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경제로 인해 추석 명절 준비도 녹록치 않다. 선물이며 음식이며 하긴 해야겠는데 주머니 사정은 뻔하고 엄청나게 오른 가격을 보면 가슴이 철렁할 지경이다. 백화점 할인점에 즐비한 수십~수백만원대의 명품 선물 세트는 누가 주고 받는 것인지 도무지 남의 나라 일만 같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할인점 선물 세트에 명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올해는 경기 침체를 반영해 할인점은 명품을 지향하는 백화점들도 실속형 선물세트를 대거 강화했다. 백화점 1위인 롯데백화점도 실속 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6% 늘려 준비했다. 잘 찾아보면 저렴한 가격으로 생색도 내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실속형 선물 세트를 구매할 때는 각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선물세트집과 전단지를 꼼꼼히 살펴 특징을 비교하고 매장을 방문해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 막상 물건을 사다 보면 싸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충동구매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방문 전에 선물의 가격대를 정하는 것이 좋다.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 상품을 보고 골라야 하기 때문에 품목별로 잘 고르는 법을 알고 가는 것도 요령. 과일 선물세트는 일반 가정에 선물할 때는 한가지 보다 혼합세트를 고르는 것이 좋다. 크기가 균일한 지 살펴보는 것도 필수. 정육·갈비 세트는 선물의 용도를 우선적으로 감안해야 한다. 품격과 격식을 갖출 필요가 있는 자리에는 구이용 갈비나 스테이크가 좋고 일반 가정에 선물할 경우에는 집안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찜용 부위와 갈비가 포함된 선물세트가 무난하다. 굴비 세트는 눈이 선명하고 비늘이 고르게 난 양질의 굴비로 고르되 원산지와 가공지가 국내산인지도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포장된 굴비도 국내산은 머리 부분에 다이아몬드 형태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생활용품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필요한 구성물은 없는지 살피고 가족 수에 구성품의 수량을 맞추어 판단하는 것이 실속 구매 방법이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
예산을 10만원~20만원대로 잡고 있다면 한우나 전복, 갈치, 건과 등 고급 먹거리들로 구성된 실속 세트를 노려보자. 롯데백화점은 불고기·국거리·산적·장조림 각 800g으로 구성된 한우 알뜰세트(15만원)와 전복 3마리, 대하 7마리, 갈치 2마리로 구성된 3종 선물세트(18만원)을 선보였다. 황잣, 백잣, 호두, 홍삼절편 각 200g과 곶감말이 250g으로 구성된 5종 건과 세트(16만원)과 장흥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표고버섯 중 육질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백화고 450g 세트(10만원)도 권할 만 하다.
10만원대 이하로는 과일과 호주산 쇠고기가 대표적. 롯데마트에서는 논산, 나주 상주 등지의 신고배로 구성한 배 세트가 인기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 과일 선물세트 중 찾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7.5kg에 2만8000원~3만3천원. 추석 제철 과일이자 제수용과일인 사과와 배 혼합세트도 환영받는 세트 상품. 사과·배 각 6개씩 6kg에 3만원~3만5000원이다. 호주의 청정지역인 타즈매니아 쇠고기로 만든 냉장 갈비와 냉장 등심도 가격 대비 맛이 좋다. 찜갈비 2kg, 불고기 1kg, 국거리 1kg에 9만원~12만원.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도 올해 실속형 선물세트를 강화해 5∼10만원 안팎의 정육, 굴비, 곶감, 더덕 등 중저가형 선물세트 물량을 20% 가량 늘려서 준비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0만원 안팎의 한우 세트.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양을 줄이고 가격을 낮춘 현대 특선 한우 실속세트를 지난해 추석에 이어 다시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주부들이 명절에 가장 필요로 하는 불고기(1.1kg)와 국거리(1.1kg)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은 9만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파문 덕에 올 추석 상대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수산물. 여기에 이른 추석으로 과일 값이 비싸 수산물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백화점 측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10∼20만원대 굴비 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렸다. 참굴비 송(松)호 15만원, 실속 굴비 10만원 등이며 이밖에 영덕게장세트 송(松)호 3만5000원, 홍새우 세트 5만원, 훈제연어 세트 8만5000원, 참치회 세트 8만5000원, 생선 스테이크 세트 10만원, 바다애찬 혼합세트 10만원, 꽃게세트 10만원, 제주 옥돔세트 12만원 등도 가격대비 선호도가 높은 수산물 세트다.
신세계백화점·이마트
신세계 백화점은 7~12만원대의 ‘굿 초이스 기프트’라는 이름으로 실속형 세트를 대거 선보였다. 산지직거래, 해외 직소싱등으로 유통단계를 줄여 최고 40%까지 가격을 낮췄다는 것.
수삼(350g, 한차재료 포함)의 경우 논산, 괴산 등 산지 매입으로 40% 저렴한 9만원에 선보이고, 은갈치세트(1.8kg)와 참굴비세트(1.2kg)는 제주도 산지 직거래로 기존 가격대비 25~35% 저렴한 1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한우 후레쉬세트(3kg, 불고기, 사태, 국거리)도 직거래를 통해 15% 저렴한 10만원에 판매한다. 이탈리아 산 델파파 포도씨유(1리터)도 현지 직거래를 통해 20% 저렴한 3만3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밖에 왕새우 1.4kg, 20미와 천일염 1kg으로 구성된 왕새우 세트(8만원), 수삼 350g과 한차재료 870g으로 구성된 수삼한차재료2호(9만원) 오미자, 구기자, 홍삼정과, 약콩강정, 유과, 대추조림 등이 들어 있는 궁실 궁 한과세트(10만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받는 사람이 흡족해할 만한 선물이다.
국내 최대 할인점 이마트는 총 900여개의 추석선물세트 중 100여개의 상품을 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저가로 선보였다. 최저가 상품은 신선식품 24개, 가공식품 49개, 일상용품과 패션을 합쳐 22개 등이다. 또 이마트는 가공세트와 일상용품 세트를 중심으로 2만원 이하의 선물세트의 비중을 60%선까지 끌어올렸으며 올 추석 행사기간에 첫선을 보인 PL 선물세트의 가격을 최대 40%가량 저렴하게 선보인다.
불고기, 국거리로 이루어진 한우암소 혼합3호(9만5000~10만5000원)를 비롯해 고가 선물세트인 굴비도 20마리 참굴비 골드 2호(7만8000원) 1호(4만9000원)이라는 초저가에 선보이고 있다. 요즘 선물로 각광받고 있는 와인 세트 중에서도 빈야노스트라 레드+화이트 세트가 9900원에 팔리고 있다. 이마트 자체 브랜드인 PL 선물세트 중에서는 캔 햄세트(1만7900원), 스타믹스 모카골드 세트(1만1700원), 참치선물세트(8900원) 등이 대표적이다.