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맨발 걷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연환경과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맨발로 황토길을 걸으며 명상을 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몸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맨발길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맨발걷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효과로 언급되는 것이 접지 효과다. 접지란 발바닥과 지면이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말한다. 접지는 자율신경계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며, 혈액순환 개선, 수면불안 해소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의 실험에 따르면 접지를 통해 혈액의 점성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혈류 속도가 개선되는 효과가 관찰되었다고 한다. 또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도 집중력 향상, 두뇌 스트레스 감소, 체지방률 개선 등 두뇌와 신체 건강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맨발걷기의 또 다른 효과로 지압 효과를 들 수 있겠다. 흔히 발바닥은 우리 신체의 축소판이라고들 한다. 발바닥의 각 부위가 신체의 주요 기관과 연관되어 있어 발바닥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혈액순환이 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맨발걷기의 순기능이 알려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지자체에서도 맨발 산책로를 조성하고 세족장이나 신발보관함을 설치하는 등 맨발걷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울산 남구도 지난해 태화강 둔치에 황토를 깔아 맨발 산책로를 만들었다. 태화강과 아름다운 그라스정원을 품은 이 맨발길은 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발길이 이어지는 등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날로 늘어나고 있는 맨발걷기 수요에 발맞춰 맨발길 조성은 올해도 계속되어야 한다. 태화강 못지않은 매력적인 조성 공간을 발굴해, 주민들이 맨발걷기를 통해 산책과 명상을 즐기고 일상에서 스스로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인프라 조성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장소로는 울산대공원 동문쪽 숲 오솔길이나 수변공간을 활용한 선암호수공원 둘레길도 좋다. 자연경관과 함께 생활권 내 접근성이 우수해 맨발길 조성 대상지로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필자는 이런 멋진 곳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맨발걷기 대회를 개최하는 상상도 해본다. 황토길로 유명한 대전 계족산 맨발축제에는 연인원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이고 최근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울산 중구 황방산은 연일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주차 공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잘 조성된 남구의 맨발길에서 맨발걷기 대회를 개최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고 우리 지역의 관광자원을 홍보하는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맨발길 조성 확대와 함께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한 세심한 관리와 정비, 세족시설, 안내판, 주차장 등 인프라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울산은 `가장 젊은 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평균연령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3년 울산의 평균연령은 43.7세였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령 인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복지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남구의 세출예산 중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2019년 약 2천300억원에서 2023년 약 3천500억원으로 증가했다. 보건 분야 역시 같은 기간 약 145억원에서 229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증진을 위한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해 주민들이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미래의 복지지출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산책길 조성 및 관리에 비교적 적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고, 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맨발걷기 산책로와 세족장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2024년 새해를 맞아 건강관리 다짐을 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 올 한해 자연과 함께 하는 맨발걷기를 통해 건강을 챙겨보시기를 적극 추천하며, 필자 또한 구민들의 건강과 활기찬 삶을 위해 매일 걷고 싶은 맨발 산책길 조성에 힘을 보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