 말한마디가 그렇게 상처였냐?하지만 그 모습이 싫었는데 나보고 어떻하라고!!"
 
"‥‥."
 
"정‥말로‥싫었단말‥이야‥.나말고‥딴‥사람한테‥웃‥어주는거‥."
 
 
 
 
공실이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린다.
 
무엇때문에 눈물이 나는진 몰랐다.그냥 감정이 북바쳐 올라왔다.
 
흐느끼는 공실이.흐느끼는 공실이의 목소리에 은겸이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린다.
 
고개를 숙인 체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공실이.
 
잔디 위엔 이슬이 맺힌 것 처럼 눈물이 떨어져있다.
 
 
 
 
"고은 정보단 미운 정이 더 무서운거라잖아.
 
 그 미운 정 때문에 너 좋아하게 된 것 같은데‥.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
 
 
 
 
은겸이는 기다란 기럭지로 성큼성큼 공실이쪽으로 걸어오더니
 
숙여있던 공실이의 고개를 들어올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키스를 해버린다.
 
놀란 눈의 공실이.하지만 이내 스르륵 감기며 눈물 한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이제야 서로의 마음을 알게되었다.
 
 
양공실은 차은겸을 좋아한다는거.
 
차은겸은 양공실을 좋아한다는거.
 
 
푸르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그 둘을 축복해주고 있었다.
 
 
 
 
# 13.
 
 
 
 
찰칵-
 
 
둘의 키스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옥상에서 지켜보더니 플로라이드로 재빠르게 찍는다.
 
사진이 나왔고 점점 더 선명해지는 사진.
 
둘의 키스하는 모습이 완전히 선명해지자 한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하는 누군가.
 
 
 
 
-여보세요.
 
"안녕하세요,스타매거진 기사시죠?염운아라고 하는데요."
 
-무슨일이시죠?
 
"아주 특종을 잡았는데‥거래할 생각 없으세요?"
 
 
 
 
운아의 입꼬리는 더욱더 올라가더니 사악한 웃음으로 변해버린다.
 
 
 
 
*
 
 
 
 
"네가 날 좋아할 줄이나 몰랐는데?"
 
 
 
 
공실이의 집 대문앞에 차를 세워 차체 위에 앉아 이야기하는 둘.
 
은겸이의 말에 공실이는 헛기침을 두어번한다.
 
 
 
 
"좋네."
 
 
 
 
공실이는 기겁한 표정으로 은겸이를 쳐다본다.
 
저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게 보였다.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그런 사람으로 보았다.
 
공실이는 어안이 벙벙해져 커다란 눈만 두어번 깜빡인다.
 
은겸이는 공실이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공실이를 보더니 피식 웃는다.
 
 
 
 
"단 소리,쓴 소리 다 들을텐데 괜찮겠어?"
 
"그정도 감수할 생각했으니깐 그렇게 터트렸겠지."
 
 
 
 
오른쪽 볼을 긁으며 공실이는 말한다.약간은 쑥스러운 목소리로.
 
은겸이는 피식 웃더니 공실이의 왼쪽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또 다시 눈이 커지는 공실이.은겸이는 풉 하고 웃어보인다.
 
 
 
 
"이제 들어가봐,나도 들어가봐야겠다."
 
 
 
 
차체에서 내려와 손을 내미는 은겸이.
 
공실이는 그 손을 빤히 보고 있다가 그냥 폴짝 뛰어내린다.그리곤 손을 꼬옥 잡아준다.
 
 
 
 
"너‥염운아랑 가까이 있지마,짜증나니깐."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은겸이는 목을 놓아 웃어버린다.
 
공실이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체 미간을 찌푸린다.
 
은겸이는 웃으며 공실이의 머리를 헝크린다.
 
 
이렇게 크게 웃는 모습 처음이다.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 처음이다.
 
 
공실이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계.속.있.어.야.지."
 
 
 
 
공실이의 귀에 나즈막하게 속삭이곤 은겸이는 차에 탄다.
 
잠시 멍해있던 공실이는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고 은겸이의 차를 가르킨다.
 
 
 
 
"차은겸!!!!"
 
 
 
 
공실이의 고함에도 은겸이는 조수석에 있는 창문을 조금 내리더니
 
손을 흔들곤 웃는 모습으로 사라진다.
 
공실이는 입술을 꾸욱 깨물며 은겸이의 차를 기분 나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이내 웃는다.
 
 
행복했다.정말 행복했다.
 
기뻤다.정말 기뻤다.
 
 
 
 
 
 
 
-
 
 
 
 
 
 
 
「키스,사귀는 사이?」
 
 
'차은겸(25)과 양공실(24)의 키스하는 사진이 떠둘며 사귀는 사이라고 언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이 사진이 떠돌게 되었다.
 
 합성이라는 말도 있는 반면,진짜 키스하는 사진이라며 의견이 분분하다.
 
 (오른쪽·차은겸,왼쪽·양공실,가운데·문제의 키스사진)'
 
 
 
웃음이 난다.화가 먼저가 아닌,웃음이 먼저 나온다.
 
 
거 참‥.사진 하나 잘 찍혔다.
 
 
키스하는 사진을 빤히 쳐다보더니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보는 공실이.
 
하지만 이내 의문이 들어보인다.
 
 
누가 찍었지.분명 오빠들은 아닐텐데‥옥상에 누가 있었나?
 
 
공실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생각하기 싫은 듯 머리를 좌우로 젓곤 신문을 반으로 접어버린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는 공실이.
 
방에는 휴대폰 벨소리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8년 6개월」
 
 
니현이었다.니현이도 기사를 봤을것이다.
 
공실이는 아무 꺼리낌없이 휴대폰을 집어 슬라이드를 민다.
 
 
 
 
"여보세요."
 
-너‥기사‥뭐야‥.
 
 
 
 
떨리는 니현이의 목소리.공실이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될지 몰랐다.
 
 
 
 
"어?아 그게 말이야‥."
 
-합성이야,아님 진짜야.
 
 
 
 
난감했다.
 
합성이라고 말하기엔 니현이를 속이는거였고 진짜라고 말하기에는 어느 한 구석이 이상했다.
 
하지만 니현이한테까지 숨길수는 없었다.
 
그건 아주 나쁜짓이니깐,니현이는 알아야된다고 생각한 공실이다.
 
 
 
 
"진짜야‥.어제 좋아하다고 말했어."
 
-‥‥
 
"계속 차갑게 대하니깐 나도 모르게 질러버렸지 뭐야?"
 
-‥‥
 
 
 
 
휴대폰을 들고있던 오른손 말고 왼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는 공실이.
 
하지만 이내 조용한 수화기 너머에 공실이는 살짝 굳어진다.
 
 
 
 
"니현아?"
 
-아,미안해!!양공실,결국 해냈구나!
 
 
 
 
밝았다.하지만 슬펐다.공실이는 그걸 느끼지 못했다.
 
공실이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기뻤으니깐.
 
니현이는 분명 속으론 앓았을 것이다.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가버렸으니깐.
 
 
 
 
-양공실,차은겸씨 네가 가졌다고 방심하지마!
 
"너 진정 게이였던거야?"
 
-내가 무슨 게이야,네가 게이지.너 남자잖어!!
 
"유니현!!"
 
-차은겸씨 너무 불쌍해,어떻게 너한테 걸려드냐.
 
"너 죽을래?!"
 
-메롱이다!!
 
 
 
 
뚜뚜뚜-
 
 
전화가 끊어져버렸다.공실이는 자신의 손에 들려진 휴대폰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웃는다.귀여운 니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공실이는 기지개를 쭈욱 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룰루랄라 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가버린다.
 
 
 
 
*
 
 
 
 
전화를 끊은 니현이.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국‥정말 가버렸냐‥"
 
 
 
 
중얼거리는 니현이.이내 피식,피식 웃는다.
 
잘해보라는 말을 한 게 너무나도 후회됐다.
 
그 때 고백을 했어야 됐다.공원에서라도 고백을 했어야됐다.
 
이제 방법이 없다.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서 포기하면 사랑도 무너져버려.포기할 수 없어.
 
 
니현이는 무언가 굳은 결심을 한 듯한 반짝이는 눈으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다.
 
 
 
 
.
 
 
 
 
Rrrrrrrrrrrr-
 
 
 
 
"여보세요."
 
-지금 회사 앞에 기자들이 많데,어떻게 할꺼야?
 
"어떻게 하긴,가야지."
 
-그게 아니라,사실대로 말할꺼냐고?
 
"그 사진 말이야?난 아무말도 하기 싫어."
 
 
 
 
울상인 공실이.머리를 끄적이며 말한다.
 
그냥 마음같아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싶었다.
 
 
 
 
-바보 아냐?내가 언제 그말했냐,여튼 바보야.
 
"그 말 아니었어?!"
 
-우리 사이말이야.
 
"우리 사이가 뭐?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은겸이의 어이없는 웃음이 공실이의 달팽이관을 간지럽힌다.
 
공실이는 인상을 푹 쓰더니 '뭐뭐!!'그러며 버럭 화를 낸다.
 
 
 
 
-우리 사귀는 사이인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나?
 
 
 
 
화끈-
 
 
공실이의 얼굴은 어느 새 붉은색으로 변했다.
 
화끈화끈거리는 공실이의 얼굴.공실이는 헛기침을 두어번 한다.
 
 
 
 
"야야!!그건‥."
 
 
 
 
말을 잊지 못했다.은겸이의 말이 맞았다.
 
우리 사귀는 사이인건 세상 사람들이,아니,니현이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은겸이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걸 잊고 있는지 생각하는 공실이.
 
은겸이는 수화기 너머로 공실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양공실.'이라며 불러본다.
 
 
 
 
"응응?미안해!"
 
-어떻할꺼야.
 
"신문에서 친구사이라고 말한지 얼마 안됐다구‥."
 
-뭐 어때,우리가 좋다는데.
 
"나 지금 회사에 도착했어."
 
-나 지금 차 안에 있어,기다릴께.
 
 
 
 
공실이는 슬라이드를 힘없이 내린다.한숨을 절로 나왔다.
 
H.K 건물,출입문 앞엔 기자들이 들끊고 있었다.
 
멀리서 봐서 그런지 개미때가 우글우글거리고 있는 듯 보였다.
 
공실이는 걸음을 옮기며 주차장으로 고개를 돌렸고 마침 차에서 나오는 은겸이를 볼 수 있었다.
 
공실이는 건물로 향하던 발걸음을 은겸이 쪽으로 옮겼고 은겸이는 공실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기있다!!"
 
 
 
 
우연찮게 한 기자가 공실이와 은겸이를 발견해 크게 소리친다.
 
다른 기자들도 한 기자가 손으로 가르키는 곳을 보았고 공실이와 은겸이를 쳐다본다.
 
순식간에 우르르 모이는 기자들 때문에 공실이와 은겸이는 당황한 눈치였다.
 
 
 
 
"키스하는 사진이 합성입니까?!진짜입니까?!"
 
"둘이 사귀는 사이입니까?!"
 
"숨기지 말고 말해주십시요!!"
 
"도대체 진실이 무엇입니까?!"
 
 
 
 
카메라와 함께 터지는 플래쉬와 기자들의 큰 목소리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공실이와 은겸이쪽으로 마구 몰려드는 기자들 때문에 숨통이 막히기 일부직전이었다.
 
공실이는 아무말도 하기 싫었다.하지만 은겸이는 말해버렸다.
 
순간 기자들도 흠칫했고 공실이도 흠칫했다.
 
 
 
 "저희 둘,사귑니다."
 
 
 
 
찰칵- 찰칵- 찰칵-
 
 
 
 
"좋아서 사귀는거니깐 아무말도 안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부터 사귀셨습니까?!"
 
"사귄지 얼마 안 됐습니다."
 
"전에 한번 친구사이라고 했었는데 그 때도 마음이 있었습니까?!"
 
"어쩌면 있었겠죠,하지만 우리 둘 다 그 마음을 몰랐을껍니다."
 
 
 
 
은겸이만 믿고 있던 공실이는 속으로 웃는다.
 
요리조리 잘말하는 은겸이를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공실이.
 
갑자기 공실이의 어깨에 팔을 두르는 은겸이.
 
공실이는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은겸이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본다.
 
 
 
 
"다정한 포즈 좀 해달라고 하길래."
 
 
 
 
은겸이의 말에 공실이는 풉 웃어버렸다.
 
카메라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플래쉬를 터트리며 찍는다.
 
 
 
 
"그럼 저흰 촬영이 있어서."
 
 
 
 
15도 각도로 가볍게 꾸벅이곤 공실이의 손을 잡곤 기자들 사이를 빠져나온다.
 
공실이도 황급히 고개를 꾸벅이더니 조금은 뒤에서 은겸이와 함께 걷는다.
 
건물 안으로 들어와 서로를 쳐다보더니 웃어보이는 공실이와 은겸이.
 
은겸이의 공실이의 머리를 헝크리며 피식 웃는다.
 
 
 
 
# 14.
 
 
 
 
"어제까지만 해도 냉전상태였던 애들이 갑자기 왜 이렇게 다정해진거야?"
 
"사귀니깐 그렇겠지."
 
 
 
 
농담반,진담반으로 말하는 스텝 때문에 공실이와 은겸이는 흠칫거린다.
 
하지만 이내 긍정적인 웃음을 짓더니 은겸이는 메이크업실로,공실이는 세트장쪽으로 향한다.
 
스텝들은 서로 곁눈질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다.
 
공실이는 세트장 한쪽에 있는 자신의 카메라 가방을 발견하곤
 
집을려고 허리를 굽히는데 누군가의 신발이 보였다.
 
공실이는 고개를 들어 누군지를 확인했다.운아였다.
 
눈웃음을 지으며 공실이를 쳐다보고 있는 운아.공실이는 허리를 펴 운아를 쳐다보았다.
 
 
 
 
"잘 부탁드려요!"
 
"저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약간은 경계있는 눈으로 운아를 쳐다보는 공실이.
 
운아는 공실이 눈을 피해 피식,입꼬리 한 쪽이 올라가도록 웃더니 이내 해맑게 웃는다.
 
 
 
 
"키스 사진 나돌고 있던데 기분이 어때요?"
 
"아무사이도 아닌데 이런게 나돌면 기분이 안좋지만 제가 은겸씨를 좋아하니깐 오히려 좋은데요?"
 
 
 
 
공실이의 말에 운아는 표정이 굳어진다.
 
공실이는 약올리듯 쌩글 웃더니 카메라 가방을 들더니
 
지퍼를 열어 카메라를 꺼내곤 가방을 내려놓는다.
 
운아는 악에 찬 눈으로 입술을 깨물더니 몸을 돌려 공실이 곁에서 멀어진다.
 
운아의 구두 소리가 멀어지자 공실이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너무 긴장했다."
 
 
 
 
몸을 좌우로 움직이더니 쿡쿡 웃는다.
 
운아한테 지기 싫어 당당한 척 한 공실이.속으로 엄청 쫄아있었다.
 
 
카메라 전원을 켜 어제 찍은 사진을 확인하는 공실이다.
 
하나씩,하나씩 옆으로 넘길 때 마다 속이 부글부글 끌어오르는 공실이.
 
정말 인정해야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은겸이와 운아는 잘 어울린다는 거였다.
 
 
나랑 은겸이랑 서 있어도 이렇게 어울릴려나‥?
 
 
괜히 주눅들어버리는 공실이.자신없는 웃음을 흘리더니 카메라를 가방 위에 얹어놓는다.
 
운아는 메이크업실에 들어갔는지 보이질 않았고 은겸이는 아직도 메이크업실에 있는 것 같았다.
 
순간 운아와 은겸이가 같이 웃으며 이야기 하는 모습을 상상한 공실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흐흐흐'라며 웃는다.
 
 
 
 
"염운아,저 여자 조심해."
 
 
 
 
갑자기 툭 튀어나와 말하는 한 스텝.공실이는 흠칫거리지만 이내 씨익 웃는다.
 
 
 
 
"근데 오빠,나랑 은겸이랑 서 있으면 어때요?"
 
"그게 그렇게 궁금했어?"
 
"아니‥그게 아니라‥."
 
 
 
 
쑥스러운 듯 머리를 끄적이는 공실이.
 
스텝은 피식 웃더니 '글쎄‥.'라며 나즈막하게 말한다.
 
 
 
 
"웃음이 나."
 
"‥‥?"
 
"너희 둘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게 되,그리고 말이야‥."
 
 
 
 
점점 흐려지는 스텝의 말.
 
공실이는 귀를 쫑긋 세우며 동글동글한 눈으로 스텝을 빤히 쳐다본다.
 
스텝은 공실이의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더니 이내 입을 연다.
 
 
 
 
"마음이 엄청 따뜻해져."
 
 
 
 
진지하게 듣던 공실이의 얼굴엔 웃음이 스르륵 생긴다.
 
공실이의 웃음에 저절로 웃음이 나는 스텝이다.
 
 
 
 
"솔직히 염운아랑 서 있으면 어울리긴 한데,뭔가 격이 쳐져있달까?"
 
 
 
 
결정타였다.스텝의 말에 공실이는 '까아악!!'소리를 지르더니 스텝들 덥썩 안는다.
 
스텝은 당황했고 주위에 있던 스텝들은 공실이를 쳐다본다.그리곤 웃는다.
 
메이크업실에 있던 은겸이도,운아도 재빠르게 문을 열어 공실이를 본다.
 
 
은겸이는 표정이 굳어졌고 운아는 씨익 조소를 머금는다.
 
 
 
 
"공실아,공실아‥."
 
"오빠,진짜 고마워요!!나 완전 행복한거 알죠?!"
 
"알았으니깐 이것 좀 놓고 말해,사람들 다 쳐다봐."
 
 
 
 
공실이는 주위를 쭈욱 둘러보더니 이내 스텝을 안고 있던 손을 풀어버린다.
 
다들 시선이 공실이와 스텝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아무 생각도 없이 안아버렸었다.
 
공실이는 어색하게 웃더니 이내 고개를 반댓방향으로 돌려 '쪽팔려‥.쪽팔려‥.'라며 중얼거린다.
 
메이크업실 문이 쾅 하고 닫기는 소리를 듣고서야 공실이는 고개를 빼꼼히 돌린다.
 
 
 
 
"은겸이 화난것 같은데?"
 
"화난게 아니라 삐진거지."
 
"완준이,이제 은겸이한테 잘 보여야 되겠는걸?"
 
 
 
 
스텝들은 완준이를 향해 한마디씩 날린다.완준이는 난감하다는 듯 머리를 끄적인다.
 
 
 
 
"공실아,넌 빨리 메이크업실에 가서 은겸이한테 애교 살살 부려!"
 
 
 
 
갑자기 자기에게로 날라온 화살에 공실이는 흠칫거린다.
 
애교라는 말에 기겁한 공실이.어색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들어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주위에서 스텝들이 계속 공실이를 부축였고 공실이는 카메라를 바닥에 놔두곤 버럭거린다.
 
 
 
 
"알았어요!!가면 되잖아요,가면!!"
 
 
 
 
발을 쿵쾅쿵쾅 거리며 메이크업실로 가는 공실이.
 
스텝들은 그런 공실이를 보며 기분나쁘다는 표정이 아닌 흐뭇한 웃음이 짓는다.
 
공실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미움이 아닌 즐거움이었다.
 
 
메이크업실 앞에 서선 머뭇거리는 공실이.하지만 이내 결심한듯 문을 연다.
 
쇼파에 앉아 다정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운아와 은겸이.
 
하지만 공실이의 등장과 함께 싹둑 잘리듯 끊어져버린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나봐,방해해서 미안하네."
 
 
 
 
쾅-
 
 
공실이는 있는 힘껏 닫아버렸다.
 
완준이를 안은 이유를 설명할려고 들어갔었는데 오히려 화만 더 나버렸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다.
 
 
 
 
"왜 그냥 나왔어?"
 
"촬영 빨리하고 집에 가고 싶어요."
 
 
 
 
공실이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스텝들은 서로 눈치를 주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장비를 재확인한다.
 
 
 
.
 
 
.
 
 
.
 
 
 
촬영장 분위기를 살벌했다.말 한마디도 오가는게 없었다.
 
다들 입조심을 하는 듯 보였다.
 
마지막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나온 은겸이는
 
카메라를 만지며 사진을 보고 있는 공실이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양공실,화났어?"
 
"‥‥."
 
"야야,그건 말이야."
 
"됐어,변명할려고 하지마."
 
"야야!"
 
"그냥 가만히 있어,변명하는게 더 의심스러우니깐."
 
 
 
 
차가운 공실이의 말에 은겸이의 표정은 굳어진다.
 
하지만 이내 굳은 표정을 풀더니 공실이의 머리를 스다듬는다.
 
 
 
 
"내가 다 미안하니깐,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은겸이의 나즈막한 말에 공실이는 뜨끔거린다.
 
사실 자신이 너무 과민반응을 해버린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다.
 
자신이 사과를 해야 될 판인 것 같은데 은겸이가 사과를 해버려서 마음이 편치않다.
 
 
 
 
"양공실,자냐?"
 
"안 자!!빨리 촬영이나 하자."
 
 
 
 
공실이는 은겸이의 어깨를 툭 치곤 발걸음을 옮긴다.
 
은겸이는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씨익 웃는다.
 
 
계속 꿍해있어봤자 차은겸 마음만 불편할텐데.
 
 
라고 생각하는 공실이와
 
 
화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다‥.괜히 쫄아있었네.
 
 
라고 생각하는 은겸이다.
 
 
 
 
.
 
 
 
 
허벅지의 반을 가리는 커다란 셔츠만 입은 운아와
 
발에 밟힐 듯한 기장의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골반에서 10cm정도 길이의 셔츠를 입는 은겸이.
 
둘 다 단추는 2개 정도 풀려있었다.
 
마치 잠자리를 하다 온 여자와 남자 같은 기분이 든 공실이.헛기침을 한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공실이.
 
찰칵 소리와 플래쉬가 계속해서 터졌다.카메라의 구도와 각도도 찍을 때마다 달랐다.
 
포즈엔 크다큰 변화가 없었지만 공실이의 구도와 각도 때문인지 전혀 다른 이미지와 느낌이 나왔다.
 
다들 숨을 죽인 체 촬영에 임하였다.
 
 
 
 
.
 
 
 
 
촬영이 다 끝났고 공실이는 카메라를 분리해 정리를 하고 있다.
 
가방에 다 넣어 한쪽에다 갖다놓곤 손을 탁탁 턴다.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갑자기 은겸이가 메이크업실에서 옷을 다 갈아입고 나와 공실이의 손을 잡곤 말한다.
 
스텝들은 다들 야유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공실이와 은겸이를 쳐다본다.
 
 
 
 
"한창 알콩달콩하게 할 때인데 보내줘."
 
"빨리가,빨리!!"
 
 
 
 
스텝들은 하나같이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은겸이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까닥거렸고 공실이를 45도로 몸을 숙여 인사를 했다.
 
스튜디오실을 빠져나온 공실이와 은겸이.
 
갑자기 공실이의 휴대폰이 울렸고 공실이는 은겸이의 눈치를 보더니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나야나!!촬영 하고 있어?!
 
 
 
 
니현이었다.무척이나 밝아보이는 니현이의 목소리.
 
공실이는 저절로 웃음이 났다.
 
 
 
 
"아니,끝났어.무슨 일이야?"
 
-친구가 전화하는 것도 안되냐?완전 비싸게 군다,양공실.
 
 
 
 
툴툴거리며 말하는 니현이.공실이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다.
 
 
 
 
"나 비싸거든?"
 
-됐어!집에 가는 중이야?
 
"잘 모르겠어,차은겸이 나 끌고 어디로 갈려고 하는 것 같은데?"
 
-양공실,아무리 생각해도 넌 정말 운좋은 것 같어.
 
"알고 있으니깐 그만 좀 하시죠?"
 
-앗!점장님이 뭐라고 한다.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께!
 
 
 
 
뚜뚜뚜-
 
 
니현이는 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렸고 공실이는 휴대폰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다.
 
이내 휴대폰을 주머니에 찔러놓곤 은겸이를 쳐다보는 공실이.
 
은겸이의 날카로운 시선에 공실이는 눈살을 찌푸린다.
 
 
 
 
"뭘 그렇게 쳐다봐!"
 
"언제까지 차은겸,차은겸이라고 부를꺼야?"
 
 
 
 
은겸이의 말에 공실이는 풉하고 웃어버렸다.
 
 
 
 
"가슴에 담아놓고 있었어?"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은겸이는 포기했다는 듯 말하곤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긴다.
 
공실이는 소리없이 웃더니 은겸이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친다.
 
 
 
 
"여보라고 불러줄까?!"
# 15.
 
 
 
 
우두커니 멈추어서는 은겸이.그리곤 고개를 돌린다.
 
얼굴엔 약간의 붉은빛이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공실이와는 떨어져있어서 공실이는 그걸 보지 못했다.
 
 
 
 
“너‥뭐라고 했어?”
 
“못들었음 그만이야!”
 
 
 
 
공실이의 얼굴로 붉어져있었다.
 
자신이 말하고도 깜짝 놀랬었고 부끄러웠다.
 
 
 
 
“여보는 됐고,은겸이라고만 불러줘.”
 
“간단한거네,뭐!”
 
 
 
 
공실이는 새침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으며 은겸이쪽으로 다가간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8층에 도착했고 은겸이가 먼저 엘리베이터에 타고 뒷따라 공실이가 탄다.
 
엘리베이터는 둘만의 공간과도 같았다.
 
 
 
 
“어디갈래?”
 
“글쎄‥마땅히 갈 곳도 없는 것 같은데?”
 
“바이올렛이나 갈까?”
 
 
 
 
은겸이의 말에 공실이는 흡족한 웃음을 띄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은겸이는 카라멜 마끼아또가 먹고 싶어서 가는게 아니라 니현이를 보기 위해서 가는 것이었다.
 
그냥 니현이의 얼굴이라도 봐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로비를 지나 출입문을 열고 건물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공실이와 은겸이.
 
공실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조수석의 문을 열고 차에 탔고 은겸이도 운전석의 문을 열어 차에 탔다.
 
시동소리와 함께 엑셀레이트를 밟았고 차는 아주 매끄럽게 나간다.
 
 
몇 분이 체 지나지도 않아 Violet 앞에 도착한 은겸이의 차.
 
앞에 서자마자 공실이는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지 급하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간다.
 
은겸이는 부드럽게 차를 주차하곤 차에서 내려 선글라스를 끼곤 Violet안으로 들어간다.
 
 
한산한 Violet안.두 테이블에만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은겸이는 창가쪽에 테이블이 아닌 주문석으로 걸어간다.
 
 
 
 
“공실이 혼자 온 게 아니었네요.”
 
 
 
 
은겸이를 보며 비꼬는 투로 말하는 니현이.
 
은겸이는 그냥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죠.이 카페,연인들이 많은 오잖아요?”
 
 
 
 
둘의 사이엔 신경전이 팽팽했다.
 
 
 
 
“카라멜 마끼아도 2개 부탁할께요.”
 
 
 
 
은겸이는 간단하게 말하고 몸을 돌릴려는 순간 니현이의 말에 멈춘다.
 
 
 
 
“공실이한테 말할꺼예요.”
 
 
 
 
누가 그냥 들었으면 무슨 뜻이 숨어있는지 모를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은겸이는 무슨 뜻이 숨어있는지 짐작이 갔다.
 
그건 바로 자신이 공실이를 좋아한다고 공실이한테 말할 작정이었다.
 
은겸이는 니현이의 눈을 응시하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그런다고 꼬맹이가 니현씨한테 갈까요?”
 
“‥‥.”
 
“말하게 된다면 꼬맹이랑 니현씨의 사이는 벌어지게 될꺼예요.”
 
“‥‥.”
 
“분명 지금사이처럼 가까울 순 없겠죠.”
 
“알아요.”
 
“그걸 감안할 수 있다면 말해도 상관없어요.단,”
 
 
 
 
니현이의 눈은 살짝 떨려왔고 은겸이는 눈은 단호했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너무나도 당당한 눈이었다.
 
 
 
 
“꼬맹이를 아프게 하거나 눈물을 보이게 하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껍니다.”
 
 
 
 
은겸이는 그 말을 뒤로 한 체 주문석에서 서서히 멀어진다.
 
니현이는 은겸이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다.
 
 
가소롭다는 듯,하지만 슬픈‥.
 
 
 
.
 
 
.
 
 
.
 
 
 
“휴,미안!”
 
“넌 소변을 만들어서 눠?”
 
“진짜!그런 것 까지 꼭 일일히 말해야되겠어?!”
 
 
 
 
공실이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져버린다.
 
은겸이는 입 한꼬리를 씨익 올리며 일명 썩소를 지어보인다.
 
어느 누가 그런 썩소를 지으면 눈살을 찌푸리게 할지도 몰랐지만
 
은겸이가 지어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눈이 부셨다고 할까나?
 
 
 
 
“아!근데 주문은 했어?!”
 
“너 화장실에서 만들고 누는 사이에 다 해놨어.”
 
“차은겸,너 진짜 나뻐!”
 
 
 
 
공실이는 뽀루퉁한 얼굴로 은겸이를 쳐다보며 말한다.
 
은겸이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몸을 앞으로 숙여 공실이의 머리를 헝크린다.
 
 
 
 
“네 반응이 얼마나 웃긴 줄 알어?”
 
“됐어!그 반응이 웃겨서 계속 날 골리는거지?”
 
“당연한걸 그렇게 물으니 쑥스럽네.”
 
“진~짜 못됐어.”
 
 
 
 
입은 툭 튀어나왔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은겸이를 쳐다보는 공실이다.
 
한동안 그렇게 있었을까?
 
주문한 카라멜 마끼아또가 나왔다.
 
공실이는 테이블을 보더니 고개를 위로 올린다.하지만 니현이가 아닌 다른 알바생이었다.
 
 
 
 
“이건 니현이가 전해달래요.”
 
 
 
 
알바생이 공실이를 향해 쪽지를 건낸다.
 
공실이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주문석에 있는 니현이를 한번 보곤 다시 쪽지로 시선을 옮긴다.
 
은겸이는 그 쪽지에서 눈을 때지 않은 체 좋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공실이는 ‘뭐지‥.’라는 눈으로 접혀있는 쪽지를 쳐본다.
 
 
「이야기 했으면 좋겠는데,시간 괜찮아?」
 
 
공실이는 또 다시 니현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뭐라고 적혀있는데?”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고,시간 괜찮나고 물어보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은겸이를 바라보는 공실이.
 
은겸이는 살짝 굳은 얼굴로 카라멜 마끼아또를 한모금 마신다.
 
 
결국은‥오늘 말하겠다는 말인가?
 
 
겉으로 아무렇지 않았지만 속은 엄청이나 불안하고 졸였다.
 
 
 
 
“너무 이른 것 같네.”
 
“응?뭐가?”
 
“아무것도 아냐.”
 
 
 
 
은겸이의 말에 공실이는 쳇 거리더니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신다.
 
 
 
 
.
 
 
 
 
“일 끝나면 집으로 와.”
 
“알겠어,그때 보자!”
 
 
 
 
니현이는 눈웃음을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공실이는 ‘그럼,그때 봐!’라고 말하곤 Violet을 빠져나간다.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부엌으로 들어갈려고 하던 니현이는 은겸이의 말에 멈칫한다.
 
피식 웃더니 반쯤 돌려져있던 몸을 은겸이쪽으로 돌려 입을 연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죠,더 스릴 있잖아요?”
 
“그 스릴,한번 즐겨보죠.”
 
 
 
 
은겸이는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곤 몸을 돌려 Violet을 빠져나간다.
 
은겸이가 나가자 니현이는 표정이 점차 굳더니 콧방귀를 뀌곤 부엌으로 들어간다.
 
 
Violet 문 앞,은겸이의 차에 기대어 은겸이를 기다리고 있던 공실이.
 
은겸이가 나오자 공실이는 인상을 쓰며 은겸이를 쳐다본다.
 
 
 
 
“뭐하다가 이제 나온거야!니현이랑 이야기 했어?”
 
“그냥 간단하게.”
 
“점점 친해져가는데?!니현이 친해지면 정말 좋은 애야.”
 
 
 
 
공실이의 말에 은겸이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는데‥.네가 알면 조금은 충격적일텐데.
 
 
은겸이는 공실이의 머리를 헝크리더니 조수석의 문을 열어준다.
 
공실이는 숙녀처럼 치마자락을 잡은 것 처럼 손을 쥐더니
 
고개를 왼쪽으로 까닥이며 무릎을 살짝 굽힌다.
 
은겸이는 그에 기사처럼 고개를 살짝 숙이며 반응을 한다.
 
차에 올라타던 공실이는 웃긴지 소리내어 웃어버렸고 은겸이도 공실이의 웃음에 씨익 웃는다.
 
 
 
 
.
 
 
 
 
니현씨,몇시 쯤에 만나는데?
 
일 끝나면 온다고 했으니깐‥8시에서 9시 사이.왜?
 
아니,그냥.
 
너 아까부터 이상해,니현이랑 무슨 일 있었어?
 
아무일도 없었어.무슨 일 있을리가 없잖아.
 
 
 
약간은 처진 몸을 일끄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쇼파에 털썩 누워버린다.
 
은겸이랑 티격태격거리다 힘을 다 빼버렸다.
 
공실이는 중얼중얼거리며 은겸이를 욕하더니 벌떡 일어난다.
 
방에 들어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곤 화장실로 들어가는 공실이.
 
10분 뒤,화장실에서 나왔을 땐 머리가 젖어있는 상태였고 얼굴은 보송보송했다.
 
 
딩동-
 
 
초인종소리에 빠른 걸음으로 인터폰을 보는 공실이.
 
웃고 있는 니현이의 모습이 인터폰 화면에 적나라게 보였다.
 
공실이는 콧방귀를 뀌더니 빨간색 버튼을 눌렀고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 왔어!!”
 
 
 
 
현관문을 열며 활기차게 말하는 니현이.
 
공실이는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진열장에서 컵 두개를 꺼내 냉장고 문을 열어 컵에 쥬스를 따른다.
 
니현이는 쇼파로 가 털썩 앉곤 몸을 기댄다.
 
양 손에 컵을 들고 나와 한개를 니현이한테 건내는 공실이.
 
니현이는 잽싸게 받더니 순식간에 컵을 비워버린다.
 
 
 
 
“그나저나 무슨 이야기를 할려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본거야?”
 
 
 
 
드디어 때가 왔다.니현이는 컵을 앞에 있는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얹어놓고는 공실이를 쳐다본다.
 
서 있던 공실이는 아래로 내리깔며 니현이를 바라보았다.
 
니현이의 눈은 너무나도 진지했다.순간 공실이는 흠칫거렸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려길래 이렇게 진지한거지?
 
 
공실이는 의아한 표정과 눈빛으로 니현이를 쳐다본다.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갑자기 그건 왜?”
 
“친굴까?아님‥.”
 
 
 
 
Rrrrrrrrrrrrrrrrrrrrrrrrrr-
 
 
 
 
"앗!!니현아,잠시만!"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하게 공실이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공실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은 체 슬라이드를 연다.
 
 
 
 
“여보세요.”
 
-뭐하고 있어?
 
“에?!차은겸,너였어?!”
 
 
 
 
은겸이의 목소리인 걸 알았는지 공실이는 소리를 지른다.
 
은겸이는 한심하다는 듯한 한숨을 내쉰다.
 
 
 
 
-너 발신자 확인도 안했어?
 
“급하게 받느라,니현이랑 이야기하고 있었거든.”
 
 
 
 
공실이는 니현이를 슬쩍 보더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니현이는 공실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다.
 
그리곤 이내 입을 열어버렸고 공실이는 은겸이와 말하고 있던 입이 멈추어버린다.
 
 
 
 
“좋아해.”
# 16.
 
 
 
 
“유니현,너 장난치지마!”
 
 
 
 
갑작스런 니현이의 발언에 멍하니 있던 공실이는 정신을 차렸는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니현이는 진지한 얼굴은 전혀 풀리지 않은 체 공실이를 바라보고 있다.
 
 
 
 
“진심이야.”
 
“너 이러다가 내가 넘어가면,뻥인데!!이럴꺼잖아.”
 
“이번엔 장난아니야.”
 
“내가 어디 한두번 속나.”
 
“8년 6개월 알고 지내면서 2년 3개월은 친구였다면,5년 3개월은 사랑이었어.”
 
 
 
 
이제서야 공실이는 니현이가 진심으로 말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장난칠 때마다 짓던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장난칠 때마다 하고 있던 얼굴이 아니었다.
 
 
장난칠 때보다 더욱더 진지하고,또 진지했다.그걸 공실이는 느꼈다.
 
 
 
 
-꼬맹아,양공실?
 
“아,미안해.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께.”
 
 
 
 
공실이는 슬라이드를 닫아버리곤 주머니에 찔러놓는다.그리곤 니현이를 쳐다본다.
 
니현이는 똑같이 공실이를 쳐다보고 있다.
 
공실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친구라고 믿고 있곤 영원히 친구로 지낼꺼라고 믿어왔는데,생각해왔는데.
 
이제와서 자신을 좋아한다니.
 
 
 
 
“이젠 한계인 것 같더라,내 마음 숨기는것도.”
 
“‥‥.”
 
“나,내 마음 잘 못 감추는거 너도 잘 알잖아.”
 
“이태껏 감춰왔잖아,5년 3개월동안 감춰왔잖아!!”
 
“네가 내 옆에 있었으니깐‥.”
 
“하‥.”
 
“하지만 지금은 내 옆이 아닌 차은겸 옆에 있으니깐.”
 
 
 
 
지금 공실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 일부직전이었다.
 
 
 
 
“니현아‥우리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공실이의 힘 없는 목소리.니현이는 알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공실이의 어깨를 툭 치곤 현관문을 나선다.
 
니현이가 나가고 쾅-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닫히자 공실이는 쇼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너무 이른 것 같네.’
 
‘니현씨,몇시 쯤에 만나는데?’
 
 
 
이제서야 오후에 은겸이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았다.
 
 
은겸이는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니현이가 공실이를 좋아한다는 걸.그걸 공실이한테 말을 할꺼라는걸.
 
은겸이는 막고 싶었던 거였다.니현이가 공실이한테 말을 하는 걸 말이다.
 
긍정적인 방면으로 봤을 땐 둘의 사이를 갈라놓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방면으로 봤을 땐 공실이를 니현이한테 뺏길가봐 그랬을 수도 있다.
 
라고 공실이는 생각한다.
 
 
공실이는 지금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
 
 
 
 
 
 
 
예전같았으면 일어나고 싶어도 눈이 안떠져서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오늘따라 뜨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일찍 떠버렸다.
 
잠을 뒤쳤여서 눈이 감길만도 한데 오히려 더 또렷했다.
 
 
 
 
“잠아‥.제발 좀 와라.”
 
 
 
 
공실이는 짜증을 내더니 다시 눈을 감는다.하지만 이내 다시 눈을 뜨고 만다.
 
잠은 커녕 짜증만 더해지는 것 같았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머리를 헝크리는 공실이.기나긴 한숨을 쉰다.
 
 
 
‘좋아해.’
 
‘8년 6개월 알고 지내면서 2년 3개월은 친구,5년 3개월은 사랑이었어.’
 
‘이젠 한계인 것 같더라,내 마음 숨기는것도.’
 
‘나,내 마음 잘 못 감추는거 너도 잘 알잖아.’
 
‘네가 내 옆에 있었으니깐‥.’
 
‘하지만 지금은 내 옆이 아닌 차은겸 옆에 있으니깐.’
 
 
 
니현이가 어제 한 말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머리속에서 맴돈다.
 
일어나면 잊어지겠지.꿈이겠지.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결국 잊어진것도,꿈도 아니었다.
 
 
Rrrrrrrrrrrrrrrrrrrr-
 
 
공실이의 생각을 깨버리는 휴대폰 벨이 울린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하린이었다.
 
 
「멋쟁이사장님」
 
 
 
 
“여보세요.”
 
-공실씨,오늘 촬영이 없어.하룻동안 푹 쉬어.
 
“촬‥영이 없다구요?!”
 
-응,어제 말 안해줘서 너무 미안해.
 
“아니예요.”
 
-그럼 푹 쉬고 내일 보자.
 
“네!!”
 
 
 
 
전화를 끊고 공실이는 다시 침대에 누워버린다.
 
아무래도 지금 이상태로 촬영을 했다간 사진이 엉망으로 나올 것 같았다.
 
다행이다.라며 눈을 감아버리는 공실이.잠에 빠져버린다.
 
 
아까까지만 해도 오지 않던 잠에‥.
 
 
 
 
.
 
 
 
 
공실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30분밖에 흘러가지 않았다.
 
오늘은 잠을 안자는게 낳은 듯 보였다.
 
몸을 일으켜 씻을려는지 화장실로 들어가는 공실이.
 
 
Rrrrrrrrrrrrrrrrrrrrrrr-
 
 
또 다시 울리는 벨소리에 공실이는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쥔다.
 
 
요새따라 전화가 왜 이렇게 많이 오는거야.
 
 
짜증난다는 얼굴로 발신자를 확인하는 공실이.
 
은겸이었다.
 
 
「내꺼라하면죽겠지?」
 
 
 
 
“여보세요?”
 
-그래,내가 네 여보다.
 
“엥?!재미없어!!”
 
-뭐하고 있었어?
 
“씻을려고 화장실 갔었는데 네가 전화와서 다시 나왔어.”
 
-데이트 하러 가자.
 
“응?!데이트?!”
 
-30뒤에 보자.
 
 
 
 
뚜뚜뚜-
 
 
전화가 끊어져버렸다.
 
공실이는 멍하니 끊어진 휴대폰을 쳐다보다가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이내 휴대폰을 책상위에 두곤 화장실로 쏘옥 들어가버린다.
 
 
 
.
 
 
 
 
일명 버섯머리를 한 공실이.머리엔 은겸이가 사준 왕관핀이 꽂혀 있었다.
 
중간에 타원형으로 레이스가 있고,어깨에 뽕이 살짝 들어간 하얀색 블라우스에
 
갈색톤의 호박 멜빵바지를 입었으며 검은색의 커다란 뿔테안경을 썼다.
 
거기에 빨간색 리본 넥타이를 맸고 검은색에 윗부분은 흰색 줄무늬가 3줄로 되어있는 긴 양말.
 
마지막으로 리본이 달린 검은색 단화를 신곤 현관문을 나선다.
 
대문 앞에서 공실이를 기다리고 있던 은겸이는 현관문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이내 놀랜다.
 
공실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은겸이의 얼굴을 삽시간에 붉어졌고 공실이가 자신 쪽으로 다가올수록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미안!좀 늦었지?!”
 
“왕관 핀이네?”
 
“여기 반지도 있다?!”
 
 
 
 
공실이는 오른손을 척 들어 은겸이한테 보여준다.
 
네번째 손가락에 떡하니 끼어져있는 왕관반지.
 
은겸이는 씨익 웃더니 공실이의 손을 꼬옥 잡는다.
 
 
 
 
“가자.”
 
“어디갈껀데?”
 
 
 
 
은겸이는 잡고있던 공실이의 손을 놓더니 정장 자켓 안에서 티켓을 두개 꺼낸다.
 
놀이공원 티켓이었다.
 
 
 
 
“자유이용권이네?!어디서 난거야?”
 
“아는 사람이 줬어,너랑 가라고.”
 
 
 
 
공실이는 아주 좋아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놀이공원.언제갔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놀이공원에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떠있는 공실이.
 
은겸이의 팔을 잡더니 빨리 가자며 보챈다.
 
 
 
 
“알았어,알았어.”
 
 
 
 
공실이는 ‘까악!’소리와 함께 조수석에 재빨리 탔고
 
은겸이는 그런 공실이의 모습을 아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보며 웃는다.
 
 
 
 
.
 
 
 
 
놀이공원에 도착한 은겸이와 공실이.
 
주차장에서 입구로 갈 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은 둘한테로 꽂혔다.
 
 
정장 때문에 시니컬함이 더욱더 풍기는 남자와
 
얼굴부터 시작해서 옷차림까지 귀여운 여자가 함께 걸으니 당연히 갈 수 밖에.
 
 
 
 
“저 여자 양공실아냐?”
 
“어디어디?!정말!!그럼 옆에 있는 남자는 차은겸인가?!”
 
 
 
 
공실이와 은겸이는 순간 가슴을 조린다.
 
 
 
 
“근데 차은겸이 여기 올 리가 없잖아,그냥 양공실 닮은 여자 아냐?”
 
“그런가?김 샜다.”
 
 
 
 
아쉬운 말투와 함께 이야기하던 사람들과 멀어졌다.
 
공실이와 은겸이는 사람들이 멀어지자 약속이라도 한 듯 풉 웃어버린다.
 
 
주말도 아닌데 입구엔 사람들이 엄청이나 북적거렸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공실이와 은겸이의 차례가 되었고 티켓을 내고 손목에 띠를 두른다.
 
공실이는 손목에 둘러진 띠를 보며 좋아서 히죽히죽 웃는다.
 
은겸이는 공실이를 놀이공원에 잘 데려왔다고 생각한다.
 
 
 
 
“먼저 뭐 타지?”
 
“벌써 그거 생각하냐?”
 
“순서를 정해놓고 타야지!생각만해도 가슴이 콩닥콩닥거려.”
 
 
 
 
공실이는 양 손을 자신의 가슴에 겹쳐서 얹인 후 ‘후후’거린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은겸이는 순간 입술에 입을 맞출 뻔 했다.
 
 
 
 
“바이킹부터 타자.”
 
“바이킹?”
 
“응,바이킹.”
 
 
 
 
은겸이의 말에 공실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은겸이의 팔에 자신의 팔을 두른다.
 
그리곤 빨리 가자며 재촉하는 공실이.
 
은겸이는 공실이한테 못 이긴 척 알겠다며 말한다.
 
 
평소때와는 달리 너무나도 귀여운 공실이.
 
은겸이는 공실이 몰래 포근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 17.
 
 
 
 
“이거 써봐.”
 
 
 
 
은겸이는 미니마우스 귀가 달린 머리띠를 가르키며 말한다.
 
공실이는 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귀여울 것 같은데.”
 
 
 
 
은겸이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는 공실이.
 
은겸이는 직원한테 머리띠를 달라고 하곤 공실이의 머리에 씌운다.
 
옷과 매치가 너무나도 잘되는 머리띠.
 
은겸이는 씨익 웃더니 직원한테 돈을 지불한다.
 
 
 
 
“어차피 이거 한번밖에 안할껀데!”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아주 돈 많다고 자랑을 해라?”
 
 
 
 
은겸이는 피식 웃더니 공실이의 머리에 꽂혀있는 왕관 핀을 빼서 매고 있던 공실이의 가방에 넣는다.
 
아주 막무가내로 나가는 은겸이.
 
공실이는 은겸이를 보더니 콧방귀를 뀌더니 똥 캐릭터가 달린 머리띠를 가르킨다.
 
 
 
 
“그럼,넌 이거 써.”
 
“야,내가 체면이 있지!!”
 
“그럼 너도 이거 쓸래?”
 
 
 
 
공실이는 자신의 머리에 씌여운 머리띠를 가르키며 말한다.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직원은 몰래 웃어보인다.
 
공실이를 보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은겸이.고개를 좌우로 내젓는다.
 
 
 
 
“안돼,난 할 거 있거든.”
 
“할 거?할 게 뭔데?”
 
“그런 게 있습니다.”
 
 
 
 
은겸이는 씨익 웃더니 공실이의 어깨에 팔을 얹이곤 가자며 눈짓을 한다.
 
공실이는 졌다는 듯 한발자국 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둘은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향한다.
 
아주 즐거운 표정의 공실이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는 은겸이.
 
공실이는 앞일의 생각도 못한 체 아주 즐거운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다.
 
 
 
 
.
 
 
 
 
약간은 지쳤는지 벤치에 앉아버리는 공실이.
 
은겸이도 공실이의 옆에 털썩 앉아버린다.
 
자연스럽게 은겸이이 어깨에 기대버리는 공실이.은겸이는 흠칫거린다.
 
 
 
 
“어?저기 뭐하는 것 같은데?!”
 
 
 
 
공실이가 앞에 야외무대장을 가르키며 말한다.
 
정말이었다.야외무대장 위에는 사회자가 있었고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한번 가볼래?”
 
 
 
 
공실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은겸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실이한테 손을 내밀었다.
 
공실이는 그 손을 한번 쳐다보더니 씨익 웃으며 잡더니 일어난다.
 
 
야외무대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공실이와 은겸이.
 
사람들의 많이 몰려서 뒤에 서야 할 판이었다.하지만 은겸이가 공실이를 끌곤 앞으로 향한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연신 죄송하다며 사람들을 뚫고 앞으로 들어가는 은겸이.
 
공실이는 당황함과 어리둥절한 표정이 섞여 은겸이의 뒷모습만 볼 뿐이다.
 
힘겹게 뚫고 앞으로 가 잘 보이는 곳으로 온 공실이와 은겸이.
 
앞자리로 아닌데 그렇다고 중간자리도 아닌,그런 곳이었다.
 
너무 목을 치켜들고 보는 것이 아닌 딱 적당한 높이에서 잘 보이는 그런 곳.
 
 
한창 비보이들이 나와서 춤을 추고 있었다.
 
공실이는 실제로 비보이들을 처음 보는거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열심히 보고 있다.
 
공실이가 비보이에 빠졌을 때,은겸이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공실이한테서 멀어진다.
 
비보이의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치던 공실이는 옆이 허전한 걸 느끼곤 고개를 돌렸다.
 
은겸이가 보이지 않자 주위를 둘러보는 공실이.하지만 은겸이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매고 있던 가방을 풀어 휴대폰을 찾는 공실이.그 때 환호성을 들렸고 무심코 무대로 시선을 옮긴다.
 
 
 
 
“‥‥!!”
 
 
 
 
은겸이었다.분명 은겸이었다.
 
공실이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은겸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은겸이는 이리저리 둘러보다 공실이를 찾았는지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아무것도 모른 체 무대에 서 있는 은겸이만 쳐다보고 있는 공실이.
 
은겸이의 손엔 마이크가 들려져 있었다.
 
 
 
 
“제 애인이 어제 안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 풀어줄려고 이렇게 나왔어요.”
 
“까아아아아악!!”
 
 
 
 
은겸이의 말에 사람들의 환호성을 극에 다달았다.
 
공실이는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안돼,난 할 거 있거든.’
 
 
할 게 있다는게 이거였어?!
 
 
어느 덧 멜로디가 나오고 은겸이는 쑥스러운 듯 피식 웃는다.
 
 
 
 
“지금 곁에서 딴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 그대.
 
 설레는 마음에 몰래 그대 모습 바라보면서 내 안에 담아요.”
 
 
 
 
노래가 시작되었고 은겸이의 중저음 보이스는 사람들을 조용히 시켰다.
 
놀리공원 전체를 울리는 은겸이의 목소리와 노래.
 
사람들은 같은 마음으로 손을 번쩍 들어 흔든다.
 
그 중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사랑이겠죠.또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 없죠.
 
 함께 걷는 이 길 다시 추억으로 끝나지 않게,꼭 오늘처럼 지켜갈께요.”
 
 
‥‥
 
 
“사랑한다는 그 말 아껴둘걸 그랬죠.
 
 이제 어떻게 내 맘 표현해야 하나
 
 모든것이 변해가도 이 맘으로 그댈 사랑할께요.”
 
 
‥‥
 
 
“눈물이 또 남았다면,모두 흘려버려요.
 
 이 좋은 하늘아래 우리만 남도록”
 
 
 
 
전주가 사람들의 환호성이 공실이와 은겸이의 귀를 간지럽힌다.
 
공실이는 양 손으로 입을 막은 체 은겸이만을 쳐다보고 있다.
 
 
너무나도 멋있는‥너무나도 가슴이 찡한‥.
 
 
 
 
“사랑할 수 있나요.내가 다가간만큼
 
 이젠 내게 와줘요.내게 기댄 마음,사랑이 아니라해도.”
 
 
‥‥
 
 
“괜찮아요,그대 볼 수 있으니‥.
 
 괜찮아요,내가 사랑할테니‥.”
 
 
 
.
 
 
.
 
 
.
 
 
 
“양공실,사랑한다.”
 
 
 
 
쓰고있던 선글라스를 벗어버리는 은겸이.
 
사람들은 은겸이라는 사실에 놀래서,그리고 너무나도 멋있어서 소리를 지른다.
 
 
 
 
“까아아아아악!!”
 
 
 
 
사진을 마구 찍기 시작하는 사람들.
 
은겸이는 쑥스러운 듯 웃어보인다.
 
 
공실이의 눈에선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조용히 흘러내리던 눈물은 어느새 흐느낌으로 변해버린다.
 
무대 위에선 공실이의 눈을 모습을 본 은겸이는 무대에서 내려와 공실이한테로 걸어간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주었고 은겸이는 쉽게 공실이한테 갈 수 있었다.
 
 
 
 
“왜 우냐.”
 
“눈물이 나는 걸 나보고 어떻하라고!!”
 
 
 
 
공실이는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은겸이를 쳐다보며 소리를 지른다.
 
은겸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공실이를 자신의 품에 안아버린다.
 
 
사람들의 셔터 세례는 더욱더 빨라졌고 많아진다.
 
 
공실이는 은겸이의 품에 안겨 펑펑 운다.
 
너무나도 미안해서.
 
너무나도 고마워서.
 
 
 
 
.
 
 
 
 
노을이 지는 시각.
 
공실이의 집 앞에 한대 서는 검은색 차.
 
그 차 안에선 공실이가 나왔고,뒤를 이어 은겸이가 나온다.
 
 
얼마나 울었는지 공실이의 눈은 벌겋다 못해 조금 부어있었다.
 
은겸이한테 그런 눈을 보이기 싫은지 공실이는 손으로 눈을 가린다.
 
 
 
 
“손 좀 치워봐라.”
 
“싫어!흉칙하단 말이야.”
 
 
 
 
은겸이는 눈을 가리고 있는 공실이의 손을 잡더니 내린다.
 
부어있었지만 그런 공실이도 사랑스러웠다.
 
은겸이는 엄지손가락으로 공실이의 부은 두 눈을 스다듬는다.
 
 
 
 
“앞으론 내 앞에서 울어.”
 
“‥‥왜?”
 
“얼마나 흉칙했는지 알어?추하다 못해 흉칙하더라.”
 
 
 
 
장난스런 은겸이의 말에 공실이는 은겸이의 손을 뿌리치더니 가슴을 퍽 때린다.
 
생각보다 세개 때려서 충격이 꽤나 큰 은겸이.가슴을 손으로 감싸며 허리를 굽힌다.
 
은겸이의 행동에 깜짝 놀란 공실이는 머뭇거리더니 은겸이의 어깨를 감싸며 허리를 굽힌다.
 
그 때.
 
 
CHU-
 
 
기회를 엿보다가 공실이의 입술에 입맞춤을 해버리는 은겸이.
 
공실이는 벌떡 허리를 펴더니 놀란 눈으로 입술을 가린다.
 
 
 
 
“이제 좀 낳은 것 같네.”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은겸이.
 
공실이는 어이없는 눈으로 은겸이를 쳐다본다.
 
 
 
 
“완전 저질이야!”
 
“야,거기서 저질이 왜 나오냐!”
 
“저질이니깐 저질이라고 하지!”
 
“넌 그럼 사랑하는 사람이랑 뽀뽀도 못하냐?”
 
“아‥아니‥!!그‥그러니깐‥.”
 
 
 
 
버벅거리는 공실이를 보며 풉 웃어버리는 은겸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공실이를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기분은 좀 괜찮아?”
 
“그러고보니,내가 어제!!언제 기분이 안 좋았‥.”
 
“니현씨가 이야기했잖아,너 좋아한다고.”
 
 
 
 
공실이는 조용해지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만다.
 
은겸이는 조금은 슬픈 얼굴로 고개 숙인 공실이를 쳐다보더니 입을 연다.
 
 
 
 
“난 누구한테 양보하는거 엄청 못해.”
 
“‥‥.”
 
“네가 나 싫다고 해도 잡고 있을꺼고,네가 니현씨 좋다고 해도 잡고 있을꺼야.”
 
“‥‥.”
 
“이런 거 엄청 못하는데,똥폼 잡을려다가 닭살 돋았다.”
 
 
 
 
은겸이는 부르르 떨더니 자신의 팔을 마구 비빈다.
 
고개 숙여있던 공실이는 은겸이의 말에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공실이의 웃음소리를 들은 은겸이는 자신도 괜시리 웃음이 났다.
 
 
 
 
“꼬맹이,어서 고개 들고.”
 
 
 
 
은겸이는 공실이의 얼굴을 잡더니 자신을 보게끔 올린다.
 
공실이의 눈엔 이미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까 그만큼 울었는데 또 눈물이 나?”
 
“나 안 울어!!”
 
 
 
 
공실이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한다.
 
은겸이는 알겠다며 볼을 잡고 꼬집더니 이내 키스를 해버린다.
 
 
몇 초 후,서로의 입술은 떨어졌고 공실이의 얼굴은 붉어져있었다.
 
 
 
 
“내일부터 좀 빡시게 해야될꺼야.”
 
“응?”
 
“오늘 하루 빠졌는데 빡시게 해야지,그럼 느슨하게 할꺼야?”
 
“오늘 원래 쉬는 날 아니었어?!”
 
“사장님이 그렇게 말했어?센스 하나는 넘치신다니깐.”
 
“도대체 무슨 말이야!”
 
“내가 좀 빼달라고 했어.”
 
 
 
 
은겸이는 공실이를 향해 윙크를 하더니 차에 올라탄다.
 
공실이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은겸이는 조수석의 창문을 내려 공실이를 향해 손을 흔들곤 엔질소리와 함께 차를 출발시켰다.
 
 
저 멀리 사라지는 은겸이의 차,아니 은겸이.
 
공실이는 오늘 여러번 감동시켜준 은겸이한테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다.
 
 
 
 
“나도‥사랑해‥.”
 
 
 
 
수줍은 목소리로 말하는 공실이다.
 
 
 
‘사장님,오늘 하루만 꼬맹이랑 시간 좀 빼주면 안되요?’
 
‘갑자기 왜?’
 
‘꼬맹이 기분 풀어줘야되거든요.’
 
‘어제 둘이 싸웠어?’
 
‘아니요,어제 꼬맹이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공실씨 챙겨주기는,알겠어.하지만 내일부턴 빡시게 해야된다?발매될 날 얼마 안 남았으니깐.’
 
‘사장님,고맙습니다.’
 
 
 
 
# 18.
 
 
 
 
「“양공실,사랑한다.”S놀이공원에서 밝혀-」
 
 
‘현재,연애 하는 걸로 알려진 한국의 최고 모델 차은겸(25)과 그의 포토그래퍼 양공실(24).
 
 둘의 사랑이 만 천하에 다 알려졌다.
 
 어제 오전 2시 쯤,S놀이공원에서 하던 이벤트에 차은겸이 자진해서 올라가
 
 “제 애인이 어제 안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 풀어줄려고 이렇게 나왔어요.”
 
 라는 말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래가 끝마치고 “양공실,사랑한다.”라고 말하며 얼굴을 밝혔다.
 
 양공실은 그 자리에서 울었고 우는 모습을 보고 차은겸이 재빨리 내려와 안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경악했지만 다들 부러워했던 눈치라고 한 시민이 제보해 주었다.
 
 
 ‥‥
 
 
 [양공실씨가 밉지만 잘 어울리는 건 어쩔수가 없나봐요]
 
 [차은겸씨,엄청 차갑게 봤는데‥부러워요!]
 
 [양공실씨,엄청 복받은거죠.]
 
 라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부러워하는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왼쪽·포옹하고 있는 차은겸과 양공실,오른쪽·울고있는 양공실)’
 
 
 
 
딩동- 딩동-
 
 
초인종을 끝없이 울리고 있었고 공실이는 눈살 찌푸린 얼굴로 쇼파에 앉아있다.
 
 
 
 
“양공실씨!!양공실씨!!”
 
“아무도 안계십니까?!”
 
 
 
 
이른시간부터 남의 집 앞에서 문 두드리고 소리지르는 기자들 때문에 공실이는 인상을 펼 수가 없었다.
 
오늘 기사가 아주 큰 파장을 몰고 온 듯 보였다.
 
이 상태로는 집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린이나 은겸이,둘 중에 전화를 할려는지 휴대폰을 드는 순간 지이잉- 거리며 진동이 울린다.
 
 
「내꺼라하면죽겠지?」
 
 
은겸이었다.공실이는 재빨리 슬라이드를 열어버린다.
 
 
 
 
-양공‥.
 
“나 어떻게해!지금 밖에 기자들 깔려서 못나갈 것 같어!!”
 
 
 
 
공실이는 반가운 은겸이의 전화에 은겸이의 말을 끊어버리곤 버럭 소리를 쳐버렸다.
 
수화기 너머론 은겸이의 콧방귀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진정 좀 해.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촬영을 못간다고!!”
 
-내가 지금 너희 집으로 가고 있어.
 
“‥‥뭐?!”
 
-거의 도착했으니깐 클랙션 울리며 나와.
 
“더 기사화 시킬 작정이야?!”
 
-뭐 어때,어차피 알려졌는데 태클이야 걸겠어?
 
“차은겸‥너 진짜 태평하다.”
 
-계속 차은겸이라고 하지 마라?
 
“준비하고 있을께!”
 
 
 
 
공실이는 화재를 바꾸더니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린다.
 
오늘의 공실이의 복장은 어제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청바지에 무지개 캐릭터가 그린 하얀 박스티가 전부였다.
 
기다리는게 지루해졌는지 휴대폰을 열었다가 닫았다가를 열대번.
 
 
그 때,갑자기.
 
 
빵-
 
 
클랙션이 울렸다.
 
엉덩이에 스프링이 달리기라도 한 듯 튕기며 쇼파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해 걷더니 이내 연다.
 
여는 순간과 동시에 플래쉬는 마구 터졌다.
 
하지만 공실이의 시선은 기자들의 카메라가 아닌 검은색 은겸이의 차만 볼 뿐이다.
 
은겸이는 창문을 내리더니 오라며 손짓을 한다.
 
공실이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한발자국씩 걸음을 옮긴다.
 
 
 
 
“양공실씨,차은겸씨가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어땠습니까?!”
 
“인터넷엔 지금 잘어울린다는 말과 함께 악플이 나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들의 말에 공실이는 대문을 열려던 손을 멈칫하더니 기자들을 똑바로 쳐다본다.
 
기자들은 한껏 긴장된 얼굴로 공실이를 쳐다보며 수첩에 적을 준비를 한다.
 
 
 
 
“생각 안 해봤습니다.”
 
 
 
 
공실이의 말에 기자들은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공실이는 대문을 열어 기자들을 비집고 집을 빠져나온다.
 
기자들이 계속 질문을 날렸지만 공실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은겸이 차로 걸음을 옮긴다.
 
은겸이의 차 문을 여는 순간,공실이는 다시 기자들을 쳐다본다.
 
 
 
 
“서로 진실된 사랑을 하고 있으니 거기에 대해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공실이는 씽긋 웃는다.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로.
 
기자들은 한동안 멍하니 공실이를 쳐다보았고 공실이는 꾸벅 인사를 한 후 차에 올라탄다.
 
공실이가 타자 은겸이는 차를 출발시킨다.
 
 
 
 
“떨려 죽는 줄 알았어.”
 
 
 
 
공실이는 축 처진 몸을 의자에 기대며 말한다.
 
은겸이는 공실이를 힐끗 보더니 피식 웃는다.
 
 
 
 
“잘했어,근데 욕이라‥.”
 
“욕이지!!남 잘되는 꼴을 못보는 사람들 같으니라구.”
 
 
 
 
공실이는 투덜투덜거리더니 이내 눈을 감아버린다.
 
은겸이는 미러로 공실이를 보더니 한심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
 
 
 
 
H.K에 도착했을때도 기자들이 들끊고 있었다.
 
둘은 지쳤다는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다.
 
차에서 내리는 동시와 기자들은 둘의 주위를 감싸고 돈다.
 
 
 
 
“차은겸씨,어떤 생각으로 그런 이벤트를 벌인거죠?!”
 
“양공실씨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안 좋은 일이라는 건 둘이 다투기라도 한겁니까?!”
 
 
 
 
기자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공실이와 은겸이는 미간을 찌푸린다.
 
 
 
 
“사생활 질문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건들이면 베어버릴 차가운 은겸이의 목소리에 기자들은 흠칫거린다.
 
공실이는 놀랬는지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은겸이를 쳐다본다.
 
은겸이는 공실이의 손을 꾸욱 잡더니 기자들을 뚫고 건물 안으로 향한다.
 
 
 
 
“한마디 해주십시오!!”
 
“악플은 삼가해주세요.”
 
 
 
 
쌩뚱맞은 은겸이의 말에 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H.K 건물에 들어서자 공실이는 쿡쿡 웃더니 이내 소리내어 웃어버린다.
 
웃음보가 커져버린 것이다.
 
 
 
 
“왜 웃어?”
 
“너‥너무‥웃겨‥.”
 
 
 
 
웃음을 참을려고 애를 썼지만 참을수록 더 나올 뿐이었다.
 
 
간신히 웃음을 참은 공실이.
 
웃음을 다 참고 은겸이를 쳐다보자 이상한 눈으로 공실이를 쳐다보고 있는 은겸이다.
 
 
 
 
“차은겸.”
 
“응?”
 
“은겸아.”
 
“왜‥‥은겸아?!”
 
 
 
 
은겸이는 화들짝 놀래버린다.
 
그 때,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문이 스르륵 열린다.
 
공실이는 엘리베이터에 타선 은겸이보고 얼른 타라며 손짓한다.
 
 
 
 
“너 분명 은겸이라고 그랬지?”
 
 
 
 
엘리베이터문이 스르륵 닫기고 은겸이가 물어본다.
 
공실이는 은겸이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너 쌩뚱맞은 면도 있었어?”
 
“내 말,지금 무시하는거지?”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래!네가 은겸이라고 불러달라며.”
 
“네가 순순히 불러줄지는 몰랐거든.”
 
 
 
 
공실이는 풉 하고 웃어버린다.
 
 
알면 알수록 순수하다.
 
알면 알수록 귀엽다.
 
 
공실이는 포근한 웃음을 짓더니 은겸이의 볼을 꼬집는다.
 
 
 
 
“생긴건 싸가지 없게 생겼는데.”
 
“야야‥.”
 
“알면 알수록 싸가지는 뒷전이라니깐.”
 
“너 도대체 무슨 말을‥.”
 
 
 
 
땡-
 
 
은겸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문이 열렸고 공실이는 내린다.
 
공실이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Rrrrrrrrrrrrrrrrrrrrrrrrrrr-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위해 손잡이를 잡은 공실이는
 
벨소리에 스르륵 놓더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8년6개월」
 
 
공실이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머리속에서 무언가가 스친다.
 
 
‘좋아해.’
 
 
단짝 친구였지만 역시 니현이의 마음을 안 이후부터 공실이는 어색하기만 했다.
 
 
 
 
“전화 안 받고 뭐해?”
 
“어?받아야지,먼저 들어가있어.”
 
 
 
 
은겸이는 아무것도 모른 체 공실이의 어깨를 툭 치더니 스튜디오실로 들어가버린다.
 
공실이는 창문에 바짝 다가가 휴대폰을 빤히 쳐다본다.
 
끊이지 않는 벨소리.
 
공실이는 조심스럽게 슬라이드를 민다.
 
 
 
 
“여보세요.”
 
-촬영중이었어?!
 
 
 
 
아무렇지도 않은 니현이의 목소리였다.
 
활기차고 귀여운 니현이의 목소리였다.
 
공실이는 너무나도 미안했다.
 
왠지 모르게‥가슴이 싸해졌다.
 
 
 
 
“아니!진동이라서 못 느꼈어.”
 
-너 완전 스타됐더라?오늘 신문 봤어!
 
“스타는 무슨,그런 관심 싫어.”
 
-‥‥나한테 와.
 
 
 
 
진지했다.니현이의 진지함을 공실이는 느꼈다.
 
 
 
 
“니‥현아‥.”
 
-그런 관심 싫으면 나한테 오라고,그럼 그런 관심 안 받잖아.
 
“‥‥.”
 
-나한테 오면 신문에 날 필요도 없고 자유분방하게 연애할 수 있잖아.
 
“‥‥미‥안해‥.”
 
 
 
 
뚜뚜뚜-
 
 
사정없이 끊어져버렸다.
 
공실이의 팔을 툭 떨어져버렸다.
 
 
이런 거 너무나도 싫어.
 
니현이랑 이렇게 되는거 싫어.
 
시간을‥돌렸으면 좋겠어‥.
 
 
공실이는 스튜디오실이 아닌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 19.
 
 
 
 
20분이 지났지만 공실이는 보이지 않았다.
 
스텝들은 무슨 일이 생긴거 아니냐며 불안한 소리만 할 뿐이다.
 
은겸이는 입술을 잘끈잘끈 깨문다.
 
 
그러고보니 아까 좀 이상했다.
 
휴대폰 벨은 계속 울리고 있는데 액정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공실이.
 
 
은겸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튜디오를 벅차고 나간다.
 
 
 
 
*
 
 
 
 
옥상엔 무릎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팔로 감싸고 있는 한 여자가 보인다.공실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정 없는 눈으로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
 
오늘 하늘은 어딘가 모르게 어두웠다.
 
지금‥공실이의 마음도 하늘과 같을까?
 
 
분명 괜찮을 줄 알았다.
 
전화를 받았을 때 평소의 니현이라서 괜한 걱정 한거라고 싶었다.
 
하지만 걱정을 다시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휴-
 
 
공실이의 입에선 무거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무릎은 더욱더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고 얼굴은 무릎에 파묻었다.
 
 
끼익-
 
 
옥상문이 열렸지만 공실이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은겸이는 찾아서 다행이라는 표정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굳은 표정이었다.
 
 
 
 
“양공실‥.”
 
 
 
 
은겸이의 부름에 뒤돌아보는 공실이.
 
은겸이는 공실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놀랜다.
 
공실이는 울고 있었다.눈에서 눈물로 추정되는 투명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은겸이를 보자 공실이는 목까지 차오른 울음을 토해내었다.
 
너무나도 서럽게 울었다.
 
 
꺼억‥꺼억‥.
 
 
 
 
“나‥니현이‥잃‥기‥싫어‥.”
 
 
 
 
은겸이는 동공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한다.
 
 
 
 
“은‥겸이‥너도‥잃기‥싫‥어‥.”
 
 
 
 
은겸이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다시 뜬다.
 
 
 
 
“나보고 도대체 어떻하라는거야!!”
 
 
 
 
마지막 울부짐이었다.
 
은겸이는 아무말없이 울고있는‥울부짓고있는 공실이를 볼 뿐이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모성애를 자극시키는 아이였다.
 
엄마를 잃은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은겸이는 침을 한번 삼키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그리곤 무릎을 꿇은 후 공실이를 포옥 안는다.
 
서럽게 우는 소리가 은겸이의 귀를 자극시킨다.
 
그 소리가 귀를 자극하면 자극할수록 은겸이는 더욱더 공실이를 꼬옥 안는다.
 
 
뼈가 으스러질정도로‥.
 
 
 
.
 
 
.
 
 
.
 
 
 
울다가 지쳐 은겸이의 품에서 잠이 들어버린 공실이.
 
은겸이는 아무말없이 공실이의 머리를 스다듬을 뿐이었다.
 
 
 
 
“그렇게도 힘드냐.”
 
“‥‥.”
 
“너 그렇게 우는거 보는데‥내 가슴이 더 아프더라‥.”
 
“‥‥.”
 
“힘들면 그만 둘까?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까?”
 
 
 
 
이거 들으면 공실이가 화를 낼 수도,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은겸이는 공실이가 이렇게 힘들어 할 줄 몰랐다.
 
은겸이는 공실이의 머리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더니 꼬옥 안는다.
 
 
모순되는 말이지만,놓치기 싫은 듯‥아주 꼬옥‥.
 
 
 
 
.
 
 
 
 
“으흠‥.”
 
 
 
 
잠에서 깨어났는지 움찔움찔거리는 공실이.
 
눈을 스르륵 뜨더니 몸을 일으킨다.
 
일으키는 순간,공실이를 덮고 있던 자켓을 스르륵 떨어지고 공실이는 화들짝 놀란다.
 
 
은겸이가 앉은 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와이셔츠만 걸친 체로.
 
은겸이는 자신의 다리에 공실이를 눞히곤 추울까봐 자켓까지 덮혀 주었다.
 
정작 자신이 추운 건 모르고 말이다.
 
 
공실이는 팔을 크게 벌려 은겸이를 안아주었다.
 
 
 
 
“‥미안해‥.미안해‥.진짜 미안해‥.”
 
 
 
 
항상 공실이를 위해 모든 걸 해주는 은겸이한테 무척이라고 미안했다.
 
자신은 은겸이한테 한 게 없는데 말이다.
 
연신 미안하다면서 더욱더 꼬옥,힘껏 안는 공실이.
 
은겸이는 잠에서 흐려졌는지 움찔거리며 눈을 뜬다.
 
 
 
 
“너 지금 뭐하고 있어?”
 
 
 
 
반쯤 잠긴 은겸이의 목소리에 공실이는 은겸이를 놓으며 빤히 쳐다본다.
 
은겸이는 씨익 웃더니 공실이의 머리를 헝크러트린다.
 
 
 
 
“가자,너무 많이 지체된 것 같어.”
 
“‥‥.”
 
“야야!!”
 
 
 
 
은겸이는 가만히 있는 공실이의 볼을 푹푹 찔러보인다.
 
공실이는 씨익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뒤를 이어 은겸이도 일어난다.
 
손을 꼬옥 잡고 옥상을 빠져나가는 둘이다.
 
 
 
니현이가 너한테 쓴소리 많이 할꺼고 나한텐 가슴아픈 소리 많이 할꺼야.
 
‥‥.
 
나도 이겨낼테니깐 너도 이겨내야된다?!
 
생각해볼께.
 
야야,생각해볼께.가 뭐야,알겠어.라고 해야지.
 
엄청 알겠다.
 
 
 
 
.
 
 
 
 
“양공실,너 어디갔다왔어?!”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어?!”
 
 
 
 
공실이가 스튜디오실에 얼굴을 보이자마자 스텝들은 소리지르기 바빴다.
 
공실이는 어색한 미소를 띄우더니 고개를 숙이곤 잘못했다고 손을 싹싹 빌기 시작한다.
 
다들 공실이의 그런 모습에 쿡쿡 웃더니 다행이라며 머리를 한번씩 스다듬는다.
 
 
 
 
“자,우리 빨리 촬영해요!!”
 
 
 
 
공실이는 자신 때문에 촬영이 늦어진거에 대해 미안한지 말하곤 빨리 걸음을 옮긴다.
 
은겸이는 소리없이 웃더니 메이크업실로 들어갔고 스텝들도 다들 웃으며 촬영 준비를 마무리한다.
 
 
오늘은 운아의 촬영이 없는 듯 보였다.
 
공실이는 언제 울었고 슬펐다는 듯 히죽 웃으며 카메라를 손에 든다.
 
 
은겸이는 메이크업만 살짝 고쳤는지 금방 나온다.
 
아까와 똑같은 스키니같이 살짝 달라붙는 세미정장 바지에 반짝의 검은색 와이셔츠를 입었다.
 
자켓은 나올 때 은겸이가 그냥 챙겨서 나온 듯 입고 있지 않았다.
 
 
누구나 반할 이쁜 허리라인에 공실이는 헛기침을 한다.
 
 
은겸이는 공실이의 어깨를 툭 치곤 세트장에 올라간다.
 
공실이는 씨익 웃더니 카메라를 들곤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플래쉬가 터지고‥
 
어느 덧 촬영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은겸이 혼자의 사진을 찍는 공실이.어딘가 모르게 허전함도 있었지만 좋았다.
 
괜한 질투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었으니깐.
 
 
 
.
 
 
.
 
 
.
 
 
 
촬영이 막바지에 다달았고 플래쉬가 몇번 터지더니 이내 조명이 꺼진다.
 
촬영이 끝났다.
 
 
공실이는 구석으로 들어가 메모리칩을 연결해 은겸이의 촬영 사진을 본다.
 
그 중에서 잘 나온걸 다른 폴더로 옮기는 공실이.
 
몇 번을 꼼꼼하게 살핀 후에야 메모리칩을 뺀다.
 
메모리칩을 다시 카메라에 꽂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몸을 돌리는 순간 공실이는 소그라치게 놀랜다.
 
 
 
 
“사‥장님‥!!”
 
“공실씨 많이 놀랬어?”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공실이한테 물어보는 하린이.
 
공실이는 그걸 말이라고 물어보는거냐는 눈으로 하린이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마지막 사진이야?”
 
“네,폴더로 옮겨놨어요.”
 
“빨리 맡겨야 되겠네.”
 
 
 
 
공실이는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린이는 씨익 웃곤 발걸음을 옮길려다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아.’거리며 공실이를 부른다.
 
 
 
 
“GLAMOROUS 발매 날,패션쇼도 있을꺼야.”
 
“패션쇼요?”
 
“응,그래서 그런데 사진도 찍어줄 수 있을까?”
 
“사진이라면‥.”
 
“응,패션쇼 하는 걸 찍어주면 되.”
 
“어렵지만은 않지만 왜‥.”
 
“책을 발매할까 싶어서.”
 
“패션쇼를 소재로 닮은 책이요?”
 
“빙고!”
 
 
 
 
하린이는 눈을 찡긋 거리며 말한다.
 
공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린이는 공실이의 어깨를 툭 치더니 발걸음을 옮겼고
 
공실이는 손에 쥐어져있는 카메라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그리곤 이내 발걸음을 옮기는 공실이.은겸이와 하린이는 이야기를 하는 듯 보였다.
 
 
공실이는 카메라를 챙겨 구석에 놔두곤 기지개를 한번 편다.뻐근했던게 사라지는 기분이다.
 
공실이는 은겸이한테 갈려다가 이내 옮기던 발걸음을 멈춘다.
 
은겸이를 바라보더니 이내 스튜디오를 조심히 빠져나간다.
 
 
 
-[니현이 보러 가봐야겠어,먼저 갈께.]
 
 
 
 
.
 
 
 
 
「Violet」
 
 
간판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공실이.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딸랑-
 
 
 
 
“어서오!!‥‥.”
 
 
 
 
서빙하며 인사하던 니현이의 목소리를 끊겨져버렸다.
 
공실이의 얼굴을 본 것이었다.
 
공실이는 어색하게 웃더니 주문석으로 향하였고 앞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서빙을 다한 니현이는 조그만한 문을 열고 들어와 공실이 맞은편에 선다.
 
 
 
 
“은겸씨랑은 안왔네.”
 
“응,어차피 와봤자 안 좋을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았지만 둘 사이는 경계막이 쳐져 있었다.
 
 
 
 
“카라멜 마끼아또?”
 
“알면서 물어보는건 뭐야!”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공실이.
 
니현이는 쿡쿡 웃더니 부엌으로 들어가버린다.
 
니현이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공실이는 몰래 한숨을 쉰다.
 
 
역시나 어딘가가 불편했다.
 
예전의 사이가 아니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치며 카라멜 마끼아또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공실이.
 
어느 덧 카라멜 마끼아또가 나왔고 공실이는 히죽거리며 받더니 한모금 마신다.
 
 
 
 
“불편하지?”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될 거 예상하고 있었어,하지만 숨길 순 없었어.”
 
“니현아.”
 
“내가 잘못했다는 거 알어.”
 
“난 너 잃고 싶지 않아.”
 
“알어,나도 너 잃고 싶지 않아.”
 
“이럴수록 우리 둘,더 깊은 골만 생길꺼야.”
 
 
 
 
니현이는 아무말 없이 공실이만 쳐다본다.
 
공실이는 컵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다.
 
 
딸랑-
 
 
손님이 왔다는 종소리가 울렸고 공실이를 쳐다보고 있던 니현이의 시선은 문쪽으로 옮겨졌다.
 
점점‥서서히 굳어져가는 니현이의 얼굴.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소리가 공실이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고
 
익숙한 향기가 공실이의 코를 자극시켰다.
 
누군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공실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그 뒤를 이어 목소리가 들린다.
 
 
 
 
“꼬맹아,집에 가자.”
 
 
 
 
# 20.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굳은 니현이의 표정을 보더니 이상함을 느낀 공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본다.
 
 
 
 
“‥‥!!”
 
 
 
 
거친 숨소리를 내며 헐떡이고 있는 은겸이.
 
손은 공실이의 어깨에 얹어져있었지만 시선은 공실이가 아닌 니현쪽이었다.
 
니현이도 은겸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은겸이는 회사에서 Violet까지 뛰어온 것이었다.
 
은겸이와 니현이 사이의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는지
 
공실이는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은겸이의 손을 잡는다.
 
그 모습을 본 니현이의 동공은 흔들렸다.
 
 
 
 
“니현아,나중에 둘이서 다시 이야기 하자.”
 
 
 
 
이대로 있다간 은겸이와 니현이가 좋은 않은 감정으로 말을 할까봐
 
공실이는 그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니현이를 향해 웃어주곤 공실이는 나가자고 은겸이를 떠민다.
 
 
탁-
 
 
갈려는 공실이의 손목을 잡은 니현이.
 
공실이는 우뚝 서버렸고 자신을 밀던 공실이의 느낌이 없자 은겸이도 멈추어선다.
 
공실이의 손목을 잡은 니현이의 손을 보자 표정이 굳어진다.
 
 
 
 
“그 손 놓으시죠.”
 
 
 
 
딱딱한 은겸이의 목소리.많이 눌러참고 있는 듯 했다.
 
니현이의 손엔 힘이 더욱더 들어간다.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그 사이에 있는 공실이.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왜들 그래‥.”
 
 
 
 
공실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둘만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속에선 부글부글 올라오고 있었지만 차마 토해내질 못했다.
 
 
딸랑-
 
 
손님이 왔다는 종소리가 들렸고 니현이는 공실이를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다보며 스르륵 놓는다.
 
공실이는 은겸이와 니현이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쉰다.
 
 
 
 
“너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서 연락할께.”
 
 
 
 
니현이를 보며 말한 공실이는 이내 은겸이 쪽으로 시선을 옮긴 후 Violet을 빠져나간다.
 
 
 
 
“오늘도 내가 한발자국 밀렸네.”
 
 
 
 
공실이와 은겸이가 나간 문을 바라다보며 니현이는 쓴웃음을 짓는다.
 
 
Violet앞에 선 공실이와 은겸이.둘 사이엔 아무말도 오가지 않는다.
 
 
 
 
“왜 연락하는데.”
 
“이야길 해야지.”
 
“무슨 이야기?이야기해서 될꺼면 내가 다 했어.”
 
“차은겸‥.”
 
“너도 힘든거 알어,충분히 힘들잖아.근데 나도 힘들어.”
 
“‥‥.”
 
“네가 그런 위태로운 표정 지을 때마다 내 마음은 무너져버려.”
 
 
 
 
공실이의 머리속은 번뜩거린다.
 
니현이 핑계되고 자신만 생각하고 있었다.은겸이는 보질 않았다.
 
하지만 은겸이는 자신을 보지 않고 공실이를 보고 있었다.
 
공실이는 자신이 먼저였고 은겸이는 공실이가 먼저였다.
 
공실이는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무너져도 무너져도 끝이 보이지않고 계속‥.
 
 
 
 
“가자,집에 데려다줄께.”
 
 
 
 
공실이의 손을 잡는 은겸이.너무나도 따뜻했다.
 
공실이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은겸이를 향해 웃는다.
 
 
 
 
.
 
 
 
 
차에서 내린 공실이는 조수석 창문을 통해 은겸이를 본다.
 
은겸이는 조수석 창문을 내렸고 공실이를 씽긋 웃는다.
 
 
 
 
“나만 생각해서 미안해.”
 
“어?”
 
“나만 봤고 나만 생각해왔었어,넌 바라보지도 않았었어.”
 
“야‥.”
 
“널 바라봤어야 됐었는데‥,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
 
“그래서 내 눈,내 가슴,내 심장이 울고 있어,너한테 많이 미안하데.”
 
“‥‥.”
 
“나‥용서해줄꺼지‥?”
 
 
 
 
공실이를 웃어보인다.하지만 눈엔 눈물이 보여있다.
 
은겸이는 공실이를 쳐다보고 있다가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걷는다.
 
그리곤 공실이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아버린다.
 
아찔하게‥달콤하게‥쌉쌀하게‥,파고드는 은겸이다.
 
 
 
 
 
 
 
-
 
 
 
 
 
 
 
몇 일이 지났다.그 몇일사이는 조용했다.
 
니현이와도 아무일도 없었고 은겸이와는 더욱더 가까워졌다.
 
GLAMOROUS 발매일로 바빠진 회사는 촬영도 요 몇일 없었다.
 
오늘도 없는지 쇼파에 앉아 리모콘으로 티비만 돌리고 있는 공실이.지루하고 따분했다.
 
은겸이는 GLAMOROUS 발매일에 할 패션쇼 연습하러 바빴다.
 
부를 사람이 없었던 공실이는 먼뜩 니현이를 생각해냈지만 이내 접는다.
 
 
‘♬’
 
 
누군가에게 공실이의 마음이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벨이 울린다.
 
광고전화만 아니기를 바라며 테이블위에 있는 휴대폰을 잡는 공실이.
 
발신자를 확인하니 니현이었다.
 
 
「8년 6개월」
 
 
기대하던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긴장한 표정이 영역했다.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촬영하고 있었어?
 
“아니,한동안 촬영없어,GLAMOROU 발매할 때까지.”
 
-아,H.K에서 발매하는 모델 잡지 말이야?!
 
“응응!넌 지금 일할 시간 아니야?”
 
-지금 시간은 한가해서 상관없어!
 
 
 
 
귀여운 목소리의 니현이.공실이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만 계속 지낸다면야 정말‥소원이 없겠어.
 
 
 
 
-오늘은 데이트안해?
 
 
 
 
밝았다,하지만 어딘가에 슬픔이 묻어나있다.
 
공실이는 ‘아무일도 없듯이‥.’라는 말을 자신이 머리에 최면을 걸며 입을 연다.
 
 
 
 
“요새 패션쇼 준비하느라 만날 시간도 없어!”
 
 
 
 
새초롬한 표정을 짓는 공실이.
 
수화기 너머에선 통쾌한 니현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공실이는 씨익 웃으며 안심한다.
 
목소리는 사람을 속일 수 있는 무기였다.너무나도 감쪽하게‥.
 
실제 니현이는 찢어질 듯 아픈 눈이었다.아픈 표정이었다.
 
 
 
 
-앗!나 손님왔다,끊을께!!
 
“알겠어,일 열심히하구!!”
 
-심심하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공실이는 웃으며 종료버튼을 누른다.
 
무거운 무언가가 가슴에서 떨어져버린 듯 너무나도 가벼웠다.
 
 
휴대폰을 내려놓는 니현이의 얼굴엔 씁쓸함이 한껏 베어있다.
 
손님은 무슨,아무도 없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니현이를 말없이 지켜보고있던 점장은 조심스럽게 니현이의 맞은편에 선다.
 
 
 
 
“니현씨,많이 힘들어?”
 
“이렇게 아플거라는거 알고 있었어요.”
 
“보기 너무 안쓰러워.”
 
“어쩌겠어요,이런 아픔쯤은 감수해야죠.”
 
 
 
 
점장은 아무말없이 안타까운 눈으로 니현이를 바라보고 있다.
 
 
 
 
*
 
 
 
 
티 앞부분에 있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며 대문을 나오는 공실이.
 
빨간색 체크 치마에 몸에 큰 노란색 후드티를 입었으며
 
분홍색의 메이커있는 분홍색 모자를 쓰곤 티와 연결되어있는 후드를 모자 위에 쓴다.
 
뒤엔 빨간색과 검은색의 체크,그리고 가죽끈으로 되어있는 가방을 매고 있었다.
 
집에 있기엔 너무 심심했는지 무작정 밖으로 나온 듯 보였다.
 
 
 
 
“이젠 정말 가을이구나‥.”
 
 
 
 
예전보다 바람이 차가워진 걸 몸소 느꼈다.
 
선선한 가을을 좋아하는 공실이었지만 역시 가을은 외로웠다.
 
더군다나 같이 있던 은겸이조차 바빠서 옆에 없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집 골목을 지나 큰 길로 빠져나온 공실이.거리엔 다들 커플들 뿐이었다.
 
시내로 나갈 줄 알았던 공실이었는데 시내로 들어가는 길로 안 들어가곤 쭈욱 일직선으로 걷는다.
 
10분을 더 걷자 커다랗고 심플한 건물이 보였다.「Black Pearl」이라고 건물 입구에 적혀있다.
 
패션쇼는 거의 이 건물에서 한다고 알려진 Black Pearl.
 
은겸이가 Black Pearl에서 패션쇼 연습하는 듯 보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은겸이를 깜짝 놀래켜줄려는지 Black Pearl 앞에서 콩콩 뛰며 기다리고 있다.
 
 
 
 
“도대체 언제 나오는거야!”
 
 
 
 
20분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공실이는 쪼그려앉아있다.
 
조용하던 건물 안에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웅성이는 소리가 들린다.
 
공실이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은겸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왔지만 아직까진 은겸이가 보이질 않았다.
 
그 때,은겸이가 보였다.은겸이를 부를려고 하던 공실이의 입에선 소리가 나오지않았다.
 
운아랑 옆에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지금 가슴속에선 부글부글 끌어 오르고 있었다.
 
괜히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었다.짜증이 치밀러올랐다.
 
‘쳇.’거리며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길려는 공실이.누군가가 공실이를 뒤에서 안아버린다.
 
익숙한 향기였다.차가우면서도 끌리는 그런 향기.
 
 
 
 
“언제부터 기다렸냐?”
 
 
 
 
중저음을 보이스.공실이는 소리없이 웃어보인다.
 
 
 
 
“왜?염운아씨랑 이야기하면서 가지?”
 
“그거 때문에 삐졌냐?으이구.”
 
 
 
 
은겸이는 공실이를 놓아주더니 머리를 콩 하고 때린다.
 
공실이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은겸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지?”
 
“그래!네 놈 놀려켜줄려다가 다리 뿌려지는 줄 알았어!”
 
“뿌려지기는 커녕 더욱더 단단해진 것 같다.”
 
“차은겸,너 죽을래?!”
 
“빨리 차 타자,맛있는거 사줄께.”
 
 
 
 
맛있는거라는 말에 눈이 번쩍이는 공실이.은겸이의 팔에 자신의 팔을 두르더니 앞장선다.
 
공실이한테 질질 끌려가는 상태나 마찬가지인 은겸이.하지만 그래도 좋은지 웃는다.
 
 
 
 
# 조금전 Black Pearl 안-
 
 
 
 
“은겸아,네 애인 왔는데?”
 
“꼬맹이가 왔다고?!”
 
 
 
 
연습을 마치고 갈려고 하는데 한 스텝의 말에 은겸이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밖에선 안을 보면 거울로 보이고,안에선 밖에 훤히 다 보이는 그런 건물인 Black Pearl.
 
은겸이는 정말로 공실이가 있는 걸 확인하곤 귀엽다는 듯 웃는다.
 
 
 
 
“운아씨,우리 장난 한번 칠래요?”
 
“네?”
 
 
 
 
가던 운아를 잡곤 말하는 은겸이.운아는 무슨 말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은겸이는 공실이를 가르켰고 그제서야 운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재미있겠네요.”
 
“그럼 부탁 좀 하겠습니다.”
 
 
 
 
은겸이는 운아를 향해 가볍게 꾸벅인다.운아는 그냥 웃기만 할 뿐이다.
 
스텝들이랑 다들 나왔고 인사를 하고,다정스럽게 웃으며 이야기하며 나가는 은겸이와 운아다.
 
 
차은겸의 작전명 : 양공실 질투하게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